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폭풍세가

제30장 백 년을 가는 정염(情焰)

오늘의 쉼터 2014. 10. 1. 00:45

 

제30장 백 년을 가는 정염(情焰)

 

 


"우우...!"
콰콰...콰...쾅!
굉음과 함께 지면이 쩍 갈라졌다.
푸...하악!
갈라진 지면으로 십절천마후 가희려를 업은 군검풍의 신형이 광풍을 휘몰아 치솟아 올랐다.
그 때였다.
"카캇! 나왔다! 쳐랏!"
"감히... 만독지존(萬毒至尊)님을 부상입히다니...
잔혹한 폭갈이 우뢰같이 터졌다.
쩌...저정!
츠...으! 위이이잉!
그와 함께, 천 가닥 만 가닥의 공세가 빗발치듯 군검풍을 향해 작렬하여 날아들었다.
독강(毒剛)!
그것들은 스치기만 해도 금강지체도 녹여내는 지독한 독강이 실린 공세들이었다.
언뜻, 허공으로 치솟은 군검풍의 눈에 자신을 노리고 떠오르는 일천 개의 묵영(墨影)이 보였다.
-- 일천독종독인!
만독지존을 그림자같이 따르는 공포의 독인군단(毒人軍團)이 그들이었다.
"오랏! 십절패황천폭단(十絶覇荒天瀑團)!"
군검풍의 입에서 한소리 폭갈이 터져나왔다.
꽈...앙! 푸...하악!
이어, 가공스러운 탄천강력이 십방을 휘감으며 터져 나와 일시에 사오백장을 휩쓸었다.
그것은 군검풍이 십절천마후에게 전해 받았던 십절마공 중 최강이 되는 수법이었다.
콰...아앙! 꾸꾸꿍!
화산이 폭발하는 듯한 작렬음이 터져나왔다.
"케...에엑!"
"크아악! 지존... 이상이다! 케...에엑!"
화드득...!
뒤이어, 십절패황천폭탄에 휩쓸려 수십 명의 독종독인이 피모래로 박살이나 쓰러졌다.
'웃!'
휘르르...!
군검풍은 안색이 새하얘져서 비칠 내려섰다.

아무리 그리해도 상대는 최절정 독인(毒人) 일천 명이었다.
신이 아닌 바에야 무사한 것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의 상황이 아닌가?
스스스... 츠으... 츠으...!
지면에 내려선 군검풍을 향해 일천독인군단은 가공할 독강풍을 일으키며 포위망을 좁혀갔다.
한편, 그 독인군단의 포위망 밖에는 한 명의 인물이 우뚝 서 있었다.
"크크... 제왕지존... 독인군단과 날고 있거라,

절정독후(絶頂毒后)와 다시 와서 네놈을 자근자근 죽여주겠다!"
츠으...
만독지존이었다.
그는 잔혹하게 웃으며 허공으로 떠올랐다.
"멈춰랏! 만독지존!"
푸...하...악!
군검풍은 폭갈과 함께 선풍인 듯 치솟아 독인군단의 포위망을 빠져 나가려 하였다.
그러나, 그는 곧 저지당하고 말았다.
"카캇! 가지 못한다!"
"죽어랏! 독황탄천뢰...!"
쩌...정!
츠츠츠...!
독종독인들의 공세가 휘말아 올라 군검풍을 저지했고,

그 사이 만독지존의 모습은 어둠 저편으로 사라졌다.
"으둑! 정말 해보자는 얘기냐?"
군검풍의 입에서 노갈이 터졌다.

