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십왕무적

第 三 章 천마황(天魔皇)의 정체(政體)

오늘의 쉼터 2014. 10. 2. 12:39

 

第 三 章 천마황(天魔皇)의 정체(政體)

 

 

극락관음(極樂觀音) 합요나.

그녀는 이를 바득 갈며 마운룡의 앞에 우뚝 멈추어 섰다.

 

“바득, 그렇다! 네놈에게 하나 뿐인 동생을 잃은 나 합요나다!”

 

마운룡은 그런 합요나를 올려다보며 가슴을 손으로 누른 채 숨을 헐떡였다.

 

“어...... 어떻게 내가 올줄 알았느냐?”

 

그 말에 합요나는 차가운 교소를 터뜨렸다.

 

“호호...... 옥면수라(玉面修羅) 종리횡이란 못난 놈을 기억하느냐?”

 

마운룡의 두 눈에 번뜩 섬광이 일었다.

(역시 그 놈이었군.)

 

그렇다.
마운룡의 손에서 겨우 살아난 옥면수라 종리횡.
그 자는 전서구로 마운룡의 재출도를 천마황에게 알렸을 것이다.
종리횡이 천마황과 한통속이라는 것이 밝혀진 이상

극락관음 합요나가 천마황과 눈이 맞은 것은 하등 이상할 이유가없는 것이다.
합요나는 원한과 분노가 뒤범벅된 눈으로 마운룡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자근자근 포를 떠 죽여 주겠다.

내 얼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하나뿐인 내 혈육인 극아를 해친 대가로......!”

 

그녀는 독살스러운 음성으로 말하며 번쩍 교수를 쳐들었다.


하나,

(후훗...... 드디어 나타나셨군1)

마운룡이 이목은 이미 합요나에게서 떠나 있었다.
그의 예민한 귓전으로 누군가 숨을 죽이며 전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감지된 것이었다.

(조금만 더 가가이 와라, 천마황!)

내심 염두를 굴리는 그의 눈가에 서늘한 살기가 번졌다.

----천마황(天魔皇)!

그렇다.
전각으로 접근하고 있는 자는 발 천마황이었다.
물론 마운룡의 손에 죽은 애꾸청년은 가짜 천마황이었다.
천마황은 극히 교활하고 조심성이 많은 자였다.
비록 합요나가 마운룡을 암격하여 쓰러뜨렸으나 그 자는 여전히 안심하지 못하고

도둑고양이처럼 접근하여 동정을살피고 있는 것이었다.

그때,

 

“호호, 각오해라!”

 

쐐액!

합요나가 앙칼진 음성으로 외치며 날카로운 손톱으로 마운룡의 머리를 찍어왔다.


다음 순간,

 

“악!”

 

펑!

한소리 폭음과 함께 애처로운 비명이 터져나왔다.
그와 함께 합요나는 오공에서 피분수를 토하며 뒤로 붕 날아가 허공에서 허우적거렸다.

텅!

그녀의 몸은 그대로 거칠게 침상 위로 나가 떨어졌다.


동시에

 

“이놈......!”

 

쐐액!

사나운 폭갈과 함께 마운룡의 신형이 벼락같이 침실 밖으로 폭사되어 나갔다.
그것은 실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합요나의 손톱이 얼굴에 닿기 전에 마운룡의 신쾌한 일격이 그녀의 가슴을 후려친 것이었다.
밖으로 폭사되어간 마운룡.
그의 시야에 한 명의 장한이 질겁하며 뒤로 튕겨져 나가는 것이 보였다.
애꾸눈의 복면인.
바로 천마황이었다.
한순간,

 

“떨어져랏!”

 

쉬----학!

예리한 쇠사슬이 달린 낫이 마운룡의 손을 떠나 벼락같이 허공을 갈랐다.
섬광과도 같이 앞으로 그어지는 인자삭겸(忍者索鎌)!
직후,

 

“크흑!”

 

한소리 짤막한 고통의 신음성이 터져나왔다.
막 담장을 날아 넘으려던 천마황.
그 자의 신형이 허공에서 순간적으로 휘청했다.
이어,

콰당탕----!

그 자의 옆구리에서 시뻘건 선혈이 학 일며 그대로 그 자의 몸이 지면으로 나뒹굴었다.

 

“크으...... 이럴 수가......!”

