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십왕무적

제 52장 들개들의 살생전

오늘의 쉼터 2014. 10. 3. 22:52

 

제 52장 들개들의 살생전

 

짙은 어둠.
주위는 코 앞에 내민 자신의 손가락조차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다.
그 어둠 속.
[ 크으..... 정말 무섭구나. 치우신권!]
문득.
한소리 참담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노인.
한 명의 흑의노인이 어둠 속에 가부좌를 튼 채 앉아있었다.
대나무처럼 깡마른 체구.
그에 비해 두 발이 유난히 큰 인물이었다.
한데.
흑의노인의 모습은 실로 처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의 가슴 부분은 온통 피범벅이었다.
뿐만이 아니었다.
부러진 늑골 몇 개가 피부를 뚫고 삐죽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죽어도 여러 번은 죽었어야할 중상이었다.
하나.
흑의노인은 아직 죽지 않았다.
그것은 그가 한 가지 뛰어난 마공을 연마한 덕분이었다.
그 마공 덕분에 흑의노인은 심장이 으깨어지거나.
목이 잘리기 전에는 결코 죽지 않는다.
흑의노인은 참담한 고통에 안면을 이지러뜨렸다.
하나.
지금.
그에게는 그 고통은 아랑곳조차 없었다.
그의 두 눈은 온통 경악과 불신. 그리고 회의로 뒤범벅되어 있었다.
[ 놈의 권법에는 마공진기를 흐트러뜨리는 폭풍권강이 함유되어 있었다.

역시 장백 치우일족이 그 옛날 대조종님을 좌절시킨 팔황 중 폭풍권신의 후예란 말인가?]
흑의노인은 신음하며 미미하게 전신을 떨었다.
비록.
선천마공 덕분에 목숨을 잃지는 않았으나 당분간 그는 운신하지 못할 것이다.
흑의노인의 입장에서는 운이 없었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그가 이곳 황금미궁에 들어오자 마자 맞닥뜨린 것이 최강의 적수였다.

 

- 고려권황 남이!
바로.
그였다.
천외구중천의 지존들 중 사실상의 최강자.
흑의노인은 고려권황과 일전을 겨룬 결과 양패구상했다.
하나.
정확히 말하자면.
이 흑의노인의 패배였다.
당분간 내공을 운용하지 못할 중상을 입었기 때문이었다.
비마 ---!
그렇다.
흑의노인은 바로 비마였다.
삼극동심맹의 세 맹주들인 삼극마조 중의 둘째.
하루에 만리를 달리는 가공할 경공술.
그리고.
백만 근의 철괴도 한번의 발길질로 으깨어 버릴수 있는
붕천연환각의 소유자.
바로.
그가 비마였다.
지금.
그는 낭패한 신색으로 운공요상 중에 있었다.
비마는 침중한 신음성을 발하며 중얼거렸다.
[ 크... 이런 중요한 때에 지존을 수행해 드리지 못하는 죄를 어찌 씻는단 말인가?]
그는 죄책감에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한데.
비마의 중얼거림이 끝났을 때였다.
[ 클클클..... 그 계집보다 네놈 자신의 목숨이나 걱정해야 하지 않느냐?]
돌연.
한줄기 괴악한 음소가 비마의 귓전을 파고들었다.
이어.
스슥....
어둠 속으로 한 명의 추괴한 꼽추노인이 유령같이 나타났다.
독심귀의!
바로.
그자가 아닌가?
그 자의 뒤.
이남일녀가 그림자같이 서 있었다.
비운의 여인 월영신모.
그리고.
역시
천신환을 복용하여 백치가 된 개천신장이란 인물과
한 명의 노도인이었다.

 

- 천뢰상인!

노도인은 바로 무당파의 전대 장문인인 천뢰상인이었다.

