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폭풍세가

제32장 대파란(大破亂)의 종막(終幕)

오늘의 쉼터 2014. 10. 1. 00:51

 

제32대파란(大破亂)의 종막(終幕)

 

 

 

"패멸살황독강류!"
푸하하악...!
쩌저정...!
한 순간, 벼락치는 굉음이 터졌다.
자묵강(紫墨剛)의 뇌전이 군검풍의 전신으로부터 천만가닥 폭출되어 그물처럼 일천 장을 뒤덮었다.
"저것...!"
군림지존의 안색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물러서랏! 천년제일독공(千年第一毒功)이다. 맞받으면.. 허억!"
그의 경호성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콰콰콰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군림지존은 패멸살황독강류의 자묵강풍에 휘말려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츠으으으... 촤르륵...!
모든 것이 녹아 버렸다.

패멸살황독강류에 스치는 모든 것들, 나무, 돌,사람,... 병기... 그 어느 것도 남아 있지 못했다.
그야말로 초토화되어 버린 것이다. 방원 일천 장은 완전하게 초토화되어버렸다.
일천지존천단!
그토록 막강한 고수들이 비명도 못지르고 사라졌다.

실로 너무 가공하여 필설로 형용할 수 조차 없을 지경이었다.

"츠으... 이... 이럴 수가...!"
후드득...!
간신히 몸이 녹아 내리는 것은 면한 군림지존은 공포 서린 음성을 토해 내며 날아내렸다.
그 역시 결코 온전치 못한 모습이었다.

그의 의복은 형체도 없이 녹아 내리고 없었다.
그리고 그의 전신은 온통 칙칙한 자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패멸살황독강류에 휘말린 것이다.
그가 금강지체를 이루었기에 망정이지

일반고수였다면 자묵강풍이 스치는 것만으로도 즉사했을 것이다.
"실패... 했군...!"
강권의 중앙.
천신처럼 우뚝 선 군검풍은 천 장 밖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군림지존을 주시하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조금 더... 패멸살황독강류를 저 자에게 집중시켰어야... 하는 것을...!"
그의 입가로 언뜻 허무한 미소가 스쳤다.
휘청... 쿵!
이어, 군검풍은 마치 고목처럼 그 자리에 무너져 내렸다.
천년제일독공인 패멸살황독강류,

그것을 무리한 상태에서 일시에 폭출했기 때문에 모든 공력이 탈진한 것이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군림지존은 치를 떨었다.
"으득... 살려 두어서는 안 될 놈이다...!"
츠으... 뚜벅!
그는 흔들거리는 걸음으로 군검풍에게 다가섰다.
그의 눈가에 잔인한 미소가 어렸다.

이어, 그의 전신 공력이 실린 손이 허공으로 치켜 올려졌다.
그런데, 이 때였다.
"이놈...!"
돌연 엄청난 폭갈이 하늘에서 일어났다.
콰...아앙!
쩌저적...!
동시에, 새파란 벼락이 군림지존에게 작렬하지 않는가?
"사... 사라청명강살!"
군림지존은 다급한 경호성을 터뜨렸다.
콰쾅...!
후드득! 쿠쿵...!


군림지존은 막강한 강기에 십여 보나 뒤로 물러섰다.
츠으으...!
그때 한 사람의 거인이 쓰러진 군검풍의 옆으로 내려섰다.
그의 전신은 온통 시퍼런 청모로 뒤덮여 있었다.

눈에서 푸른 뇌전이 흐르는 기이한 용모의 거인.

만수종 해극패였다.

그는 내려서는 즉시 집채만한 종이 울리는 듯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놈! 기다려라, 노부 해극패의 아우가 다시 네놈의 목을 따러 갈 것이다!"
이어 그는 옆구리에 군검풍을 안아들고 순식간에 허공으로 사라져갔다.
"만...수종! 저 노괴물이 살아 있었다니...!"
홀로 남은 군림지존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만수종이 사라진쪽을 망연한 시선으로 주시하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한 칸의 밀실.
"흑... 흑! 아버님, 어이하여... 저... 바람둥이에게 소녀의 몸을 바치라 하십니까? 흐흑... 야속해요."
서럽게 우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밀실의 중앙에는 하나의 침상이 놓여 있었다.

침상 위에는 혼절한 군검풍이 죽은 듯 누워 있었다.

그의 안색은 백짓장처럼 창백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일남일녀가 앉아 있었다.