 

천마황은 마운룡의 상상불허의 기쾌한 일격에 아연하여 불신의 눈을 부릅떴다.
이어,
그 자는 허리를 누르며 급히 일어서려 했다.
그러다,

 

“헉!”

 

문득 그자의 외눈이 한껏 부릅떠졌다.

쿵......

막 일어서려던 그 자의 앞,
하나의 시커먼 인영이 우뚝 서 있는 것이 보였다.

 

“......!”

 

살기어린 무서운 눈으로 천마황을 내려다 보고있는 소년.
마운룡!
바로 그였다.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한 자루 섬뜩한 낫을 들고 서 있는 마운룡의 모습은

마치 지옥에서 금방 뛰쳐나온 부동명왕(不動明王)과도 같았다.

순간,

 

“마...... 마운룡......!”

 

천마황은 공포에 질린 신음을 발하며 비칠 뒤로 물러섰다.
그것을 바라보며 마운룡은 실로 어이없음을 금치 못했다.

(어이없군. 이런 형편없는 놈에게 철사대제(鐵獅大帝)님이 시해당하시다니......!)

그는 공포에 떠는 천마황의 모습에 분노와 함께 기가 막혔다.
마운룡은 참을 수 없는 심정이 되었다.

 

“어디 네놈의 상판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자!”

 

스악!

 

그는 분노의 일갈과 함께 그대로 천마황의 복면을 잡아채갔다.

 

“안돼!”

 

천마황은 기겁하여 피하려 했다.


하나,

마운룡의 손길은 그 자가 어디로 피할 줄 알기라도 한 듯

신묘하게 앞을 가로막으며 복면을 잡아채갔다.


이윽고,

 

 

찌익!

 

날카로운 소서과 함께 천마황의 복면이 벗겨졌다.
그 아래,
경악과 공포에 질린 하나의 얼굴이 드러났다.
아!
뜻밖에도 그것은 아직 앳된 소년의 모습을 벗지못한 이십 전후의 청년의 얼굴이었다.
반반하고 영준한 용모.


하나,

그 자의 눈은 애꾸였다.
드러난 천마황의 얼굴을 확인한 마운룡.
그는 두 가지 사실에 놀랐다.
그 첫 번째는 뇌운벽의 말대로 과연 천마황이 아직 나이 어린 소년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그 애꾸청년의 얼굴이 어디서 본 듯 몹시 눈에 익다는 점이었다.
마운룡은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이 자를 어디서 봤지?)

그는 냉엄한 눈으로 애꾸청년을 주시했다.

 

“으......!”

 

천마황은 감히 마운룡에 대항하지 못했다.
그 자는 복면이 벗겨지자 한층 더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문득,

 

“네놈은 누구냐? 누군데 천마황(天魔皇)을 위장했느냐?”

 

마운룡은 두 눈에 무서운 신광을 번뜩이며 냉엄한 음성으로 일갈했다.
그말에 애꾸청년은 흠칫하며 당황한 기색을 지었다.

 

“무...... 무슨 소리냐? 본좌가 천마황(天魔皇)인데 누가 누구로 위장했단 말이냐?”

 

하나,

마운룡은 냉엄한 눈으로 애꾸청년을 노려보며 잘라 말했다.

 

“헛소리하지 마라! 네놈이 진짜 천마황이 아님을 잘 알고 있으니까!”

“......!”

 

애꾸청년은 일순 할말을 잃고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마운룡은 그런 그 자를 향해 다가서며 냉엄한 어조로 다그쳤다.

 

“진짜 천마황은 지금 어디 있느냐? 순순히 불어라!”

 

애꾸청년은 비실비실 뒤로 물러섰다.
마운룡이 다가서는 것과 비례하여 그 자는 등이 담벽에 닿을 때까지 뒷걸음질쳤다.
그런 그 자의 얼굴은 겁에 질려 사색을 변했다.


문득,
그 자는 이를 갈며 발악하듯 외쳤다.

 

“바득! 그렇다! 본좌는 천마황이 아니라 그 분의 다섯 제자중 한 명일 뿐이다!”

 

그 말에 마운룡은 흠칫했다.

(천마황(天魔皇)의 제자라고?)

그러면서도 그는 내심 수긍이 갔다.
눈앞의 애꾸청년.
그 자는 칠년 전 십왕전(十王殿)을 습격했던 천마황의 제자중 한 명이었다.
마운룡은 싸늘한 눈으로 애꾸청년을 노려보며 다시 물었다.

