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七 章 天兵神器堡의 滅亡
팽륜은 장내의 상황을 한눈에 짐작할 수 있었다.
발가벗겨진 다정관음.
역시 하의를 벗은 백리궁.
그 자의 꼬락서니로 보아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었다.
그때,
“팽......팽형! 사실은......!”
백리궁은 급히 바지를 끌어 올리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
하나,
“닥쳐라! 그 더러운 입으로 나를 부르지 마라!”
팽륜은 무섭게 눈을 부릅뜨며 사나운 일갈을 내질렀다.
극도로 분노한 그의 모습은 더할 수 없이 위압적이었다.
“더러운 놈! 어서 무기를 들어라! 팽가의 후예는 남의 위급을 빌어 공격하지 않으니까!”
그는 송충이같은 눈썹을 꿈틀하며 분노의 음성으로 외쳤다.
그 말에 백리궁은 문득 히죽 웃었다.
(크크크. 그런 네놈의 가문의 전통 때문에 네놈은 여기서 죽어줘야겠다!)
내심 중얼거리던 그 자의 두 눈에 일순 악독한 빛이 번쩍 떠올랐다.
(저놈이 여기서 본 일을 떠벌이면 나는 끝장이다. 반드시 저놈을 죽여야 한다!)
그 자는 결심을 굳히며 악독한 웃음을 흘렸다.
이어,
그 자는 짐짓 팽륜을 향해 정중하게 포권해 보였다.
“죽을 죄를 지었소이다. 팽형의 처분에 맡기겠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파------앗!
합장한 그 자의 손 사이로 한 자루의 짧은 화살이 벼락치듯 앞으로 폭사되어 나왔다.
그 돌연한 급습에 팽륜은 깜짝 놀랐다.
“비겁한......!”
그는 다급히 칼을 들어 날아든 화살을 막아냈다.
다음 순간,
텅......!
백리궁이 발출한 수전(手箭)은 요란한 금속성을 내며 허공으로 튕겨져 나갔다.
팽륜은 겨우 백리궁의 암격을 막아냈으나 그 때문에 순간적으로 자세가 흐트러졌다.
그 틈을 놓칠 백리궁이 아니었다.
“카앗! 누워랏!”
그 자는 교활한 일갈을 내지르며 벼락같이 팽륜을 덮쳐들었다.
순간,
콰르릉......!
요란한 우레성과 함께 갑자기 팽륜의 시야가 온통 백리궁의 손그림자로 뒤덮였다.
팽륜은 안색이 일변했다.
(금시천뢰장!)
그는 긴장하며 내심 부르짖었다.
다음 순간,
콰------릉!
“크윽!”
가공할 폭음과 함께 한 마디 답답한 신음성이 터져나왔다.
팽륜.
그가 한 손으로 가슴을 누르고 쓰러질 듯 비칠대며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그런 그의 가슴은 온통 시뻘건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때,
“카카앗! 죽어줘야겠다!”
콰릉......!
백리궁은 비틀거리는팽륜을 향해 재차 득달같이 덮쳐들었다.
팽륜은 덮쳐드는 백리궁을 보며 절망의 표정을 지었다.
이미 가볍지 않은 내상을 입은 그로서는 저항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절대절명!
바로 그때였다.
쉿!
비틀거리는 팽륜의 귓전으로 무엇인가 날카로운 파공성이 스쳤다.
동시에,
“크윽!”
막 팽륜의 머리를 뽀개려던 백리궁이 신음과 함께 아래로 뚝 떨어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이어,
“크으......!”
그 자는 벌떡 일어나 급급히 반대의 밀로를 향해 몸을 날렸다.
바닥에는 그 자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가 홍건했다.
실로 그것은 촉망중에 벌어진 일어었다.
“......!”
팽륜은 눈을 치뜨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이내 그는 어떤 기인이 자신을 도와주었음을 깨달았다.
“어느 고인이 소생을 도와주셨습니까?”
그는돌아서며 어둠 속에 대고 포권하며 외쳤다.
그 직후,
“꽥꽥 거리지 말고 빨리 꺼지기나 해라, 애송이......!”
어디선가 한줄기 음산한 노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
팽륜은 흠칫했다.
그때,
“아아흑...... 죽...... 죽어요...... 아학!”
“허억...... 으음......!”
그런 팽륜의 귓전을 숨가쁘고 뜨거운 남녀의 신음성이 들려았다.
팽륜은 문득 호기심이 일었다.
하나,
이내 그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어떤 년놈들인지 모르나 훔쳐보는 것은 군자의 도리가 아니다!)
그는 고소를 지으며 내심 중얼거렸다.
