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폭풍세가

제26장 여인들의 숭고(崇高)한 희생(犧牲)

오늘의 쉼터 2014. 10. 1. 00:27

 

제26장 여인들의 숭고(崇高)한 희생(犧牲)


 

 

벽능파는 침착한 안색으로 주위의 여인들을 둘러보았다.

그녀는 조용하나 단호한 표정으로 잘라 말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
"...!"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을 깨고 여제천모 나후란이 우울한 신색으로 입을 열었다.
"나와... 금예 동생은 빠져야겠어."
나후란과 주금예, 그녀들은 이미 군검풍과 몸을 섞은 상태였다.

따라서, 그녀들은 동정녀가 아니므로 잠능격전합환대법에 참가할 수가 없었다.
벽능파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후란언니는... 호법을 서주셔야 해요, 금예동생도...!"
나후란은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좋아! 우선... 내내를 내보내고...!"
그 말에 벽능파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예요, 내내를 내보낼 필요가 없어요."
나후란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내내는 아직 어린 소녀였다.

그런데 어찌 그녀마저 동원하려는 것인지 벽능파의 의중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나후란은 벽능파를 바라보며 곤혹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내내마저... 도와야 할 정도로... 상공의 상세가 중한 거야?"
"그래요, 그렇지 않더라도 내내가 나가려하지 않겠지만."
벽능파는 조용히 대답하며 내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내는 눈을 반짝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야! 내내는... 오빠와 함께 있을 거야."
어린 그녀였지만 오직 군검풍을 살리겠다는 일념은 그 누구보다 강했다.
따라서, 그녀는 어떤 어려운 일도 감수해낼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이윽고 벽능파는 여러 여인들을 들러보며 말했다.
"좋아요, 각자 준비하도록 하세요."
이어 그녀는 탁자 밑에서 한 잔의 옥배를 꺼내들었다.

그것에는 분홍빛 액체가 가득 담겨 있었다.


-- 뇌정열화환극정(雷霆熱火歡剋精).


그것은 십대마맥중 열화마맥(熱火魔脈)에 전해오는 비전영약이었다.
극양의 흥분제로써 평시 사내가 복용하면

막강한 열화강력을 줌과 동시에 본능적 충동을 강하게 일깨운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는 미지수였다.
벽능파는 조용히 눈을 감고 간절한 심정으로 기원했다.
'조종들이시여... 도와주소서!'
이어 그녀는 신중한 표정으로 군검풍에게 뇌정열화환극정을 복용시켰다.
"...!"
"...!"
여인들은 긴장된 시선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벽능파가 먼저 옥용을 붉히며 사르르 옷자락을 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가 해보겠어요. 실패할 확률이 높으므로... 두 번재는 천매가,
세 번째는 극락몽후 교언니... 네 번째는... 천애유흔 부언니가 맡도록 하세요."
"다섯 번째는... 소매가 맡아야겠어요."
듣고 있던 을유향이 살짝 볼을 붉히며 대답했다.

그녀는 내심 입술을 잘근 깨물며 중얼거렸다.
'만일... 나마저 저분의 본능을 깨우지 못하면...

어린 내내에게까지 못할짓을 시키게 된다. 내 차례에서 반드시...'
그녀는 결연한 눈빛을 지으며 내심 중얼거렸다.
그 사이 벽능파는 옷고름을 풀어 빙결처럼 흰 나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여인들마저 매혹될 정도로 아름다운 나신이었다.
'제발... 깨어나셔야 해요.'
벽능파는 슬픈 표정으로 천천히 군검풍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
여인들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군검풍이 완전히 나신이 된 것이었다.
처음보는 건장한 사내의 알몸, 게다가 그의 중심부,

무성한 수림속에 축 늘어져있는 육괴의 흉칙한 형상은

모두가 숫처녀인 여인들로 하여금 진저리를 치게 만들었다.

보통의 사내들보다 천배의 양기를 지닌 군검풍이다.

이완되어있건만 그의 실체는 일반인이 최대로 흥분했을 때의 크기를 응가하는 것이었다.
혈맥이 꿈틀꿈틀 휘감긴 그 남성의 상징은

여인들로서는 실로 생경하고도 몸서리쳐지는 형상이었다.

여인들 중 가장 어린 내내는 자신도 모르게 겁에 질려

우람한 체구의 철담온후 철라영의 등뒤로 숨었다.
그러나, 다른 여인들 중 누구 하나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들은 군검풍의 여인들이었다.

이제 평생을 보며 살아야할 낭군의 알몸인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군검풍의 생명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여 있는 상태였다.
군검풍이 이대로 죽을 경우 여인들은 모두 평생 수절을 작정하고 있었다.
"...!"
이윽고, 벽능파는 천천히 군검풍의 나신을 자기의 나신으로 덮어눌렀다.
그와 함께 내심 그녀는 안타까운 음성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설령 당신이 돌아가신다 해도... 신첩은 당신을 위해 살 것입니다.

