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폭풍세가

제28장 음모(陰謀)속의 정사(情事)

오늘의 쉼터 2014. 10. 1. 00:36

제28장 음모(陰謀)속의 정사(情事)


 

 

옥황둔 위로 달빛이 소리없이 쏟아져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새황적붕맹의 본영이 자리한 곳에도 밤이 찾아왔다.
하나의 화려한 천막.
츠으... 스윽... 스윽...!
"...!"
색목천왕은 명주천으로 한 자루 기형보검(奇形寶劍)을 닦고 있었다.
보검의 길이는 오 척 여섯 치 가량 된다.

푹이 좁고 마음대로 흐느적거리는 연검이었다.
검을 닦는 그의 눈빛은 지극히 고요해 보였다.
이 때였다.
"천황(天皇)!"
어디선가 한 줄기 음울한 음성이 색목천황의 귓전을 울렸다.

색목천황은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무슨 일이냐, 무혼잠(無痕潛)?"
스으... 스으...!
놀랍게도 빠오의 천정에 유령인 듯 찰싹 달라붙은 인물이 있었다.
무흔잠-!

그것이 그의 이름인가?
무흔잠은 감정이 담겨 있지 않은 음성으로 보고했다.
"그 계집이 돌아왔습니다. 적붕전후 철운지가...!"
"...!"
색목천왕의 손길이 순간 멈추었다.

이어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 계집을 요격하라고 보낸 일천혈황기대(一千血王騎隊)는?"
"삼백 리 밖에서 모두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들이 철운지의 일초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입니다."
색목천왕은 침중한 표정을 지었다.
"흐음... 강한 계집이군. 저 위대한 초원의 제왕(帝王) 성길사한(成吉思汗)의 직계후예답게...!"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이어 그는 색목(色目)을 강렬하게 빛내며 말했다.
"그러나... 대세를 막지 못한다. 그 계집이 아무리 뛰어나도 일개 계집일뿐이니..."
무흔잠은 아무말 없이 듣고 있다가 무심한 어조로 다시 말했다.
"그리고... 철운지는 한 명의 사내와 어린 계집을 대동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색목천왕은 흠칫했다.
"사내?"
그는 번쩍 눈을 빛내며 되물었다.
무흔잠은 그 사내에 대해 설명했다.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희멀건 자인데... 무공은 익히지 않은 듯 합니다."
"...!"
색목천왕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어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모를 일이군. 사내를 벌레만도 못하게 알던 철운지가 사내를 데리고 오다니...!"
그는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곧 그런 생각을 떨쳐버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계획은 그냥 진행한다.

거령천존(巨靈天尊)을 진영 밖으로 유인하고... 적붕천존을 해치운다."
"...!"
"그리고 무흔잠! 네가 할 일이 있다."
"옛! 무엇입니까?"
"그 기생오라비 같은 자를 맡기겠다.

오늘 밤 그 자를 잠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도록 죽이든 어떻게 하든...

네게 전적으로 일임하겠다."
"존명!"
대답을 마침과 동시에, 무흔잠은 천정으로 다시 유령처럼 스며들 듯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고 나자, 색목천왕은 무섭게 눈을 번쩍이며 중얼거렸다.
"이제... 누구도 막지 못한다!"
츠으...!
그는 기검(奇劍)을 들어 검신에 부서지는 월광을 주시했다.
"변황십패천(邊荒十覇天) 중 사패천(四覇天)이 나의 동지고...

나머지 오패천(五覇天)은 중도에 선 기회주의자들이다.

적붕천존만 쓰러지면... 모든것이 끝이다."
그는 한 줄기 잔혹한 미소를 베어물었다.
"훗! 그리 되면... 저 옥문관 안의 사자왕(獅子王)을 박살내고 중원을 휩쓸어 버릴 것이다!"
그는 득의의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색목천왕은 미처 알지 못했다.
스으... 스으...!
만월을 등지고 하나의 흐릿한 그림자가

유령처럼 허공에 둥실 뜬 자신의 빠오를 내려다보고 있음을.
"후훗! 색목천왕! 죽을 이유가 충분해졌다.

나 군검풍의 양부이시고 외숙(外叔)이신... 사자왕께 살심을 품은 것만으로도...!"
그는 바로 군검풍이었다.

신비한 웃음을 흘리는 그의 그림자 위로 문득 달무지개가 피어올랐다.

화려한 천막 안.
내내는 가죽 침대에 푹 파묻힌 채 곤히 잠들어 있었다.
군검풍은 그 옆에 앉아 있었다.

그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문득, 그는 나직한 웃음을 발하며 중얼거렸다.
"후훗! 무흔잠이란 친구... 어떻게 나를 이곳에 묶어 둘지 기대되는군."
이어 그는 잠자는 내내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빙그레 웃었다.
"우리 공주님이 소란 통에 깨기라도 하면 안되지!"
그는 가볍게 손을 움직여 내내의 수혈을 짚었다.
"음...!"
그러자 내내는 낮은 신음을 발하며 몸을 뒤척였다.

