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십왕무적

제 27장 폭풍의 대륙

오늘의 쉼터 2014. 10. 3. 09:15

제 27장 폭풍의 대륙

 

초봄.
또 한 차례의 광풍이 중원무림을 휩쓸었다.
폭풍의 눈발.
그 진원지는 강남이었다.

- 구주황금막!
혼세육패천 중 강남의 패주.
황금으로 중원의 모든 것을 사려는 무리들.
그 구주황금막의 세력이 강남의 거의 전역을 지배하고 있었다.
한데.
그 구주황금막이 우연히 한 가지 물건을 수중에 넣으면서 겁운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반쪽의 양피지 때문이었다.
온통 난해한 문양들로 가득차 있는 다 낡은 양피지.
처음 그 양피지가 구주황금막에 들어갔을 때는

아무도 그것을 주시하는 사람이 없었다.
하나.
그 양피지의 정체가 알려지는 순간

구주황금막은 무서운 피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말았다.

저주마경.
그 양피는 놀랍게도 바로 저주마경의 장보도 중 반쪽이란 것이었다.
그 신빙성은 매우 높았다.
다수의 무림명숙들이 그 양피지의 존재를 확인했다.
몇 달 전.
천병신기보가 무림인들을 함정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부렸던 수작과는 달랐다.
당시.
무림인들은 있지도 않은 저주마경의 장보도를 노리고

천병신기보에 잠입했다가 수없이 살상당했다.
결국.
그로 인해 천병신기보 자체도 삼극동심맹에 의해 초토화되고 말았다.
현재 무림은 강북의 삼극동심맹과 강남의 구주황금막이

양분하여 지배하고 있는 상태였다.
두 막강세력의 팽팽하고 첨예한 대립.
한데.
그런 와중에 구주황금막에 저주마경의 장보도가 유입된 것이었다.
당연히 그것은 엄청난 반향을 수반했다.
첫 번째 혈겁은 구주황금막 내부에서 일어났다.
알다시피 구주황금막의 구성원들은 거의 모두 황금에 재주를 판 자들이었다.
즉.
언제든 배신의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김없이 현실화되었다.
저주마경의 장보도의 존재가 확인되자 구주황금막에 영입된 고수들은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치열한 암투를벌였다.
그 결과.
구주황금막의 최강고수들인 백대명인 중 팔십 명 이상이 죽고

그들을 추종하던 수천 명의 고수들이 살상당했다.
다행인지 황금막주라는 구주황금막의 신비한 지존은

그 혈겁에서 화를 모면할 수 있었다.
하나.
비록 내분의 화는 면했으나 구주황금막의 운명은

실로 풍천등화라 아니할 수 없었다.
이에.
황금막주는 비상의 수단을 강구했다.
그는 전무림에 공표했다.
다가오는 삼월삼일.
구주황금막의 총단에서 비무대회를 열어 장보도의 주인을 정할 것이라고.
그러한 황금막주의 공표로 인해 구주황금막은 일단의 화는 넘길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장보도를 욕심내서 선수를 쳤다가는 꼼짝없이

무림의 공적으로 화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를 두려워한 무림고수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욕심을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써 혈겁은 가라앉고 구주황금막은 안정을 되찾았다.
하나.
그것은 일시적인 것이었을 뿐.
구주황금막의 총단에 수많은 고수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비단 중원무림의 고수자들 뿐 아니라

천외구중천 등 변황무림의 고수들까지 속속 구주황금막으로 집결했다.
가히 구주팔황의 거의 모든 고수자들이

구주황금막에 집결했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런 가운데.
시간은 화살같이 흘러 구주황금막이

비무회를 개최할 날이 며칠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과연........!

- 항주.
절강성의 소도.
특히 석림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항주 외곽의 한적한 교외.
그곳에는 온통 망자의 원혼으로 가득찬 공동묘지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믐밤.
사위는 칠흑같이 어두웠다.
쉬 ------!
번 -----쩍!
여기저기에서 귀곡성과 함께 도깨비불이 번쩍이며 날고 있었다.
음산하고 으스스한 분위기.
귀기가 물씬 풍기는 공포스러운 공동묘지의 밤이었다.
한데.
슥!
문득 그 음산한 야음을 뚫고 하나의 인영이 소리없이 허공을 갈랐다.
대체 누구란 말인가?
대낮에도 유령이 횡행한다는 소문으로

접근을 꺼려하는 이곳을 거침없이 활보하는 자가.
스슥.......!
인영은 즐비한 비석들을 밟고 수십 장씩 앞으로 전진해 나갔다.
이윽고.
[ ........!]
하나의 높직한 비석 위에 이르러 우뚝 멈추어선 인영.
그 자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어둠 속을 살폈다.
온몸에 핏빛 장포를 걸친 장한.
그자는 얼굴마저 핏빛 두건으로 가리고 있었다.
음산하고 섬뜩한 분위기.
그 자의 허리에는 역시 핏빛으로 번들거리는 칼이 한 자루 걸려 있었다.
[ 내가 너무 빨리 도착했나?]
혈포장한은 미간을 찡그리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때.
[ 아니예요. 제때 왔어요!]
문득 한 가닥 온유한 여인의 음성이 혈포장한의 바로 뒤에서 들려왔다.
순간.
( 헉!)
혈포장한은 질겁했다.
그 자는 자신의 무공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한 자였다.
천하를 통틀어 오직 두 명에게만 뒤진다고 믿고 있는 그 자였다.
한데.
그런 혈포장한이건만 바로 뒤에 누군가 접근했음에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아닌가?
다음 순간.
화락!
혈포장한은 질풍같이 몸을 돌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하나.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 이...... 이럴 수가......!)
혈포장한은 일순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그 자가 몸을 돌린 속도는 가히 빛과 같았다.
하나.
그 사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 아닌가?
( 귀....... 귀신이란 말인가?)
혈포청년은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 자는 전신이 오싹해지는 한기를 느끼며 바짝 긴장했다.
[ 긴장할 필요 없어요. 삼공자!]
예의 온유한 음성이 다시 바로 뒤에서 들려왔다.
[ .......!]
혈포청년은 다시 한 번 움찔했다.
하나 이번에는 그는 천천히 돌아섰다.
그런 그 자의 앞.
한 명의 복면여인이 요요한 자태로 서 있었다.
일신에 칠흑같이 검은 상복을 걸친 여인.
그녀는 얼굴 역시 같은색의 면사로 가리고 있었다.
상복 속으로 적당히 살찐 풍만한 몸매가

뇌살적인 곡선을 이루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로 미루어 볼 때 여인은 이미 중년의 나이인 듯 했다.
순간.
[ 사....... 사고이십니까?]
혈포청년은 더듬거리는 어조로 입을 열었다.
상복여인은 그 자의 말에 차분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 사고라니 과한 예우예요.

하지만 이 계집이 삼공자의 사부님과 결의남매 사이인 것은 사실이에요!]
그 순간.
혈포청년은 상복여인을 향해 즉시 한 무릎을 꿇고 포권했다.
[ 오행마황자의 셋째 혈도 백장천이 삼가 사고를 뵙습니다!]

- 혈도 백장천!
그렇다!
혈포청년.
그 자는 바로 천마황의 다섯제자 중 셋째였다.
한데.
그 자가 무엇 때문에 야심한 밤
이곳 항주 교외의 공동묘지에 나타났단 말인가?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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