먼저 만수종 해극패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통 눈이 내리듯 새하얀 미녀였다.
백설처럼 하연 백발, 하얀 눈썹, 반투명한 하연 피부...
그녀는 흡사 얼음으로 빚은 듯 했다.
스스스...
여인의 전신에서는 지독한 극음지기가 안개처럼 흐르고 있었다.
"흑흑... 야속하세요. 아무리 저 자가... 아버님의 은인이라 해도...

숱한 계집을 끼고 놀던 색마인데... 어찌 소녀보고 저 색마의 계집이 되라 하시나요?"
무엇이 그리 서러운지 여인은 연신 어깨를 들먹이며 서럽게 울고 있었다.
그런데, 실로 놀라운 광경이었다.

여인의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은 금방 얼음으로 화해 버리는 것이 아닌가?


-- 빙하여제.


그녀는 바로 북해 빙하천궁의 궁주인 빙하여제였다.

일전에 그녀가 북천혈국과 맞서 싸우가 위기에 처했을 때

만수종 해극패가 그녀를 구해 준 일이 있었다.
그 인연으로 빙하여제는 만수종 해극패의 양녀가 된 것이었다.
"크녠! 이 녀석아, 다 너를 위하는 길임을 알아라. 검풍은 천년종사가 될 녀석이고...

검풍의 처첩이 됨은 곧 무상의 영광을 얻을 수 있는 길임을 모르느냐?"
만수종은 연신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흑흑... 하지만...!"
"듣기 싫다! 오늘 밤 저 녀석과 무조건 신방을 차려라!"
쾅!
만수종은 버럭 호통을 치며 나가 버렸다.


"흑... 흑...!"
빙하여제는 만수종이 나간 뒤로 한 참 동안이나 찔금찔금거리며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그녀는 어쩔 수 없는지 울면서도 침상으로 다가섰다.

결국 그녀는 의부 만수종의 준엄한 명령을 어길 수 없자 울자 겨자먹기로 결심을 한것이었다.
"흑... 오늘밤 내 몸을 주겠지만... 오늘밤뿐인 줄 알아요. 이 색마!"
그녀는 서럽게 울며 군검풍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당신에게 내 몸을 주면...

당신의 몸안에 고여 있는 불사용수(不死龍髓)를 모두 용해하여

천년공력을 얻을 수 있다기에 당신과 자는 것 뿐이에요."
연신 중얼거리며 옷을 벗겨가는 빙하여제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이후... 나를 쾌락의 대상으로는 범할 수 없을 테니 명심하세요!"
마지막 옷가지가 군검풍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와 함께 건장하게 균형잡힌 군검풍의 나신이 빙하여제의 눈앞에 환히 드러났다.
"흐윽...!"
빙하여제의 입에서 일순 신음이 터졌다.

난생 처음 보는 사내의 알몸이 그녀를 전율케 했다.

군검풍의 흉칙한 남성의 상징은 처녀인 그녀에게는 너무도 생경하고 괴상망칙한 것이었다.
하지만 음양의 조화는 신비한 것,

군검풍의 알몸과 그의 기괴하고 징그러운 일부를 보는 순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몸이 달라오름을 느꼈다.
"평생... 당신을 저주할 거예요. 흑... 당신 때문에 내 몸을 더럽혀야 하니..."
그녀는 중얼거리며 자신의 옷도 벗기 시작했다.
곧 얼음으로 깎은 듯한 눈부신 옥체가 드러났다.

그녀의 알몸은 빙기옥골(氷肌玉骨)이란 형용이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

피부는 눈같이 희고 매끄러우며 오묘한 굴곡을 이룬 몸매는 군살 하나 없이 미끈하고 탐스러웠다.
피부가 너무나 희고 맑은 탓에 그녀의 중심부의 구릉을 덮은

소담스런 방초의 숲이 유달리 검고 짙어보였다.

그 짙은 수림 속에 보통의 여인과는 다른, 아주 서늘하고 청량한 옹달샘이 수줍게 숨어있었다.
빙하여제는 영원히 붉어지지 않을 것 같은 홍조를 띄우며 군검풍의 몸위로 올라갔다.
군검풍의 탄탄한 동체에 피부가 닿자 그녀의 차가운 몸은 이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진짜... 진짜로... 오늘밤 한 번 뿐이에요!"
빙하여제는 서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미끈한 몸이 뱀처럼 군검풍을 휘감고 움직이고,

그에 따라 의식이 없는 군검풍의 몸에도 급격히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너....너무 커!'
자신의 허벅지가 맞닿은 군검풍의 중심부에서

무언가 용트림하며 자라나는 것을 느끼며 빙하여제는 전율했다.
뜨겁고도 마치 살아있는 별개의 생명체인 듯 꿈틀꿈틀 요동치며 자라나는 봉형의 물체,

그것이 허벅지 안쪽을 밀어올리며 자라나 빙하여제의 숨을 막히게 만들었다.
떨리는 손으로 더듬어본 빙하여제는 그것의 굵기와 크기에 몸서리를 쳤다.

