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십왕무적

제 29 장 凄切한 女心

오늘의 쉼터 2014. 10. 3. 09:54

제 29 장 凄切한 女心

 

마운룡


그는 혈도 백장천을 곁눈질하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자는 누군데 나를 알아보는 것일까?)
하나
지금 그의 온 신경은 바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흑의영니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흑의여인-


그녀는 놀랍게도 저 흑옥독황모에 필적하는 초고수였다.
비록 화룡지에서 또 한번의 광세기연을 얻은 마운룡이지만

 

단순히 내공만으로 따지면 흑옥독황모에 비해 오히려 다소 부족할 지경이었다.
마운룡은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중얼거렸다.
(역시 세상은 넓고도 넓다. 여인중에서 이런 초고수자가 또 있었다니...!)
그러다.
그는 일순 흠칫했다.
(..............!)


흑의여인

그녀가 마치 넋나간 듯 망연히 자신을 주시하고 있지 않은가?
그녀는 검은 면사로 얼굴을 가려 용모를 알아볼 수는 없었다.
하나
그녀의 면사가 은은하게 떨리고 있음을 마운룡은 보았다.
무엇때문인지 흑의여인은 몹시 격동하고 있는 것이었다.
마운룡은 검미를 보았다.
(저... 눈빛.... 어디서 보았지?)
그의 눈에도 의혹의 빛이 떠올랐다.
면사 사이로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촉촉한 흑의여인의 봉목
그 자애로운 눈빛은 아주 눈에 익었다
하나
그 눈은 어디서 보았는지 언뜻 기억나지 않았다.
흑의여인은 그런 마운룡을 주시하며 격동을 주체치 못했다.
(네... 네가 이렇게 훌륭하게 자랐구나! 룡아!)
그녀의 봉목이 기쁨과 놀라움으로 촉촉하게 물들었다.
이어
주르르.......
그녀의 눈에 고였던 물기가 마침내 견디지 못하고 볼을 따라 굴러내렸다.
마운룡은 그 모습에 흠칫했다.
(이 여자... 왜 눈물을 흘리지?)
그는 흑의여인의 돌연한 눈물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돌아가요. 삼공자!)
슥!
흑의여인이 한숨 섞인 음성으로 나직이 말하며 교구를 돌렸다.
그녀는 마운룡을 적으로 여기지도 않는 듯 무방비 자세로 등을 보였다.
물론 마운룡도 상대의 허점을 노려 공격할 정도로 비열한 성격은 아니었다.
하나.
어쨌든 강적을 눈앞에 두고 치명적인 허점을 보이는 흑의여인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순간,
( 잠....... 잠깐만 .............!)
마운룡은 급히 흑의여인을 불러 세웠다.
하나,
( .........!)
흑의여인은 아무런 대답없이 표표히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그러자.
슥...
혈도 백장천도 겁에 질린 눈으로 마운룡을 돌아보며

급히 몸을 날려 그 뒤를 따랐다.
( ...............!)


마운룡

그는 흑의여인을 쫓아갈 생각도 없이 멍하니 그녀가 사라진 곳을 주시했다.
(그녀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는 내심 신음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때,
마운룡의 눈치를 살피던 신목혜군은 재빨리 교구를 날려 달아나려 했다.
하나,
( 서시오! 할말이 있으니까!)
마운룡이 어느새 그것을 알아차리고 뒤돌아보지 않고 침중한 어조로 말했다.
( .........!)
신목혜군은 움찔하며 몸을 멈추었다.
그녀는 마운룡이 생각에 잠긴 틈을 이용하여 달아나려했다.
그녀는 생모 신목운영과 함께 무참히 능욕 당한후