그 바람에 가죽의 침요가 벗겨지며 그녀의 탐스런 나신이 드러났다.

내내는 잠잘 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자는 버릇이 있었다.
아직 나이는 어리나 놀랍게도 성숙한 내내의 나신은 군검풍의 몸을 순간적으로 뜨겁게 만들었다.
앙증스런 유방과 보송보송한 방초로 덮인 은밀한 구릉이 강렬하게 군검풍을 유혹했다.
"이렇게 어린 내내를 아내로 만든 것을 아시면...

만수곡의 장모님이 종아리를 때리려 하시리라."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이어 그는 내내에 대한 정염이 일어 그녀의 유방으로 손을 가져갔다.

자그마하고 탄력있는 젖가슴이 그의 손안에 뭉클한 감촉으로 닿아왔다.
군검풍은 가만히 그녀의 젖가슴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그의 손이 어루만 짐에 따라 그녀의 작고 귀여운 젖꼭지가 급격히 단단해졌다.
수혈리 짚혔지만 자극에 반응하는 탓일까?

내내의 미끈한 교구가 나직히 신음하며 절로 하체를 뒤틀었다.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내내의 미려한 허벅지 안쪽의 깊은 계곡에서 뜨거운 이슬이 배어나왔다.

비록 나이는 어리나 여러차례 군검풍을 받아들인 탓인지

보송보송한 방초가 정상 부분만을 살짝 가린 그녀의 중심부는 완연한 여인의 형상이었다.
꿀물을 머금은 내내의 옹달샘을 확인한 군검풍은 하체의 일부가 끊어지는 듯 아파졌다.
'미안하지만 빨리...!'
군검풍은 내내에 대한 들끓는 욕념을 참지 못하고 서둘러 그녀의 몸위로 올라갔다.

하의를 벗어내린 그는 손으로 내내의 중심부를 더듬어

그녀가 충분히 준비되었음을 확인하고 그곳에 자신의 욕망의 실체를 지긋이 밀어갔다.
"으음!"
내내가 잠결에 무어라 중얼거리며 그녀의 하체가 퍼득 경련을 일으켰다.
군검풍은 몸의 일부가 녹아드는 듯한 희열에 몸을 떨며 허리에 힘을 주었다.
헌데 바로 그 때였다.
"....!"
갑자기 군검풍은 흠칫하여 급히 내내의 몸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옆의 요를 끌어당겨 그녀의 나신을 덮어주며 밖에 대고 전음으로 물었다.
"무영살제! 어찌 되었는가?"
그러자 밖으로부터 무영살제의 공손한 대답이 들려왔다.
"예! 예상대로... 아둔한 거령천존 거패천이란 멍청이는

색목천왕의 계략에 말려 있지도 않은 침입자를 쫓아 대막쪽으로 유인되었습니다."
군검풍은 무영살제가 접근하는 것을 눈치채고 도중에 멈췄던 것이다.
'역시 꼬리를 달고 다니는 것은 여러모로 불편하군!'

군검풍은 내심 쓴 웃음을 지으며 무영살제에게 말했다.
"색목천왕의 일차계획은 성공했군.

거령천존이 주위에 있으면 아무리 초살수를 동원해도 적붕천존을 암살치 못할 테니...!"
무영살제는 그 말에 공손하게 대답을 보내왔다.
"그렇습니다. 적붕천존은 거령천존이 유인된 것을 모르는 상태고...

색목천왕이 오늘 밤 바로 암습을 기도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방심하여
그의 애첩 북극설후(北極雪后)의 침전에 들어..!"
그는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
츠으...!
군검풍도 누군가 자신의 처소로 접근함을 알아차렸다.
"무흔잠(無痕潛)이란 친구겠군."
그는 씨익 미소지었다.
이때 무영살제의 긴장된 음성이 그의 귓전을 파고들었다.
"조심하십시오! 색목천왕이 가장 총애하는 밀정자입니다."
군검풍은 고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삿 강적은 아닌 게로군. 천하의 무영살제가 긴장하다니...!'
스윽...!
그는 재빨리 옷을 벗고 내내 옆의 침상으로 들어가 잠든 척했다.

침상은 십여 인이 함께 잘 수 있을 정도로 크고 넓었다.
이 때였다.
스르륵...!
천막의 문이 소리없이 걷혔다.

이어 눈부신 달빛과 함께 한 줄기 강렬한 여인의 체향이 스며들었다.
군검풍은 뜻밖이라는 듯 어리둥절함을 금치 못했다.
'계집이었나? 무흔잠이란 자가...?'
스으...!
환상인 즛 천막 안으로 들어선자는 의외로 반나의 여인이었다.
탐스러운 은발을 발끝까지 드리우고

백옥같이 휜 피부에 푸른빛의 신비한 벽안을 지닌 색목(色目)여인.
그녀는 풍염하고 훤칠한 나신을 얇디얇은 나삼으로 가리고 있었다.