그의 눈에서 가공스런 안광이 폭사되어 독인군단을 전율케하고,
"탄음파천황! 구천전륜전폭강뢰(九天轉輪電瀑剛雷)!"
푸...학! 우르르! 따다당!
전설적인 무적절기들이 뇌전인 듯이 작렬하여 독인군단의 진세를 휩쓸어갔다.
콰...콰쾅!
"케에엑... 크악!"
"아악...!"
굉음이 천지를 흔들고 독종독인들은 처절한 비명과 함께 메뚜기떼같이 퉁겨졌다.
그러나, 독종독인들은 두려움이란 말의 의미를 모르는 듯 꾸역꾸역 군검풍을 향해 몰려들었다.
"지겨운 자들!"
군검풍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존극천신강기는.... 쓰고 싶지는 않았는데...!"
츠으...
군검풍의 우수에 섬연한 서기가 일어나 뒤덮었다.
존극천신강(尊極天神剛)-!
최후, 최강의 절기가 군검풍의 의지에 따라 우수에 집결된 것이다.
바로 그 때였다.
"우하핫! 어떤 천둥벌거숭이가 나 해극패(海極覇)의 아우를 귀찮게 구느냐?"
우르르...!
가공스런 폭갈이 야천에서 터져나왔다.
쩌...정!
츠으으...!
이어 천가닥 만가닥인 새파란 벼락이 환상같이 일어나 장내를 휩쓸었다.
"케...에엑!"
"크...아악! 사... 사라청명강살이다. 사라옥정인 전설절기!"
"아...악!"
시퍼런 뇌전이 스치는 곳에 백여 명의 독종독인들이 짚단같이 거꾸러졌다.
우르르르...!
그와 함께, 가공스런 강풍이 일며 한 명 거구인 괴인이 장원으로 날아들었다.
전신이 시퍼런 청모(靑毛)로 뒤덮인 괴인.
철컹... 철컹!
그는 사지에 시커먼 대라철삭(大羅鐵索)이 묶여있었다.

그의 전신에서는 극패(極覇)의 신위를 흘러나오고 있었다.


-- 만수종(萬水宗) 해극패!


바로 그였다.

사해오호의 패자이며, 초강의 해상무련인 해천패왕맹(海天覇王盟)의 맹주였던 전설적 패웅!
사 년 전인가?

군검풍과 헤어져 중원으로 들어왔던 해극패가 돌연 이곳 신비장원에 나타난 것이었다.
"형님...!"
그를 본 군검풍의 안색이 일순 아침 햇살같이 환해졌다.
"카앗! 이 놈! 풍(風)! 어지간히도 천방지축으로 바람을 피우며 돌아다녔구나!"
해극패의 입도 하마입같이 쩌억 벌어졌다.
"노형님!"
"우하하... 아우!"
두 노소는 와락 하나로 뭉쳐갔다.
정...

뜨거운 정류가 마주쥔 두 사내의 손을 통해 오고갔다.
"소제가... 이곳에 있는 줄 어찌 아셨습니까?
군검풍이 싱글벙글하며 물었다.
"캇! 이 형님의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따님께서 알려주더라! 크녠!"
"아니... 따님이 계셨습니까? 형님 연세가 얼마이신데...!"
군검풍은 짐짓 눈을 커다랗게 떠보였다.
두 사람...
늙고 젊은 영웅들은 주위에 꾸역꾸역 모여드는

독종독인들 따위는 와중에도 없는 듯 웃어대며 회포를 풀었다.
"크캇! 이놈아, 우형이 아무리 정력이 절륜하다고 한들

어찌 이 나이에 공주를 생산할 수 있었겠느냐?"
"그럼... 양녀로...!"
군검풍은 그제야 이해가 가는 표정을 지어보였고,

해극패는 기다렸다는듯이 입에서 침을 튀었다.
"크크... 고녀석은... 너도 한 번 본 녀석인데 조금 새침한 게 탈이기는 하지만,

정말 예쁘고, 귀엽고... 에 또... 사랑스럽고 깜찍해...

크녠... 어쨌든 네녀석의 짝으로 딱 어울리는 녀석인지라

장차 제수씨로 삼을 작정하고 잘 기르고 있느니라."
군검풍은 슬쩍 얼굴을 붉히며 만독지존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해극패는 의미심장한 눈으로 반하의 십절천마후를 보며 말했다.
"자... 이곳의 놈팽이들은 우형에게 맡기고... 가서 볼일보고라,

등에 업힌 제수씨께서 꽤나 네녀석 사랑에 굶주린 듯이 보이는구나!"
"형님...!"
군검풍은 질색을 하였다.
"크녠! 수줍어하기는... 왕년에 삼 첩 사 첩 거느려 보지 않은 놈 있는 줄 아느냐?"
츠으...!
해극패는 괴악한 웃음을 흘리며 허공으로 떠올랐다.
"카캇! 어린 놈들아! 너희들은 노부가 귀여워 해주마!"
콰...쾅! 우르르...!
"케...엑!"
"빌어먹을... 저괴물 만수종이다. 구천마야와 일주야를 싸웠다는...!"
해극패는 양떼 속에 뛰어든 사자같이 독인군단 속으로 뛰어들어 난장판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사라청명강살이 시퍼런 벼락으로 작렬하고,

그의 사지에 달린 대라철삭이 흉랄한 살병이 되어 사방을 광풍으로 휘몰아 넣었다.
"...!"
화르르...!
잠깐 장내를 주시하던 군검풍은 신형을 끌어 올려 야천을 갈랐다.