신첩은 이미 이십삼년 전에 폭풍뢰가의 계집으로 내정되었으니까요.'
이윽고 그녀는 군검풍의 전신을 쓸며 천천히 애무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지극한 애무는 군검풍의 몸 구석구석에 가해졌다.
그러자 목석같던 군검풍의 몸에 서서히 반응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의 축 늘어졌던 일부가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것은 군검풍이 본능이 아니라 뇌정열화환극정의 약효가 만든 외부적 현상이었다.
군검풍이 반응을 보이자 벽능파 벽능파는 더욱 열심히 군검풍을 자극했다.

그녀의 섬섬옥수는 망설이지 않고 군검풍의 실체를 어루만지고 문질러대었다.

그러다가 마침내는 입술과 혀까지 동원하였다.
열기가 돌기 시작하는 군검풍의 실체를 깊이 베어 문 벽능파는

구름같이 틀어올린 머리를 출렁이며 혀와 입술을 움직였다.
다른 여인들이 둘러서서 보고 있는 것 따위는 그녀에게 장애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군검풍을 깨어나게 할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한 짓도 할 각오가 되어있었다.
그런 그녀의 간절한 염원이 통한 것일까?

힘이 없던 군검풍의 실체에 점점 힘이 가해지더니 어느 순간 무럭무럭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십시에 엄청난 크기로 자라나 벽능파의 입안을 가득 메웠다.

벽능파는 너무도 굴고 장대한 군검풍의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고 뱉어내야만했다.
'너....너무 커!'
'저 정도라니....!'
둘러선 여인들도 숨을 멈췄다.

푸른 혈맥이 툭툭 불거진 채 휘감긴 군검풍의 실체는

너무도 웅대한 모습으로 천정을 향해 불근거리고 있었다.
입가를 닦은 벽능파는 이어 군검풍의 몸위로 올라갔다.

군검풍의 실체 위에 다리를 벌린 자세로 쪼그려 앉는 그녀의 중심부는 이미 흥건히 젖어있었다.
쪼그려 앉은 벽능파는 군검풍의 실체를 움켜 쥐고

그 위로 뜨거운 온천수로 넘쳐흐르는 자신의 비역을 접근시켰다.

일순 그녀의 교구가 퍼득 경련을 일으켰다.

가장 예민한 부분에 뜨겁고 굴강한 군검풍의 실체 끝부분이 잇닿은 것이다.
'저를... 당신께 바칩니다!'
벽능파는 입술을 지긋이 물고 서서히 둔부를 아래로 내리눌렀다.

뜨거운 작렬감과 함께 달군 쇳덩이같은 강인한 이물질이

그녀의 몸안으로 천천히 삽입되기 시작했다.
또르르...!
문득 그녀의 희디흰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두 사람의 몸이 합치된 순간, 벽능파의 교구에 격렬한 경련이 일었다.
"흐윽...!"
그녀는 날카로운 신음을 발하며 전율했다.

그와 함께, 침상 밑으로 선홍빛 열화가 붉게 피어올랐다.

그 모습을 본 내내는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무서워...!"
그녀는 두려운 듯 몸을 움츠리며 여제천모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하아...!"
벽능파는 고통을 억누르기 위해 입술을 악물었다.

이윽고 그녀의 육체는 군검풍의 실체를 완전히 수용했다.
이어 그녀는 천천히 파도를 타기 시작했다.

거칠고 고통스런 향해가 시작된 것이었다.
삽시간에 밀실 안은 기이한 열기로 가득 찼다.

그것은 생명을 건 도박이었다.


밀실 밖.
"...!
"...!"
적막하도록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휘르르... 스으...!
군마림 너머 대막에서 사풍이 불어와

밀실 주위로 인의 장막을 두른 군웅들의 옷자락을 흩날리게 했다.
이곳에는 정사가 뒤엉킨 십만의 군웅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엄숙하고 초조한 표정으로 신강의 거친 하늘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제발... 살아나셔야 하오. 지존이 아니시면... 중원무림은 대파멸 외에 달리 길이 없소이다!'
이 순간, 십만 인의 마음은 하나로 합쳐졌다.
"흐음... 만일을 모르니...!"
지라천효는 침중한 안색으로 한쪽을 둘러보았다.
"여제군단!"
"옛!"
"하명하십시오!"
스스...!
투구에 전포를 걸친 일천여전사들은 일제히 대답하며 자라천효를 주시했다.
"각... 분단주들도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여섯 분의 주모(主母)가 실패할 경우 너희들도 희생을 해야한다!"
"옛!"
"복명!"
여제군단의 수뇌자들은 얼굴을 붉히며 깊숙이 허리를 숙여보였다.
오로지 사내같이 강할 것만 강요받은 일천여전사의 수뇌들,

그녀들의 방심은 이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뛰었다.
츠으으으...!
사풍 속에 일륜이 서쪽 군마림으로 넘어갔다.