독심귀의 일행이 나타난 순간.
비마는 내심 당황을 금치 못했다.
( 빌어먹을.... 하필 이런 때에 나타나다니....!)
그의 운공요상은 가장 중요한 때에 이르러 있었다.
독심귀의는 음산한 눈을 번득이며 비마를 노려보았다.
[ 네놈 뿐 아니라 황금미궁에 들어온 놈들은 누구도 빠져 나가지 못한다!]
이어.
그자는 잔혹한 음성으로 뒤를 돌아보며 명했다.
[ 저 늙은이를 사로잡아라!]
그자는 신주기병이 된 개천신장과 천뢰상인에게 지시했다.
그자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 ......! ]
[ .....! ]
개천신장과 천뢰상인은 무표정한 안색으로 즉시 비마를 향해 덮쳐들었다.
비마는 다급해졌다.
( 빌어먹을.... 도리가 없다!)
다음 순간.
팟!
그는 급히 운공을 중단하고 손으로 지면을 후려치며 그 반동으로 떠올랐다.
동시에.
[ 물러서랏!]
위잉----!
그는 사나운 일갈을 내지르며 오른발로 맹렬히 덮쳐드는
개천신장과 천뢰상인을 향해 휘둘렀다.
순간적으로 수십개로 늘어나는 비마의 발그림자.
순가.
[ 붕천연환각!]
독심귀의는 두 눈을 부릎뜨며 경악의 신음성을 발했다.
그 직후.
꽈릉...
가공할 폭음이 들썩 사위를 뒤흔들었다.
콰당탕 ---- 쿵!
개천신장과 천뢰상인.
그들은 비마의 붕천연환각과 충돌하여 거칠게 뒤로 벌렁 나뒹굴었다.
하나.
[ 트윽!]
비마는 오공에서 피분수를 토하며 신형을 휘청거렸다.
부상당한 몸으로 무리하게 내공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개천신장과 천뢰상인은 천신환을 복용하여 절정고수로 화해 있었다.
부상당한 비마가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비마가 신형을 휘청거리고 있을 때.
슥!
돌연.
한 줄기 그윽한 살내음이 비마의 코 주위를 스쳤다.
동시에.
그림자같이 서 있던 월영신모가
득달같은 기세로 비마를 향해 육박해 드는 것이 아닌가?
월영신모----!
그녀의 손바닥에는 어느 새 새하얀 초생달 형상이 떠올라 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 신월.... 인!]
비마는 눈을 부릅뜨며 경악의 음성으로 부르짖었다.
그 순간.
쾅!
월영신모의 손바닥에 떠오른 초생달 무늬는
무자비하게 비마의 가슴을 격중시켰다.
콰당탕----!
비마는 순간적으로 거칠게 벽을 부딪혔다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 크.... 빌어먹을....!]
그는 신형을 바르작거리며 필사적으로 일어나려 했다.
하나.
쿵....!
다시.
그는 바닥으로 고꾸라지며 그대로 인사불성이 되고 말았다.
신월인----!
서천 신월기사단의 비전절기.
그것은 호신강기를 뚫고 심맥을 으깨는 무서운 효과가 있다.
이윽고.
[ 클클.. 잘했다. 신모!]
독심귀의는 월영신모를 돌아보며 음험하게 히죽 웃어보였다.
바닥에 쓰러진 비마.
그는 오공에서 선혈을 꾸역꾸역 쏟고 있었다.
그의 숨결은 극히 미약하여 기식이 엄엄한 상태였다.
독심귀의는 그런 비마를 내려다보며 음잔한 눈을 번득였다.
이어.
그자는 개천신장과 천뢰상인에게 다시 지시했다.
[ 데리고 가자!
잘하면 삼마지존을 유인할 때 요긴하게 쓰일지도 모르니까!!]
한데 그때.
[ ....!]
개천신장과 천뢰상인은 독심귀의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문득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독심귀의는 추괴한 안면을 보기싫게 일그러뜨렸다.
[ 내 말을 못들었느냐... 헉!]
버럭 일갈을 내지르던 독심귀의.
돌연.
그자는 두 눈을 부릅떴다.
언제부터 였을까?
어두운 통로 한 가운데.
한 명의 인물이 두 눈을 부릅뜬 채 우뚝 서있지 않은가?
노인.
그자는 깡마른 체구의 노인이었다.
일신에 헐렁한 장포를 걸쳤으며 강팍하기 이를 데 없는 인상.
그 깡마른 노인의 오른손에는
황금빛을 발하는 찬연한 종 하나가 들려 있었다.
순간.
[ 종.... 마!]
독심귀의는 경악의 눈으로 비명에 가까운 신음성을 발했다.