그의 신형은 이내 만독지존이 사라진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밀로 안.
츠으... 츠으...!
음울한 사기(邪氣)가 흐르는 밀로였다.
콰...쾅! 우두두둑!
돌연 굉렬한 폭음과 함께 일 장 두께인 석벽이 무너져 내렸다.
뚜벅... 뚜벅!
이어 십절천마후를 등에 업은 군검풍이 밀로로 들어섰다.
"엇!"
밀로로 들어서던 군검풍의 안색이 홱 변하여 전면을 주시하였다.

밀로의 끝은 장방형의 석실이었다.

그런데 그곳에는 지금 한 명 마의미인(麻衣美人)이 석실 끝에 단좌한 채 운공에 몰두하고 있었다.

일견하여 피부에 자기(紫氣)가 감도는 것이 그녀는 아마 절독한 극독에 중독된 듯이 보였다.
츠으... 쉭! 쉭!
그리고, 그런 그녀의 곁으로 한 마리 일 장 길이의 천년오공(千年蜈蚣)이
섬뜩한 남광을 뿌리며 다가서고 있었다.
"감히...!"
쩌...엉!
그것을 본 군검풍의 입에서 노갈이 일었다.
캬...아악!
그의 좌수에서 폭사된 투명심인검이 천년오공의 후두부를 박살내었다.
"유향..."
스...윽!
군검풍은 빠르게 마의여인에게 다가가 그녀의 풍만한 젖무덤에 장을 붙였다.

여인은 바로 실종되었던 십전마혜(十全魔慧) 을유향이었다.
츠으...!
군검풍의 우수에서 독성지기가 일어 자묵빛으로 물들고

그에 따라 을유향의 피부에서 급격히 자기가 사라져갔다.


반...짝!
문득, 감겼던 십전마혜 을유향의 눈이 떠지며 영롱한 빛을 토했다.

눈을뜨는 순간 그녀가 본 것은 너무도 낯익은 얼굴이었다.

바로 그녀 삶의 목적이고 그녀 자신보다 더욱 귀중한 정랑의 씨익 웃는 모습이었다.
"검풍... 흐윽!"
와락!
을유향은 와앙 울음을 터드리며 군검풍의 넓은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마치 억울한 일이라도 당한 여린 아이같은 모습이었다.
"하하...! 유향도... 울보로군!"
군검풍은 풋풋하게 웃으며 자신의 지혜로운 아내의 교구를 꼬옥 안아 다독여 주었다.
"흑... 흑! 검풍... 무서웠어요!"
을유향은 비에 젖은 토끼인 양 바들바들 떨면서 정인의 가슴으로 자꾸만 파고들었다.
아무리 지혜롭고... 표독하고... 교활한 천하제일여모사라 해도

정인 앞에서는 그저 겁많고 연약한 일개 여인일 뿐이었다.

"만독지존이 달아났으면... 이 안으로 달아났을 거예요!"
스윽...!
스스...!
군검풍과 을유향는 거대한 철문(鐵門) 앞에 내려섰다.
철문의 높이는 삼 장정도였다.

전체에 끈적끈적한 독액이 칠해져 있는 철문이었다.
겉보기에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보이는 철문.

그러나 그 중에는 치명적인 수십 종 기관과... 십 팔 종 절대극독이 배포되어 있었다.

누구라도 멋모르는 철문을 건드린다면 그 즉시 한줌 독수로 녹아버릴 것이다.

하지만 두 남녀가 누구인가?

천하제일재사와... 천하제일여모사 아닌가?
그...그그긍!
츠으...!
철문의 모든 금제가 해제되고... 철문이 열리는데 걸린 시간은 정확히 반다경이 걸렸다.


마침내 철문이 열려졌다.
푸...하악! 츠...파앗!
그 순간, 천 가닥 만 가닥의 독강풍(毒剛風)이 폭발하듯이 쏟아져 나왔다.
"내 주위에서... 일 장을 벗어나지 말도록...!"
뚜벅...!
군검풍은 불사강벽으로 십절천마후와 을유향을 보호하며 철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런데, 그들이 막 철문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캇! 어서 오너라...! 제왕지존!"
우...우웅!
잔혹한 음성이 독강풍 속에서 음산하게 울려퍼졌다.
츠으...!
"...!"
군검풍은 무서운 안광으로 독강풍을 꿰뚫어 맞은편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사방 오십여 장의 지하광장이었다.