그녀의 전신에서는 뇌살적 요기가 숨막힐 듯 흘러나오고 있었다.

군검풍의 귓전으로 무영살제의 다급한 전음이 들려왔다.
"그 계집은... 서역제일염(西域第一艶) 몽라염후(夢羅艶后)라는 계집입니다.

간교할 뿐더러... 색목천왕에 그다지 뒤지지 않는 무공을 지닌...

골치 아픈 계집입니다! 조심하십시오!"
이어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시 전음을 보내왔다.
"속하가... 도와드리지 못함을 용서하십시오.

맹세코... 몽라염후가 지존의 침전에 든 것을 속하는 보지 못했습니다."
말을 마치자 마자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곳에서 달아나 버렸다.
'지존께서 바람피우시는 장면을 내가 방관할 것을 여러 주모님들이 아시면...!'
무영살제는 군검풍의 여러 명 아내들의 독살스런 시선을 떠올리자

소름이 오싹 끼치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그대로 군검풍의 천막에서 달아나 버리는 것이었다.
"무영(無影)!"
군검풍은 달아나는 무영살제에게 다급한 전음을 보냈다.
그러나, 무영살제는 더 이상 그곳에 없었다.
"속하는 아무것도 보지 않았습니다."
무영살제의 전음은 이미 천막으로부터 먼 곳에서 들려왔다.
'이런 낭패가...!'
군검풍은 내심 당혹함을 금치 못했다.
이 때였다.
사르르...!
몽라염후는 나삼자락을 끌며 침상 옆으로 다가섰다.

이어 그녀는 잠든 척 누워 있는 군검풍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흥.... 영준한 샌님! 오늘 밤은 외롭지 않겠어요."
사르르...!
다음순간 그녀의 몸에서 나삼이 흘러내렸다.

그러자 폭발적인 유혹이 담긴 풍만한 젖무덤과 풍염을 극한 매끄러운 동체가 드러났다.

중원의 여인과는 달리 쭉쭉 뻗은 지체에 우유살이 토실토실한 흐드러진 나신이었다.
압도적인 크기의 젖가슴, 백분을 칠한 듯 희디흰 살결,

그리고 하체 중심부를 소담하게 메우고 있는 것도 은은한 금빛이 석인 은발이었다.
특이할 뿐더러 육감적인 관능이 서린 몸라염후의 알몸은

실로 너무도 유혹적이어서 군검풍은 아찔하게 숨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호호... 나의 낭군님! 오늘 밤은 내품에서 벗어나지 못해요,

내가 놓아드리지 않을 것이고... 기왕이면 신첩 위에서 복상사 하시는 것이 가장 좋아요,

혈맹(血盟)의 대업을 위해서라도...!"
몽라염후는 젖무덤을 출렁거리며 군검풍을 덮어올랐다.
'윽!'
군검풍은 탄력 있는 여체가 몸을 덮어오자 실색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 이때 문득 그는 몽라염후의 머리결에서 야릇한 한 줄기 내음을 맡았다.
'아차! 최음제를 머리에...!'
그는 몸 깊은 곳에 갑자기 불끈 열화 같은 정염이 치솟아 올랐다.
"호호! 당신은 본후의 손을 벗어나지 못해요! 절대로....!"
몽라염후는 자극적인 눈빛으로 군검풍을 바라보며 교소를 터뜨렸다.

이어 그녀는 군검풍의 옷을 벗기며 그의 몸을 능숙하게 애무하기 시작했다.
군검풍은 내심 분노를 금치 못했다.
'감히... 최음제를 쓰다니...! 좋다, 원하는대로 해주지!'
그는 내심 결정했다.
"하아... 하아...!"
이때 몽라염후의 숨결이 점점 높아지며 그녀의 붉은 입술에서 뜨거운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군검풍의 전신도 화끈 열기로 달아올랐다.
"호호... 당신은 내 것이예요. 오늘 하릇밤 뿐이겠지만...!"
몽라염후는 군검풍의 하체를 자신의 하체에 밀착시켰다.

그런데 다음순간 그녀의 봉목이 한껏 치떠졌다.
"학!"
몽라염후의 입에서 돌연, 송곳같이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나왔다.

군검풍의 팔이 갑자기 무쇠같이 그녀를 으스러져라 안으며

그녀의 몸을 덮어눌렀기 때문이었다.

자연히 자세는 역전되었다.
몽라염후는 군검풍의 거대한 힘에 아연함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녀의 몸은 마치 산에 눌린 듯 납작해지고 그녀의 허벅지가 거력에 의해 무자비하게 벌려졌다.
"아악!"
다음순간 몽라염후는 무지막지한 불기둥이 복부를 관통함을 느끼며

하체가 찢어지는 듯한 격통을 느꼈다.
"이... 이렇게... 아플 수... 아학!"
그녀는 불인두로 지지는 듯한 고통에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바둥거렸다.

