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장 마녀(魔女)가 된 공주(公主)
군검풍이 빠져나온 곳은 기괴한 석실이었다.
그곳은 기이하게도 사면 벽이 온통 새카만 석실이었다.
그런데, 중앙에는 하나의 석관(石棺)이 덩그러니 놓여져 있지 않은가?
그때문인지 석실 전체는 온통 음산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저 관 안에 내가 찾는 것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군."
군검풍은 눈을 번뜩이며 석관을 향해 다가섰다.
"별다른 기관은 없다...!"
석관을 잠시 살펴본 그는 망설임없이 그것의 뚜껑을 열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번...쩍!
석관이 반쯤 열리는 순간 가공할 녹광이 뇌전처럼 폭사되었다.
쿵쿵...!.
군검풍은 두 눈이 부서지는 듯한 충격으로 뒤로 벌렁 넘어졌다.
놀랍게도 반불사지체(半不死之體)인 그의 두 눈에서 핏물이 흘렀다.
"녹룡마시...!"
군검풍은 안색이 대변하며 경악성을 터뜨렸다.
동시에, 그의 몸이 벼락같이 뒤로 퉁겨졌다.
번쩍! 콰쾅...!
재차 녹광이 뇌전처럼 군검풍이 넘어졌던 곳을 강타했다.
"크르르...!"
이어, 석관 안에서 섬뜩한 괴성이 일어났다.
끼기긱...!
가공스럽게도 한 명의 괴인이 관뚜껑을 밀어올리며 천천히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그 괴인은 도저히 인간의 모습이라고 봐줄 수 없는 기괴한 몰골을 하고있었다.
끔찍하게도 그자의 전신은 온통 시퍼런 녹색 털로 뒤덮혀 있었다.
"지독하군! 관 속에다 녹령마시(錄靈魔屍)를 두어 침입자를 습격하다니...!"
군검풍은 혀를 내두르며 경악을 금치못했다.
쉬익... 츠으...!
그는 소맷속에서 폭풍제왕검을 꺼내 우수(右手) 식지에 갖다댔다.
그렇다.
그 괴인은 녹령마시라 일컬어진다.
천사일맥(天邪一脈)의 강시대법( 屍大法) 중 하나로 만들어진 괴물이다..
녹령강시는 도저히 상상하지 못할 끔찍한 방법으로 만들어지지는 것이었다.
살아있을 때 절정의 내공을 지녔던 내가고수의 시신을 단련시킨 뒤,
두눈에 모든 능력을 집증시켜 녹전마광(錄電魔光)의
살인안광(殺人眼光)을 부여한 강시로 만드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것은 두 눈을 부수기 전 결코 쓰러지지 않는 악마의 강시이기도 했다.
카아... 쩌정!
녹령마시가 군검풍을 향해 재차 녹전마광을 폭출시켰다.
"세 번씩이나 당할 내가 아니다!"
츠으...!
대갈이 터지며 군검풍의 신형이 둥실 떠올랐다.
동시에 그는 우수 식지에 탄음파천황(彈音破天荒)의 공력을 일으켜 폭풍제왕검을 퉁겨냈다.
쩌...엉! 따당...!
태산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탄음파천황의 음파가 녹령마시의 두눈을 박살냈다.
카아... 아아!
쿵...!
녹령마시는 끔찍한 괴성과 더불어 뒤로 퉁겨져 나뒹굴었다.
이어, 그 끔찍한 괴물은 그대로 한 줌의 재로 화해 스러져 버렸다.
군검풍은 비로소 긴장을 풀며 고소를 지었다.
"흐음... 하마터면 장님이 될 뻔했다!"
그는 눈가의 피를 닦아내며 중얼거렸다.
"저 관 속에 무엇이 있기에 녹령마시를 넣어둔 것일까?"
군검풍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석관으로 다가섰다.
관 속에는 커다란 피낭(被囊)이 하나 들어 있었다.
군검풍은 그 피낭 위에 손을 뻗어 무엇이 들어 있는지 살폈다.
"제법 묵직하군!"
이어 피낭이 열리고 두 권의 비급(秘急)과 하나의 단극(短戟)이 나왔다.
군검풍은 먼저 두 권의 비급을 꺼내보았다.
<지옥혈경(地獄血經)>
<사황천종경(邪皇天宗經)>
비급은 이런 제목들을 지니고 있었다.
군검풍은 두 권의 비급을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녹령마시의 안배를 해 둘만 하군!"
그는 비로소 이해가 가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피낭속에 들어있는 두권의 비급이야말로 경천동지할 무서운 위력을 가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사황천종경!