광장 중앙에는 하나의 연못이 있는데,
가공스런 독강풍은 그 연못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만독혈지(萬毒血地)였다.
그것은 인위적으로 만종의 극독을 용해시킨...

천지간에서 가장 지독한 만독지정(萬毒之精)의 정화였다.
설사 금강지체라 해도 만독혈지에서 흐르는 독강풍에

스치기만 해도 녹아내릴 정도로 지독한 것이었다.
츠으... 스으으... 스으...!
그런데, 놀라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만독혈지 중앙에 한 명 전라의 여인이 둥실 떠 있지 않은가?
훤칠한 체격에 완벽하게 균형잡힌 몸매를 지닌 여인.

그녀는 우람하다 할수밖에 없는 풍만한 유방을 지닌 절세미녀였다.
그녀의 뺨에는 한 줄기 긴 검흔이 나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매력을 감소시키지 못했다.

뺨을 스친 한 줄기 검흔이 오히려 뇌쇄적인 몸매에 더해 묘한 매력으로 느껴지는 것이었다.
"백소저!"
여인을 본 군검풍의 입에서 신음이 흘렀다.
미인... 그녀는 바로 벽안신녀(碧眼神女) 백옥상(白玉霜)이 아닌가?
만독지존이 완성했다는 절정독후(絶頂毒后)는 바로 백옥상였던 것이다.
"크녠! 네놈이 불사신이라 해도 견디지 못하리라. 본존과... 절정독후의 합공에는..."
만독지존, 그는 만독혈지 옆에 선 채 득의의 음소를 흘리고 있었다.
다음 순간이었다.
"캇! 절정! 일어나라! 네 적이 네 앞에 있다!"
만독지존의 압에서 사악한 일갈이 터졌다.
꿈틀...!
만독지존의 일갈에 벽안신녀의 젖무덤이 출렁이며 그녀의 유혹적인 나신이 천천히 일어났다.
"감히... 백소저를 이 모양으로 만들다니... 죽어랏! 존극천신강!"
츠...읏!
노화가 극에 달한 군검풍의 입에서 폭갈이 터지고 그의 손이 만독지존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것이 끝이었다.
"케...에엑!"
츠...으...!
만독지존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피모래로 쓰러졌다.
불의에 가격당한 고금최강절예 존극천신탄강의 가공할 위력은

만독지존에게 전혀 항거의 기회를 주지 않았던 것이다.
츠으...!
몸을 일으키던 벽안신녀는 다시 그림같이 나신을 만독지혈에 뉘었다.
"백소저...!"
군검풍은 다급히 벽안신녀에게 다가가려고 하였다.
그 때였다.
"이봐요! 바람둥이... 그 여자보다... 업고 있는 이 언니가 더 급해요!"
을유향이 다급히 군검풍을 제지했다.
"...!"
군검풍은 흠칫하며 급히 십절천마후 가희려를 풀어 바닥에 뉘었다.
"하아... 하아...!"
십절천마후의 전신은 불같이 달아오르고 있고...

입에서 내뿜는 거친 숨결에는 타는 듯한 내음까지 나고 있었다.
그녀의 몸 속에 투사된 극락쇄혼향 때문이었다.

그것이 내부를 거의 태우 다시피하고 있는 것이다.
"지독한 최음제...!"
을유향은 혀를 내둘렀다.
한 눈에 십절천마후의 상태를 알아본 것이다.
"빨리... 식혀주지 않으면... 이 언니... 혈맥이 전소되어 죽고 말 거예요."
을유향은 군검풍을 흘겨보며 입술을 삐죽거렸다.
"무엇하는 거예요? 평소 당신 솜씨 발휘하지 않고?"
"유향이 옆에 있는데... 어찌..."
"흥! 당신이 언제 체면, 장소 따졌어요? 좀 반반한 계집만 보면 냉큼...흥!"
을유향은 샐쭉한 표정으로 돌아앉았다.
"남남될 사이도 아니니.. 빨리 처리해요. 돌아보지 않을 테니!"
'별 수 없군!'
군검풍은 고소를 지으며 십절천마후의 아혈만 풀어주었다.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십절천마후는 오열을 터뜨리며 입을 열었다.
"흐으윽... 검...검풍... 제발... 나를 죽여다오. 더 이상 추태 보이기 전에..."
그녀의 입에서 비명 섞인 음성이 터졌다.

십절천마후는 과연 최강의 여마후다웠다.