숱한 사내를 경험한 그녀였건만 군검풍의 실체는 너무도 거대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돌입하는 그의 행위에 몽라염후는 하체가 얼얼해지고

내장이 온통 휘저어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그녀가 이제껏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제....제발 살살....!"
몽라염후는 자신의 육체를 정복한 군검풍에게 매달리며 애원했다.

그러나 군검풍은 그녀의 애원따위는 들어주지 않았다.

그는 몽라염후의 농염한 육체를 짓누른 채 광풍같이 하체를 몸라치며 학대했다.
"아악! 제... 제발...! 죽어요!"
그녀는 들쑤셔대는 뜨거운 흉기에 아랫배가 다 뚫려버리는 듯한 고통에 울며 애원했다.

목구멍까지 치미는 거대한 불기둥의 출입에 정신이 다 아찔해졌다.
하지만 그것은 처음의 짧은 순간에 불과했다.

이내 그녀는 무자비한 학대속에서 자신의 내밀한 깊은 곳에서부터

형언할 수 없는 야릇한 열류의 쾌감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전율했다.
"아아...학!"
그녀는 바짝 군검풍의 팔에 매달렸다.

그녀의 몸은 영사처럼 군검풍의 몸을 휘감고 있었다.
그녀는 뜨거운 숨을 몰아쉬며 행위에 몰입되어갔다.

숨가쁘고 황홀한 절정이 그녀의 눈앞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갑자기 군검풍이 행위를 멈추었다.

그는 움직이던 허리를 멈추며 몽라염후를 내려다 보았다.
한창 절정을 향해 치닫던 몽라염후는 참을 수 없는 갈증을 느꼈다.
"아아....왜....?"
그녀는 돌연 군검풍의 행위가 정지되자 참을 수 없는 신음을 발하며 교구를 비틀었다.
하지만 군검풍은 더 이상 그녀의 욕정을 채워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뜨겁게 달아오른 몽라염후의 비역에서 일물을 뒤로 물려

거의 이탈시킨 채 냉철한 눈으로 그녀를 주시했다.
그 자신도 내부에서 엄청난 욕화가 일고 있었으나

막강한 정력(定力)으로 억누르고 있는 상태였다.
'이쯤이면 됐겠지.'
군검풍의 입가로 한 줄기 냉소가 스쳤다.

이어 그는 차가운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적붕천존에 대한... 최초공격은 누가 시작했지?"
"아아... 나는... 몰라요... 제발...!"
몽라염후는 세차게 도리질하며 군검풍의 몸을 휘감고 바둥거렸다.

안타까운 욕정이 그녀의 전신을 태울 듯 휘감아왔다.
그러나 그녀의 하체는 만근 거석(巨石)에 짓눌리기라도 한 듯 미동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몸은 땀으로 뒤범벅 되었다.

그리고, 옥용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열기로 화끈거렸다.
마침내 더 참을 수 없게 된 몽라염후는 뜨거운 숨을 몰아쉬며 입을 열었다.
"마... 말씀드릴께요. 그러니 제발... 어서 계속... 흑흑!"
그녀는 달아오르는 육체의 욕망을 견디지 못해 흐느낌을 터뜨렸다.

그녀 자신도 최음제에 중독된 상태이니 오죽하랴?
드디어 그녀의 입에서 놀라운 말이 흘러나왔다.
"최초공격은... 북극설후(北極雪后)...!"
"북극설후! 그녀는 적붕천존의 애첩일 텐데...!"
"흐윽... 그 계집은... 혈맹... 칠십혈후(血盟七十血后)의 한 명...

의도적으로 맹주의 첩으로 잠입...!"
군검풍은 번쩍 정신이 들었다.
'위험하다. 적붕천존이라도...

 애첩 북극설후가 혈맹의 첩자인 줄 모를 것이다. 서둘러야겠군.'
생각을 마친 순간 그는 다시 세차게 허리를 흔들어 몽라염후의 몸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몽라염후는 하얗게 눈을 치뜨며 희열의 신음을 토했다.
"아아... 사랑해요... 흑!"

몽라염후는 희열에 겨워 흐느끼며 다시 군검풍의 몸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밤의 열기가 두 남녀의 벌거벗은 몸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살기다.'
번쩍...!
잠들었던 적붕천존의 눈이 번쩍 떠졌다.
츠으...!
그는 이미 신(神)의 경지에 이른 인물이었다.
강렬한 살기가 접근함을 느낀 그는 침상에서 일어나며 적포를 걸쳤다.
그는 강렬한 시선으로 문쪽을 주시했다.

그 때문에, 그는 미처 보지 못했다.
"...!"
침상 위에서 한쌍의 봉목이 스산한 살기를 띄운 채 적붕천존의 등을 노려보고 있음을.
그 봉목의 주인은 반라의 중년미부였다.