세상의 모든 사내들을 저주해 왔다.
그 원한으로 그녀는 지금껏 간교한 수법으로

무고한 사내들을 수백 명이나 살해했다.
그 죄만으로도 신목혜군은 십왕전주인 마운룡의 손에 죽어 마땅했다.
신목혜군은 그런 자신의 죄를 잘 알기에 몰래 달아나려 한 것이었다.
하나,
결코 마운룡의 예민한 이목을 속일 수는 없었다.
마운룡은 신목혜군이 멈추어 서자 그제서야 돌아서며 엄숙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 소저는 당당한 다시 신목세가의 유일한 후예가 아니오?
더 이상 가문에 누를 끼치는 행위는 하지 마시오!)
그의 말에 신목혜군은 안도의 표정으로 배시시 미소지었다.
마운룡의 어조에서 그가 자신을 해칠 생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알자 신목혜군은 대담해졌다.
( 호호, 지금 내게 훈계하시는 건가요? 비록 당신이 중원맹주이고
십왕전주라 해도 나이는 내 쪽이 더 많은 것 같은데........!)
하나,
마운룡은 그런 신목혜군에게 명확한 어조로 자신의 뜻을 밝혔다.
(나이의 문제가 아니오. 나는 십왕전주가 된 입장이고......

지금까지의 소저의 행위는 불문에 붙이겠으나

오늘 이후 또 다시 무고한 사내를 해쳤다는 소문이 내 귀에 들리면

그때는 정말 용서치 않겠소!)
그의 단호하고 무서운 눈빛에 신목혜군은 찔끔하는 기색이었다.
하나,
이내 그녀는 냉소하며 오만한 음성으로 말했다.
(흥! 좋아요. 만일 전주가 나의 부탁 한 가지를 들어준다면

더 이상 무익한 살생은 하지 않겠어요!)
마운룡은 침중한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말하시오. 단. 내 능력으로 가능한 부탁이어야만 하오!)
그 말에 신목혜군은 요사한 눈빛을 번뜩이며 말했다.
( 물론 전주의 능력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에요!)
그녀는 야릇한 조소를 입꼬리에 문채 제의했다.
( 내 조건은 별게 아니에요. 나 신목혜군을 당신의 아내로 삼아 달라는 것이에요.
그것도 첩이나 후실이 아니라 정부인으로 말이에요!)
순간.
( ............!)
마운룡은 움찔했다.
그는 설마 신목혜군이 그런 요구를 해올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신목혜군.


그녀는 이미 수많은 사내들과 몸을 섞어온 것이 뻔한 일이었다.
매춘부나 다름없는 천한 몸
그런 자신을 아내로, 그것도 정부인으로 맞아달라는 것이 아닌가?
마운룡은 기가 막혀 잠시 할말을 잃었다.
신목혜군은 마운룡의 놀라는 모습에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 잘난척 해봤자 네놈 역시 다른 사내들과 다를 것이 없다!)
이어.
문득 그녀는 비웃음 섞인 교소를 터트렸다.
( 호호. 왜 이누나의 요구가 지나쳤나요?)
그녀는 마운룡을 주시하며 독기어린 음성으로 외쳤다.
( 정의가 어떻고 사랑이 어떻고 해봤자 모두 헛소리에 불과해요.
세상 사내들치고 위선자가 아닌자는 하나도 없어요!)
( .............!)
마운룡은 아무런 말없이 묵묵히 신목혜군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런 마운룡의 모습에 신목혜군은 코웃음 치며 조소를 흘렸다.
( 흥! 아무래도 무리한 요구였겠죠?

당당한 중원맹주께서 창녀를 부인으로 맞아들일 수는 없을 테니까요. 호호호!)
그녀는 고개를 젖히며 발작적인 교소를 터트렸다.
그런 그녀의 눈가로 영문을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한데.
다음 순간 들려온 마운룡의 음성이 그녀의 발작적인 교소를 멈추게 했다.
( 좋소. 소저의 요구를 받아 들이겠소!)
(......!)
신목혜군은 교소를 멈추며 멍하니 마운룡을 주시했다.
하나.
이내 그녀는 마운룡의 말이 농담이 아님을 깨달았다.
무섭도록 진지한 마운룡의 표정이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신목혜군은 그것을 깨닫는 순간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 이... 이 사람은 정말로 ........ 나를....!)
그녀의 사지가 사시나무 떨리듯 덜덜 떨렸다.
( 미... 미쳤군요. 당신!)
그녀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을 더듬거렸다.
하나.
마운룡은 결연한 신색으로 입을 열었다.
( 아니. 진심이오! 오늘 이후 소저는 나 마운룡의 약혼자요!)
그 말과 함께
그는 품 속에서 하나의 물건을 꺼내들었다.
현이 하나뿐인 작은 비파

 

- 파천슬

그것은 우내삼기 중 사실상 최강자이던 귀금모모의 유물이었다.
(이것으로 혼약의 증표를 삼겠소!

