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십왕무적

제 54장 영웅의 위기

오늘의 쉼터 2014. 10. 3. 23:08

제 54장 영웅의 위기

 

종마.
그는 한 눈에 알아보았다.
마운룡이 하루 전에 만났을 때보다 두세 배 더 강해졌음을.
마운룡의 등장은 종마에게 있어 좋은 구실이 되었다.
그 같은 종마의 내심의 변화를 빠르게 알아차린 마운룡.
그는 종마를 향해 정중히 포권하며 입을 열었다.
[ 피차 급한 치료를 요하는 부상자들이 있으니

이 정도에서 사정을 봐주시지요!]
그 말에 종마는 못이기는 척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흥. 좋다! 네놈이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거절할 수야 없지!]
이어.
그는 인사불성된 채 쓰러져 있는 비마의 몸을 안아들며 말했다.
[ 대신. 조건이 있다!]
[ 말씀하시오!]
종마는 흘깃 독심귀의를 일견하며 냉막한 어조로 잘라 말했다.
[ 저 놈을 네놈이 내 대신 죽여줘야겠다!]
마운룡은 무서운 눈길로 독심귀의를 노려 보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 점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자는 소생과도 청산할 빚이 있으니까요!]
그 말에 종마는 비로소 만족한 듯 괴소를 터뜨렸다.
[ 크크.... 그렇다면 안심이다!]
이어.
그는 비마를 안아든 채 걸음을 옮기려 했다.
[ 잠깐만 기다립시오. 노인장!]
문득 마운룡이 종마를 불러세웠다.
[ 왜 그러느냐?]
종마는 의아한 눈으로 마운룡을 돌아보았다.
마운룡은 그런 종마를 향해 침중한 음성으로 말했다.
[ 이곳 황금미궁 내에는 수십만 근의 화약이 묻혀있어
머지 않아 조열지옥으로 화할 것입니다!]
그의 말에 종마는 흠칫하는 표정을 지었다.
[ 그게 정말이냐?]
[ 사실입니다.

천마황을 사칭하는 자가 노인장의 주인과 무림인들을 몰살시키기 위해 만든 악독한 함정이지요!]
종마는 마운룡의 말에 분노를 금치 못하며 안면을 일그러뜨렸다.
[ 저런 육시를 할 놈!]
마운룡은 그런 종마를 바라보며 진중한 안색으로 말했다.
[ 어서 귀주인을 찾아 이곳을 떠나도록 하십시오!]
종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 알았다! 네놈에게 큰 빚을 지는구나!]
그는 마운룡을 향해 진심으로 감사의 눈빛을 보냈다.
이어.
[ 우.....!]
그는 웅혼한 함성을 내지르며
비마를 안안든 채 통로 밖으로 날아나갔다.
그의 모습이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장내는 다시 무거운 적막 속에 빠져 들었다.
이윽고.
[ ....!]
종마가 사라진 곳에서 시선을 떼던 마운룡.
그는 일순 움찔했다.
[......!]
[......!]
금정모모를 비롯한 네 명의 여종사들.
그녀들이 자신을 뚫어지게 주시하고 있지 않은가?
비록 부득이한 사정 때문이었으나
마운룡은 그녀들의 육체를 범한 생각 때문에 가슴이 찔렸다.
이윽고.
마운룡은 머쓱한 표정으로 급히 네 여종사를 향해 포권했다.
[ 네 분의 강녕하신 옥용을 뵈니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그러자.
네 여인 중 풍뢰도후가 붙임성있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 소협이 십황전주이신 마운룡 소협이신가요?]
[ 그렇습니다!
옥비연 누님이 드디어 천신환의 해약을 만들어내신 모양이군요!]
그 말에 금정모모가 불호를 외며 자애로운 음성으로 말했다.
[ 아미타불. 천약서시 대려군 여시주께서
옥비연 시주를 도와준 결과지요!]
마운룡은 그녀의 말에 반색하며 물었다.
[ 대소저께서 사천당문에 계십니까?]
금정모모는 자애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습니다. 전후 사정 얘기는 나중에 말씀드리기로 하고
우선 화시주님의 상세를 살펴보기로 하지요!]
[ ......!]
금정모모의 말에 마운룡은 급히
한쪽 옆에 쓰러져 있는 월영신모 화용월에게로 다가갔다.
순가.
( 위험하다!)
그는 한 눈에 월영신모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그녀의 숨결은 극히 미약해져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때
[ 아미타불....!]
천뢰상인과 개천신장의 상세를 살피던 금정모모가
합장하며 침중한 불호를 외었다.
[ .....!]
마운룡은 그녀의 불호성을 듣는 순간 사태를 짐작할 수 있었다.
천뢰상인과 개천신장.
그들 두 사람은 이미 절명한 것이었다.
그들은 종마의 무서운 종소리에 두 번 거푸 타격을 받아
내부가 산산이 으깨어져 버린 것이었다.
비록 월영신모의 숨결은 아직 남아 있으나
그녀 역시 천뢰상인이나 개천신장보다 별로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마운룡이 대강 진맥한 결과로도
그녀의 내부는 대부분 원위치에서 이탈해 있었다.
또한.
수십 군데 심맥마저 무참하게 박살난 상태였다.
그러고도 아직 숨결이 남아있는 것은
그녀의 내공이 천뢰상인이나 개천신장보다