-- 북극설후(北極雪后) 설리(雪梨).


이미 적붕천존을 십 년 이상 모셔온 그의 애첩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두 눈에 살기를 띄운 채

남편인 적붕천존의 뒤를 노려보고 있는 것이었다.
"...!"
"...!"
실내에는 팽팽한 살기가 감돌았다.
적붕천존은 검미를 찌푸리며 내심 중얼거렸다.
'예상 밖이다. 색목천왕이 이렇게 신속하게 계획을 추진시키다니...!'
그는 한 가닥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스침을 느꼈다.
이 때였다.
"월영살막(月影殺幕) 막하 천풍사랑(天風邪狼)이요. 천존을 베겠소."
돌연 무심하고 나직한 일갈이 천막 안을 뒤흔들었다.
다음 순간 십 팔 방위에서 믿어지지 을 정도로 쾌청한 검기(劍氣)가 폭출되어 나왔다.
츠...팟!
'빠르다.'
적붕천존은 섬뜩한 느낌에 긴장했다.

이어 그는 다급히 적붕천강(赤鵬天剛)을 내쳤다.
꾸...웅!
카카...캉!
요란한 금속성과 함께 적붕천존의 빠오는 완전히 박살나고 말았다.
콰콰...!
그 가운데, 이 인이 신형을 휘청이며 서 있었다.
적붕천존의 가슴에는 깊숙한 검상이 패여 선혈이 비오듯 흘러나오고 있었다.
한치만 옆으로 맞았다면 그는 즉사하고 말았을 것이다.
"...!"
자객 천풍사랑, 그녀 역시 입가에 선혈이 흐르고 있었다.

적붕천존에 의해 내부가 진동된 것이었다.
"과연... 월영살막 최강의 살수자로군."
적붕천존은 천풍사랑을 향해 씨익 미소를 지었다.
"과찬이시오!"
천풍사랑은 담담하게 대꾸하며 월영살검(月影殺劍)을 천천히 쳐들었다.
천풍사랑!
그녀는 멸신천황도에서보다 세 배 강해져 명실상부하게 천하제일살수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바로 이 때였다.
"호홋! 죽어랏!"
돌연 잔혹한 교갈과 두 사람의 귓전을 울렸다.
푸...학!
이어 가공할 속도의 일격이 적붕천존의 등 명문혈로 쇄도해 왔다.
"설리!"
적붕천존의 입에서 대경성이 터져나왔다.
쩌...엉!
이어, 북극설후의 공세는 피할 수 없는 속도로 적붕천존의 배심을 여지없이 강타했다.
콰...쾅!
"녠!"
콰당...!
북극설후의 손에 들린 독검(毒劍)은 정확히 적붕천존의 명문으로 파고 들었다.
"설리... 네가...!"
적붕천존의 거구가 피를 뿌리며 넘어지며 경악과 불신에 찬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호홋... 본후는 혈맹칠십이혈후(血盟七十二血后)의 일 인이다.

그것을 진작 알았어야... 아...악!"
득의롭게 교소를 터뜨리던 북극설후가

돌연 날카로운 비명을 토하며 나뒹구는 것이 아닌가?
허리가 무참하게 두 동강이 나 즉사한 것이었다.
츠츠으...!
천풍사랑(天風邪狼)의 살검(殺劍)이 돌연 기습하여 북극설후를 베어 죽인것이다.
"감히... 천풍사랑이 노린 표적을 암습하다니!"
천풍사랑의 입에서 잔혹한 살음이 터져나왔다.
천풍사랑, 그는 비록 살수이나 늘 정공(正功)으로 표적을 베었다.

그런 천풍사랑의 성격을 모르는 북극설후는 어이없이 단 일검에 죽고 말았던 것이다.
"음... 설리... 바보 같은 아이..."
적붕천존은 천천히 신형을 일으켜 세우며 침음을 발했다.
츠츠츠...!
그가 일어서자 천풍사랑은 살검을 겨누었다.
"용서하시오. 귀하가 부상을 당했다 해도... 나는 내 임무를 완수해야하오."
"흣! 그래야겠지."
적붕천존의 얼굴에 일순 허망한 표정이 떠올랐다.
바로 그 때였다.
"우우! 무슨 일이냐?"
"천존께서 암습당하셨다!"
느닷없이 들려온 살음에 새황적붕맹(塞荒赤鵬盟)의 본영이 발칵 뒤집힌것이다.
츠으...!
스스스슷...!
이어 십방에서 십 인이 떠올라 장내로 날아 내렸다.
그들은 바로 색목천왕과 변황십팔대패세 중

십패세(十覇勢)의 종사들인 변황십패천(邊荒十覇天)이었다.

