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환상적인 음모
"후후, 아무도 모르리라!
황궁비고 내에 이토록 엄청난 비밀이 감춰져 있을 줄은......"
하후린은 다시금 밀폐된 구중천황비고를 둘려보며 중얼거렸다.
이어,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환궁비고!
이곳엔 그야말로 천하의 보물이 산재해 있었다.
하후린이 돌아본 서고는 단지 그 일각일 뿐이었다.
"대단하군. 비록 황금성에 있는것보다야 적지만......"
말은 그렇데 하면서도 하후린의 신색은 조금도 변화가 없었다.
보물산이라고도 불리우는 대황금성!
지난 십 년간.
그 안에서 보아온 천하의 기진이보(奇眞異寶)들.
그것 중에 보물 아닌 것이 없었고,
기보 안니 것은 아예 존재치 않았었다.
이름 그대로의 황금성......
하후린에게 있어 그의 흥미를 끌만한 것은 존재치 않았다.
즐비한 천하의 천병신기(天兵神器)도,
무인이라면 눈이 뒤집힐 절세의 비급들도......
죽은 자도 회혼시킬 수 있다는 전서르이 기초(奇草), 영약들....
산처럼 쌓여 있는 재화,
그 어느 것도 하후린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했다.
그러나, 있었다.
"호오, 저런 기막힌 명품이......"
일순,
하후린은 걸음을 멈춰 세우며 기광을 발했다.
그는 하나의 보전에 들어와 있었다.
한데, 보라!
상아의 틀에 금라 비단으로 감싸인 거대한 침상,
뿐이랴!
황금 침상, 자단목의 침상, 산호 침상 등......
무려 열 개의 거대하고 화려한 침상들이 실내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하나,
정작 놀라운 것은 그 침상들의 위에 있었다.
여인상!
황금빛으로 빛나는 휘황한 황금 인상이 옥주를 버릴고 희열에 젖어 있는가 하면,
유리여인상, 은하여인상,
각양각색의 재질로 만들어진......
더우기,
그 조각품들은 하나같이 기묘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나체녀들이 아닌가?
"쩝!"
입맛을 다시는 하후린의 얼굴은 못내 아쉬운 듯했다.
스윽-
하후린은 홍옥의 적혈나녀상의 젖가슴을 쓸며 침상에 걸터 앉았다.
저녁 노을을 연상시키는 붉은 머리칼,
야명주의 불빛에 미끈거리는 홍옥빛의 피부......
반쯤 감긴 듯 떠 있는 봉목,
팽팽하게 솟은 젖가슴은 가히 풍만의 극치였고,
긴 속눈썹과 아미의 유려한 털빛 역시 붉었다.
잘룩한 세류요의 아래,
급속히 좌우로 퍼져 확산되는 둔부의 곡선은 가히 황홀의 절정이었으며......
그 가운데,
만추에 물든,
불타오르는 듯 붉은 적수림은 신비롭게 반짝인다.
적혈나녀상은 역시 붉은 적홍강석으로 만든 침상 위에
죽은 듯 누워 있는 형상이었다.
살아 있는 여인이었다면......
설사,
상제라 할지라도 덤벼들 요상,
"감쪽같이 죽여 주는군."
뭉클,
하후린은 적혈여인상의 수밀도를 쓸며 눈을 반쯤 감아내렸다.
손 안으로 전해오는 촉감을 음미하듯,
"누구의 솜씨인지 절묘하다 못해 가공할 정도군,
다른 아홉 개 보다도 이 여인상은 신의 조각품이다."
하후린은 단언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는 천천히 손을 뻗어 내리며 둔부의 중앙에 머물렀다.
일순,
하후린의 입술이 장난스레 말려 올라갔다.
"어디. 이곳도 실물같은지.....'
슥-
우거진 적수림이 벌목되고
사내의 손이 미끄러지듯 계곡 속으로 사라졌다.
한데,
"으응? 이... 이건......"
하후린은 그대로 신형을 딱딱하게 굳혔다.
경악으로 치떠진 눈,
"지... 진짜 아냐?"
오오...... 보라!
스르르-
자연스레 적혈나녀의 양허벅지가 벌려지고,
그것이 신호탄이 되었다.
"하아......"
달뜬 신음성이 터져나옴과 동시.
와락!
적혈나녀상,
아니 적신의 여인은 그대로 하후린의 목을 끌어안는 것이 아닌가?
"어... 어......"