그것은 사도의 총본산인 천사일맥 비전사경 중 하나였다.
바로 고금 이래 가장 잔혹한 십종사공이 수록되어 있는 악마의 사경(邪經)인 것이다.
그리고, 지옥혈경!
이는 천 이백 년 전,
천사종의 사도천하에 도전하여 가공할 혈혈대전(血血大戰)을 벌였던
지옥혈궁(地獄血宮)의 절대사경이었다.
그렇다.
사황천종경이 사도의 정종(定宗)이라면,
지옥혈경의 사공은 극단적이며 오직 승부만을 요하는 사공인 것이다.
비록 저력은 없으나 사황천종경보다 두 배는 더 잔혹하고 처절한 사공을 담고 있었다.
군검풍은 혀를 내둘렀다.
"끔찍한 사경들이군!"
두 사경을 살펴본 군검풍은 그 안에 이십종의 사공이 수록되어 있는 것을 알았다.
그 하나하나가 역천(逆天)의 잔학한 사공들이었다.
그런데, 그 이십여종의 사공중 두 가지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지독했다.
-- 천종묵형심결(天宗墨形心訣)!
-- 지옥파멸황결(地獄破滅荒訣)!
이 두 가지의 잔혹한 위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도저히 인간적이 창안한 것이라 생각할 수 없을만큼 무섭고 가공스러운 것이다.
천종묵형심결(天宗墨形心訣)-!
이는 사황천종경 최강의 사사대법이었다.
이를 연성하면, 의지(意志) 하나로 만종생령(萬種生靈)을 부릴 수가 있다.
그리고, 최극지경에 이르면 오로지 의지로만 자연거력을 움직일 수가 있을 정도였다.
그 경지가 바로 절대사종경이었다.
그러나, 아직 그 누구도 이룬 적은 없었다.
지옥파멸황결(地獄破滅荒訣).
이는 오로지 파멸(破滅)만을 목적으로 하는 극악무도한 신공이었다.
지옥혈경 중 최강사공으로서,
믿을 수 없게도 눈빛 하나로 모든 것을 파멸시키는 위력을 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절정에 이른 자는 없었다.
인간 이상의 의지를 지녀야만 절정에 이를 수 있는 탓이었다.
군검풍은 경이를 느꼈다.
"천하는 넓군. 십패천, 대정팔극세 외에 이런 기절사학(奇絶邪學)도 있다니...!"
그는 나지막하게 탄성을 발하며 두 권의 사경을 품 속에 넣었다.
이어, 이번에는 단극을 집어들어 살펴보았다.
눈부신 황금단극(黃金短戟),
그곳에는 놀라운 내용의 글이 새겨져 있었다.
-- 지존십좌(至尊十座), 서열팔위 지옥사황(地獄邪皇).
"지존십좌?"
군검풍은 흠칫 놀랐다.
'지존십좌라니...
그것이 무엇이기에 사황천종경과 지옥혈경을 한 몸에 익힌 지옥사황이
겨우 서열 팔 위에 들어 있단 말인가?'
문득 군검풍은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 북망귀왕부에 천하무림의 안위가 걸린 일이 진행중이다!
바로 천패마궁 남궁무외의 말이 뇌리를 스친 것이다.
"남궁형님은 내가 이것을 보기를 바라셨을까?"
군검풍은 검미를 보았다.
이어 그는 피낭 안에 있는 지편을 집어들었다.
지편에는 한 가지 비밀이적혀 있었다.
-- 십존성회(十尊盛會)의 기밀을 맞춰 출관키 바라오.
십존성회는 관례대로 흑호(黑湖) 낙영탑(落影塔)에서... 건운을 비오.
군림(君臨).--
군검풍의 두 눈에서 번뜩 안광이 폭사되었다.
"십존성회... 흑호 낙영탑?"
순간, 뇌전처럼 가상의 상황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설마... 지옥사황 만큼 강한 고수 열명으로 이루어진 조직이 존재한단 말인가?
군림(君臨)이라는 자가 그 수좌이고?"
군검풍은 침음했다.
"흑호... 그곳은 어디일까?
지옥사황이 아직 출관하지 않았으니 십존성회의 날짜는 아직 지나지 않았다!"
그는 염두를 굴리며 다시 피낭 속을 뒤져보았다.
그의 손에 다시 한 장의 양피지가 잡혔다.
-- 흑호비도(黑湖飛圖).
그렇게 쓰여진 아래로, 수없이 많은 종횡의 선이 복잡하게 그어져 있었다.
"이것이 흑호로 가는 지도로군!"
군검풍은 낮은 음성으로 외쳤다.