"후후... 색목천왕! 성공을 축하하네!"
그들이 나타나자 적붕천존은 자조서린 웃음을 지었다.
색목천왕은 그런 적붕천존을 바라보며 잔혹한 웃음을 지었다.
"흐흐... 과연 천존은 현명하신 분이오."
그는 힐끗 동강난 북극설후의 시신(屍身)을 내려다 보며 말을 이었다.
"십패천은 모두 본황을 따르기로 했소!

순순히 적붕존령(赤鵬尊令)을 내놓으시오.

그리하면... 자결하여 명예를 지킬 기회를 드리겠소!"
색목천왕은 거만한 표정으로 적붕천존을 직시했다.
실상 십패천 중 사패천(四覇天)만이 색목천왕을 추종하는 무리들이었다.
나머지 육패천(六覇天)은 그저 사태의 추이를 관망할 뿐이었고...
그러나 그 육패천 중 누구도 색목천왕의 말을 부인하지 않고 있었다.

'허무하군...계집 하나 때문에 백년고련이 수포로 돌아가시니!'
적붕천존은 흘깃 천공으로 시선을 올렸다.

어느덧... 하늘은 떠오르는 태양을 맞아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적붕천존은 시선을 돌렸다.
"운지(雲芝)를 해하지는 않겠지?"
색목천왕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물론이오. 본황이 비록 효웅일지 모르나...

천존의 친인을 해할 졸부(卒夫)는 아니오."
"녠! 그거 다행이군."
적붕천존은 자조의 웃음을 지으며 서서히 손을 소매 속에 넣었다.
'드디어... 해냈다!

이로써 맹내에서 본왕의 서열이 십위 안으로 진입하리라!'
하지만 색목천왕이 득의롭게 미소를 머금고 있을 때였다.

그의 꿈은 허공 일각을 무너뜨리며 들려온 냉소에 산산이 깨어지고 말았다.
"색목천왕! 배신을 성공한 것이 그렇게 기쁜가?"
"엇!"
"헛! 누구...?"
싸늘한 살음에 군웅들은 흠칫했다.
허공, 타오르는 여명을 등지고 한 명의 장대한 장발미청년이 둥실 떠 있는 것이 아닌가?
"너는...!"
색목천왕이 막 입을 여는 순간이었다.
콰...콰쾅!
장발미청년의 우수에서 시뻘건 낙뢰(落雷)가 작열했다.
콰...앙!
"크...애...액!"
색목천왕은 피하고 어쩌고 할 사이도 없이

피무지개를 그으며 십 장 밖으로 퉁겨져 나갔다. 즉사한 것이다.
"우... 감히...!"
"바득! 죽어랏!"
그 순간, 색목천왕을 추종하던 사패천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사상방위(四象方位)로 떠올라 군검풍에게 공세를 폭출시켰다.
파츠츠츳...!
쿠쿠쿠쿠쿠쿵...!
막강한 경기가 파도처럼 밀려오는데도 군검풍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좋아! 이것은 어떤가? 존극천신강(尊極天神 )!"
군검풍이 일성 대갈과 함께 쌍장을 잇달아 내치자,
"캐...애...액!"
"사... 사술! 으악!"
"크...아악!"
군검풍의 신형에선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그런데도 사패천의 전신이 피박살이 되어 사방으로 퉁겨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 존극천신강(尊極天神剛)
-- 고금최강절예(古今最强絶藝)!
구천마교, 대폭풍패천세, 잠형십천결 등

삼파절기의 최정화를 구천마야에게 전수받은 후 군검풍이 처음 펼친 가공무예였다.
지금 군검풍의 성취도는 팔성이었다.

만일 십성을 익혔다면 변황사패는 가루로 바스러져 형체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우...!"
"...!"
경악이 파문같이 장내를 휘쓴다.
사패천(四覇天)!
그들이 누구인가?
십패천주중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초강자들이 아니던가?

그런 변황사 패천이 군검풍의 손짓 한 번에 즉사하다니...
'강해졌구나. 나의 바람둥이...!'
한편 천풍사랑의 입가로 고혹적인 미소가 흘렀다.

그녀는 내심 치미는 기쁨을 감추고 있었다.
'그러나... 적붕천존은 내손에 죽어야 한다. 너 바람둥이를 위해서라도...
언젠가는 너와 맞설 적(敵)이기에...!'
츠츠츠..!
천풍사랑이 벼락같이 적붕천존의 목을 후려쳐 갔다.
'끝이군...!'
적붕천존은 목뒤로 날아드는 경기를 의식하며 지그시 두 눈을 내리감았다.
피할 수 없음을 알기에...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밀월(密月)! 끝까지 속썩이는군."
군검풍이 탄식과 아울러 우수의 식지를 퉁겼다.
따...당!
굉렬한 비파음이 터져올랐다.
바로 탄음파천황이었다.
콰...쾅!
"악!"
천풍사랑은 탄음파천황에 격중되어 피를 뿌리며 십 장 밖으로 나뒤굴었다.
"밀월..."
스으...!
군검풍은 재빨리 신형을 날렸다.