그토록 거대한 것이 도대체 자신의 몸안으로 들어온다는 것이 상상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도는 해봐야만 한다.

그녀는 군검풍의 몸위에 엎드린 자세로 다리를 벌리고 그 중심부로 군검풍의 실체를 이끌었다.

그녀의 수림지대 속에 숨어있는 옹달샘은 이미 이슬이 넘쳐 흘러 충분이 준비가 되어있었다.
"흐윽..."
군검풍의 실체를 자신의 중심부로 이끈 빙하여제의 악다문 입에서 절로 신음이 터져나왔다.

그녀의 가장 예민한 살점 부분이 군검풍의 실체를 느낀 것이다.
너무도 뜨거운 군검풍의 느낌은 흡사 불에 달궈진 쇳덩이가 살갖에 닿는것과 같았다.
하지만 빙하여제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곤두선 군검풍의 실체위로 자신의 몸을 지긋이 내리눌렀다.

그리고.... 그녀의 우려와 달린 그녀의 육체는 신축성이 충분하여

무리없이 군검풍의 거대한 실체를 받아들이기 시작햇다.
"하악!"
일순 견딜 수 없는 신음이 그녀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생살이 찢기는 듯한 격통과 함께 뜨겁게 요동치는 이물질이

그녀의 몸안으로 깊숙히 밀려들어온 것이다.
그 아찔한 파열감과 함께 생경하고도 야릇한 쾌감이 빙하여제의 온몸을 휩쓸었다.

오랫동안 이날을 기다려온 그녀의 여자부분은

아우성을 치며 이 흉칙하고 강인한 정복자를 환영했다.
비어있던 몸안 그득한 충족감과 뜨거운 체온에서 느껴지는

어쩔 수 없는 본능의 욕망에 빙하녀제는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이렇게 아프게 만들다니... 용서할 수 없어..."
군검풍을 완전히 남김없이 몸안에 수용한 빙하여제는 다시 흐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슬픔 때문이 아니었다.

묘한 쾌락과 아픔이 전신을 휘몰아쳤기 때문이었다.
군검풍의 탄탄한 가슴을 섬섬옥수로 누른 채

빙하여제는 좀더 강렬한 쾌락을 갈구하며 하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누가 가르쳐준것도 아니지만 군검풍의 중심부에 걸터 앉은 그녀의 허리와 둔부는

부드러운 율동을 일으키며 아래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아! 흐윽!"
곧 숨막히는 뜨거운 열기가 밀실 안을 채우기 시작했다.


<군림철탑>


"으음... 더 이상 용서할 수 없다.

나 군림지존의 아성에 도전하는 것은!"
전신을 붕대로 휘감은 군림지존이 분노가 서린 음성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는 부들부들 몸을 떨며 시선을 한곳으로 고정시켰다.
츠으으...
그의 눈에서는 원독에 찬 살광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몇 장의 지편이 들려있었다.


-- 지급, 본회 강남분단 전체... 제왕맹(帝王盟)으로 주축된...

십지마련 산하 군마전단의 기습에 괴멸... 더 버틸 수 없음....


-- 강부군단 제 백 칠십 이 분회 피습 중,
적의 주력은... 폭풍세가 휘하 무적구단... 간간이 천패맹의 고수들도 모임,
이것이 마지막 전서일 듯... 지존회에 영광이 있기를...!


-- 서역... 만독지존 산하... 독존천성(毒尊天城) 괴멸...


-- 만산집맹 돌연, 본회로 칼 돌렸음.
지존천패부로 떠난 천음존자 위지대영 제육좌가 진두지휘하여...

본 지존 혈맹 백팔비밀장원 공격... 항전 중이나... 역부족...


-- 화정맹에 삼만의 요녀들이 움직였음. 목표 지존천패부...


-- 새외... 신비은밀종 일만 은사 운중산역 육박...


수많은 내용이 적힌 지편들이 군림지존의 손에 들려 있었다.

그것들은 모두 지존혈맹의 예하조직들의 상황이 급박함을 나타내고 있었다.
지존천패부와 지존핼맹, 그 거대한 세력이 일시적인 전면적 기승에 뿌리째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은 지존혈맹이 천 년간 독버섯처럼 준비시킨 지하조직과 지존혈맹의 동조세력들이었다.
전일 구천마야와 폭풍세가의 대파괴행에서도 견딘

그 방대한 지하조직이 일거에 파멸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군림지존을 가장 노하게 한 것은 새북에서 날아온 전서였다.