그녀는 최후의 순간까지도 한 가닥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보고... 어찌 마후를 죽이라 하시오? 마후는... 내가 세속으로 끌어낸것을..."

앞섶을 풀었다.

그러자 성숙한 여인의 농염한 나신이 하얗게 드러났다.
사발을 엎어 놓은 듯한 젖무덤 사이로 보송보송 땀이 솟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허벅지 사이, 무성한 방초로 덮인 절벽 밑의 샘물에서는

끊임없이 온수가 흐러 일대를 자욱이 적시고 있었다.
"흐윽... 나...를... 두 번씩 욕보이려 하다니...!"
가희려... 십절천마후는 본능과 이성과의 싸움에서 몸부림치며 오열하였다.

그런 가희려의 나신 위로 군검풍은 천천히 육중한 몸을 실었다.
"마후는... 약속을 잊었구료!"
군검풍은 우람한 유방이 가슴에 눌리는 느낌을 음미하며 가희려를 내려다 보았다.

"약... 약속이라니...!"
"마후 자신을... 내게 주는 세 가지 선물 중에 넣은 것을...?"
"으... 그것은... 한 번... 네게 쾌락을 주는 것을 의미했지... 본후가... 언제... 흐흑!"
가희려는 자지러드는 신음을 토했다.

군검풍의 손길이 그녀의 하체를 쓰다듬었던 것이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몸을 열어 군검풍을 받아들일 개방의 자세가 되었다.
"마후... 나는... 마후에게서 극락쇄혼향과 함께... 양극천강을 박탈할 것이오."
군검풍은 가희려를 내려다 보았다.
그의 일부는 이미 가희려의 하체로 압박해가고 있었다.
"흐윽...! 네가... 감히...!"
가희려는 분노에 떨면서도 군검풍에게 매달렸다.
"흐윽... 저주할... 테다. 내가 어떻게 얻은 양극천강인데... 박탈하다니... 본후는... 아악...!"
부르르...
가희려의 입에서 숨넘어가는 신음이 터졌다.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하체의 중심부로 무언가 뜨겁게 꿈틀거리는 이물질이

압도적인 힘으로 밀고 들어온 때문이다.
달아오를대로 달아오른 비궁으로 진입하는 그 이물질의 느낌은

너무도 강렬하여 뇌살적인 십절천마후의 나신에 뇌전이 스치는 듯한 떨림이 스치고 스쳤다.
"흐음... 마후...!"
군검풍은 신체의 일부가 부글부글 끓는 열탕에 미끌어져 들어가는 느낌을 받으며 절로 신음했다.

극렬한 최음제의 기운에 의해 음기가 극도로 항진된 십절천마후의 은밀한 곳은

군검풍이 이제껏 경험했던 어떤 여인의 느낌보다도 몇 배는 뜨거웠다.
군검풍은 십절천마후의 깊은 육동이 자신의 불덩이같은 실체를

마구 휘감고 요동을 치는 것을 느끼며 서서히 파도를 타기 시작했다.
"흐윽... 저주할 테야. 너를... 작은 악마... 흐윽... 용서하지 않을 거야..."
십절천마후, 어떤 신병기로도 해할 수 없는 그녀이건만

지금 이 순간만은 어느 일부로부터 쏟아지는 파열감에 그녀는 자지러진 신음을 토해야 했다.
파랑은 점점 거세지고...
'나쁜 놈! 날 옆에 두고 다른 계집과 얼리는 게 벌써 몇번째야?'
뜨겁게 내뿜는 두남녀의 열기 속에 얼굴을 도화빛으로 물들이며 이를 바득 가는 여자가 있었다.
십전마혜 을유향!

그녀는 자신의 정인이 다른 여인과 뒤엉켜 환락의 바다를 헤매는 바로 옆에서

괴로운 표정으로 귀를 틀어막은 채 쪼그리고 있었다.
어떻게 된 팔자인지 그녀는 자주 군검풍이 다른 여인과 즐기는 꼴을 지켜보는 신세가 되곤 했다.
하지만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군검풍의 막강한 욕구는 결코 한 여자로 만족하지 못할 것이고,

결국 십절천마후가 견디지 못하고 혼절하면 자신에게까지 덤벼들 것이라는 사실을...!
그걸 알기에 을유향은 치미는 질투를 꾹 참고 기다리는 것이다.

자신의 차례가 오기를...!