그는 황급히 천풍사랑을 끌어안았다.
천풍사랑은 문득 두 눈에 허망한 빛을 떠올렸다.
"나쁜... 자식! 너를 위해 적붕천존을 벨 생각이었는데...

네 자식의 십지마련에 입맹(入盟)하는 선물로...

그래서... 지존혈맹의 청부를 수락한 것인데..."
천풍사랑의 눈가로 서글픈 미소가 어렸다.
"밀월...!"
군검풍은 그녀를 내려다 보며 가볍게 웃음을 지었다.
"후훗... 너는... 입맹할 수 없다!"
"무... 무엇 때문에? 내가... 네 등극식에... 참석 안한 때문인가?"
천풍사랑이 격하게 반문하자 군검풍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밀월은 폭풍세가의 안주인이 되어야 한다.

폭풍세가의 안주인이...남의 수하에 있다면 천하가 웃을 것이다.

그 때문에 십지마련에 입맹할 수 없는 것이지."
"아...!"
군검풍의 말에 천풍사랑은 입가에 경련을 일으켰다.

아릿한 폭풍(暴風)이 해일같이 그녀의 교구를 떨게 만든다.
그러나,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나쁜... 자식... 끝내... 멋대로 하는구나...

천하제일살수인 나를... 첩으로 삼아 후궁에 처박으려 하다니..."
앙큼한 여심은 이렇게 투덜거리다가 마침내 혼절하고 만다.
그런 천풍사랑의 입가에 서린 미소는 무엇 때문인지...?
화르르...
어느덧 태양이 치솟아 천풍사랑을 으스러져라 껴안은

군검풍의 듬직한 어깨 위로 일광을 흩뿌리고 있었다.


적붕천존의 새로운 빠오 안.
"...!"
"..."
두 사람이 흑오목(黑烏木)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었다.
적붕천존은 어깨를 비롯해 허리까지 붕대로 들들 말은 상태였다.
"신세를 졌다. 천년마제!"
적붕천존은 힙겹게 입을 열었다.

적붕천존에게 있어서 남에게 신세를 졌다는 것은 죽기보다 괴로운 일이었다.
군검풍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후훗... 고마워 하실 필요 없소이다.

본마제 역시 두 가지 목적을 갖고 성주를 도와드린 것 뿐이니까."
"목적이라..."
적붕천존은 기광을 떠올리며 눈으로 재촉했다.
"첫째는... 색목천왕 같은 졸부 손에

천존 같은 영웅이 쓰러지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기 때문이고..."
그말에 적붕천존은 씁쓸한 고소를 머금었다.
"억지로 끌어댈 필요는 없네. 노부가 신세를 진 것은 사실이니."
군검풍은 말을 계속 이었다.
"둘째는... 이런 신분으로...

천존과 연맹을 결성하기 위해 성주를 도운 것이요."
이어, 군검풍은 품에서 하나의 자환(紫環)을 꺼내 보였다.


-- 낙일옥새.


자환을 보자 적붕천존은 흠칫했다.
"낙일무황(落日武皇)이기도 한가?"
군검풍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나는... 낙일무황으로서 대지존무련(對至尊武聯)의 결성을 제시하는 바이오."
"대... 지존무련(對至尊武聯)? 함께... 지존혈맹과 맞서자는 얘긴가?"
"그렇소! 지존혈맹은 독버섯 같은 존재이고 지존혈맹을 격파한 후에야

마음놓고 성주와 흔쾌히 일전(一戰)을 벌일 수 있기에..."
군검풍의 말에 적붕천존은 호쾌한 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핫... 좋아! 대지존무련(對至尊武聯)이라?"
그것은 웅심(雄心)이 가득한 대소였다.
그 바람에 허리에 난 상처가 터져 붕대가 시뻘겋게 혈색으로 물들었다.
그러나, 적붕천존은 그런 것에 아랑곳 않고 싸늘한 살소(殺笑)를 머금었다.
"후후! 지존혈맹, 노부를 건드리지 않으면...

노부 역시 지존혈맹을 건드리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러나... 그 묵계를 지존혈맹이 깼다."
츠으... 우르르르...
가공할 기세가 구름같이 피어 오른다.
그것은 구천마야에 못지 않은 극강기도(極强氣度)였다.
군검풍은 내심 감탄사를 발했다.
'역시! 변황의 지배자답다. 만일...

나와 동등하게 싸웠다면 일 주야는 걸려야 승부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적붕천존은 여전히 살기를 풀지 않은 채 싸늘하게 말했다.
"노부 적붕천존의 분노가 어떤지 보여 주겠다!

노부는 이 길로 전군(全軍)을 몰아 북천혈국(北天血國)을 습격하겠네."
군검풍은 고개를 끄덕였다.
"흠... 좋겠지요. 예상 못한 일격이라 북천혈국이 아무리 교활해도 견디지 못할 것이니..."
군검풍이 찬동하자 적붕천존은 계속 말을 이었다.
"북천혈국을 괴멸하는대로... 지존패천부(至尊覇天府)로 가겠네!

