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십왕무적

第 四 章 젊은 英雄들

오늘의 쉼터 2014. 10. 2. 12:48

第 四 章 젊은 英雄들

 

 

“......!”

 

극락관음 합요나.
그녀는 사지를 활짝 벌린 민망한 자태로 침상 위에 쓰러져 있었다.
마운룡의 일장이 젖가슴 사이의 중혈에 격중되어 혼절한 것이었다.
침실 안으로 들어선 마운룡.
그는 벌거벗은 채 혼절해 있는 합요나의 모습에 일순 얼굴을 붉혔다.
합요나의 나신은 실로 뇌살적이었다.
무르익을대로 무르익은 농염한 여체.
그것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금방 터져버릴 듯했다.
사발을 엎어놓은 듯 풍만하고 탐스러운 유방.
그것은 이제 막 물이 오른 소녀의 그것처럼 탱탱했다.
불룩한 하복부.
희고 투실투실한 허벅지.
그 사이에는 아주 짙고 무성한 수림지대가 자리하고 있었다.

 

“......!”

 

마운룡은 슬쩍 얼굴을 붉히며 적나라하게 노출된 합요나의 나신을

옆에 떨어져 있는 옷자락으로 대충 덮어 주었다.
이어,
그는 합요나의 젖가슴 사이에 장(掌)을 붙이고 내공을 밀어 넣었다.
그러자,

 

“흐윽......!”

 

합요나는 한차례 진저리를 치며 깨어났다.
힘겹게 눈을 뜨던 합요나.
일순 그녀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 네놈이......!”

 

그녀는 눈 앞의 마운룡이 자신을 구한 장본인임을 깨닫고 기묘한 심정이 되었다.

“왜 나를 죽이지 않았느냐?”

그녀는 회의와 분노, 그리고 독기가 뒤섞인 복잡한 음성으로 마운룡에게 물었다.
마운룡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리 악녀라 해도 아녀자는 죽이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원칙이라오!”

 

그 말을 들은 합요나.
그녀의 눈고리가 가늘게 떨렸다.
하나,
그녀는 잘근 입술을 깨물며 이를 갈았다.

 

“바득...... 나를 지금 죽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고 내손에 네가 죽을 테니까!”

 

마운룡은 그말에 고소를 지었다.

 

“그거야 나중 일이 아니겠소? 그보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소이다!”

 

순간,

합요나는 눈을 번뜩이며 차갑게 냉소했다.

 

“뇌운벽이란 계집을 찾고 싶은 것이겠지?”

 

마운룡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부디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그녀를 이곳에서 데려 나갈 수 있게 해주시오!”

“흥! 물론 가르쳐 주고 말고!”

 

합요나는 차갑게 코웃음치며 말했다.
마운룡은 그녀의 태도가 뜻밖에도 너무 순순하여 의아한 기색을 지었다.
그런 그의 내심을 알아차린 듯 합요나는 조소어린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좋아 할 것은 없다. 그 계집을 위해서 가르쳐 주는 것은 아니니까!“

“......!”

 

“지금 그 계집은 연혼동(鍊魂洞)에 갇혀있다.

연혼동이 어떤 곳인지는 네놈도 잘 알것이다!”

 

합요나의 말을 들은 마운룡의 안색이 침중하게 변했다.
물론 그는 연혼동(鍊魂洞)이 어떤곳인지 잘 알고 있었다.

(뇌소저가 나와 내통한 사실이 들통났다면 꽤나 무참한 짓을 당했겠군!)

그는 침중한 안쌕으로 신음성을 발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합요나.
문득 그녀는 득의의 교소를 지으며 말했다.

 

“호호. 연혼동에는 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곳에는 네놈을 죽이기 위한 필살(必殺)의 함정이 준비되어있으니까!”

 

하나,

마운룡은 말없이 일어섰다.
그 모습에 교소를 터뜨리던 합요나는 흠칫하는 기색을 지었다.

 

“정말 연혼동에 갈 작정이냐? 수많은 사내들의 노리개가 되어

만신창이가 된 계집 하나를 구하러 말이냐”

 

그녀는 어이없다는 듯 조소어린 음성으로 되물었다.