-- 대지급.
본국 북천혈국 적붕천존과 거령천존이 이끄는 십만 새황적붕맹의 기둥전단에 피습.

적은 강하고, 기습 당한지라... 격퇴시키지 못함.
혈국총단 주위 백 리는 새왕적붕맹의 대전단에 완전 포위되어 돌파가 불가능함.

옥쇄를 각오해야 할 듯...
복수는... 국주께... 맡기겠음.
지존혈맹 만세...


그것은 붉은 피로 쓰여진 혈서였다.

그것은 지존혈맹의 변신인 북천혈국의 최후가 임박했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북천혈국의 최후는 곧 천 년을

함약해 온 대효웅동맹 지존혈맹의 뿌리가 멸절됨을 의미했다.


"으득..! 좋다. 모든 것을 본존 혼자의 힘으로 재건할 수 있다!"
스스스...콰쾅!
군림지존의 몸에서 장쾌한 무혈강력이 일어 군림청탑 내부의 모든 것을 박살냈다.
"강하기로는... 천하에서 본존 이상가는 자는 없다!

열흘 전... 제왕지존이란 애송이에게 당한 이유는 그놈을 너무 경시한 탓에

오푼의 힘밖에는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츠으으...
그의 눈에서 만유를 바스러뜨릴 마광이 일었다.
"모든... 죽여주겠다! 죽기 원하는 자들은!"
우드득...!
불끈 움켜쥔 손 안에서 뇌성이 일었다.
"이좌!"
"드디어 결심하셨소이까? 총수?"
츠으으... 뚜벅...
군림지존의 음성에 불패전황이 철릭에 장극을 든 채 대전 안으로 들어섰다.
군림지존은 여전히 형형한 안광으로 그를 응시하며 말했다.
"그대의 생각이 옳았소! 일찌감치 모든 거치는 적자들을 쓰러뜨려야 했는것을...!"
불패전황이 자신에 찬 음성으로 대답했다.
"아직도... 늦지는 않았소이다.

이곳 지존천패부에는 고금최강의 전단 천추군림전단(千秋君臨戰團) 십만이 대기하고 있소이다.

그들을 출동시키면... 일시준동하는 모든 세력들을 깡그리 쓸어버릴 수 있소!

폭풍세가든...새황적붕맹... 잠혈마맹이든...!"
"좋소! 이좌."
츠으으...
군림지존은 말을 끝내며 품속에서 하나의 혈번(血幡)을 꺼냈다.


-- 군림혈번!


그것은 바로 지존혈맹의 최고 권위의 상징인 영부였다.
"혈번지명(血幡之命)을 받소이다!"
불패전황은 황급히 부복했다.
군림지존은 엄숙한 표정으로 군림혈번을 불패전황의 손 앞에 내밀었다.
"천추군림전단에 대한 일체의 권한을 위임하오!

우선 이곳으로 다가오는 폭풍세가 무적폭풍군간의 씨를 말리시오!"
"존명!"
불패전황은 공손히 군림혈번을 받았다.
군림지존이 형형한 안광을 더욱 빛내며 말을 이었다.
"외부의 적만 궤멸하시오! 아니, 열흘의 시간을 벌 수만 있어도 좋소!

그 다음은 부중의 벌레들을 척살하고 지금보다 열 배 강한 군단조직을 할 수 있으니!"
"알겠소이다!"
불패전황은 깊숙이 허리를 숙여 보이고는 걸어 나갔다.
"...!"
그 뒷모습을 지켜보던 군림지존은 가공할 안광을 번뜩이며 음산하게 중얼거렸다.
"신비종... 은천종... 천패마종... 후훗! 좋다.

나 군림지존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 주겠다!"
그의 입가로 잔혹한 미소가 맺혔다.
"군림개세구천존!"
이어, 그는 허공에 대고 일갈을 터뜨렸다.
"옛!"
"부르셨습니까? 국주?"
츠으으...
스스스스...!
그러자, 즉시 대답과 함께 사방에서 구 인의 신형이 솟아 올랐다.
츠으으으...
그들은 일견키에도 개개인의 능력이 군림지존에 그다지 뒤지지 않은 초강자들이었다.


-- 군림개세구천존(君臨蓋世九天尊).