소저도 아무것이나 하나 내게 주시오!)
마운룡은 신목혜군의 앞으로 성큼 다가서 파천슬을 그녀이 손에 쥐어 주며 말했다.
순간.
( 나...     나는.......!)
신목혜군은 비칠 뒤로 물러서며 그것을 받지 못했다.
하나.
마운룡은 억지로 파천슬을 신목혜군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귀에 걸린 귀걸이중 하나를 벗겨냈다.
딸랑.........!
귀걸이에 달린 옥편이 부딪치며 맑은 소리를 냈다.
마운룡은 그 귀걸이를 소중하게 손에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식의 혼약은 다지관음 빙모님을 모시고 올리기로 합시다.!)
신목혜군은 당황하여 어쩔줄 몰랐다.
( 이..... 이봐요! 아까 내 말은 괜히 해본 소리에요. 그러니.....!)
그녀는 황급히 변명하려 했다.
하나.
마운룡은 고래를 저어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내 마음은 이미 결정되었소. 그러니 소저도 나와의 약속을 지켜 주시오!)
그는 엄숙한 신색으로 잘라 말했다.
(사천 당문이나 북망의 유령신문 등에 찾아가면 나와 연락이 돌 것이오)
이어.
그는 신목혜군을 향해 가볍게 손을 모아 보였다.
( 항주 일대는 위험이 가득하니 가능한 멀리 떠나도록 하시오!)
그 말을 마침과 함께
슥!
마운룡의 어깨가 한차례 흔들하더니

그의 모습은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
신목혜군은 멍하니 마운룡이 사라진 곳을 주시했다.
(이..... 이게 설마 꿈은 아니겠지?)
그녀는 망연한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주르르르......!
그녀의 두 눈으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나.
다음 순간 그녀는 전신을 부르르 떨며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안돼..... 나는 저 사람과 어울리지 않는 비천한 계집이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잘근 입술을 깨물었다.
(추악한 용모, 더럽혀질대로 더럽혀진 몸뚱이......

내가 어찌 저 사람의 청명을 더럽힌단 말인가?)
그녀는 비통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며 회한의 눈물을 삼켰다.


마운룡


그의 진실이 신목혜군의 가슴 속에 사라진 듯 보였던

순수한 마음을 일깨운 것이었다.
이 순간 격렬한 고통이 신목혜군의 방심을 엄습했다.
자신이 마운룡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속세를 떠나야만 한다. 저이가 다시는 나를 찾을 수 없도록......!)
신목혜군은 마운룡이 주고간 파천슬을 꼭 끌어안으며 내심 중얼거렸다.
이어
그녀는 힘겨운 걸음걸이로 비칠비칠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적막.
공동묘지의 밤은 이내 무서운 적막 속에 빠져들었다.
한 여인의 가슴 찢기는 고통을 아는지 모르는지 밤은 무심히 깊어가고 있었다.

슥!
마운룔.
그는 어둠 속을 달리며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 휴..  주소저에게 죄를 짓고 말았다!)
석림을 떠난 마운룡은 발길 닿는대로 경신술을 펼쳐 달리고 있었다.
그런 그의 뇌리로 한 명의 여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 주수경

 

바로 그녀였다.
북망 산록에 자리한 도관 청련각에서 본이 아니게 가연을 맺은 범상치 않은 여도고
당시 마운룡은 주수경을 자신의 정실로 받아들인다고 맹세했었다
한데
오늘밤 또 다시 그같은 약속을 신목혜군과 하고 만것이었다.
(휴. 장차 주소저를 만나면 무어라 변명한단 말인가?)
마운룡은 마음이 천근만근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 아악!)
돌연 어디선가 날카로운 여인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 ........!)
그 소리에 마운룡은 흠칫 멈추어섰다.

다음 순간.
슥!
어느새 그의 신형은 비명소리가 들린 곳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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