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십전제왕, 그 위대한 탄생의 서곡
하후린!
자신의 성씨마저도 스스로 지어 가진 어쩔 수 없는 고집통.
도무지 그에게 있어서 남을 존경한다는 사실은 아예 그의 뇌리엔 존재치 않았다.
그런데 느끼고 있었다.
"쳇! 괜히 존경하고 싶은 할아버진데?"
그의 내부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감복.
그것은 하후린의 생애 초유로 느끼는 감정이었다.
문득,
"으응, 저것은?"
하후린은 좌우를 두리번거리다 한 곳에시선을 고정시켰다.
좌측 석벽,
그 앞에는 여러 가지의 기물이 놓여져 있었다.
우선,
두 개의 일 장에 달하는 거북의 등껍질이 눈에 띄었다.
핏물에 담그었다 꺼낸 듯 시뻘건 적혈구갑(赤血龜甲)!
그 앞엔 한 권의 죽경(竹經)과 하얀 백학의 깃털이 놓여 있었다.
"할아버지! 저건 내 거죠?"
하후린은 한쪽 눈을 찡긋하며 걸음을 옮겼다.
환상이었을까?
노문사의 입가로 손자의 재롱을 보는 듯 인자한 미소가 흘러감은?
"이렇게 큰 거북이를 어떻게 잡았지?"
하후린은 적혈구의 앞에 서서 요리조리 살펴보며 탄성을 발했다.
한데,
"응? 이건 갑골귀문이 아닌가?"
적혈구의 등껍질을 살펴가던 하후린의 눈가로 이채가 스쳐갔다.
불에 그슬린 듯.
일 장에 달하는 적혈구의 등껍질은 미세한 균열이 그어져 있었던 것이고,
그것은 이미 사어가 된 고대문자의 형상을 나타내고 있었다.
하후린은 적혈구의 등 위로 올라가 해독을 시작했다.
<제왕이 될 만하나
악과 피로써 그 지존좌를 넘보는 자,
제왕벌에 처단되리라!>
그것은 가공할 경고문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그 일벌백계의 혈사록을 남긴다.
그것을 곧 제왕혈기록이라 명명하리니......
중략-
그것에 왕도란 곧 자아의 완성일지니.
제왕이 된 자, 오라!
제왕벌은 환영한다!
하나,
기억할지어다.
제왕벌의 작위를 거부하는 자......
곧 제왕혈기록에 오를 것이고.
제왕오대작위, 공, 후, 백, 자, 남의 오등 작위에 오르기 위해 지옥혈에 물든 자......
또한
제왕혈기록에 오르리라......>
오오... 제왕의 피의 기록......
제왕혈기록(帝王血記錄)
언제 만들어졌는지 모를 신비의 역사.
바로 그것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제왕혈기록의 만들어진 연원이 밝혀지기도 했다.
-제왕벌!
그 공포의 신화명!
제왕들의 집단!
그 곳에 드는 자, 곧 천하일류의 제왕이고,
그 등급에 따라 작위를 부여 받는다.
그 신비의 장막은 그렇게 벗겨지고 있었다.
피의 제왕혈기록과 함께......
제왕혈기록은 제왕벌에 의해 분쇄된,
제왕의 자격은 있으나,
그 품도에서 미치지 못한 자들이 죽음에로의 집행 기록이었다.
<크으......
하늘이 본좌를 버렸다.
아니. 제왕벌을 배신한 댓가이리라.
하나.
대하(大夏)의 제황인 본좌가 겨우 제왕벌이
제왕오대작위 중 공작도 아닌 동천백작일 뿐이니......>
그의 피맺힌 절규가 생생히 기록되어 들려온다.
그것은 지상의 역사에 가리워진,
그야말로 천지대경동의 통천비사였다.
그것을 필두로......
<카카카!
나, 악마의 제왕을 거부하다니......
피의 죽음으로 이룬 제왕은 멸한다고?
크카카카!
죽어 주마!
하나, 악인마교는 영원하리라!>
악마의 제왕, 악마대혈황!
그의 피맺힌 절규가 흐르고......
<오호호호!
본녀, 요라의 제후 아황이 제왕벌의 품격을 떨어뜨린다고?
단지 그 이유 때문에 후작위를 박탈하고 요라성을 패멸시키다니......
하나,
기억하라!
지상에 남자가 존재하는 한,
요라의 하늘은 또다시 열릴지니......>
요의 제후, 미요후(美妖后) 아황!
여인의 악에 받친 요소가 대기를 진탕시킨다.
혈사의 대종, 천사혈종제(天邪血宗帝)!
천마의 시조, 아수마백작(阿修魔伯爵)!
사후세계의 제종, 백골단종(白骨團宗)!
......
하나같이
한 시대를 피의 검풍에 휘몰아 넣었던 죽음의 주재자들.
"이럴 수가......"
천하의 할후린이라 할지라도 경악성을 토할 수밖에 없었다.
전율의 비사!
"이것이 사실이라면,
역사는 제왕벌이라는 초인 제국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아닌가?"