제 아무리 천하의 하후린이라 하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말도 나오지 않는 듯 그는 멍청한 시선으로 정면을 직시했다.
"이... 이게 웬 조화냐?
돌조각인 줄 알았는데. 진짜 요물이라니......"
하후린은 어쩔 줄 모르면서도 흐뭇한 기분만은 감출 수 없었다.
"하아... 흐응...... 어... 어서......"
그 신만이 창조할 수 있는 미의 여신상!
하후린으로 하여금 사내의 본능적인 욕망을 일게 한 그것이,
진짜 여인이었다는 사실......
더우기,
그런 여인이 스스로 안겨들고 있었다.
"이... 이봐!"
하후린은 문득 정신을 추스렸다.
허나
"흐응, 어서...... 아아......"
여인은 그에 아랑곳 않은 채 나신을 비비며 비음을 흘리고 있었다.
"......"
눈,
한쌍의 봉목을 일별한 하후린은 일순 흠칫했다.
본 것이었다.
반쯤 감겨 몽롱한 백치안으로 어려 있는 상실된 영혼을,
'누군가에게 심령을 제압당했다.
정신이 깸과 동시에 정사를 하고 있다는 착각을 주입시켰군......'
그제서야 하후린은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 함정을 팠다. 나의 존재를 의식한 자가.....'
하나,
그의 생각은 더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찌익찍-
전신녀의 두 손이 어느 새 빠르게 하후린의 옷을 찢어발기는 것이 아닌가?
하나,
그는 결코 거부할 수 없었다.
'이 여인, 지금 내가 제거한다면 그 즉시 심맥이 파열되어 폭하하고 만다.'
하후린은 어쩔 줄 모르고 생각을 굴렸다.
진퇴양난!
적신나녀는 이미 섭혼술에 제압당한 듯 이성을 상실한 상태였다.
'이런 유의 요혼술은 오직.....'
하후린은 제왕혈기록의 내용을 더듬어 올리고 있었다.
-요라의 하늘이 있으니
하늘이라 할지라도 그 요혼심을 이기지 못하리라!
미요후의ㅣ
저주가 천지에 메아리칠 때,
환우천하는 그 요무에 영혼마저 말살하리라!
'요라성! 바로... 어헉!'
하나의 끔찍한 신화를 떠올리던 순간,
한데,
돌연,
하후린은 그대로 숨마저 막히는 듯한 전율에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적신나녀!
여인은 침상에 걸터앉은 하후린의 신형 위로 올라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거기에,
양 허벅지를 한껏 벌리고,
기마하듯,
내려 앉는 미끈한 나신,
익은 석류가 깨어지듯 타오를 듯한 단풍림이 벌어지고,
기ㅡ 깊은 피부의 속살이 살짝 고개를 내민다.
스윽-
천천히 하강하듯 풍염한 둔부,
벌어진 석류는 어느 새 충만한 이물질로 꽉 조여지고.....
"아흑......"
영니은 하체의 일부가 불로 지지는 듯한 통증에 절로 비명을 토했다.
하나,
그것도 잠시,
여인의 봉목은 예의 초점없는 회색의 동공으로 화하고,
이내,
"아아... 아흑, 하아......"
여인은 미친 듯이 허리를 율동시켰다.
희열에 감겨드는 봉목,
여인의 미끈한 두 손은 으스러뜨릴 듯 사내의 목을 끌어 안았다.
"헉! 어억!"
하후린은 기겁을 하며 밀쳐내려 하다 이내 숨이 막힘을 느꼈다.
한 입 가득히 베어 물린 수밀도,
여인의 젖가슴은 터져오를 듯 땡땡하게 부풀어 있었다.
그것이 하후린의 입 안으로 푹풍처럼 밀려들고 있었으니
여인, 정열의 요정인가?
"아...... 흐응! 아아......"
적신나녀는 허리 율동을 점점 가속화시키며
아예 환희의 극을 치달리고 있었다.
하후린,
이미,
여인의 제왕이 되겟노라고 선포했던 기린아!
그조차 이런 유의 쾌감은 난생 처음이었다.
깨물어도 다시금 튀어오르는 탄력이 넘쳐 흐르는 젖가슴의 미끈함,
거기에,
폭발 직전의 활화산처럼 일어선 그의 거물을
에워싸며 조여드는 저 열락의 해일이라니......
하후린은 자신도 모르게 여인의 허리를 쓸어 안았다.
그의 좌수는 여인의 유기 흐르는 둔부를 터뜨릴 듯 움켜 쥐었고,
또다른 한 손은 이내 출렁이는 수밀도를 감싸 쥐었다.