과거에 응수간에서 구천마야 독고와 폭풍대제 죄턴강이라는

사상최강의 두 거인을 쓰러뜨린 화려한 전적을 지닌 지존혈맹 최후 최강의 고수자들.
그들을 일일이 응시하며 군림지존이 엄중하게 입을 열었다.
"반나절 이내에... 신비종, 은천종, 천패마종을 생포하여 본존 앞으로 데려오도록 하라!"
"존명!"
"반나절까지도 필요 없습니다. 일 각만 기다리십시오!"
"흐흣! 용서치 않으리라! 지존혈맹의 천 년 야망을 방해하는 자들...!"
츠으... 스스스...!
군림개세구천존은 음산한 괴소를 흘리며 나타날 때보다 더욱 신비롭게 사라졌다.
군림지존은 잔혹한 눈을 번뜩이며 중얼거렸다.
"아직도... 승산은 압도적으로 본존에게 있다.

천하의 모든 지하조직이 궤멸되어도... 이곳 지존천패부만 건재하면...

최후의 승자는 지존혈맹이 된다.

삼패세가 아무리 강해도...!"
그의 스산한 웃음이 낮게 허공을 맴돌았다.
그러나 왜일까?

그의 눈빛 깊은 곳에서는 어떤 불안한 그림자가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과연... 승산은 아직도 그에게 압도적으로 많은 것일까?


콰...콰쾅!
휘르르...! 슈파파팟!
"케엑!"
"크...아아악!"
"빌어먹을... 매복이다!"
"크... 어찌 우리 천추군림전단이 이곳 천정관에서

무적푹풍전단을 요격할것이란 정보가 흘러 나갔는가?"
"후... 후퇴... 케에엑!"
장내는 온통 아비규환의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었다.

처절한 비명과 단말마가 연신 꼬리를 물고 터지는가 하면 폭음과 파공음이 지축을 뒤흔들어놓았다.
그 와중에, 천만대의 화탄과 화전이 우박인 듯이 마구 쏟아지고 있었다.
보이는 것은 오직 불...불의 바다 뿐이었다.
한마디로 열화지옥(熱火地獄)이라 표현함이 옳을 것이다.
십만의 천추군림전단은 그 열화지옥에 빠져

무적이라는 그 신위도 발휘해 보지도 못하고 허무하게 숯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쉬...쉬쉬쉭!
파...파파팟!
"케...에엑!"
"크...으! 저놈들은 제왕맹 휘하 무적천병단(無敵天兵團)놈들이다. 병장기에 미친 전쟁광들...!"
"크아아...!"
불바다!
그 열화지옥에서 잔신히 빠져나온 천추군림전단은 그러나 또 다시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수만 명의 무적천병단원이 폭사시키는

장대비 같은 강전 비창의 세례와... 사독제왕성 제자들이

우박인 듯 투사해 내는 암기의 소나기 였다.
실로 그것은 완벽한 천라지망이었다.
그 죽음의 덫에 걸린 천추군림전단은 그저 차례차례 도륙당하는 맹수 이상은 못 되었다.
"크아아...! 지존혈맹 만세...!"
"크... 천 년의 야망이... 이렇게 허무하다니...!"
콰...콰콰...!
화드드드득!
십만의 천추군림전단...!
그들은 광란하는 불길 속에 불에 타고 강전과 비창,

암기에 고슴도치가 되어 허무하게 거꾸러져 갔다.
그들중 진정한 강자들은 피투성이가 되어서라도

간신히 두 겹의 죽음의 관문을 벗어나기도 하였다.
하지만, 벗어나면 무엇하랴?

가장 강력한 벽이 세 번째 그들 앞에 버티고있는 것을....


-- 폭풍전단!


이미 신화가 된 대폭풍세가인 무적군단.
십만...

천추군림전단이 정면대결을 피해 요격할 생각을 해야만 했던 천외천의 용사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오히려 폭풍제후 군대려의 진두지휘를 받아 거대한 포위망을 형성,

천추군림전단의 생존자들을 차례차례 베어 넘기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애초에 싸움이 아니었다.

다만 병법을 아는 자와 모르는 자의 차이를 입증해 보이는 예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저 일방적이고 처절한 일장 도살인 것이다.


천정관이 내려다 보이는 구릉 위.
"호호! 운명을... 저주하거라.

나 십전마혜 을유향의 적이 된 너희들의 운명을..."
한 명 여인이 광란의 전장을 내려다보며 아주 잔혹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눈동자가 넷으로 보이는 신비로운 마의미인.

그녀는 바로 십전마혜 을유향이었다.
천하제일여모사이자 여병법자.

그녀는 천추군림전단이 지존천패부를 떠나는 순간부터 그들의 모든 움직임을 치밀하게 관찰해 왔다.