그와 함께.
그자는 자신도 모르게 비칠 뒤로 물러났다.
- 종마!
그렇다.
깡마른 노인은 바로 삼극마조의 둘째인 종마였다.
다음 순간.
[ 막.... 막아랏!]
독심귀의는 급히 손으로 귀를 틀어막으며 외쳤다.
그자의 명이 떨어진 순간.
[ 카앗!]
[ 우....!]
개천신장과 천뢰상인.
그리고.
월영신모는 주인의 명령을 충실히 따르는 사냥개처럼
일제히 종마를 향해 덮쳐갔다.
거의 동시에.
[ 천년마성의 버러지들....!]
종마가 싸늘한 냉갈과 함께 수중의 연혼금종을 쳐들었다.
그의 두 눈은 무서운 살기로 이글거렸다.
[ 죽여준다! 감히 천마의 가신을 해친 대가로!]
말을 마침과 함께.
데에----!
그는 수중의 연혼금종을 세차게 울렸다.
굉렬하고 웅혼하기 이를 데 없는 종음!
그것에는 가히 천지를 뒤엎는 가공할 위력이 담겨 있었다.
꽈르릉.....!
가공할 굉음과 함께 지하밀로가 송두리째 허물어질 듯 뒤흔들렸다.
다음 순간.
[ 크....!]
[컥!]
[악!]
삼 인의 입에서 동시에 처절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보라.
그들은 허공에서 신형을 비틀거리며
오공에서 선혈을 꾸역꾸역 쏟아내고 있지 않은가?
하나.
그들은 쓰러지지 않았다.
겨우 몸을 세운 삼 인.
그들의 두 눈에는 무의식 중에도 은은한 공포의 빛이 어렸다.
종마.
그는 그런 삼 인의 모습에 내심 흠칫했다.
방금 전의 일격에는 자신이 내공이 팔성 포함되어 있었다.
하나.
놀랍게도 월영신모 등은 단번에 쓰러지지 않은 것이었다.
종마는 눈썹을 꿈틀했다.
( 방심하면 안되겠군!)
그의 두 눈이 섬광이 작렬하듯 번쩍 빛났다.
다음 순간.
[ 쓰러져랏!]
그는 십성의 내공을 끌어올려 연혼금종을 쳐냈다.
데에---- 엥-----!
방금 전보다 더 굉렬하고 웅혼한 종음이
재차 주위를 뒤흔들며 터져나왔다.
하늘과 땅을 으깨는 듯한 쩌렁쩌렁한 종음.
직후.
쩌저적....
우르릉----!
지하밀로는 온통 지진을 만난 듯 무섭게 뒤흔들렸다.
그 굉음 속에서.
[ 크엑!]
[ 크---- 윽!]
다시.
처절한 비명이 잇따라 터져올랐다.
종마를 덮쳐거려던 월영신모와 천뢰상인.
그리고.
개천신장.
그들 삼 인은 한순간 피떡이 되어 거칠게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주먹을 맞은 듯 전신을 부들부들 경련했다.
그들이 오공에서 꾸역꾸역 토해내는 선혈 속.
그 속에는 부서진 내장 조각까지 섞여 있었다.
종마가 전력을 다해 내친 종소리.
그것에 삼 인의 내부가 산산이 으깨어진 것이었다.
비단 월영신모 등 뿐만이 아니었다.
[ 꾸륵.... 연.... 연혼금종! 과연.... 명불허전이다!]
독심귀의.
그자도 바닥에 쓰러진 채 바르작거리며 고통스러운 신음성을 발했다.
그자의 오공에서도 선혈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귀를 틀어 막았으나 종마가 울린 연혼금종의 소리는
완벽하게 막지못한 것이었다.
그 때문에.
그자 역시 내장이 뒤틀리는 중상을 입었다.
이윽고.
종마는 창백해진 안색으로 음산하게 독심귀의를 노려보았다.
[ 크크.... 감히 삼마를 건드린 대가다!]
이어.
그는 천천히 독심귀의를 향해 다가섰다.
십성의 내공을 사용하여 연혼금종을 울린 탓에
그의 내공소모는 아주 극심했다.
종마는 쓰러진 독심귀의 앞에 이르러 우뚝 멈추어섰다.
순간.
[ 살.. 살려주시오!]
독심귀의는 비굴한 표정으로 종마를 올려다보며 애원했다.
[ 살려달라고?]
종마는 냉혹한 표정으로 눈썹을 꿈틀했다.
그와 함께.
그는 슬쩍 한 손을 내쳤다.
순간.
[케 ---- 엑!]
독심귀의의 입에서 돼지 멱따는 듯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아!
종마의 가벼운 손짓 하나에 그자의 오른팔은
무참하게 으깨어져 버린 것이 아닌가?
독심귀의는 으깨어진 오른팔을 부여안고
참혹한 고통으로 떼굴떼굴 몸을 굴렸다.
종마는 그런 그자를 냉혹한 시선으로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 바득! 결코 네놈을 간단히 죽이지 않겠다!