운중산.
운중산 산역에는 여전히 짙은 운무가 음울하게 감돌고 있었다.
뚜벅뚜벅...
문득, 육중한 발소리가 운무 속에서 일어났다.
이어 한 명의 흑포청년이 걸어나와 높은 단애에 모습을 나타냈다.

군검풍이었다.
"군림지존... 과연 교활한 자이다.

지존천패부를 낙영탑 부근에 세웠을 줄 누가 생각해 낼 수 있을까?"
그는 단애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츠으...
단애의 아래로 시커먼 지옥중수의 흑호(黑湖)가 내려다 보였다.
그리고, 흑호의 자욱한 지옥마무(地獄魔霧)사이로

허물어진 구층 낙영탑의 거대한 모습이 음산하게 보였다.
"전에는 피하여 물러갔으나... 이제는 승리하기 전에 물러서지 않는다."
스으...
그의 눈빛은 가공할 힘을 담고 낙영탑 저너머의 수백 장 높이까지 주시하고 있었다.


-- 마황벽(魔皇壁).


역시 그곳은 단애였고 그너머 사방 백 리가 분지였다.
지존패천부는 바로 그곳에 있었다.
이 때였다.
"황야(皇爺)!"
문득 한 소리 날카로운 교갈이 터졌다.
촤르르...
쏴아...!
이어, 낙영탑쪽에서 한 가닥 푸른 그림자가 선풍을 끌며 날아왔다.

벽색피풍(碧色被風)에 벽색투구를 쓴 훤칠한 여전사.

바로 벽안신녀 백옥상였다.

만독지존은 그녀를 절정독후로 키워 자신의 첩으로 삼을 생각이었다.


그후 만독지존의 온갖 노력으로 백옥상은 절정독후가 되었다.
하지만 죽 쒀서 남좋은 일 시킨 격이랄까?

그녀는 지금 군검풍에게 패사한 만독지존만큼 강해져 있었다.


"낙영탑에는 아무도 없어요. 구대천왕들께서도... 지존천부로 옮겨진 듯해요!"
백옥상은 군검풍 앞에 한쪽 무릎을 꺾고 말했다.
"흠, 군림지존! 그 자가 구대천왕 아홉 분 장로들을 해치지 않았기를 빌뿐이다."
군검풍은 천년마제인 동시에 구천마교의 당대군주였다.

그런 군검풍에게 구대천왕은 전전대의 장로들인 셈이었다.
"어쨌든...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천년마후... 벽라공주에게 이미 위험이 닥쳤을지 모르니...!"
군검풍은 얼굴을 쓰다듬었다.
스으...!
그의 얼굴이 잔혹한 인상의 얼굴로 변했다.

바로 만독지존의 모습이었다.
"군림지존은 꿈에도 내가 두 번씩 변환(變換)하여 십존 사이에 잠입할 줄은 모를 것이다!"
그런데 군검풍이 중얼거림이 끝난 순간이었다.
"대담한... 녀석이군! 그렇게 혼이 나고도 또 지존회에 잠입하려 하다니...!"
돌연, 육중한 음성이 군검풍의 뒤에서 들려왔다.
"...!"
"...!"
군검풍과 백옥상의 안색이 돌변했다.
군검풍은 더 더욱 놀랐다.
'이렇게 가까이 접근하다니...!'
군검풍은 전신에 소름이 오싹 끼쳤다.
"차...앗!"
쩌정!
어느 새, 백옥상이 벽풍천검으로 백장검형(百丈劍形)을 일으켰다.

그녀의 공력은 이미 십갑자에 가까웠다.

그런 그녀의 검세는 경천동지할 위력을 발휘했다.
"거친 계집아이군! 쯔쯧, 누구의 며느리가 될지... 꽤나 고민이 되겠군!"
그러자 문득 혀를 차는 소리가 운무 속에서 들려왔다.
콰쾅...!
"악...!"
화드득...!
별안간 백옥상의 날카로운 비명이 터졌다.
그녀의 벽풍검형강(碧風劍]形 )이 박살이 나고 말았다.

그녀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피를 토한 그녀는 허공으로 퉁겨나고 말았다.
군검풍은 경악했다.
'이럴 수가...! 대려를 단 일격에 격퇴하다니...!'
츠으... 팟!
군검풍은 다급히 허공으로 퉁긴 백옥상을 안았다.
뚜벅뚜벅...!
묵직한 발걸음소리와 함께 운무가 흩어졌다.

이어 한 명의 거한(巨漢)이 군검풍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는 팔척장신의 거한이었다.