그러다,
문득 그의 시선이 바닥에 벌거벗은 채 누워있는 다정관음에게로 향했다.
“......!”
다정관음.
그녀는 치욕의 표정으로 옥용을 붉힌 채 두 눈을 질끈 감고 누워 있었다.
“죄송합니다!”
이어,
파앗!
그는 지력을 날려 다정관음의 혈도를 풀어주었다.
“감...... 감사합니다. 시주!”
다정관음은 급히 몸을 일으키며 승포로 몸을 가렸다.
팽륜은 민망함으로 얼른 이 자리를 뜨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 그럼 소생 먼저......!”
그는 급히 어둠 속으로 몸을 날렸다.
그는 꿈에도 자신의 생모가 지척에 있음을 알지 못했다.
문득,
(휴......!)
다정관음은 사라지는 팽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입을 다무는 것이 좋으리라. 저 군자의 마음을 지닌 팽시주를 위해서라도......!)
그녀는 탄식하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이어,
그녀는 꼼꼼히 의복을 걸쳐 입었다.
그와 함께 그녀의 시선이 한 번 더 밀실 쪽으로 향했다.
“아미타불......!”
그녀는 다시 탄식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어,
슥!
그녀는 팽륜이 사라진 쪽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이내 철벽 앞에는 아무도 남지 않고 조용해졌다.
다만,
“흐윽......!”
“으음!”
절정을 치닫는 마운룡과 사황모의 뜨거운 신음소리만이 더욱 고조되고 있을 뿐이었다.
한데......
다정관음의 모습이 완전히 철벽 앞에서 사라졌을 때였다.
“쯧쯧...... 지겹게도 염복이 많으신 분이시군. 이 늙은이의 주군께서는......!
문득 어둠 속에서 끌끌 혀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
스......
밀로의 벽면이 꿈틀하더니 그 안에서 한 명의 노인이 유령처럼 빠져나왔다.
절묘한 은신장안술!
아!
바로 시바타 타로였다.
독심귀의를 따라 연혼동에 들어왔던 시바타 타로.
그는 우연히 팽륜과 백리궁이 싸우는 장면을 목격하고 위기에서 팽륜을 구해준 것이었다.
“크...... 이 외로운 늙은이를 죽여주시는군 그랴!”
철벽의 틈으로 보이는 밀실 안의 정경을 들여다보던 시바타 타로.
그는 짐짓 화들짝 놀라는 척하며 안면을 묘하게 찡그렸다.
그때,
마운룡은 사황모를 만족시켜주고 막 천산여제(天山女帝)와 결합하는 중이었다.
“하아...... 흑......!”
“음......!”
다시 후끈 열기가 고조되며 숨가쁜 두 남녀의 신음성이 뒤섞여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광경에 시바타 타로는 나직이 타닉하며 혀를 찼다.
“쯧, 대소저를 볼낯이 없군. 그 분은 내심 주군께 연모의 정을 품고 있는 것 같던데......!”
이어,
그는 한숨을 내쉬며 철벽의 틈에서 물러났다.
대소저란 물론 천약서시(千藥西施) 대려군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약한 성격에 모든 것이 제멋대로인 이 동영의 노인자도
천약서시 대려군의고아한 기품에는감탄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래서 그는 내심 마운룡과 대려군을 짝맺어줄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한데,
이 골치아픈 어린 주군은 죽을뚱 살뚱 모르고 네 명의 여종사들과 육탄전을 벌이고 있으니......
실로 기막힐 노릇이 아닌가?
“휴...... 앞으로 이 노부가 꽤나 고달프게 되었군!”
시바타 타로는 다시 한 번 혀를 처며 자신의 장래를 걱정했다.
이어,
그는 통로의 좌우를 향해 몇 번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스으...... 스으......
보이지 않는 탈명신사(奪命神師)가 통로의 좌우를 막아버렸다.
방해자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런 후 시바타 타로는 벽에 기대앉아 담뱃대를 입에 물었다
“아아흑...... 아아.....!”
그런 시바타 타로의 귓전으로 천산여제의 발작적인 신음성이 들려왔다.
“허허...... 그 여자 감창(甘唱) 소리 한 번 걸쩍지근하군!”
시바타 타로는 히죽 웃으며 중얼거렸다.
“아아...... 더...... 더...... 빨리...... 아아...... 흑.......!”
“헉...... 헉.......!”
절정이 가까운 것일까?
두 남녀의 신음성은 더 한층 뜨겁게 고조되고 있었다.
x x x
새벽 무렵,
마운룡과 시바타 타로.
지금 두 주종은 천병신기보의 가운데 자리한 신병창(신병창) 앞에 우뚝 서 있었다.
“으음...... 끔찍하군요!”