그러나, 어지러운 종횡선의 의미는 쉽게 알아낼 수가 없었다.
"으음, 연구해 보면 알 수 있겠지!"
군검풍은 흑호비도를 품 속에 집어넣었다.
이어 그는 다른 지편을 살피려 했다.
그런데, 바로 그 때였다.
"네게는... 그럴 기회가 없다, 애송이!"
돌연 군검풍의 귓전에 잔혹한 일갈이 터졌다.
'웃!'
군검풍의 신형이 빙글 돌았다.
콰쾅...!
그 순간, 폭음과 함께 전면이 석벽이 박살났다.
"으흑! 감히 북망귀왕부를 쑥대밭으로 만들다니...!"
콰쾅... 콰르르...!
뒤이어 이를 가는 소리와 폭음이 터지며 한 명의 괴인이 나타났다.
전신이 비쩍 말라 흡사 시체와 같은 몰골을 지닌 괴인이었다.
"고루사황!"
군검풍은 침중하게 일갈을 터뜨렸다.
고루사황의 전신은 형편없이 누더기가 되어 있었다.
이곳까지 오는 도중 수많은 기관함정에 당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걸치고 있는 수의는 온통 너덜너덜한 걸레조각이 되어 있었고,
머리는 제멋대로 풀어 헝클어져 봉두난발이었다.
그 기괴한 모습은 더욱 섬뜩하고 무서워 보였다.
"뒈져라! 고루사망뢰(古樓死亡雷)!"
한 순간, 고루시황의 커다란 입에서 엄청난 폭갈이 터져나왔다.
그와 아울러, 그의 수중에 들려있던 곡상봉(哭喪棒)이 무섭게 쪼개왔다.
쩌...엉!
곡상봉이 가공할 광풍노도를 일으켰다.
그것은 곧장 군검풍을 휩쓸어왔다.
"십방폭(十方暴)!"
군검풍도 감히 방심하지 못하고 맹렬한 함성을 터뜨리며 일격을 내쳤다.
콰쾅! 우르르...!
가공할 힘이 고루사황의 마공세를 마주쳐 갔다.
잇달아 굉렬한 폭음과 가공할 진동이 뒤따랐다.
쩌저적...!
다음 순간, 천정이 쩍쩍 갈라졌다.
쿵쿵...!
"크읏, 빌어먹을... 인간같지 않은 애송이!"
고루사황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이보 밀려났다.
바닥에 깊은 발자국이 생겼다.
그의 신형은 마치 술취한 사람처럼 크게 휘청거렸다.
군검풍의 신형도 쓰러질 듯 휘청거렸다.
"캇! 다시 한 번 받아라!"
츠으...!
고루사황의 비쩍 마른 몸에서 다시 사악한 마기가 구름같이 일어났다.
그의 일신에서 흐르는 칙칙한 회색강기(灰色剛氣)가 사방으로 뻗었다
그러자 가공스럽게도 석벽이고 무엇이고 가릴 것 없이 닥치는대로 모두 썩어 들어갔다.
"고루부시강살(顧樓腐屍剛煞)!"
군검풍은 아연긴장하며 나직이 부르짖었다.
-- 고루부시강살!
이는, 다 썩어가는 시체더미 속에서
백년단공해야 연성이 가능한 끔찍한 부시독공(腐屍毒功)이었다.
비록 연성하기는 어려우나 성공하면 금강지신이든 만년한철벽이든 모조리 부패시켜 버린다.
그야말로 극랄하기 짝이 없는 독공인 것이다.
이는 천년 내 누구도 연성하지 못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고루사황이 연성해낸것이었다.
군검풍은 침중한 안색으로 내심 생각을 굴렸다.
'일격필살이다! 사사독마갱의 독공을 써야겠다!'
다음 순간, 그의 우수가 자색(紫色)으로 물들었다.
-- 탄천자황독강수(彈天紫荒毒剛手)!
사독마맥 비전의 절정독공! 이에는 일장철벽도 녹이는 파천독강이 실려있었다.
"...!"
"...!"
한 순간 서로 시선이 뒤엉키며 무서운 긴장이 감돌았다.
"녠! 각오해라!"
츠으...!
고루사황이 먼저 침묵을 깨며 그의 우수가 위로 올라갔다.
츠으으...!
그의 우수에서 쏟아지는 고루부시강살은 이내 반고형(半固形)으로 변했다.
그것을 본 군검풍의 얼굴이 침중해졌다.
'고루부시강살이 극에 이르렀군.'
이어, 그는 천천히 우수를 쳐들었다.