그 결과 천추군림전단은 완벽하고 멸절을 피할 수 없는 함정에 빠져든 것이다.
실로 십전마혜라는 한 명 여모사에게

무적이라 불리던 십만 천추군림전단이 무참하게 궤멸 당하고 만것이다.


"우우...!"
돌연, 열화의 지옥에서 비장한 참성이 솟구치며

한 명의 철릭거인이 선공으로 타고 가마득히 솟아 올랐다.
불패전황!
바로 그였다.
"요사한 계집! 감히 암계로 천추군림전단을 궤멸시키다니...!"
콰...콰콰!
우르르...!
불패전황은 가공할 공세를 휘몰아 일으키며 을유향을 휩쓸어왔다.
쩌...저정!
꾸...꽈꽝!
천균죄정인 듯 굉렬한 벽력성과 불패전황의 무자비한 공세가 을유향에게 날아들었다.
그의 내공은 무려 천 년 수위에 달했다.

따라서, 그 누구도 불패전황과 정면으로 맞서지 못한다.
그러나, 을유향은 조금도 두려운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호호! 불패전황, 어서오세요!"
그녀는 태연한 표정으로 교소를 터뜨렸다.
이때였다.
"캇! 잘만났다. 불패전황! 철혈마뢰의 종사이고...

천년마제님의 제일가신인 철혈대공 촉극패가 여기 있다."
"우... 나를 아느냐? 나는 열화대제란 어르신네니라!"
"우하하! 제왕맹 제일가신인 적발천존이 노부다!"
콰...콰!
우르르...!
십전마혜 을유향의 등 뒤에서 돌연 십인의 초강자들이 날아왔다.

그들은 장내로 뛰어들자 마자 불패전황을 맞아 부딪혀갔다.
철혈대공 초극패, 혈화대제, 적발천강존... 철기신극존, 무적대공... 혈전인황...
싸움이라면 밥먹다가도 뛰쳐나올 진정한 용자들이 그들이었다.
콰쾅!
카가가가가강!
십대 일의 대공세가 충돌하며 한순간 붕천열지할 굉음이 터졌다.
"크으...!"
화드득...!
불패전황은 피를 뿌리며 십여 장이나 퉁겨졌다.

아무리 그가 천년내공을 지닌 초강자라 해도

열 명의 패웅이 펼치는 합격에는 견딜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화드득!
스스스...!
떨어져 내리는 불패전황의 주위로 십 인 강자가 빠르게 몸을 움직여 포위망을 구축했다.
불패전황은 그런 그들을 절망의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빌어먹을... 끝장이군."
그의 입 끝이 파르르 경련을 일으키면서 문득 그의 철장이 쳐들려졌다.
"녠... 승부에는 졌으나... 본황은 영원히 불패로 남을 것이다!"
그의 입에서 마치 용의 울부짖음 같은 한 소리 폭갈이 터져나왔다.
퍼...억!
다음 순간, 믿을 수 없게도 불패전황은 스스로의 천개혈을 쳐서 바스러뜨렸다.
쿠...웅!
천개혈이 부서진 불패전황의 거구가 거목이 쓰러지듯 굉음을 일으키며 대지 위로 길게 누웠다.
불패전황...

영원히 불패이기를 원했던 진정한 용자.
그의 입가로 흐릿한 미소가 감돌았다.

그것은 영원히 자신에게 패배를 안겨 줄 자가 없다는 자신감의 미소처럼 보였다.
"...!"
"흐음... 어쨌든... 진짜 용자였소!"
"불패... 죽은 그를 누가 패배시키겠는가?

결국 그는 소원대로 영원한 불패자로 남겠군!"
불패전황의 시신을 둘러싼 십인의 패웅은 모두 침중한 안색으로 침음성을 발했다.

그들의 표정은 한없이 엄숙하기만 하였다.


"와와!"
"쳐랏!"
콰콰...콰콰쾅!
"케에엑! 빌어먹을...! 신비은밀종의 귀신 같은 늙은이들이다."
"크... 폭풍세가에 백만용자가 있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었다.
지존천패부!
그 야망의 대지도 어김없이 대겁풍(大劫風)에 휘말리고 있었다.
최초의 개전(開戰)은 군림개세구천존을 선봉으로한 군림존궁에서 시작되었다.
초전에는 신비종 휘하 신비대성쪽이 일방적으로 밀렸었다.