시바타 타로는 침음하며 혀를 찼다.
그 옆,
약간 수척한 표정의 마운룡이 서 있었다.
그 역시 놀람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었다.
보라!
아!
페허!
놀랍게도 그 광활하던 천병신기보는 믿어지지 않게도
무참하게 파괴되어 폐허로 화해 있는 것이 아닌가?
무참하게 불타고 부서진 전각들.
후두둑...... 후두둑......
그 무수한 전각들은 불길에 휩싸여 넘실거리고 있었다.
시체......
폐허에는 헤아릴 수조차 없이 수많은 시체들이 처참한 형상으로 널려 있었다.
모두 천병신기보의 수하들이었다.
근 삼천여 명이 상주하는천병신기보 내에
지금 숨이 붙어있는 사람이라고는 마운룡과 시바타 타로 뿐이었다.
마운룡은 폐허가 된 천병신기보를 둘러보며 침중한 안색으로 신음성을 발했다.
(누가 단 하룻밤 새 천하의 천병신기보를 이 지경을 만들었단 말인가?)
그는 검미를 깊이 찌푸린 채 생각에 잠겼다.
마운룡과 시바타 타로.
그들은 이미 한바퀴 천병신기보를 수색한 후였다.
생존자는 없었다.
그러나,
이거명가 독심귀의의 시체는 역시 발견되지 않았다.
그 자들은 아마도 무사히 이곳을 빠져나간 듯했다.
그들 뿐만이 아니었다.
마운룡에 의해 구출된 네 명의 여종사를 제외한 나머지
삼십 이명의 신주기병(신주기병)들의 시체도 발견되지 않았다.
지금,
마운룡은 신병창(神兵廠) 앞에 서 있었다.
천마화이 열화병기창(熱火兵器廠)에서 가져온 수많은 신병(神兵)들이 비장된 무기고(武器庫).
한데,
무쇠로 만든 신병창의 한쪽 벽은 무참하게 으깨어져 있었다.
마치 거대한 거의의 손으로 잡아뜯은 듯,
벽이 파괴된 신병창 내는 역시 텅 비어 있었다.
마운룡은 그것을 바라보며 침중한 신음성을 발했다.
(침입자는 신병창의 병기를 노리고 공격했단 말인가?)
그때,
“주인님! 들어와 보십시오!”
돌연 부서진 신병창 내에서 시바타 타로의 음성이 들려왔다.
“......!”
마운룡은 흠칫했다.
그의 음성에서 무언가 심상치 않은 것을 발견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낀 것이었다.
“무엇이오?”
슥!
마운룡은 급히 부서진 신병창 안으로 날아들었다.
그러자,
시바타 타로는 말없이 전면의 벽을 가리키며 물러섰다.
순간,
“......!”
마운룡은 두 눈을 부릅떴다.
무쇠 벽,
그 위에는 휘갈겨쓴 글씨가 깊숙이 음각되어 있었다.
그 금강지력(金剛之力)의 글씨는 무쇠 벽에 한치이상의 깊이를 남기고 있었다.
<삼극마조(三極魔祖)가 배신의 무리를 응징하고 이에 증표를 남기노라!>
글의 내용은 그러했다.
그리고,
그 글 아래,
세 가지의 기묘한 표기가 찍혀 있었다.
그것은 인간의 심장과 종(鐘), 그리고 큼직한 발 하나였다.
마운룡.
그는 그 기이한 세 가지의 표기를 보며 검미를 찌푸렸다.
(이게 뭘까?)
바로 그때,
“으음...... 설마 그들이 정말 천마(天魔)의 세 가신(家臣)이란 말인가?”
문득 마운룡의 귓전으로 시바타 타로의 신음성이 들려왔다.
마운룡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이 표기들이 무슨 뜻인지 아시겠소?”
그 물음에 시바타 타로는 침중한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삼극마조(三極魔祖)란 바로 혼세육패천 중 삼극동심맹의 삼맹주(三盟主)들입니다!”
마운룡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천병신기보의 괴명이 삼극동심맹(三極同心盟)의 짓이란 말인가?)
-삼극동심맹(三極同心盟)!
혼세육패천(混世六覇天) 중에서도 가장 신비한 집단.
삼극동심맹에는 숱한 상고기학(上古寄學)들이 비장되어 있다고 한다.
누구든 삼극동심맹에 가입하기만 하면 그 상고 무학들을
능력껏 연마 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로알려져 있었다.
그 삼극동심맹의 맹주들이 바로 삼극마조(三極魔祖)였다.
하나,
삼극마조(三極魔祖)란 이름은 강호에 알려졌을 뿐이었다.
구체적으로 그들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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