하나,


마운룡의 태도는 이미 확고했다.

 

“나는...... 갈 수밖에 없소!”

 

그는 침중한 음성으로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창가로 다가섰다.

 

“왜냐하면...... 그녀를 구해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오!”

 

말을 마침과 함께,
슥!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창밖으로 몸을 날려 사라졌다.

 

“......!”

 

합요나.
그녀는 부릅뜬 눈으로 마운룡이 사라진 곳을 주시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사지(死地)로 들어간단 말이지......!”

 

그녀는 신음하듯 나직이 중얼거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그녀의 눈가로 문득 뽀얀 안개가 서렸다.
그녀의 가슴 속에는 난생처음 느껴지는 기이한 감정의 파동이 일어났다.
불륜과 쾌락등으로 황폐해질대로 황폐해진 합요나.
그녀로서는 실로 놀라운 감정의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문득,

 

“빌어먹을......!”

 

합요나는 입술을 깨물며 세차게 머리를 내저었다.
하나,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녀의 눈가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뜨거운 눈물이 굴러내렸다.
과연.....
무엇이 이 방탕하기 이를 데 없는 요부로 하여금 눈을 흘리게 하는 것일까?
그것은......

 


   x x x

 

 <연혼동(鍊魂洞).>

 

그것은자금산(紫禁山)의 후면에 자리하고 있었다.

문득,

슥!

밤하늘에서 하나의 인영이 소리없이 날아내렸다.
이십대 초반정도로 보이는 장한.
그자는 딱 벌어진 어깨에 부리부리한 눈매를 지닌 호담한 인상이었다.
장한은 허리춤에 한자루의 장도(長刀)를 차고 있었다.
장도의 길이는 사척 정도.
도신(刀身)의 폭은 두텁지 않았으나 두께는 몹시 두꺼워 보였다.

한데,

장도의 도신에는 기이하게도 날이 서 있지 않았다.

 

“흠, 여기로군! 연혼동(鍊魂洞)이라는 곳이.......”

 

장한은 눈을 번뜩이며 연혼동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손. 한 장의 지편이 들려 있었다.

 

 

----패왕도(?王刀) 팽륜(彭輪) 친전(親傳).

실종되신 자당(慈堂)께서 자금산(紫禁山) 후면의 연혼동(鍊魂洞)이란 곳에

강금되어 있음을 알려드리는 바이오.

용기와 호승심이 있다면 친히 확인해 보기를 권하외다.

 

 

----패왕도(?王刀) 팽륜(彭輪)!

이것이 장한의 이름이었다.
무림의 떠오르는 별.
하북무림(河北武林)의 기린아로 도법(刀法)의 명가인 하북(河北) 팽가(彭家)의 장남이다.
저 여장부 풍뢰도후(風雷刀后)가 바로 그의 생모였다.
그의 아버지 풍뢰도왕(風雷刀王)은 팽륜이 어렸을 때 병사했다.
하여,
팽륜은 편모슬하에서 자랐다.
그에게 가전도법을 가르쳐 준 것은 다름아닌 생모 풍뢰도후(風雷刀后)였다.
팽륜의 어머니에 대한 효심은 실로 지극했다.
하나,
풍뢰도후는 이 년 전 기진비무회(奇?比珷會)에서 우승한 후 신비하게 실종되고 말았다.
팽륜은 다방면으로 모친으 행방을 수색했다.
물론 이곳 천병신기보(天兵神器堡)에도여러차례 염탐을 시도했다.
하나,
도무지 오리무중이었다.
그러다 이번 삼십팔차 기진비무회가 열리자 팽륜은

다시 한 번 천병신기보를 염탐해볼 생각을 이곳 금릉에 들른것이었다.
한데,


초저녁 무렵.


팽륜으 처소로 홀연히 한 장의 지편이 날아 들었다.
그 지편이 바로 지금 팽륜의 손에 들린 그것이었다.

팽륜은 지편을 움켜쥔 채 형형하게 눈을 번뜩이며 내심 염두를 굴렸다.

(나를 생포하여 본가를 제압하려는 자들이 꾸인 음모일까?)