용수철이 튀듯,
여인은 한껏 밑으로 하강했다가 이내 불에라도 덴 듯 튀어 오르고 ......
흔들리는 수밀도......
첫 느낌은 역시 사내의 한 손으로 다 쥘 수 없으리만치 크다는 것이고,
그렇게 육중한 부피인데도 전혀 밑으로 처지거나 확산되지 않은......
그야말로 거봉인 듯 우뚝 솟아 있었으니......
뭉클-
잔인하게 일그러지는 수밀도.
그 정상에 달린 포도송이는 비명을 지르며
액루라도 쏟을 듯 파르르 경련을 일으킨다.
여인,
어찌 참을 수 있겠는가?
"아... 학! 으... 흐응... 아!"
하체의 비지로부터 전신의 모세혈관을 타고 올라오는 전율적인 쾌감,
한껏 베어물린 수밀도는 욕망을 분출하듯 짓씹혀지고,
다른 하나의 육봉에서 전달돼 가는 고통 속의 열락.....
여인은 그대로 넘어질 듯 허리를 뒤로 제쳤다.
"아아...... 흑! 더......"
여인의 회색빛 동공은 그대로 백색으로 화화고,
그녀의 적발은 저녁놀의 홍하를 보듯 흩날려갔다.
그것은 차라리 처절한 혈투였다.
몸과 육체가 부딪치고,
내면의 폭발하는 불꽃이 타오르는......
"흐윽! 으음......"
"헉!"
육체의 향연은 그렇게 끝났다.
화무십일홍......
스르르...... 털썩!
적신 나녀는 끌어올린 해파리처럼 축 늘어지며 침상 위로 떨어져 내렸다.
"휴우...... 대단한 여인이로군."
하후린은 손을 들어 땀을 닦으며 길게 숨을 들이켰다.
그는 침상 위의 여인을 생각하며 생각에 잠겼다.
'황궁비고는 철통 같은 경비 때문에 외인이 절대 출입할 수 없는 절대금역이다!'
그는 힐끗 잠든 여인을 바라보았다.
땀에 젖어 번들거리는 육체!
그것은 붉은 피부와 함께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었다.
가볍게 일렁이는 젖가슴의 곡선은 그대로 폭발하는 듯 유혹의 물결이었고,
그것은 야수의 이빨자국이 곳곳에 상흔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아울러
"......"
한 곳을 응시하던 하후린은 흠칫했다.
"처녀였다니......"
그렇다.
점점이 묻어 있는 붉은 앵혈......
그것은 여인이 청백한 몸이었음을 증명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황족만이 들어올 수 있는 이곳에......
요라섭혼미술(妖羅攝魂迷術)에 걸린 여인이라......"
문득.
중얼거리던 하후린은 말 끝을 흐리며 안색을 딱딱하게 굳혔다.
"황족, 이런 여인은 황궁 내에 단 한명......"
하후린은 잠든 여인의 우아한 아미를 응시하고 있었다.
붉디붉은 적미......
거기에 타는 듯한 적발......
홍옥(紅玉)을 빚은 듯 윤기 흐르는 적신.
"적미 공주, 주... 약... 란...?"
부르르-
하후린은 벼락을 맞은 듯 신형을 부르르 떨었다.
아아! 이럴 수가......
-적미공주 주약란!
황궁에는 두 명의 절대적인 미의 요정들이 있었다.
금미공주 주소혜와 더불어 자금쌍미려로 통하는 여인이
바로 적미공주 주약란이었다.
그녀들은 중원인과는 너무도 다른 용모의 소유자들이었다.
신종, 만력!
그는 한때 이국의 여인들에 빠져 있었고,
그 중에서도 그는 대식국(아라비아)의 여인을 총애하였는 바,
그 화비에게서 출생한 여인들이 바로 자금쌍미려였다.
독특한 외모만큼이나 아름다운 여인들......
하나,
만력제가 정귀비를 총애하면서부터
자금쌍미려 또한 지위가 사뭇 달라졌으니......
한데,
지금 하후린의 눈앞에 적나라한 나신을 드러낸 채
늘어져 있는 이 적신나녀가 적미공주라니......
"믿을 수 없군! 대체 누가 이런 음모를......"
하후린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데,
바로 그 때였다.
"흥! 간이 부었구나. 감히 비지에 들어 공주를 욕보이다니....."