오늘따라 유달리 짙은 낙조였다.


밀실 안.
"아아...!"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소녀의 짓깨문 입술 사이로 나직한 신음성이 비집고 흘렀다.
소녀 내내의 커다란 두 눈은 온통 고통으로 물든 채 떨리고 있었다.

이제 겨우 파릇파릇 춘초가 돋기 시작한 그녀의 하체에는 선연한 혈화가 피어있었다.
스으... 스으...!
지금 그녀의 전신에서는 희뿌연 극음지기가 피어올라

그녀의 앙증맞은 나신과 그녀의 교구가 덮고있는 군검풍의 나신을 감쌌다.
벽능파 벽능파, 철담온후 철라영, 천애유흔 부운선, 몽라염후,

그리고 십전마혜 을류향까지 이미 한차례씩 군검풍과 교합을 한 상태였다.

하지만 군검풍은 끝내 깨어나지 못했고,

마침내 가장 나이어린 내내까지 동원되기에 이른 것이다.
비록 겉보기에는 어린 소녀였으나 내내의 몸은 의외로 숙성하여

무리없이 군검풍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파과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그것은 어린 그녀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내내는 참을 수 있었다.

그것은 그녀의 마음이 이미 군검풍을 위해서는 죽음이라도 불사할 수 있을만큼

지고지순한 순정으로 뭉쳐져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것이 오빠를 구하는 길이다. 오빠를 구할 수 있다면...나는 죽어도 좋다!'
그녀의 천진한 옥용에는 성스러운 미소마저 떠올랐다.

그녀는 다른 여인들의 행위를 흉내내어 작고 귀여운 둔부를 일렁이며

군검풍의 거대한 일물을 몸안으로 출입시켰다.
이때 침상 주위에는 지친 기색의 여인들이 힘겹게 기대앉아 군검풍과 내내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들의 내심은 안타까움과 초조로 타 들어가고 있었다.
'아아...! 내내마저 실패한다면...!'
'하늘이여... 제발...'
그녀들은 손모아 기원하고 있었다.
이 때였다.
스으... 스으...!
운무 속에서 내내의 나신이 점차 움직임이 둔감해져 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지극한 내공소모와 육체적 고통을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것을 지켜보던 여인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먼저... 정신을 잃으면 안 되는데...!"
그녀들은 손을 모으며 눈물마저 글썽거렸다.

간절한 염원과 바램에 그녀들의 마음은 누구나 할것없이 바싹바싹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들의 간절한 마음과는 달리 내내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둔감해져 가고 있었다.

내내는 점점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여제군단의 수뇌부를 준비시켜야겠어!'
지켜보던 여제천모 나후란이 입술을 잘근 깨물며 문쪽으로 돌아섰다.

그런데 바로 그 때였다.
"...!"
꿈틀...!
여지껏 나무토막 같은 군검풍의 근육에 한 차례 경련이 이는 것이 아닌가?
"아!"
그 순간, 정신을 잃으려던 내내의 입에서 놀라움과 기쁨의 경이성이 터져나왔다.
마침내, 군검풍의 두 팔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믿을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었다.
"오빠! 풍오빠!"
"아아... 상공!"
"지존!"
그것을 지켜보던 여인들의 입에서는 일제히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그녀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쁨과 격동을 금치못했다.
번...쩍!
이때, 마침내 군검풍의 눈이 떠지며 무서운 안광이 폭사되어 나왔다.

화산이 솟구치는 듯한 가공할 안광이었다.
이어 군검풍은 두 팔로 내내의 한줌 밖에 되지 않는 허리를 으스러져라 끌어안았다.
"으음...!"
내내의 입에서 나직한 비음이 흘러나왔다.
"아아... 오빠!"
그녀는 희열의 눈물을 쏟으며 군검풍의 가슴에 어깨를 묻었다.
부르르...!
거의 동시에, 내내는 자신의 깊은 곳에서 화산이 폭발하는 듯

강력한 열류의 흐름을 감지했다.