하지만, 이내 은형밀성, 철비성, 만독천성,

그리고 사황혈성까지 신비종휘하로 모이며 점세는 호각으로 팽팽해졌다.
거기에, 때맞추어 신비은밀천 삼만은사, 폭풍세가휘하 폭풍패천군단이 들이닥쳐

전세는 급전직하, 종국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일모서산(日慕西山).
서서히 날은 저물어가고 전장도 대종국이 임박하고 있었다.


-- 군림철탑!


"...!"
괴괴한 적막 속에 군림지존은 태사의에 깊숙이 몸을 묻고 있었다.

군림철탑 주위에서는 끝없이 난전의 소음이 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군림지존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의 두 눈은 공허한 빛으로 자신의 앞에 놓인 탁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탁자에는 백여 권의 혈경(血經)들이 쌓여 있었다.


<지존혈맹록(至尊血盟錄)>


그것은 지존혈맹 천 년 역사의 기록이었다.
이천 년을 지하에서 살아온 지존혈맹의 야심과 좌절의 기록이 그 중에 집약되어 있었다.
"종말이... 너무 어이없이 왔다."
군림지존은 문득, 나직하게 중얼거리며 자조의 미소를 떠올렸다.
"군검풍이라고... 했는가?

그 어린 아이를 간과한 것이 패인이었다.

천만강자를 휘하에 끌어모은 그 엄청난 능력을... 간과치 말았어야 했다."
그의 입가로 투들투들 실소가 흘렀다.

허망함으로 윤색된 음울한 미소...
"지존혈맹은 영원히 사라진다. 나 군림지존과 함께...!"
츠...으...!
화...아악!
군림지존의 눈빛이 일순 강하게 번뜩였다.
그러더니 돌연 지존혈맹록에 확 불길이 일었다.

삽시에 지존혈맹록은 한줌의 재로 화해 사라져 버렸다..
이로써...지존혈맹의 기록은 영원히 역사에서 사라지는 것이었다.


쩌...엉!
한소리 굉음과 함께 문득 군림철탑의 철문이 깨질 듯이 열렸다.
"크...윽...! 총수!"
열려진 철문으로 한 명의 혈인이 엉금엉금 기어 들어왔다.
-- 사해지존 융해.


바로 그 자였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철문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콰...쾅!
군림지존에게 엉금엉금 기어 오던 사해지존 융해의 머리통이 갑자기 박살이 났다.
돌연 새파란 뇌전이 후려치며 그의 후두부를 강타했던 것이다.
"흐흣! 융해... 드디어... 뒈졌군!"
츠으...!
그와 함께, 군림철탑 입구로 전신이 청모로 덮인 한 명의 괴인이 날아들었다.

그 인물은 바로 만수종 해극패였다.
그를 본 군림지존은 음산하고 낮은 어조로 입을 뗐다.
"그대가... 첫 번째로 죽으러 왔는가?"
그는 음울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죽어? 본종이?"
만수종은 어이없다는 듯 비웃음을 흘렸다.
"캇! 네놈은 정말 돌대가리군.

전에 분명 말했을 텐데, 네놈 머리통을 부술 사람이 본종의 아우라고..."
만수종은 괴악한 비웃음을 흘리며 몸을 돌렸다.
"캇캇! 노부는 군림개세... 무어더라, 군림개세? 클클...

그 놈팽이들 때려 잡으러 가겠다! 잘 뒈져라!"
츠으...!
만수종은 키득키득 웃으며 유령같이 날아올라 사라져갔다.
"...!"
군림지존은 무심한 시선으로 사라지는 만수종의 뒷모습을 주시했다.
이어, 문득 그는 낮은 어조로 중얼거렸다.
"어서... 오너라, 폭풍후예!"
그는 두 눈을 음울하게 번뜩이며 옆의 철벽을 바라보았다.
그 때였다.
콰쾅!
갑자기, 폭음과 함께 철벽이 박살났다.

그리고, 그 사이로 창창한 저녁노을이 쏟아져 들어왔다.

피같은 황혼이었다.
뚜벅... 뚜벅!
그 황혼을 등지고 한 명 청년이 천천히 철문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군검풍이었다.
막강하기 이를 데 없는 공력을 지닌 그의 두 눈은 오히려 지극히 차분하고 고요하기만 했다.
"세 번째 뵙소이다... 총수!"
"그렇군... 천년마제...!"
두 사람은 흐릿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마치 오랜만에 만나 서로 인사를 나누는 듯한 형상이었다.
"대세(大勢)의 싸움에서는 졌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
군림지존은 허무한 시선으로 부서진 철벽 밖을 바라보았다.
콰콰콰쾅!
쩌저저정!
그의 시선 끝으로 신마가 싸우듯 가공할 기세로 돌아가는 구대 삼의 격전이 눈에 들어왔다.
군림개세구천존의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신비종과 천년마후 주벽라, 천패마종과 맞서 싸우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숫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군림개세구천존은 초강삼인에게 형편없이 밀리고 있었다.