지편의 내용은 아무래도 수상했다.
하나,
비록 연혼동내 어떤 죽음의 함정이 펼쳐져 있다해도 들아가 보지 않은 수 없었다.
팽륜의 생모에 대한 지극한 효심은 물불을 가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팽륜은 연혼동으 입구를 노려보며 나직한 기소를 발했다.

“후훗! 도대체 어떤 수작을 부렸는지 볼까?”

이어,
그는 서슴없이 연혼동의 입구로 들어서려 했다.
그러다,

번쩍----!

돌연 팽륜은 두 눈에 섬광을 폭사하며 좌측을 흘겨 보았다.
그와 함께,

스악!

그의 왼손이 섬전같이 움직였다.
아!
어느 새 그의 손이 예의 날이 없는 장도(長刀)를 뽑아들어 좌측의 숲을 겨냥하여 그어졌다.
순간,

우지끈...... 콰르릉......!

가공할 굉음과 함께 십 장 밖에 서 있던 한그루의 아름드리 거목이 허리부분이 잘려 뒤로 쓰러졌다.

 

 

패왕도(?王刀) 팽륜!

놀랍게도 그는 무형도기(無形刀氣)를 일으켜 그 거목을 절단한 것이 아닌가?
이른바 이기어도술이라는 상승의 도법(刀法)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 직후,

 

“어머! 놀래라!”

 

슥!

쓰러지는 거목 위에서 낭랑한 여인의 교성이 들려왔다.
이어,
한 줄기의 왜영이 훌쩍 날아 올랐다.

 

“호호...... 역시 무섭네요.팽가비전 풍뢰십팔풍(風雷十八風)의 도법(刀法)은......!”

 

짜랑짜랑한 교소와 함께 문득 팽륜의 앞으로 한 명의 여인이 풀풀 날아내렸다.

여인(女人).
그녀는 아주 기묘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이제 십 육칠 세 가량 되었을까?
그녀는 몸에 착 달라붙는 가죽옷을 걸치고 있었다.
한데,
자세히 보면 그 가죽은 놀랍게도 뱀의 가죽이었다.
그것은 매우 얇고 또한 몸에 착 달라붙어

소녀의 야릇한 육체의 곡선이 여지없이 드러나 보였다.
탄력있고 앙증맞은 젖무덤.
한줌밖에 되지 않는 잘록한 허리.
미끈학 포동포동한 허벅지.
기이한 거은 소녀의 복장 뿐만이 아니었다.
눈!
아!
소녀의 두 눈은 괴이하게도 뱀의 그것과 흡사한 것이 아닌가?
그 눈은 섬뜩하게도 녹색일 뿐아니라 눈동자가 아래 위로 가늘게 찢어져 있었다.
그 외,
소녀의 몸 여기저기에는 몇 마리의 뱀이 휘감겨 있었다.
머리 위에는 황금빛 비늘을 지닌 금사(金蛇)가,
양 손목에는 타는 듯이 붉은 홍사(紅蛇)가,
그리고,
몸에는 칠색(七色)의 알록달록한 꽃뱀이 감겨있었다.
실로 소녀 그 자체가 한 마리의 요사한 뱀처럼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그때,
피의소녀를 본 팽륜은 이마를 찡그리며 무뚝뚝한 음성으로 말했다.

“만사공주(萬蛇公主) 사옥정(獅玉精) 소저셨구려?”

그는 말을 하면서도 내심 의아함을 금치못했다.

(이 기분 나쁜 계집애가 무엇 때문에 이곳에 나타났단 말인가?)

 

 

만사공주(萬蛇公主) 사옥정(獅玉精)!

이것이 피의 소녀의 이름이었다.
그 이름 역시 근래에 유명해진 것이었다.
그녀는 다름아닌 만사곡의 사황모(蛇皇母)의 딸이었다.
그녀는 태어날때부터 기이하게도 뱀의 눈을 지니고 있었다.
그 때문에,
무림인들은 그녀에게 야릇한 의혹으 눈길을 보냈다.
혹자는 사황모(蛇皇母)가 어떤 뱀가 교합하여 태어난 것이

만사공주(萬蛇公主) 사옥정이라고도 했다.
사황모(蛇皇母)는 결혼을 하지 않고 평생을 독신을 지내고 있었다.
그 때문에 그같은 불측한 소문이 나도는 것인지도 몰랐다.