흡사 맹룡(猛龍)이 다가서는 듯 가공할 무형의 폭풍지기를 지닌 인물이었다.
이제 사십 전후 됐으리라.

그런데, 기이하게도 그는 군검풍과 흡사한 용모가 아닌가!
츠으...
그의 오른손에서 한 자루의 폭이 넓고 길이가 짧은 고검(古劍)이 검기를 발하고 있었다.

보기 드문 보검이었다.
아니 그 고검은 검중제왕(劍中帝王)이라 할 만큼 기품이 있었다.
군검풍은 자신도 모르게 고검으로 눈길을 던졌다.
"...!"
언뜻 검신에 새겨져 있는 갑골문(甲骨文)이 보였다.


-- 신비패검(神秘覇劍)!


"신... 신비종!"
군검풍의 안색이 핼쓱해졌다.
신비종-!
혈맹십존의 제십좌의 인물.

모든 것이 비밀에 덮인 신비인, 그가 나타난것이다.
천년마후가 된 주벽라공주는 그를 가리켜 군림지존 이상 가는 초강자라고 하지 않았던가?
천지지간에 오직 군림지존만이 그와 비교될 수 있다고 했다.
군검풍은 아연긴장했다.
'옥상이 일검에 패한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그 때였다.
"쯧쯧, 너같이 무모한 놈은... 처음이다.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또 지존천패부에 뛰어 이른다는 것을?"
신비인은 군검풍과 삼장 거리를 남겨놓고 걸음을 멈췄다.
"나의 일이외다. 신비종! 충고는 고마우나... 사양하겠소!"
군검풍은 막강한 불사강력을 일으키며 좌수를 쳐들었다.
츠으...
그러자 투명제일검이 빠져나왔다.
"좋다! 본종의 일검을... 받아내기만 한다면... 본종이 오늘 아무것도 못본것으로 하지!"
츠으...
신비인은 신비쾌검을 마주 쳐들었다.
우우... 스스...
양인 사이에 가공할 무형검기가 휘몰아쳤다.
콰드득...!
스스...!
무형강기가 스치는 곳이 마구 박살이 났다.

바위든, 맨 땅이든간에... 설사 금강지체인 고수라도 그 무형강기에 휘말리면 박살이 나리라.
"조심하라! 은천잠형뢰(隱天潛形雷)!"
꽈꽝...!
한 순간, 신비인의 일갈과 함께 굉음이 터졌다.

무형검기가 팔만사천방위를 휘말아 덮으며 군검풍에게 다가섰다.
"질풍패천류(疾風覇天流)!"
푸...학!
쩌...저정!
군검풍의 투명제일검이 직도황룡(直渡黃龍)의 일격을 내쳤다.

단순한 초식이건만 폭풍처럼 거창한 검강풍이 푹출했다.
-- 질풍검결(疾風劍訣)!


철사군가의 역대패웅들의 천년고심이 깃든 철사제일검.
그것을 군검풍은 최근에 이르러 완성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시전한 것이었다.
콰...앙! 콰드득...!
한 순간 은형검기와 질풍검기가 충돌했다.
흡사 천만 근의 화약이 터진 듯했다.

양인이 대치하고 있는 백장단에 사방 천장이 검기에 휘말려 모든 것이 모래로 변했다.
콰콰콰! 콰르르.... 르르!
그리고 다시 긴박한 대치가 이어졌다.
"...!"
"...!"
서로 대치하고 있던 양인이 휘청거리며 뒤로 퉁겨졌다.
가공할 검기와 충돌하며 일어난 탓이었다.
콰르르...!
두 사람이 몸을 허공으로 둥실 떠올렸다.
"핫하! 좋다, 그 정도라면...군림지존과 맞서 패하지는 않겠다!"
쩌엉!
신비인은 신비쾌검을 거두며 호쾌한 대소를 터뜨렸다.
"가랏! 본종은 이곳에서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그가 흡족하게 웃으며 손을 저었다.
"양보해 줘서 감사하오! 다시 뵙겠소!"
츠으...!
군검풍은 검을 세워 검례(劍禮)를 취했다.

이어 그는 백옥상을 안고 훌훌 날아 흑호 위로 날아갔다.
"....!"
그 모습을 신비인이 뒷짐을 지고 지켜보았다.
"강해졌구나, 나의 아들아!"
그의 음성은 벅찬 희열과 격동에 떨리고 있었다.
그런데, 아들이라니 무슨 말인가?