하후린은 넋을 잃었다.
망연히 적혈귀갑을 응시하던 그는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제왕혈기로는 수(隨)까지만 기록되었다.
그 이후는 끊어어진 것으로 보아......"
제왕혈기록!
두 개의 귀갑에 새겨진 그 통천비사는 수대까지밖엔 없었다.
"제왕벌......"
하후린은 처음 들어보는 초인 집단의 이름을 되뇌이며 머리를 흔들었다.
'제왕들의 군집체라니,
그렇다면, 그것은 병세무적군림의 초인 제국이 아닌가?'
알지 못할 한기가 그의 배심을 흐르고......
아울러,
그의 가슴 저미는 곳에서는 불 같은 투혼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파괴의 욕망과 도전의 야망화였다.
"후후, 한 번쯤 도전해 보리라!
오대작위가 아닌, 제중제왕, 제왕벌의 지존제왕에게......"
하후린은 결심을 굳혔다.
"그러기 위해선 애초의 목표대로 십전제왕이 되리라!"
츠으으-
하후린......
이 인간 같지 않은 소년의 결심!
그것은 환우무림계의 또다른 영세 신화를 창조하는 첫걸음이었다.
강함에 도전하는 끝없는 투혼아!
죽경!
대나무를 잘라 만든 그 죽책은 상당한 부피였다.
여긴 또 뭐가......"
하후린은 죽경을 펼치며 호기심을 발동시켰다.
<본 공작은 제왕벌의 대총사인 백리군(百里君)이라 하오.
공식 명칭은 천문대공작!>
"제왕벌의 문사시라......"
하후린은 힐끗 노문사를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그저 서당의 훈장 정도로 생각하는 하후린.
그는 알지 못했다.
제왕벌의 대총사!
거기에......
-천문대공작!
그 직위는 곧 천하 유림의 대종주가 되는 것이었으니......
<허헛, 웃으실 게요.
능히 당신만이 그럴 자격이 있소!
그대는 운명적으로 하후씨를 지닌 사람이오.
지상에 죄천되신 천인이시여!>
"어엇! 내가 만든 건데, 하후씨는......"
죽경을 읽어 내려가던 하후린은 아연실식하고 말았다.
하후......
그런 성은 지상에 없었다.
하후린은 임의로 지어 자신이 씨조가 되겠다고 붙인 것인데.....
천문대공작 배리군!
그는 구중천황비고에 들 인물이
하후라는 괴성을 지닌 잠룡임을 이미 예측하고 있다는 말인데......
<수양제(隨陽帝) 말엽......
제왕벌은 흩어진 환란의 와주에서 중대란 위기에 봉착하였소이다.
제왕벌에의 최후, 최대의 도전!>
죽경의 내용은 공포의 신화가 이어지지 못한 이유를 담고 있었다.
그 내막은, 사상 초유의 대비사를 일컫는 것이었다.
천 년 전,
천하인 중 아는 자가 전무한 상태에서 일어난 전율의 비사!
제왕벌!
벌이라 불리우나 그것은 하나의 제국을 일컫는 말이었다.
제왕들의 제국!
그곳은 크게 이원화된 세력을 지니고 있었다.
-제왕십로군단!
환우천하를 십등분하여,
그 일방을 수호하는 제왕군벌,
각자의 영역에서 그들은 자유였으며,
그 십로군벌의 수장은 제국에서 임명한 공작위의 초인들이었다.
제왕십천대공작!
그들의 밑에는 각기 이 인의 수좌후작(首座侯爵)과 사 인의 금령백(金靈伯爵),
팔인의 철혈자작군(鐵血子爵君), 십육인의 전위남작(前衛男爵)이 보좌하고 있었다.
제왕벌에서 말석인 남작위의 인물이라도 그것은 곧 한 방면의 제왕이 아닌가?
제왕십로군단(帝王十路軍團)!
그 하나의 군단의 힘은 곧 일국을 감당할 정도였다.
그 가공할 파천황(破天荒)의 거력!
한데,
그 미증유의 힘도 제왕벌의 일각에 불과한 것이었으니......
제국과 제왕십로군단과의 연락두절!
그로부터 시작되었다.
제국 내에서 급파된 천문대공작 백리군은
제왕십로군단에 아무런 이상도 없음을 파악하자 급거 제국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없었다.!
제국이 자리한 곳은 지상에 존재할 수 없는
저주강무(咀呪强霧)에 휩싸여 있었던 것이었다.
악마의 혈요......
천마와 잠사 지독......
그리고 무엇으로 형용할 수 없는 지옥혈령기......
그로부터 제왕벌은 사라지고 말았다.
들어갈 수도 나올 수도 없는 절대 사역으로 변모해 버린 것이었다.
이어, 공포의 신화도 그 맥을 끊었으며.
<노부는 제왕십로군단의 십천대공작들을 회동시켰소.
그들이 힘을 합쳐 십전제왕천파기(十全帝王天破忌)로써 부순다면 충분히 가능했기에......