한 단계 위였기 때문이었다.
마운룡은 급히 월영신모의 대혈 몇군데를 짚었다.
( 이 모두 독심귀의라는 놈 때문이다!)
그는 분노의 표정으로 이를 부득 갈았다.
이어.
[ 육시를 할놈! 한 발만 더 움직이면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어 주겠다!]
마운룡은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사나운 음성으로 일갈했다.
그의 일갈에
[ ....!]
살금살금 도둑 고양이처럼 빠져 나가려던
독심귀의는 기겁하며 멈춰섰다.
이윽고.
마운룡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독심귀의를 향해 다가섰다.
순간.
[ 으.....!]
마운룡의 분노에 찬 시선을 접한 독심귀의는 전율을 금치 못했다.
마운룡은 냉혹한 눈으로 독심귀의를 노려보며 말했다.
[ 모두가 네놈 때문이다.
나 마운룡은 본래 살인을 즐기는 편이 아니지만

오늘만큼은 살계를 범하지 않을 수 없다!]
순간.
[ 잠.... 잠깐만!]
독심귀의는 사색이 된 채 다급히 입을 열었다.
[ 쓰레기 같은 놈! 또 무슨 할말이 남았느냐?]
마운룡은 냉혹한 눈으로 독심귀의를 노려보며 일갈했다.
독심귀의는 초조한 눈빛으로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자신이 이 위기에서 살아날 수 있는 방도를 생각해 내려 함이었다.
그러다.
[ .....!]
그 자의 눈이 마운룡의 뒤에 서서 무서운 눈으로 자신을 노려 보는
금정모모를 비롯한

네 여인의 모습에 이르렀다.
순간.
( 바로 그거다!)
독심귀의의 눈에 퍼뜩 이채가 스쳤다.
비로소 살아날 방도가 떠오른 것이었다.
이어.
그 자는 교활한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 에에. 네놈이 노부보고 쓰레기라 욕할 자격이 있기나 하느냐?]
[ 무슨 헛소리냐?]
마운룡은 독심귀의의 말에 눈을 부릅뜨며 노갈을 내질렀다.
하나.
이미 염두를 굴린 독심귀의는 태연하게 히죽 웃었다.
[ 크크..... 설마 연혼동에서 있었던 일을 잊은 것은 아니겠지?]
그 자는 야르산 시선으로 금정모모등
네 여인의 몸을 ?어보며 이죽거렸다.
순간.
[....!]
마운룡은 그 자의 간교한 말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또한.
금정모모등 네 여인들도 안색이 일변했다.
[ 이 더러운 늙은이!]
마운룡은 사납게 폭갈을 내지르며
그대로 독심귀의를 내리치려했다.
바로 그때.
[ 잠깐!]
꽈릉----!
돌연 그의 등 뒤에서 사나운 교갈이 터지며
한 줄기 매서운 경풍이 마운룡의 등으로 쇄도해 들었다.
( 엇!)