사지를 모두 으깨주고 배때기를 갈라 네놈의 내장으로 목을 졸라죽여주겠다!]
그는 무섭게 분노한 음성으로 말했다.
인사불성된 체 쓰러져 있는 비마.
그의 모습이 종마를 격렬하게 분노케 하는 것이었다.
그에게 있어 비마는 형제 이상으로 소중한 존재였다.
그들은 천마조종의 재림을 기다리며
일천 몇백 년을 그늘 속에서 기다려온 삼마의 후예들이었다.
오직.
주인인 천마의 부름을 기다리며 묵묵히 살아온 들들.
그들 삼마후예들 간에는 피를 나눈 형제 이상의 우의가 있었다.
한데.
그렇듯 소중한 존재인 비마가 인사불성된 채
지금 종마의 눈 앞에 누워있지 않은가?
종마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 한 것은 당연하 일이었다.
이윽고.
[ 크크.... 이번에는 네놈의 다리를 으깨주마!]
종마는 잔혹한 웃음을 흘리며 다시 우수를 쳐들었다.
그는 냉혹무비하게 독심귀의의 다리를 으깨려 했다.
순간.
[ 제.... 제발....!]
독심귀의는 간절한 눈으로 종마를 올려다보며 애원했다.
하나.
종마는 냉혹했다.
[ 크크.. 삼마의 율법에 용서란 없다!]
말과 함께.
그는 우수를 내리쳐 독심귀의의 다리를 으깨려 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 아미타불.... 부디 세존이 호생지덕을 저버리지 마시기를.....!]
돌연.
종마의 등 뒤에서 한숨 섞인 나직한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순간.
[ ......!]
막 우수를 내리치려던 종마는 움찔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언제 나타났을까?
종마의 뒤.
한 명의 여승이 조용히 합장한 채 서 있었다.
아주 자애롭고 후덕한 인상의 노니.
그 노니를 본 순간.
쓰러져있던 독심귀의는 사색이 되었다.
( 저.... 저 암중은....!)
그자는 흡사 귀신을 본 듯 대경실색하며 눈을 부릅떴다.
그자는 그 노니가 누구인지 한눈에 알아보았다.

 

- 금정모모!

나타난 여승은 바로 금정모모였다.
아미파의 불심 깊은 노니.
그녀는 천신환을 복용하여 백치가 되었었다.
한데.
아....
보라!
지금
금정모모의 눈빛은 더할 수 없이 지혜로워 보였으며.
한없는 자애로움으로 깊숙이 빛나고 있지 않은가?
대체.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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