몸안에 퍼부어지는 그 생경한 느낌과 깊은 안도감으로 인해 다음순간,

그녀는 아득히 정신을 잃어갔다.
군검풍도 온몸을 휩쓰는 엄청난 쾌감에 내내의 교구를 으스러져라 끌어 안으며 몸을 밀착시켰다.
"상공...!"
"흐윽... 지존!"
내내의 육체에 지극한 쾌락의 여운을 음미하고 있는 군검풍의 모습에도 아랑곳 않고

여인들은 부끄러움 조차 잊고 군검풍에게 매달리며 오열을 터뜨렸다.
"...!"
"...!"
문득 벽능파와 십전마혜 을유향의 눈길이 마주쳤다.
"...!"
"언니... 능파언니...!"
십전마혜는 울음을 터뜨리며 군검풍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이때, 밖에서도 일대 소란이 벌어졌다.
"와아...!"
"지존께서 깨어나셨다!"
"우헤헤... 술을 꺼내랏! 이럴 때 쓰려고 마황시주를 백 년 전에 파묻어 두지 않았느냐?"
밀실 밖에서도 상황을 알아차린 군웅들의 환호성이 들렸다.

조용하던 군마림은 때아닌 군웅들의 환호성에 놀라 깨어났다.
우르르...!
사풍이 여전히 사나운 가운데 군마림의 동편으로 불끈 태양이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휘르르르... 스스...!
천 년간 끊이지 않은 대막의 사풍이 옷깃을 찢을 듯 펄럭이며 스치고 지나갔다.
"와! 정말 아름다운 곳이야!"
한 소리 소녀의 환호성이 군마림 남방의 높직한 구릉에서 들려왔다.

구릉 위에는 삼 인이 우뚝 서 있었다.

먼저 군검풍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의 어깨에는 소녀 내내가 앉아 있었다.
내내의 어깨에는 극락조 금아가 동그마니 앉아 있었다.
그리고 군검풍의 옆에는 또 한명의 여인이 그림처럼 서있었다.
"...!"
스스...!
일신에 우아한 궁장을 걸치고 머리역시 궁형으로 높이 틀어올린 귀부인.
그녀의 모습은 아름답기 이를 데 없었다.


-- 십지마모 벽능파.


그녀였다.

그녀는 십대마맥의 맹주인 십지성궁의 적손이었다.

그런 탓에, 십전마혜 등 다른 여인들은 벽능파에게 군검풍의 정실자리를 양보한 상태였다.
"오빠, 오빠! 저기봐! 호수가 보여, 방금 전까지 없었는데...!"
내내가 낭랑한 옥성으로 남쪽을 가리켰다.
츠으...츠으...!
과연 그녀가 가리키는 곳에는 지독한 마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 숲 뒤로 하나의 거대한 호수의 모습이 보였다.

그것은 대막에서 종종 나타나는 신기루였다.
"하하! 내내... 저것은 천리 밖에 있는 호수의 신기루야, 저곳에 호수가 있는 것이 아니다!"
군검풍은 풋풋하게 웃으며 어깨에 앉은 내내의 앙증맞은 둔부를 토닥거렸다.
내내는 아직 여인이라 하기에는 턱없이 어린 소녀였다.

그러나, 이유를 불문하고 그녀도 어엿한 군검풍의 아내 중 일 인이었다.
내내는 군검풍의 말에 입술을 삐죽거렸다.
"헹! 못믿겠어! 저렇게 생생한데 저게 그림자야? 금아! 오빠가 거짓말 한다. 그지?"
그러자, 금아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거짓말! 거짓말!"
그놈은 동감이라는 듯 시끄럽게 꽥꽥거렸다.
군검풍은 낭랑하게 웃었다.
"하하! 이 녀석... 언제 검풍이 거짓말 하는 것을 보았느냐?"
그러나, 여전히 내내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떼를 썼다.
"흥 이번엔 틀렸어! 저렇게 생생한데 저게 어떻게 그림자야!"
"하하... 믿지 못한다면... 저곳까지 데려다 주지!"
군검풍은 선뜻 내내에게 그렇게 말했다.
"와아! 정말?"
내내는 기쁜 듯 환성을 울렸다.
"저... 상공...!"
이때 벽능파가 문득 고혹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왜, 그러시오, 능파?"
군검풍은 잠현천후에게로 눈길을 돌리며 물었다.
벽능파는 염려스런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곳에는 가실 수 없어요. 저곳이 바로 이곳 군마림의 제일금지인 마울림(魔鬱林)이에요."
"마울림...!"
군검풍은 눈을 빛내며 바라다보이는 숲을 주시했다.
츠으... 츠으...!
남방의 숲 일대에 가공할 마기가 솟아 천장을 물들이고 있었다.

그것은 군검풍이 본 어떤 금제에서 이는 것보다 더 강한 기운이었다.


-- 마울림!


그곳은 십지마련의 전설이 서린 곳이었다.

그 부근은 천지간에서 마기가 가장 강한 곳이었다.
이른바 겁황잠마역(劫荒潛魔域)이라 불리는 곳으로,

아무리 강한 내공을 지닌자라도 겁황잠마역에 다가가면

가공할 잠마지기에 내공이 흩어져 피를 토하며 죽어버린다.
천수 백 년 전,
제일대(第一代) 십지마모(十地魔母)는 당시의 십대마맥의 종사들인

절정십마황(絶頂十魔皇)과 구천마교에 도전했다.
그러나 당시 구천마교의 종사 구천만마존(九天萬魔尊)은 구천마교 최강의 강자였다.
십지마모와 십 인 종사의 합공으로도 오히려 패하고 말았다.