그렇다면 신비인은 바로...
바로 그 때였다.
"핫하! 이거 소제의 입장이 난처해졌군요, 신비대형!"
껄껄거리는 대소성이 등 뒤에서 들려왔다.
화르르...
이어 한 명의 자삼문사가 신비인의 등 뒤로 다가오고 있었다.

천패마종 남궁무외였다.
"검풍과 소제는 결의형제 사이이니... 이제 대형을 백부(伯父)로 불러야하지 않겠습니까?"
천패마종은 경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흣! 그렇게 되었는가?"
신비인은 그의 말에 신비로운 미소를 지었다.
"...!"
"...!"
양인은 나란히 마황벽을 날아넘은 군검풍의 뒷모습을 주시했다.
"이제... 우리세대는 다간 듯합니다!

대형은 모든 것을 저 아이에게 맡기고 은퇴해야겠습니다!"
천천패마종은 감회가 어린 음성으로 말했다.
"은퇴라....! 드디어 야심을 버렸는가 마종?"
"야심을 버렸다기보다... 주제 파악을 한 것입니다.

군림지존이나 불패천황에게 지지 않을 자신있으나...

하하! 형님과 검풍... 괴물같은 두 부자(父子) 분들에게는 두 손 두 발...

아니 세 발 든 상태이니!"
"잘됐군! 이제 명산대천이나 떠들고...

저 녀석이 바람피우며 돌아다녀 곧 양산(量産)될 손자손녀의 재롱이나 보세!"
"하하핫 좋겠지요! 하지만 우선은 지존천패부를 쓰러뜨려야겠으니!"
"물론이지 자! 돌아가세!"
"옛!"
스으... 스으...!
양인은 이내 허공을 밟고 훌훌 몸을 날렸다.


<지존천패부>


그 규모는 가히 황제의 거궁인 자금성(紫禁城)의 두 배는 넘을 것이다.
백팔종의 금제로 이뤄진 외성을 비롯하여,

다시 성벽으로 둘러싸인 십팔분성(十八分城)은 가히 어마어마했다.
그 중 열 개의 성은 바로 혈맹십존의 거처였다.
그리고 나머지 팔 개의 성은 바로 혈맹십존의 거처였다.
나머지 팔 개의 분성은 지존혈맹의 초강자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또한 십만에 달하는 인원이 지존천패부에 웅거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 개개인들은 구파일방의 장문인들이나 대정백강의 초강자들이었다.
십 팔 개의 분성 중 하나의 힘만으로도 능히 강남북을 초토화시키기에 충분할 정도였다.
지존패천부!
난공불락의 거대한 세력...
또 그 힘을 이루고 있는 대효웅천(大梟雄天)...
그러나...


<만독대성(萬毒大城)>


천패십대존성 서열오위의 분성이었다.

이는 바로 만독지존의 것이었다.
삼경 무렵.
츠으...!
어둠 속을 뚫고 하나의 인영이 유령처럼 만독대성으로 날아왔다.

흡사 유성처럼 나타난 인물.

그는 한 줄기 흑영이었다.
암천에서 멈칫 몸을 멈춘 것은 바로 군검풍이었다.

그의 형형한 시선이 북쪽을 주시했다.

그곳은 마황벽으로 이어진 백장단애였다.
"지옥마뇌(地獄魔牢)... 저곳에 벽라공주가 갇혀있기를 빌 뿐....

저곳에도 없다면... 벽라공주는 이미 능욕당하고... 분시당한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군검풍은 섬전처럼 북으로 날아갔다.


-- 지옥마뇌!


그곳은 지존혈맹이 배신자들과 적들을 가둔 그야말로 지옥과 같은 뇌옥이었다.
천년마후의 실종도 이미 열흘 전의 일이었고

군검풍의 탐색한 결과로는 그녀가 지존천패부에 없었다.

만약 그녀가 지옥마뇌에 갇혀있지 않다면 이미 처참하게 능욕당하고 처형됐을 것이 분명했다.
"벽라공주가 시했다면... 황상과 대마후를 볼 낯이 없다!"
군검풍은 침중하게 중얼거렸다.
츠으...!
그의 신형이 더욱 빠를 속도로 날았다.

북으로, 지옥마뇌를 향하여...
지존천패부에서는 아무도 그의 잠입을 알아채지 못했다.

수천 수만의 눈이 있건만 누구도 그의 종적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누가 그의 발길을 막을 수 있으랴!
군검풍의 집념과 의지는 타오르는 태양보다 더 뜨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