무협지/제왕벌

제15장 대풍운(大風雲), 그 서막은 열리고

오늘의 쉼터 2014. 10. 4. 19:25

 

제15장 대풍운(大風雲), 그 서막은 열리고

 

 

"나는 이십 년 전부터 하나의 작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뚜벅-
나후제천은 육중한 걸음걸이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의 등 뒤,
"......"
하후린은 묵묵히 나후제천의 등을 바라보며 단좌해 있었다.
"제왕의 역사를 더듬어......

그것을 파헤치는 제왕발굴단이 그것이었다."
"제왕 발굴단?"
하후린의 눈가로 의혹의 빛이 스쳐갔다.
휘이이잉-
강바람은 서늘한 한기마저 서려 있었다.
이곳은 회하(廻河)였다.
대황금성의 십리 밖에 자리해 있는 갈대로 뒤덮여 있는 강변.
그 사이에 나후제천과 하후린은 서 있고, 앉아 있는 것이었다.
문득,
나후제천은 창창한 천공을 올려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대대로 황금백작가의 염원은 무공이었다."
츠으으-
그의 시선에 감돌고 있는 기운은 한(恨)과 회의의 기색이었다
"그것도 가공할 제왕천무(帝王天武)를...... 하나....."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누가... 자신의 생명보다 귀중한 그것을 내주겠는가?

결국... 본가는 과거로부터 그것을 회수하기로 결심했다."
"......"
"그리고 하나둘 실전되었다고 알려진 상고절학(上古絶學)들이 발견되었다.

하나 그것들만으로 제왕벌의 천공작위를 빌기에는 미흡했다!"
황금제왕 나후제천!
그의 두 손은 꽉 쥐여져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아느냐? 본가의 처절한 염원을?"
일순,
그는 신형을 홱 돌리며 하후린을 직시했다.
"압니다. 양부!"
하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자존!

힘이 있다는 것은 곧 전능......

머리만으로는 절대가 되지 못하오......'
그렇다.
그는 확연히 깨달을 수 있었다.
하후린,
이미,
그에겐 문의 길이란 모조리 섭렵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거기에
황궁비고에서 얻은 광세의 기연들......
그 모든 것을 습득한 그였지만......

-철혈대공작 철무강!

자신의 친부이기 이전에 제왕벌의 수석 천공이 아니었던가?
철혈루(鐵血樓)......
십대제왕원로문(十大帝王元老門)의 일인 제왕가.....
그런 그의 무위에 하후린 자신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임을 이미 느낄수 있었다.
그때 나후제천은 그런 하후린을 보며 뱉듯이 중얼거렸다.
"결국, 당금에 이르러 노부는 저 공포의 신화......

제왕벌의 제국삼태천황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제국... 삼태천황?"
"그렇다."
나후제천은 힘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왕벌,

그 공포의 제국을 다스리는 절대자들은

삼태천황이라 일컫는 삼 인의 제왕들......"
부르르-
황금제왕 나후제천!
그의 신형이 가볍게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삼 인의 ..... 초인지경에 이른 천인들......'
중얼거리는 그의 얼굴은 굳게 경직되어 있었다.
"의황(醫皇), 검황(劍皇), 전황(戰皇). 이들이 바로 삼태제황이다!"
"......"
"그들만이 진정한 제왕신화를 아는 자들이다!

제왕벌......

그 공포신화의 처음과 끝을......"
"공포신화...... 제왕벌!"
하후린은 불현듯 중얼거렸다.
하나,
말과는 달리 그의 표정은 전혀 공포스러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으니......
아니.
그는 강한 이끌림을 느끼고 있었다.
어떤 운명의 부름을......
나후제천의 말은 이어지고 있었다.
"그 중 의황의 진전은 네 놈이 얻은 신농씨로부터 유래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고,

가장 뛰어난 초인전사......

전황의 그것은 신비만이 남아 있다!"
"초인전사...... 전황!"
"그는 삼태제황 중 최강이자 실질적인 제왕제일전사이다!"
"한데, 그 전황의 유물을 발굴하셨단 말이죠?"
하후린은 나후제천을 응시하며 물음을 던졌다.
"......'
나후제천은 일순 어이가 없었다.
하나,
그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놈! 정말 못당하겠군!"
그의 눈가로 흐릿한 미소가 번졌다.
"후후! 이곳 회하의 갈대밭 어딘가에 묻혀 있을 삼대전황의 유품......