-- 천하를 볼 낯이 없다!


그것은 충격적인 패배였다.
제일대 십지마모는 세상보기가 부끄러워

절정십마황을 대동하여 마울림(魔鬱林)에 몸을 던져 죽어버렸다.
제일대 십지마모의 후예들은 그의 시신과 십종의 시신을 수습하려했다.
그러나 마울림에 접근한 십지성궁의 제자들은 하나도 살아남지 못했다.
그 후 누구도 마울림에 접근하는 자가 없었다.

따라서 천 년 동안 불귀금역으로 내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벽능파의 설명을 듣고난 군검풍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후훗! 걱정하지 마오. 나의 불사강기가 팔성에 이르러...

만사만악(萬邪萬惡)이 침해하지 못함을 알지 않소?"
그는 여섯 여인과의 정사로 인해 불사용수를 팔할까지 용해시킨 상태였다.
그는 팔할의 불사강기에 이르고 있었다.

그 경지는 군림지존과 맞서도 그다지 밀리지 않는 경지였다.
하지만 벽능파의 생각은 달랐다.

군검풍을 염려하는 그녀의 마음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깊었다.
그녀는 자못 염려를 금치 못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부상에서 깨어나신 지 사흘밖에 되지 않았어요. 아직 심기가 허하실 텐데...!"
그녀는 어머니같고 누님 같은 시선으로 군검풍을 주시했다.
군검풍은 염려말라는 듯 빙긋 웃어보였다.
"걱정마오, 내내에게 마울림을 한 번 구경시켜 주고 돌아올 테니...!"
이어 그는 벽능파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그 모습에 내내는 아미를 찡긋했다.
"호호... 능파 큰언니는 좋겠어!"
그녀는 군검풍의 어깨에 앉은 채 깔깔 교소를 터뜨렸다.
"...!"
벽능파의 얼굴은 금방 홍시가 되고 말았다.
"하하! 저녁식사 시간까지는 돌아오겠소."
말을 마침과 동시에, 군검풍은 어깨에 내내를 태운 채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을 옮겼는데 그는 이미 삼백 장 밖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의 경공은 이미 허환비공(虛幻飛空)의 경지에 이른 것이었다.
츠으...!
삽시에, 군검풍은 벽능파의 걱정스런 시선을 뒤로하고 까마득히 사라져버렸다.


우르르... 쩌저저정...!
가공할 무형마기가 뇌성인 듯 마구 휘몰아치고 있었다.


-- 마울림!


그것은 백 리를 뻗힌 겁황점마역(劫荒潛魔域)을 따라 형성되어 있었다.
겁황잠마역 안에서 자랄 수 있는 수종은 단 하나, 철마목(鐵魔木)뿐이었다.

그 때문에 점형마림 전체에는 칙칙하고 섬뜩한 형태의 철마목만이 군생하고 있었다.
츠으츠으...!
음울한 마기가 마울림을 유령처럼 떠돌고 있었다.

아무리 강한 고수자라 할지라도 겁황잠마역에 접군하면

잠마지기가 침습하여 백골화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언제라도 예외는 존재하는 법이었다.
"후훗! 이 녀석, 어떠냐? 그 호수는 환상이었지?"
콰콰...!
낮은 웃음을 흘리며 너무나 태연하게 잠마지기를 뚫고 들어가는 인물이있었다.

물론 그는 군검풍이었다.
콰우우...!
잠마지기는 끝없이 군검풍을 강타했다.
그러나 불사강기는 잠마지기를 군검풍의 일 장 밖으로 퉁겨냈다.
"헤... 정말인데... 호호... 내내가 졌어."
군검풍의 어깨에 무등을 탄 내내는 그제서야 혀를 낼름 내밀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녀는 문득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듯 군검풍에게 말했다.
"그만 돌아가! 음침하고 기분 나쁜 곳이야!"
"그러자꾸나."
군검풍은 대답하며 돌아서려 했다.
바로 그 때였다.

우우우우...!
마울림의 깊은 곳에서 돌연 웅혼한 울림이 들려왔다.

대지가 갈라지는 듯한 섬뜩한 괴성이었다.
"어! 무어지?"
내내가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무어지? 무어지?"
극락조 금아도 따라서 꽥꽥거렸다.
군검풍은 검미를 모았다.
'혼(魂)이 느껴진다. 거대한 마혼(魔魂)이! 저 안에 무엇이 있단 말인가?'
그는 형형한 시선으로 마울림의 깊은 곳을 주시했다.
이때 내내가 재촉하듯 말했다.
"가 보자! 오빠! 무언가 재미있는 것이 있을 것 같아."
"좋아, 가자!"
내내의 호기심은 대단했다.