하나,
사황모는 그 고약한 소문에 대해 일언반구의 해명도 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태도는 의혹을 한결 증폭시켰다.

사실,
뱀과 인간의 여인이 교합하여 후세를 낳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나,
작금 태반의 무림인들은 만사공주 사옥정이 뱀과 인간의 잡종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으니......
실로 우스운 일이 아니겠는가?
사옥정은 한자루의 피리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뱀을 수족처럼 부렸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전신은 치명적인 사독으로 뭉쳐있어 누구도 그녀와 접촉할 수 없었다.

자연히,
무림인들은 그녀 보기를 독사보듯하며 접근을 꺼려했다.
한데,
그 만사공주 사옥정이 이곳 연혼동에 나타난 것이었다.

 

“이곳에는 어인 일이시오, 사소저?”

 

팽륜은 사옥정을 향해 포권하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

 

“저도 팽공자와 같은 이유로 이곳에 왔어요!”

 

팔락!
말과함께,

사옥정은 한손에 쥑 있던 한 장의 지편을 들어 보였다.

 

“......!”

 

팽륜은 일순 흠짓했다.
그는 한눈에 사옥정이 든 지편과 자신이 받은 지편이 동일한 것임을 알아보았다.

(편지를 받은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그는 뜻밖의 사실에 놀람을 금치 못했다.
사옥정은 그런 팽륜의 모습에 배시시 미소 지었다.

 

“소녀와 팽공자님만 온 것이 아니에요!”

 

말과 함께 그녀는 우측의 숲을 돌아보았다.

 

“......!”

 

팽륜의 눈이 일순 번뜩 빛났다.
비로서 그는 그곳에 또 다른 누군가가 있음을 알아차린 것이었다.

그때,

 

“아미타불......! 사시주의 이목이 영민한데는 정말 감탄했어요!”

“핫핫...... 오랜만이오, 팽형!”

 

슥! 스윽!

 

그윽한 여인의 불호성과 호쾌한 청년의 웃음이 어우러지며 장내로 두명의 남녀가 날아내렸다.


여승(女僧)......
여인은 파르라니 깎은 머리에 회색승포를 걸친 여승이었다.
나이는 이십대 후반 정도.
더할 수 없이 자애롭고 그윽한 용모.
살며시 합장한 그녀의 모습은 마치 관세음보살이 현신한 듯 자비로워 보였다.
그리고,
여승과 함께 나타난 청년.
그는 이십대 초반의 나이로 보였다.
일신에는 화려한 금포를 걸쳤으며 머리에는 붉은 보석이 박힌 영웅건을 질끈 두루고 있었다.
또한,
등에는역시 보석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한자루의 활을 메고 있었다.
그는 한눈에 여자께나 울렸을 풍류아로 보였다.
팽륜은 장내에 나타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내심 적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금정(金頂)의 젊은 암주 다정관음(多情觀音)과

천산(天山) 금시천궁의 난봉꾼 옥면붕후(玉面鵬侯) 백리궁(百里宮)!)

 

 

----다정관음(多情觀音)
----옥면붕후(玉面鵬侯) 백리궁(百里宮)!

두 남녀 모두 혁혁한 며엉과 배경을 지니고 있었다.
다정관음은 아미파의 신진 여고수였다.
독특한 전통과 중후한 불문 항마신공을 지닌 아미 금정암(金頂庵)의 새주인.
그녀는 전대암주인 금정모모(金頂母母)의 제자이면서 동시에 세속의 질녀이기도 했다.
그리고 옥면붕후(玉面鵬侯) 백리궁(百里宮).
그는 천산(天山)의 여걸 천산여제(天山女帝)의 조카였다.
후손이 없는 천산여제(天山女帝)가 자신의 대를 잇기 위해

양자겸 제자로 받아 들인 것이었다.
경공과 궁술(弓術)의 달인.