마운룡은 별 수 없이 급히 발을 옆으로 옮겨 급격히 쇄도하는 경풍을 피해냈다.
[.....!]
그는 몸을 피하며 고개를 돌렸다.
네 여종사 중 가장 성격이 드센 천산여제 백리벽령!
그녀가 무서운 눈으로 마운룡을 노려보고 있었다.
[ 연혼동에서의 일이라니.... 그레 무슨 소리지요?]
그녀는 싸늘한 음성으로 마운룡에게 다그쳐 물었다.
[그.... 그것은.....!]
마운룡은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더듬거렸다.
그러면서 그는 독심귀의를 잡아 먹을 듯이 무섭게 노려보았다.
하나.
독심귀의는 교활하게 히죽 웃으며 말했다.
[ 헤헤... 살인면구할 작정은 아니겠지?]
[ 이..... 이 비열한 늙은이!]
마운룡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단번에 손을 쳐들어 독심귀의를 격살하려 했다.
하나 그때.
[ 기다려요!]
슥!
천산여제가 급히 뛰어들어 마운룡과 독심귀의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이어.
그녀는 두 사람 사이에 버티고 선 채
싸늘한 음성으로 독심귀의를 다그쳤다.
[ 말해라! 연혼동에서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이냐?]
그 말에 독심귀의는 짐짓 겁에 질린 듯 마운룡을 곁눈질했다.
[ 크크.. 그것을 말하면 위대하신 십왕전주께서
이 늙은이의 목숨을 살려두지 않을 텐네....!]
하나.
천산여제는 싸늘한 음성으로 장담했다.
[ 그런 걱정은 마라!
만일 그가 끝내 늙은이를 죽이려 한다면 먼저 나부터 죽여야 할테니까!]
독심귀의는 그녀의 그 말에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 크크.... 그럼 내가 연혼동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주면
노부의 목숨을 보장하겠느냐?]
[ 물론이다!]
천산여제는 망설임없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독심귀의의 얼굴에 히죽 득의의 미소가 떠올랐다.
그 자는 교활한 눈알을 굴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 켈켈! 천산의 여제왕께서 보증하시는 데야 겁날 것 없지!
사실 연혼동에서 저놈은....!]
순간.
[ 이놈....!]
피----잉!
마운룡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독심귀의를 향해 지력을 날렸다.
태양지력----!
그것이었다.
하나.
[ 아미타불....!]
[ 그렇게는 안돼요!]
금정모모와 사황모가 측면에서 교갈을 내지르며 장력을 내쳤다.
다음 순간.
푸스스스...!
마운룡이 내친 태양지력은 여인들의 합공에 부딪혀
헛되이 옆의 석벽으로 튕겨져 나가고 말았다.
그 모습에 독심귀의는 음험하게 웃으며 야유를 퍼부었다.
[ 켈켈! 네놈도 별 수 없구나!
자기의 치부가 드러나려 하니까 하오문의 장배들처럼 날뛰다니....!]
하나 그순간.
[ 닥치고 하던 말이나 계속해라!]
천산여제가 잡아먹을 듯 사나운 기세로 교갈을 내질렀다.
독심귀의는 찔끔했다.
[ 헤헤. 알았다.