 

“네가 천마황의 다섯 제자중 한 명이라면 다른 자들은 지금 어디에 있냐?”

 

그 말에 애꾸청년은 차갑게 코웃음쳤다.

 

“흥! 내가 그걸 순순히 털어놓으리라 생각하느냐?”

 

그러다,

 

“......!”

 

그 자는 전율하며 눈을 부릅떴다.
어느새 자신의 목에 새파랗게 날이 선 예리한 사슬의 낫이 잇대어져 있지 않은가?

 

“선택하라! 입을 열테냐? 저 세상으로 가려느냐?”

 

마운룡은 애꾸청년을 노려보며 냉엄한 어조로 다그쳤다.
애꾸청년의 안면이 보기싫게 이지러졌다.

(빌어먹을......!)

그 자는 잘근 입술을 깨물었다.

(멍청한 계집! 어떻게 암습을 했기에 이놈이 이렇게 멀쩡하단 말인가?)

그 자는 내심 극락관음 합요나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사실,
합요나의 암습은 아주 치명적인 것이었다.
그녀의 손톱에는 살갗에 닿기만 해도 즉시

뼈속까지 썩어들어가게 하는 지독한 극독이 발라져 있었다.


하나,

마운룡 ---- 그가 누군가?
그는 독(毒)과는 극성인 열화천패마강을 연마한 몸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천약서시(千藥西施)의 조화천약신혈(造化千藥神血)을 수혈받은 마운룡은

백독불침의 몸을 지니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합요나가 내친 회홀마교 비전의 쇄양마조(碎陽魔爪)의 마력.
그것 또한 회홀마교의 최고마법인 혼돈마공(混沌魔功)에 의해 흡수해버려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은 것이었다.
그같은 복잡한 내력을 천마황의 제자인 애꾸청년이 알리 만무했다.

문득,

 

“나를 죽여랏!”

 

애꾸청년은 애꾸눈을 독랄하게 번득이며 음산하게 내뱉었다.

 

“그쪽이 내 입에서 원하는 대답을 듣는 것보다 빠를 것이다!”

 

그 자는 마운룡을 노려보며 싸늘하게 비웃음을 흘렸다.
하나,
마운룡도 차갑게 냉소했다.

 

“흥! 제법 호기가 있는 친구로군!”

“핫하! 사부님과 사형들이 나 이검영(李劍英)의 복수를 해줄 것이다!”

 

애꾸청년은 발악하듯 사악한 웃음을 터뜨렸다.


순간,


마운룡은 경악하며 두 눈을 부릅떴다.

(이검영(李劍英)!)

 

그는 너무 놀라 순간적으로 흠칫 몸이 굳어졌다.


그 순간,

 

 

(기회다!)

 

애꾸청년의 눈빛이 번쩍 빛났다.
동시에,

 

쾅!

 

그 자의 오른손이 맹렬히 마운룡을 후려쳐왔다.
그런 그 자의 손바닥 가운데로 시뻘건 원이 동전 크기로 번져나왔다.
그것을 본 마운룡의 입에서 한소리 경악성이 터져나왔다.

 

“쇄심혈장인(碎心血掌印)!”

----쇄심혈장인(碎心血掌印)!

그것은 바로 칠년 전 천마황(天魔皇)이

철사대제(鐵獅大帝)를 쓰러뜨릴 때 사용한 무공이 아닌가?

일순,

 

콰르르릉......!

 

마운룡의 경악성은 광렬한 폭음 속에 파묻혔다.
지축이 진동하고 뿌연 흙먼지가 확 일어났다.
그 속에서,

 

“크르...... 쳐...... 쳐랏!”

 

고통과 악에 받친 이검영의 독갈이 터져나왔다.
직후,
공처럼 허공으로 튀어오른 그 자의 오른팔이 힘없이 축 널브러졌다.
아마도 뼈가 부러진 듯했다.
그와 함께,
마운룡.
그는 두 다리가 무릎까지 땅에 파묻힌 채 상체를 앞뒤로 휘청했다.


그때였다.

 

“카캇!”


“뒈져랏!”

 

휘청이는 마운룡을 향해 담장 밖에서 수십 줄기의 인영이 치솟아 올라 득달같이 덮쳐내렸다.

하나,

 

스악!


차르륵......!