하나,
옥면붕후(玉面鵬侯) 백리궁(百里宮)은 행실이 좋지 않아 꽤나 많은 여자를 건드렸다고 한다.
그는 지금까지 줄곧 관외(關外)에서 활동해 왔다.
그 이유의 진위는 알 수 없었지만,
팽륜은 다정관음(多情觀音)과 옥면붕후(玉面鵬侯) 백리궁(百里宮)을 주시하며 내심 염두를 굴렸다.

(점입가경(漸入佳境)이로군.

실종된 여덟 분의 여종사님들 중 네 분의 후손이 한자리에 모이다니......!)

그는 내심 긴장하며 두 사람을 향해 포권해 보였다.

 

“팽모, 두 분께 인사드리오!”

“하하, 잘좀 부탁합시다! 소제는 아직 중원의 풍물에 낯설어서......”

 

옥면붕후 백리궁은 마주 포권하며 호쾌하게 웃었다.

그때,
문득 사옥정이 교소를 터뜨리며 그들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호호. 두 분도 물론 저와 팽공자님과 똑같은 경위로 이곳에 오셨겠지요?”

“아미타불......!”

 

그녀의 말에 다정관음은 나직한 불호를 외었다.
이어,
그녀 역시 한 장의 지편을 꺼내보였다.
옥면붕후도 마찬가지라는 듯 호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잘 되었구려. 우리 넷이 모두 같은 목적으로 왔으니 함께 들어가 봅시다!”

 

그 자는 사옥정의 매력적인 몸매를 훔쳐보며 요염한 몸짓을 해보였다.
팽륜은 그런 옥면붕후의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았으나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좋소. 그럼 내가 앞장서리다!”

이어,
그는 수중의 장도를 앞세우고 연혼동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

“......!”

 

사옥정과 다정관음은 말없이그의 뒤를 따랐다.
옥면붕후.
그자도 야릇하게 눈을 번뜩이며 맨 뒤에 따라붙었다.
이내 이남이녀(二男二女)의 모습은 연혼동 안으로 사라졌다.
장내는 다시 깊은 정적에 빠져들었다.
한데,

 

“흐흐......!”

 

네 남녀가 사라진 후,
문득 한줄기 음충한 웃음이 정적을 깨뜨리며 흘러나왔다.
이어,
슥!
연혼동 앞으로 하나의 인영이 나타났다.

노인(老人).
그 자는 추괴한 용모의 꼽추노인이었다.
독심귀의(毒心鬼醫) 대모홍!

바로 그 자가 아닌가?

독심귀의는 사악한 눈을 번뜩이며 연혼동의입구를 노려보았다.

 

“클클......무대는 완벽하게 준비되었다!

이제 네놈이 한바탕 질탕한 연기를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마가 애송이......!”

 

그 자는득의의 표정으로 음산하게 웃었다.

 

“크크...... 그럼 어디 그놈의 정력이 얼마나 절륜한지 볼까?”

 

그 자는 음충맞게 히죽 웃었다.
이어,
슥!
독심귀의는 유령같이 연혼동 안으로 날아들었다.
하나,
독심귀의----그 자는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한쌍의 음산한 눈이 있음을.

 

“흠...... 저놈이 독심귀의(毒心鬼醫)라는 인간망종이로군.”

 

칼칼한 음성으로 혀를 차며 중얼거리는 노인.
아!
놀랍게도 그 음성의 주인은 허공에 앉아있지 않은가?
보라.
한 명의 노인이허공에 태연히 주저앉아 담뱃대로 등을 긁적이고 있지 않은가?
두 다리가 없는 불구노인.
바로 동영 이가조의 노인자 시바타 타로였다.
지금 그의 엉덩이 아래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가는 쇠줄이 한가닥 쳐져 있었다.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 가느다란 쇠줄.
자연히 그 위에 걸터앉은 시바타 타로의 모습은 허공에 떠 있는 듯이 보였다.
문득,

(주군의 냄새가 저 안으로 이어졌는데......!)

시바타 타로는 연혼동을 내려다보며 코를 벌름거렸다.

 

“아무래도 주인님의 명령을 어겨야겠군.

저 인간망종이 무엇인가 악독한 계교를 부리는 듯하니......”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다음 순간,
그의 신형이 아래로 뚝 떨어져 내렸다.
그와 함께 그대로 그의 몸은 연혼동 안으로 튕겨져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