그것을 얻는다면 일약 제왕천공작위의 위를 점할 수 있는 것......"
츠으으-
나후제천의 시선은 스산하게 불타올랐다.
그것은 집념의 불꽃이었다.
사내로 태어나......
하늘이 되고 싶은 야망을 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나,
천인지재는 하늘이 점지하는 것이니......
"본좌는 결코 제왕지재(帝王之才)가 돌 수 없다.

하나......

나의 재질이 모자람만을 탓하기엔 내 가슴 속의 야망이 너무도 크다.

결국......"
스윽-
나후제천은 천천히 신형을 돌렸다.
그의 시선은 하후린의 동공을 뚫어 버릴 듯 주시하고 있었다.
"제왕......

십전제왕을 본좌의 손으로 만듬으로써 그것에 자위를 하고자 했다."
"......"
하후린의 미안은 점점 경직되어 갔다.
'큰 인물......

좌절에 결코 순응하지 않는 대인(大人)이시다. 양부는......'
하후린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제왕지로......

그것의 극이 무엇이기에......'
거대한 공포의 해일!
그것은 미증유의 힘으로 하후린의 전신을 휘감아 왔다.
하나,
그것에 반하여 꿈틀거리는 투혼의 불꽃.
'후후!

가 보리라!

무의 극......

인간의 한계를.....'
오오... 결심!
잠룡은 드디어 하늘에 도전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껏 이루어지지 않았던

인간최후의 신화가 탄생함의 서곡이었으니!

쿠쿠쿠쿠-
회하!
그 너른 수면이 폭풍이 불 듯 용트림치며 뒤흔들리는 것이 아닌가?
이어,
그 수면이 중심은 거대한 원을 그으며 회전하기 시작하니......
콰콰콰-
우우우우웅-
소용돌이였다.
그 무엇이라도 집어삼킬 듯 회전하는 소용돌이.
"가라!

전황을 만나고...

십전제왕의 기틀을 잡으라!

그리고 제왕십로군단을 파하고 십전제왕무를 얻어...

제국을 깨라!

이어, 환우천하의 무대 위에서 전능의 춤을 추어라!

제.. 왕... 무를....."
황금제왕 나후제천!
그는 수심을 가리키며 창룡후를 터뜨렸다.
"가겠습니다.

그리고 올 때엔 양부께 삼태제황의 자리 하나를 들고 오겠습니다."
꾸벅-
하후린은 나후제천의 앞에 깊숙이 포권했다.
이어,
"우......"
용이 울부짖듯.
하후린은 한 소리 긴 장소를 발하며 회하의 중심부로 날아내렸다.
콰우우우- 우우웅-
이미,
회하의 전역은 엄청난 소용돌이 속에 울부짖고 있었다.
그리고,
하후린의 신형은 이내 빨리듯 소용돌이 속으로 감겨들었다.
순간,
고오오- 오오오......
미친 듯이 광란하는 수면이 잠잠해지는 것이 아닌가?
대자연의 장난이라 하기엔 너무도 기괴한 일......

휘이이이-
강변의 예의 바람에 갈대가 울고......
"놈! 믿는다!

본가를 백작가가 아닌......

공작의 자리 이상으로 높여줄 것임을......"
황금제왕 나후제천의 눈은 가볍게 일렁이고 있었다.
그는 흥분하고 있는 것이었다.
"날아라! 대창룡이 되어라!

나 황금제왕의 어깨를 딛고.....

제왕의 춤을 추어라!

으하하하핫-"
광소!
그는 미친 듯이 웃었다.
하나,
그의 눈가에 어린 반짝임은......?

-날아라! 대창룡이 되거라!
추어라! 환우천하를 무대로 제왕이 춤을.....
오오... 모른다!
세인들은 알지 못했다.
회하의 강변에서 벌어진 조그마한 바람의 뜻을......
하나 불리라!
그것은 강풍으로......
해일을 동반한 대폭풍이 되어

사해, 오호, 구주, 팔황을 휩쓸리니......
그 위에서 하나의 장중한 춤이 펼쳐지리라......

제왕무!
제왕의 춤이.
그리고,
탄생하리라!
위대한 초인의 신화가,
십전제왕!

그 전능의 인간 최후의 신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