가서 군림지존이란 놈... 노부 손으로 쳐죽이겠네!"
적붕천존의 분노서린 일갈에 군검풍은 내심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후훗! 이로써... 지존혈맹과 맞서 지지 않을 정도의 세력(勢力)을 구축했다.

십지마련, 새황적붕맹, 나의 폭풍세가의 무적용사(無敵勇士)를 합치면...

십존과 맞서 최초로 지지 않는다!'


-- 삼패결맹(三覇結盟)!


군림지존이 우려하던 지존혈맹에 대한 단 한가지의 도전가능성!

그것이 드디어 군검풍에 의해 이루어졌다.
문득, 적붕천존의 말이 군검풍의 사색을 깼다.
"노부는 곧 북천혈국으로 진격할 것이고...

가기 전 자네에게 신새진 것을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의미에서 두 가지의 선물을 준비했네."
"선물...?"
군검풍이 의아한 듯 되묻자 적붕천존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머금으며 밖에다 대고 명령을 내렸다.
"데리고 와랏!"
"옛!"
거패천(巨覇天)의 웅후한 대답이 들려왔다.
쿵! 쿵!
이어, 지축이 뒤흔들리는 듯한 묵직한 발소리와 아울러 거패천이 들어섰다.
쿵!
"데려왔습니다!"
거패천은 옆구리에 끼고 있던 한 명의 여인을

군검풍 앞에 내려 놓고는 한 걸음 뒤로 물러갔다.
"흑...!"
여인은 반라의 몸으로 오열을 터뜨렸다.
몽리염후, 바로 그녀였다.
그녀는 서역제일염(西域第一艶)으로,

군검풍을 유혹하려다 오히려 유혹당한 희대의 요부였다.
적붕천존은 그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첫째 선물은 저 계집이네. 끼고 자면 허전하지 않을 것이고,

혈통좋은 계집이라 그대 아들의 유모(乳母)로 써도 괜찮을 것이네."
"성주!"
군검풍은 당황하여 손을 내저었다.
그러나, 적붕천존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 계집은 이미 그대의 것, 죽이든 살리든... 그대 자유네!"
"끙...!"
군검풍의 입에서 절로 신음성이 새어나왔다.
"상... 상공... 명하시는 것은 모두 하겠어요. 천첩을... 버리지만 말아 주세요."
이때, 몽리염후가 필사적으로 군검풍의 발에 매달리며 애원했다.
군검풍이 거절한다면 그녀는 끝장이었다.

그것은 곧 몽리염후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초원(草原)의 율법(律法)에 따라 만필준마에 밟혀

뼈도 추리지 못하는 가장 처참한 죽음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고민하던 군검풍은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일어나거라."
"아아... 신첩을 받아 주시는 건가요?"
몽리염후의 안색이 환해지며 환성을 발했다.
'차라리 잘됐어! 언제까지 밀정(密情)노릇을 하기보다...

이 사내의 종이되어 정착하는 것이 나으리라.

게다가... 이 사내... 잠자리에서 나를 아주 초주검으로 만들 정도로 훌륭하지 않았나...'
그 순간에도 몽리염후의 교활한 머리는 빠르게 계산하고 있었으니...
적붕천존은 천막 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두 번째 선물은 저것이네."
그가 가르킨 곳을 바라보던 군검풍은 흠칫했다.
"호호... 까르르...!"
꾸워어억!
천막 밖 공지에는 거대한 괴룡(怪龍)이 소녀 내내의 등살에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괴룡의 앞에는 금발(金髮)의 여전사가 팔짱을 끼고 오만히 서 있었다.
육지혈룡과 적붕천후 철운지,
바로 그들이었다.
"육지혈룡을 주시겠다는 것입니까?"
군검풍의 물음에 적붕천존은 신비한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물론 육지혈룡도 속하지. 그 육지혈룡의 주인을 그대의 첩으로 줄 생각이니까."
"예옛?"
군검풍은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적붕천존의 말인즉 자기 앞에 있는 적붕천후 철운지도 군검풍에게 선물하겠다는 얘긴데,
"이... 어찌 성주의 천금(千金)을...!"
군검풍이 당치도 않다는 듯 고개를 젓는데도 적붕천존은 그저 자신의 할말만을 한다.
"허허... 저 아이와... 저 아이가 소유한 모든 것은 그대의 것이다!

십만마리의 준마와 삼만리종횡(三萬里縱橫)의 영토,

십만의 시종과 무사, 일천마리의 붕조(鵬鳥)...

그리고 장래 적붕존성의 성주계승권까지...

저 아이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이 순간부터 자네가 가지게!"
적붕천존의 긴 말이 끝나자, 군검풍은 할 말을 잃고 태사의에 깊숙이 신형을 묻었다.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군검풍은 지금 이 순간... 정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