그녀는 무엇이든 궁금한 것이 있으면 풀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그것은 군검풍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도 의아함을 느끼며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츠으... 뚜벅!
이어 그는 마울림을 향해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츠츠츠... 콰콰...!
갈수록 마기는 점점 강해졌다.

그에 따라, 폭풍과 뇌성벽력이 가공할 정도로 전신을 후려쳤다.

군검풍의 불사강기가 뒤흔들릴 정도였다.


얼마나 들어갔을까?
갑자기 철마목의 숲이 갑자기 뚝 끊어졌다.
그리고 전면에 하나의 거대한 석벽(石壁)이 나타났다.
높이 삼백 장, 길이 십여 리에 달하는 석벽.

흡사 대과벽의 축소판과도 같은 거대한 석벽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었다.
"...!"
그곳으로 다가서던 군검풍과 내내는

전면의 석벽 아래에서 사람의 그림자를 발견하고 흠칫 몸을 세웠다.
스으... 스으...!
음울한 마기 속, 열 두 개의 그림자가 둥근 호선을 그리며 단좌하고 있었다.
'시신이다...!'
츠으...!
군검풍은 한눈에 그 중 열 한 구의 시신을 알아보았다.
열 한 구의 시신, 그것은 한 구의 시신을 반월형으로 호위한 채 죽어 있었다.
석벽을 등지고 하나의 왜소한 시신이 죽어 있다.
골격으로 보아 그것은 아마 여인의 시신인 듯 했다.
그런데, 그 여인의 시신을 마주보고 우람한 체구의 흑포인이 단좌하고 있었다.
츠으...!
일견하여 상상을 불허하는 거창한 기도를 흘리는 흑포인이었다.

그의 어깨 위에는 하늘이 받쳐진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는 등을 돌리고 있어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다만, 흑포인의 무릎에 올려진 장극(長戟)만이 스산한 예광을 발하고 있을 뿐이었다.
"...!"
뚜벅...!
군검풍은 침중한 안색으로 흑포인을 향해 다가섰다.
'거인이다! 군림지존에 못지 않은...!'
그는 긴장감으로 숨을 죽였다.
그런데, 이 때였다.
"헛허...! 어서 오게나, 폭풍후예!"
한소리 창노한 일갈이 군검풍의 귓전을 흔들었다.
"어멋! 안 죽었잖아!"
그 소리에 내내는 깜짝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분명 그 음성은 흑포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군검풍 또한 내심 경악을 금치못했다.
그때, 흑포인이 단좌한 채 천천히 돌아앉았다.
"...!"
"...!"
쩌정!!
네 개의 시선이 일순 뇌전인 듯 뒤엉켰다.
흑포인의 용모는 기이했다.

그 인물은 도저히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노인이었다.
석 자가 넘는 긴 흑염을 드리웠으며,

창백한 안색에 고독한 사자(獅子)의 눈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를 본 순간 군검풍은 흠칫했다.
'설마...!'
그는 전신에 한 줄기 전율이 이는 것을 느꼈다.
이어, 그는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구천마야 독노선배십니까?"
"헛허허! 날카로운 눈을 지녔군. 과연 뇌노제(雷老弟)의 후예답다!"
흑포인은 껄걸 대소를 터뜨렸다.


-- 구천마야 독고!


놀라운 일이었다.
흑포노인이 바로 구천마야라니...!

그는 전설속의 인물이었다.

구주팔황의 정복자이며 천년제일웅!
그는 이십여 년 전, 폭풍대제 뇌천강과 동귀어진했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그가 어찌 십지마련의 땅에 와 있단 말인가?
구천마야는 군검풍을 향해 담담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앉게나... 폭풍의 아들! 자네에게 해 줄 많은 이야기와...

자네가 해야 할 대과업에 대해 말해 주겠네."
그 말에 군검풍은 나직한 신음성을 발했다.
"어찌... 소생을 폭풍후예라 하십니까?"
"헛허! 노부는... 폭풍세가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네.