사실 저 놈은 연혼동에서 너희들 네 계집의 육체에 음심을 품고 차마 입에 올리지 못할 짓을 했다!]
그 자는 짐짓 화난 음성으로 흥분하며 말했다.
순간.
[ 뭐라고?]
[ 아미타불....!]
네 여인은 삽시에 안색이 하얗게 변하며
경악성과 함께 교구를 비칠했다.
그 모습에 마운룡은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 다 틀렸다!)
기어코 자신이 가장 죄스럽게 생각하는 치부가 밝혀진 것이었다.
[ 아미타불.... 그.... 그게 정말인가요?]
불심깊은 여승 금정모모도
엄청난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마운룡을 노려 보았다.
그때.
[ 헤헤. 그럼 나는 더 이상 볼일이 없으니 이만 가보겠다. 이의 없겠지?]
독심귀의가 빠르게 눈치를 살피며 교활한 음성으로 말했다.
이어.
슥!
그 자는 어마 뜨거라하고 급급히 그곳에서 달아났다.
[ 클클.... 잘들 해봐라!
또 한번 그 놈과 재미를 보든 말든 관계치 않을 테니....!!]
멀리서 독심귀의의 야유에 찬 음성이 들려왔다.
이윽고.
네 여인들은 일제히 마운룡을 에워쌌다.
[ 어서 대답해라!]
천산여제는 서릿발같은 음성으로 마운룡을 다그쳤다.
네 여인의 기세는 삼엄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녀들의 눈에는 이미 마운룡에 대한
경외심 같은 것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오직 그녀들은 마운룡이 자신들의 육체를 범했다는 사실에
분노와 함께 엄청난 살기를 느낄 뿐이었다.
마운룡은 그런 여인들의 기세에 내심 처연한 고소를 지었다.
( 후훗! 마운룡 네 인생도 여기서 끝장이구나!)
이윽고.
그는 여인들의 앞에 떨썩 무릎을 꿇었다.
[ 네 분의 처분만 바랄 뿐입니다!]
그는 눈을 내리감은 채 처연한 음성으로 말했다.
순간,.
[ 으음!]
[ 아.... 아미타불....!]
네 여인은 신음성을 발하며 교구를 휘청했다.
그녀들은 너무나 엄청난 이 사실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표정이었다.
네 여인.
그녀들이 누구인가?
하나하나가 모두 무림의 인망높은 여종사들이 아닌가?
한데.
그런 자신들의 정절을 마운룡이 짓밟다니...
그녀들은 엄청난 분노로 완전히 이성을 상실하고 말았다.
이윽고.
[ 바득.... 오냐! 내 몸을 더럽혔으니 네 목숨으로 보상해라!]
풍뢰도후가 울부짖듯 외치며 마운룡을 향해 칼을 뽑아들었다.
온통 분노와 절망으로 뒤범벅된 눈빛.
그런 그녀의 두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줄줄 흘러 내리고 있었다.
긍지 높은 하북 팽가의 안주인.
그런 자신의 몸을 더럽혔으니
장차 무슨 낯으로 팽가로 돌아간단 말인가?

한편----!
풍뢰도후가 마운룡의 머리를 보도로 내리치려는 것을
숨어서 지켜보며

득의의 음소를 흘리는 자가 있었다.
( 흐흐.. 그래! 어서 그 얄미운 놈의 머리통을 뽀개버리는 것이다!)
부서진 석벽 뒤.
언제부턴가 한 명의 청년이 찰싹 달라 붙어 있었다.
- 신월잠룡 아극파!
바로 그 자가 아닌가?
그 자는 종마가 울린 연혼금종의 소리를 듣고 왔다가
우연히 마운룡이 네 여인에게

핍박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것이었다.
아극파는 득의의 표정으로 조소를 흘렸다.
( 꼴 좋구나. 그렇게 천지를 모르고 건방지게 날뛰더니
결국 계집의 손에 인생을 마감하고 말다니....!)
그 자는 짐짓 안됐다는 듯 혀를 차기까지 했다.

 

아극파.
그 자는 마운룡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라면 여자를 범한 정도의 죄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나.
마운룡----!
그는 결코 그렇지 못했다.
마운룡은 풍뢰도후가 자신을 죽이려 들어도 피하지 않을 것이다.
[....!]
아극파는 득의와 흥분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풍뢰도후가 마운룡을 격살하기를 기다렸다.
그때.
[ 죽어랏! 이 나쁜 놈!]
풍뢰도후는 비통하게 울부짖으며 맹렬한 기세로
수중의 보도를 마운룡의 머리를 향해 내리쳐갔다.
위---- 잉!
그녀의 손에 들린 보도가 무서운 기세로 마운룡의 천령개를 내리 찍어갔다.
절대절명!
아.... 마운룡!
그는 과연 이대로 죽고 말 것인가?
한 마디 변명조차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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