 

거의 동시에 날카로운 쇠사슬 소리와 함께 인자삭겸(忍者索鎌)이 섬전같이 허공을 갈랐다.

다음 순간,

 

“케----액!”

“크아악!”

 

후두둑......퍼퍽!

 

전면에서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이 잇달아 터져오르며 피분수가 확 솟구쳐 올랐다.

그와 함께,

 

“크...... 대사형(大師兄)보다도 더 강하군!”

 

공포의 경악성이 일며 어둠 속으로 이검영이 분분히 달아났다.

 

“으음...... 저자가 멸신마모(滅神魔母)님의 아들이란 말인가?”

 

마운룡은 달아나는 이검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직한 신음성을 발했다.

이어,


그는 땅에 박힌 두 다리를 빼내었다.
그의 오른팔 소매는 너덜너덜하게 변해 있었다.
그 사이로,
그의 팔뚝을 뱀처럼 칭칭 감고 있는 천마묵장(天魔墨仗)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검영.
그 자의 암습은 너무 빨랐으며 또 지척에서 행해졌기에 마운룡은 미처 피하지 못했다.

쇄심혈장인---!

그것은 일단 격정되면 서서히 심맥이 부서져 마침내 죽음에 이르고 마는 무서운 마공이었다.
하나,
마운룡은 천마묵장(天魔墨仗) 덕분에 위기를 모면한 것이었다.
그는 다급히 천마묵장이 감긴 오른팔을 들어 이검영의 일격을 받아낸 것이었다.
하나,
지금 마운룡은 자신이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의 마음은 온통 이검영이란 이름에 쏠려 있었다.

-이검영(李劍英)!
마운룡은 그 이름을 남해(南海) 멸신도(滅神島)의 여도주인 멸신마모(滅神魔母)에게서 들었다.
팔 년 전 천마황에게 납치된 멸신마모의 아들의 이름이 이검영(李劍英)이라 하지 않았던가?
마운룡은 검미를 모으며 신음성을 발했다.

(그래...... 그 자는 바로 멸신마모(滅神魔母)를 닮았던 것이다.)

그는 내심 염두를 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로소 그는 이검영을 처음 보았을 때 눈에 익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검영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멸신마모와 아주 흡사한 용모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멸신마모님의 아들이 어떻게

자기 가문의 원수인 천마황의 제자가 되어있단 말인가?)

마운룡은 의혹을 금치 못하며 검미를 찡그렸다.
그러다,
그는 무엇엔가 생각이 미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이검영은 지금 천마황에 의해

일종의 약물에 중독되어 과거를 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새삼 천마황이란 자의 악독함에 치를 떨었다.
만일 마운룡이 이같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며린마모의 아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일뻔하지 않았는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장차 이검영이 자신의 생모인 멸신마모를 해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마운룡은 심각한 안색으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러다,
그는 문득 남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나저나 큰일이로군. 이검영을 놓쳤으니 어디가서 뇌소저를 찾는단 말인가?)

그는 검미를 찡그리며 낭패함을 금치 못했다.
그러다,
문득 그는 극락관음 합요나에게 생각이 미쳤다.

(그래, 그녀는 무엇인가 아는게 있을 것이다!)

생각을 마친 순간,

슥!

그는 즉시 전각의 이층으로 날아 들어갔다.
한데,

 

“......!”

 

눈.
뇌운벽의 침실로 날아드는 마운룡의 뒷모습을 주시하고 있는 한쌍의 시선이 있었으니......
시선의 주인.
그 자는 아주 추괴한 용모의 꼽추노인이었다.
교활한 염소수염에 쭉 찢어진 가느다란 독사눈.

독심귀의(毒心鬼醫) 대모홍!

바로 그 자가 아닌가?
독심귀의는 두 눈을 야릇하게 번뜩이며 침실로 날아 들어간 마운룡의 뒷모습을 주시하고 있었다.

(흐흐...... 이검영(李劍英)! 그놈이 발 멸심마모(滅神魔母)의 아들이란 말이지?)

그 자는 사악한 표정으로 히죽 웃었다.

(재미있군, 재미있어. 잘하면 이검영을 이용하여 한몫 쥘 수도 있겠는데......)

그 자는 음흉한 눈을 굴리며 내심 중얼거렸다.
이어,

스......

그 자의 모습은 인밀한 그림자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독심귀의---!

그 자는 대체 또 무슨 독계(毒計)를 꾸밀 작정이란 말인가?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