폭풍대제 뇌천강(雷天剛)이란 아이는 노부의 의제(義弟)이니까."
"음!"
군검풍은 신형을 휘청했다.
이어 그는 내내를 어깨 위에서 내려놓고 구천마야 앞에 큰절을 올렸다.
"삼가 소질 검풍, 의백을 뵙습니다!"
"허허...! 검풍, 뇌검풍(雷劍風)이라... 좋은 이름이군."
구천마야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구천마야는 십만강자를 살상한 희대의 살인광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와 달리 그는 지극히 온화한 인물이었다.
문득 구천마야는 군검풍을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
"현질도... 전 년 노부가 구주팔황을 휩쓴 것을

그저 노부의 정복욕을 충적시키기 위한 대파괴행으로만 보는가?"
"소질은 우둔하여 뭐라 답변할 수 없습니다. 하교해 주십시오."
군검풍은 대답 대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내내는 귀엽게 입술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쳇! 뭐야! 말 돌리지 말고 빨리 얘기해 줘요."
그녀는 냉큼 구천마야의 앞으로 다가가 턱을 바치고 앉아 그를 올려다 보았다.
구천마야는 그 모습이 귀여운 듯 너털웃음을 지었다.
"허허...! 너는 누구냐?"
"나? 나는 내내라고 해요. 검풍오빠의 여덟째 아내죠."
내내는 당당하게 자신의 위치를 밝혔다.

그 모습은 어이없도록 당돌하고 귀여웠다.
"그래?"
구천마야는 온화한 시선으로 군검풍과 내내를 쓸어보았다.
이어, 그는 내내의 머리를 다독거리며 다시 물었다.
"현질... 지존혈맹(至尊血盟)이란 조직을 아는가?"
"지존혈맹...! 십지성궁 장마무고(藏魔武庫)에서 그들에 대한 기록을 본 적이 있습니다."
"흐음...! 그럼 얘기가 쉽겠군."
구천마야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 지존혈맹!


그것은 상고시대 천하를 도모하던

구천 구백 구십 구 인의 효웅이 모여 결성되었던 효웅들의 대동맹이었다.
그들은 천하제패의 지상과제를 설정하고

동원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여 상고무림을 파탄으로 몰아넣었다.
수많은 전설 중의 문파들이 그들에게 정복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심지어 춘추전국의 난세로

주황실의 세력이 약해지자 황실의 정복까지도 기도했다.
가히 공포스런 비밀결사! 그것이 바로 지존혈맹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지나친 발호는 두 개 초거대문파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 구천마교(九天魔敎).
-- 폭풍패천세(暴風覇天勢).


그들은 지존혈맹보다 천 년을 더한 전통을 놓고 쟁투하는 사이였다.
그러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지존혈맹의 발호에 그들은 동시에 분노했다.
결국 오랫동안 지존혈맹의 발호를 관찰하여

그것이 극에 달해 천하가 지존혈맹의 손에 들어가기 직전,

구천마교과 폭풍패천세는 드디어 발기, 영수하여 일시에 지존혈맹을 급습했다.
구천마교의 백인초강자 일백구천대천종!
폭풍패천세무적군단 일천폭풍군단!
비록 천 백 명에 불과하나 그들은 고금강자서열 오천위안의 절대자들이었다.

그 힘은 전대미문이었다.
마침내, 격전은 시작되었다.
십만 지존혈맹의 추종자와 천 백 인의 무적군단의 싸움은 가히 가공지경이었다.
그것은 무려 삼주야를 이어졌다.

그 결과, 지존혈맹 십만맹도 중 구만이 천백무적군단에게 격살당했다.
역부족을 느낀 일만효웅은 마침내 북으로 패주하기 시작했다.
물론 천 백 인의 용사들은 그들을 추격하기 또다시 구천구백 인을 주살했다.
그러나, 끝내 가장 강한 일백효웅을 놓치고 말았으니...

그것이 천 팔백년 전, 전국 말엽의 이야기이다.
그 후 지존혈맹의 궤멸을 믿은 구천마교과 폭풍패천세는 본격적으로 천하쟁패에 들어갔다.
그리고 끝내 삼백 년에 걸친 대전은 끝나고 말았다.
폭풍패천세-!
그들은 신흥 십지마련(十地魔聯)을 끌어들인 구천마교의 기습에 멸망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폭풍패천세의 그 전통은 천 년 간 단절되었다가 오백 년 전,

즉 뇌가(雷家)의 시조인 폭풍천황(暴風天皇) 뇌비룡(雷飛龍)이 폭풍패천세의 폐허를 발굴해 냈다.
그리하여 그는 폭풍패천세의 맥을 잇고 바로 천년제일패가인 폭풍세가를 열었던 것이다.


구천마야는 잠시 숨을 돌린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오십 년 전인가? 실종되었던 우리 구천마교의 구대장로...

구대천왕(九大天王)의 종적을 쫓던 노부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네."
"지존혈맹의 부활...!"
군검풍은 직감적으로 깨닫고 나직이 부르짖었다.
구천마야는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천팔백 년 전 궤멸된 줄 알았던 지존혈맹이

천 팔백 년 동안 새외의 지하무림을 장악,

그 동안 본문과 폭풍세가에 대한 복수를 노리며 거대한 잠력을 기르고 있었던 것이네."
"음...!"
군검풍은 침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은중산 낙영탑에서 치떨리는 지존혈맹(至尊血盟)의 거력과 충돌하지 않았던가?
군검풍 자신은 죽을 뻔했으며,

그를 구하기 위해 마궁삼태상과 십패천 막하 오천용사가 전사했다.