돌연,
한소리 싸늘한 교갈이 하루린의 귓가로 흘러드는 것이 아닌가?
"......"
하후린은 흠칫했으나 이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보물침상의 보전 건너편,
그 곳에는 무수한 천하의 기병,
선기(神器)들이 자리해 있는 병기고였다.
그 중앙,
한 여인이 우뚝 서 있었다.
한데,
스르르-
툭, 투둑-
여인은 금빛의 궁장을 그대로 하나씩 벗어던지는 것이 아닌가?
황금의 여신!
화르르-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긴 금발에,
사내의 그것인 양 길고 금은 금미(金眉).
청보석이라도 박아 넣은 듯,
투명하여 잔잔한 호수와도 같은 벽안은 신비롭게 반짝이고,
출렁-
신경질적으로 벗어던진 젖가리개 사이로 물결이 일 듯 흔들리는 거봉,
그것은 차라리 투실투실하다고 표현해야 할 정도였다.
능히,
어린 아이의 머리만큼이나......
그리고
투툭-
여인은 치마마저 찢듯이 벗어던지며 교구를 돌려세웠다.
두 개의 만월이 붙은 듯,
팽팽하게 퍼져 흔들리는 둔부는 그대로 대지와도 같이 넓었다.
잘룩하게 들어간 세류요(細柳腰)......
여인,
들어갈 곳은 계곡처럼 움푹 패였고,
나올 곳은 그대로 거악인 듯 우뚝 솟은 그녀의 나신......
"으음......"
하후린은 절로 마른침을 삼켰다.
한데,
여인은 나체를 옮기며 병기전을 누비며 하나씩 자신의 나신을 가려가고 있었다.
황금빛 투구를 머리에 쓰고,
금빛의 육중한 갑주로 상체를 가리우고,
그것은 기실 갑주라 부르기엔 부적합한 것이었다.
거대한 육봉을 가리기에나 알맞은 젖가리개라고나 할까?
그리고,
그 밑으로 늘어진 황금빛 수실로 인해 여인의 신비궁은 간신히 가리고 있었다.
그리고,
여인은 하나의 거궁과 전통(箭筒)을 집어들고 있었다.
이어,
스윽-
금방여인은 교구를 돌려 우뚝 섰다.
여인의 분위기는 아예 뒤바뀌어져 있었다.
금빛의 투구를 깊게 눌러쓴 얼굴엔 차디찬 철혈기가 흐르고.....
둔부까지 치렁치렁 흘러내린 금발은 가볍게 흔들리며
여인의 나신에 가까운 육체를 가리우고 있었다.
또한,
그녀의 우수에 들린 일 장 길이의 금궁(金弓).
그녀의 옆에 놓인 전통에는 십이 대의 금시(金矢)가 들어 있었다.
여전사!
그리고,
그것은 하나의 사라진 신화명을 이어가는 것이었으니......
'금미공주 주소혜, 어떻게 알고......'
하후린은 금발의 벽안미녀를 보며 침음성을 삼켰다.
그렇다.
금미공주 주소혜!
바로 그녀였다.
적미공주 주악란과 쌍동이 여인.
사내로 태어났다면 능히 황위까지 넘볼 만한 무와 병을 지닌 여걸,
이미,
그녀는 십오 세 이전에 황궁의 비전절기를 모조리 습득한 몸이었고,
지난 이 년 간의 고련으로 그것을 이미 십이성까지 끌어올린
명실상부한 황궁 최강의 고수자였다.
지금,
금미공주는 벽안을 더욱 새파랗게 물들이며 하후린을 노려보고 있었다.
질식할 듯한 침묵이 대전을 감돌았다.
문득,
정적을 깨뜨리며 금미공주의 날카로운 교성이 터져나왔다.
"네가 하후린이냐?"
"......"
하후린은 무언으로 시인했다.
"너는 감히 황녀를 욕보였다.
그 죄는 능지처참에, 구족멸살을 당하고도 남을 중죄다!"
그... 그것은......"
하후린은 말을 채 잇지 못했다.
"아니라고 부인할 테냐?"
금미를 치켜올리며 싸늘한 냉갈을 토해내는 금미공주.
"......'
하후린은 할 말을 잃었다.
'내가, 발뺌을 해도 믿어줄 사람은 없다!'
하후린의 동공이 무겁게 침잠되었다.
'완벽한 올가미에 걸렸군!'
그는 자신이 도저히 빠져나오지 못할 함정에 걸렸다는 것을 느꼈다.
음모,
환성적인 음모의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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