하나, 거기엔 두 가지 변수가 있었소.
그것을 평친다면 그들은 목숨을 잃어야 한다는 것과,
진존좌에의 도전!
바로 그것이었소!>
"치사한, 사내 자식들이 까짓 목숨 때문에 신의를 저버려? 에그........"
하후린은 혀를 차며 천문대공작을 바라보았다.
"할아버지도 어리석고!
아, 그래 일단 그들을 제국인지 어딘지로 꾀어가서 일을 시켰으면 될 것을.....
미리, 발설을 했으니......"
그는 고개를 저으며 죽경으로 시선을 주었다.
<허허, 꾸중하실 것을 각오했소이다.
천인이시여!>
"앵? 진짜 귀신이네."
하후린은 아예 기가 꽉 막히고 말았다.
"쯧, 노친네가 같이 놀려 그래? 새까만 어린애하고?"
하후린은 눈을 치뜨며 툴툴거렸다.
<노부는 실수를 통감했으나, 이미 엎지러진 물,
하여, 노부는 천뇌만통자(天惱萬通子)란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소!>
"천뇌만통자? 이 노인이?"
하후린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천뇌만통자!
천문대공작은 몰라도 이 이름을 모르는 자는 대륙 천지에 없었다.
유림의 대시조!
백파쟁명(百派爭名)을 일통시키고,
유계의 신기원을 이룩한 선지자!
무릇,
유림에 들려는 자는 곧 그의 이름부터 뇌리에 각인시켜야 했다.
한데,
그가 천문대공작 백리군의 이명이었다니......
<노부 말년에 천기를 본 바,
천 년 후,
환우천하는 고금에 다시 없는 혈겁이 불리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소.
거기에,
제왕벌에 패멸되었던, 악, 사, 요, 마,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폭발하리니......
그 힘은 제앙의 모든 힘이 합쳐야 대항할 정도로 가공할 것이리라.
십로군단은 야망으로 분열되었고,
제국은 철저히 봉쇄되었으니.
오오, 보이는도다.
죽은 자의 진혼곡이 울리고......
피의 바다가 천지를 휩쓸리니......
죽음의 세계 속에 신음하는 정령이 통록!
하나, 하나......
오오...... 경배할지어다!
십전제왕 하후의 제왕이 현림하실지니......
하늘이 열리고, 대지가 앙복하리라.
삼가 천인께 유림의 모든 것, 유교총림을 바치며......
두 가지 공부를 알려드릴까 하오니 받아 주시길......
-천문대공작 백리군, 상서!>
긴 장문은 그렇게 끝을 맺었다.
그리고,
"천하의 유생이 내 부하가 된단 말이지?"
하후린은 좌우지간 기분이 좋았다.
문득, 책장의 마지막을 보던 그의 눈가로 반짝 이채가 스쳐갔다.
-유밀백종무심결(儒密白宗無心訣)!
그런 구절이 눈으로 들어온 때문이었다.
"이것이다! 양부께서 얻으라 하신 것,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하후린은 격동에 몸을 떨었다.
그것은 하나의 심결이었다.
부동청정심결(不動淸淨心訣)!
그 어떤 이기(異氣)라도 제어할 수 있는......
하후린은 체내에 응축된 여인에 대한
활화산 같은 요화마저 그것은조절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미 그것은 하후린의 뇌리에 깊숙이 박혔고.
죽경의 마지막 장엔 하나의 무공이 남겨져 있었다.
<천인께 유교총림의 신부(信符)인 유종무적풍(儒宗無敵風)을 드리오리다.
부디......
지옥의 아수에서 제왕벌을 구해 주시길 비오이다.>
-유종무적풍!
그것은 백학의 깃털이었다.
슥!
하후린은 바닥의 백우를 집어들며 흔들어 보았다.
화라라라-
좌우로 흩날리는 배우,
하나, 그것은 하나가 아닌 열두 개였다.
내공을 주입시키면 퍼지며 하나의 백우선이 되고,
-백전비폭류(白電飛爆流)!
열두 가닥의 하얀 번개가 천공을 가르면,
거치는 그 모든 것이라도 박살내고야 돌아오는 가공할 파천암기(破天暗器)!
그것은 천하의 천만유생이 앙복해야 하는 절대의 천부이기도 한 것이었다.
"후후, 걱정마십시오. 고, 십로군단을 혼내 주고,
십전제왕이 되어 제왕제국도 접수해 주겠소.
물론 나를 훼방 놓은 자들은 모조리...."
스윽-
하후린은 장난스레 미소지으며 손으로 자신의 목을 그었다.
"지옥으로 보내 줄 것이오!"
이어 그는 천문대공작 백리군에 일배를 취한 후 신형을 돌렸다.
아는가?
자금성의 절대비역, 황금비고에서 일어난 조그만 바람을.
하나,
그것은 곧 강풍으로 변했고,
대해일을 동반하여 환우천하를 강타할 대폭풍이 되어 날아오르리니......
-십전제왕 하후린!
그 위대한 탄생이 서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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