그것은 군검풍에게 씻을 수 없을 상처로 남아있었다.
구천마야는 문득 다시 물었다.
"북천혈국(北天血國)을 알겠지?"
"북천혈국! 설마... 지옥혈맹의 변신이... 바로 북천혈국?"
군검풍은 부르르 몸을 떨며 공포의 표정을 지었다.


-- 북천혈국.


존재하지만 실체가 없는 변황의 지하무국(地下武國).
적붕존성이 표면적으로 변황을 통일 했으나

사실 그 적붕존성의 모든 뿌리는 북천혈국에 지배 당하고 있었다.
북천혈국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전무했다.

다만 변황무림 전체가 약 일백만 북천혈국의 밀정들을 암약하고 있다고 전해질 뿐이었다.
그런데 그 북천혈국이 바로 천팔백 년 전 멸망당한 지존혈맹의 변신이라니...!

이 얼마나 가공할 사실인가?
구천마야는 침중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노부를 더욱 전율케 한 것은 지존혈맹의 마수가 변황 뿐 아니라

중원무림에까지 뻗혀 있다는 사실이네.

그 숫자는... 일시에 어찌해 볼 수 없을 정도네."
"하여... 대파괴행을 벌이셨군요. 지존혈맹의 뿌리를 초토화시키고...

또한 지존혈맹에 구천마교가 건재함을 시위하여 발호하지 못하도록...!"
군검풍은 그제서야 모든 사실을 확연히 알 수 있었다.
구천마야가 감행한 대파괴행.
그것은 사실 천하를 구하기 위한 파괴행이었으니...!
과연 그것을 천하의 그 누가 알았겠는가?
구천마야는 군검풍을 바라보며 말을 계속했다.
"자네 아버지... 뇌노제도 노부만큼 지존혈맹에 대해 알고 있었으며...

자네 아버지에게는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는 폭풍혈과...

감히 지존혈맹 따위가 침투할 엄두도 못내는 최강최대의 군단 폭풍세가가 있었지."
군검풍은 짐작이 간다는 듯 구천마야의 말에 대꾸했다.
"아버님과... 백부께서는... 싸우셨던 것이 아니었군요.

싸우시는 척하며 지존혈맹의 모든 뿌리를 중원에서 박멸시키셨군요."
"그렇네."
구천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십년 전부터 이십여 년 전까지의

구천마교과 폭풍세가의 쟁패는 그저 겉보기에 불과했다.
실상 그것은 구천마교과 폭풍세가의 쟁패가 아니었다.
그들은 상쟁하는 척하며 거치는 모든 것을 부수었고,

그 와중에 지존혈맹이 중원에 뿌린 씨앗을 모두 제거한 것이었다.
군검풍은 내심 염두를 굴렸다.
'결국... 그 후 군림지존은 두 분을 음모에 빠뜨려 패퇴케 하셨으리라.

어떤 음모를 썼는지는 몰라도...'
그는 침중한 안색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츠으으으...!
음울한 마운 속에 십 일 구의 시신들이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이 분들은...!"
"제일대 십지마모와... 절정십마황(絶頂十魔皇)의 유해다."
"아!"
"이들 십 일 인은 본문과의 싸움에서 패퇴하여

수치심을 못이겨 이곳 마울림에 들어와 자결했다.
"...!"
"이들은 자결 전 십마천결(十魔天訣)이란 최고최강의 마공을 남기고 죽었지."
구천마야는 문득 벽면을 가리켰다.
이끼 덮인 석벽에는 수만자구의 대전자가 가득 새겨져 있었다.


<십마혈벽(十魔血壁)>


-- 십지마련에 영광 있으라!

죄인 벽화령(碧火靈)과 절정십마황이 죽음으로 십지마련 맹도에게 사죄하며

십마천결(十魔天訣)을 남기노라.


그 글은 벽화령이란 이름의 제일대 십지마모가 천수백 년 전에 남긴 것이었다.
구천마야는 침중한 안색을 짓고 있는 군검풍에게 다시 그 때의 상황을 들려 주었다.
"노부와 네 아버지는..

응수간에서 군림지존과 군림개세구천존(君臨蓋世九天尊)이라는

지존혈맹 최강의 십 인에게서 합공당했다."
"...!"
"그들은 개개인이 결코 노부와 네 아버지의 하수가 아니었다."
그 말에 군검풍은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강하단 말인가? 지존혈맹의 잠력이!'
실로 가공할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지존혈맹에 구천마야만한 강자가 최소한 십 인이 있다는 말이다.

그 사실을 과연 누가 믿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