그 상태라면 반각 이상은 버틸 수 없을 듯이 보였다.
문득 군검풍은 아쉬움이 깃든 눈빛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총수를... 조금 더 일찍 만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랬으면 남궁 형님같이 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군. 나란 놈은 복이 없는 놈이야, 천패마종이 부럽군."
군림지존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응수했다.
두 거인은 서로를 마주보며 웃었다.

원한이라든지, 분노라든지 하는 감정은 이미 더 이상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인간이 오를 수 있는 최극의 경지에 다다른 초거인들이었기에

그들은 최후의 순간 모든 것을 초월할 수 있었다.
군림지존은 오히려 홀가분하고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이러고 싶지는 않지만... 저승길이 외로울 것 같아... 그대를 함께 데려가야겠어!"
그는 진정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군검풍을 바라보았다.


군검풍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그는 싱긋 웃어 보였을 뿐이다.
"믿지 않는군! 본존이 그대를 저승길 동무로 데려갈 수 있음을!"
츠으...!
군림지존은 담담하게 말하며 손을 처들었다.
그러자 그의 전신에는 창창한 자전강력이 일어나 군림철탑을 가득 메웠다.
"자벽지존환폭참(紫壁至尊幻瀑斬)이란 공력인데... 알지 모르겠군."
"알다마다... 자신의 전 내공을 자전강풍으로 폭사시켜

적과 동귀어진하는 대도 최고 최강 최후의 절기지요."
군검풍은 물론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군림지존은 놀랍다는 듯 군검풍을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헛허, 잘 아는군! 이제야 노부가 그대와 함께 이곳에 묻힐 수 있음을 믿겠는가?"
"글쎄요...?"
군검풍은 이번에도 군림지존의 대답에 모호하게 웃기만 했다.


그에게 확실한 답변을 줄 수 없는 그의 심정은 오히려 씁쓸하기만 했다.
"아마도 총수는 천년공력을 지녀 자벽지존환폭참의 위력으로

일천 장 내의 모든 것을 궤멸시킬 수 있을 것이오. 하지만..."
그는 말끝을 흐려 대답을 기피했다.
"헛허! 시험해 보면 알겠지. 조심하게...!"
군림지존은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웃었다.
번쩍!
차...차악!
일순 가공할 자강이 그의 전신에서 천 개의 화산이 터지듯 솟구쳤다.
꽈...꽈꽝!
그 직후, 모든 소성을 제압하는 가공할 폭음이 지존천패부를 뒤흔들었다.
그 굉음은 실로 거창하여 백 리 안이 온통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이 뒤흔들렸다.
"크으...!"
"지...지독하다!"
화드득... 쿠쿠쿵!
그 격렬한 여파에 뒤엉켜 돌아가던 피아간의 군웅들은

일제히 귀를 틀어 막고 신형을 휘청거렸다.
콰드드득! 스스스...!
그런 군웅들의 눈으로 마치 모래성이 허물어져 내리 듯

덧없이 무너지는 군림철탑의 모습이 환상같이 비춰졌다.
'어찌 되었는가?'
'누가 이겼는가?'
수십만 군웅들의 시선이 일제히 군림철탑으로 향했다.
......
한 순간, 죽음 같은 적막이 지존천패부 전역을 뒤덮었다.
그리고, 억겁 같은 시간이 흘러갔다.
뚜벅... 뚜벅...!
문득, 무너져 쇠모래의 산이 된 군림철탑쪽에서

대지를 압도하는 육중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츠으으...!
이어 다 떨어진 흑포를 걸친 한명의 청년이

자포인의 시신을 안고 천천히 쇠모래의 산에서 빠져 나오고 있는 것이 군웅들의 눈에 들어왔다.

군검풍이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군웅들은 눈을 크게 뜨며 격동과 희열에 휩싸였다.
"상공...!"
"아아! 지존!"
"바람둥이...!"
화르르르... 쐐애애액!
제일 먼저 여인들의 환호성이 일며 십여 줄기의 왜영들이 허공을 치솟아 나비처럼 날아왔다.
스스스...!
그녀들의 얼굴은 모두 놀빛으로 상기된 채 벅찬 기쁨과 눈물로 뒤범벅되어 있었다.

모두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들이었다.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날아드는 여인들의 등 뒤로

아름다운 저녁놀이 화사한 장미빛으로 번지고 있었다.


< 大尾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