일촉즉발의 긴박함이 흘렀다.
그런데, 그 팽팽한 긴장감을 깨뜨리며 돌연 낭랑한 여인의 교성이 들려왔다.
"호훗! 용쓸 필요 없어요, 고루사황!"
그 음성이 들려온 곳은 바로 고루사황의 등 뒤였다.
"누구냐?"
고루사황은 아연실색하며 홱 신형을 돌렸다.
언제 나타난 것일까?
무너진 석벽 속에 한 명의 마의소녀가 교태롭게 서있었다.
삼단 같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그림처럼 서 있는 마의소녀.
기이하게도 그녀는 눈동자가 네 개로 보이는 소녀였다.
그녀는 물론 십전마혜 을유향이었다.
을유향은 한 손에 푸른 빛이 감도는 옥병(玉甁)을 들고 군검풍에게 생긋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훗...!"
군검풍은 그녀의 미소를 접하는 순간 갑자기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윽... 또 여자?'
그는 십절마혜 을유향을 보는 순간 웬지 기이한 운명의 힘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은 군검풍에게 있어 정말이지 달갑지 않은 것이었다.
여난이라고 해야 좋을까?
운명이라고 하기에는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여난이 군검풍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어쨋든, 을유향의 출현은 고루사황을 대노케 하기에 충분했다.
"누구냐? 네 년은...!"
츠으...!
고루사황은 고루부시강을 폭사하며 분노의 폭갈을 터뜨렸다.
"흥! 욕을 했어! 감히 나 십전마혜 을유향에게...!"
을유향의 옥용이 갑자기 표독하게 돌변했다.
쌩! 하고 그녀의 전신에서 찬바람이 일었다.
"십절마혜 을유향?"
"십전마혜 을유향? 천뇌마종의 손녀라는 계집이 너냐?"
군검풍과 고루사황의 입에서 동시에 경악성이 터졌다.
그녀의 이름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을유향은 오연한 표정으로 고루사황을 향해 냉갈을 터뜨렸다.
"나이 쳐먹은 것을 봐서 살려주려 했거늘 내게 무식하게 욕설을 지껄였으니 이것으로 기회를 상실했다."
피잉...!
그녀의 싸늘한 교갈과 함께, 별안간 하나의 옥병이 고루사황에게 날아갔다.
팍...!
옥병은 고루부시강살과 충돌하며 무참하게 박살났다.
푸핫...!
동시에 새파란 분말이 확 퍼졌다.
고루사황의 전신이 순식간에 새파란 분말에 뒤덮였다.
"억! 청라쇄옥산(靑羅碎玉散)!"
고루사황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졌다.
-- 청라쇄옥산!
그것은 실로 무서운 것이었다.
일반인에게는 정신을 밝게 해주는 묘약(妙藥)이 된다.
그러나, 고루부시강살을 연마한 고루사황에게는 반대로, 최악(最惡)의 극독(劇毒)이었다.
"크아악! 케에엑...!"
청라쇄옥산을 뒤집어 쓴 고루사황은 바닥에 나둥굴며 처절한 비명을 터뜨렸다.
실로 처참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이었다.
그자의 전신은 삽시에 끔찍하게 녹아 들어가고 있었다.
"크아아악...!"
처절을 극한 비명이 잠시 후, 잦아들었다.
츠으...
급기야 고루사황은 전신이 끔찍한 청수(靑水)로 녹아 그 형체 조차 찾을수가 없었다.
끔찍하고도 처참한 최후였다.
"네... 네 년에게 당하다니... 분하다!"
이미 몸뚱이밖에 남지 않은 고루사황은 녹아 들어가는 얼굴에 통한의 표정을 짖고 을유향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을유향은 눈 하나 깜박거리지 않았다.
"호홋! 잊지 말았어야 했다!
천뇌마맥(天腦魔脈)을 건드림은 다른 구대마맥(九大魔脈) 모두를 건드리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을."
잔혹한 대꾸였다.
"빌... 빌어먹을...!"
그 한 마디를 마지막으로 고루사황은 마침내 완전히 녹아버렸다.
"흠... 무서운 세상이군. 요즘 여자들은 살인을 하고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으니...!"
군검풍은 그 잔혹한 광경에 끌끌 혀를 찼다.
"흥! 당신이 변변찮으니 나라도 독해져야지요!"
을유향은 그의 말에 차갑게 냉소를 쳤다.
군검풍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소저가 금황천고(禁皇天庫)에서 날 구해준 을소저라는 분이오?"
이어 그는 좌수를 들어보였다.
그의 손목에는 을유향이 준 대라천신환(大羅天神環)이 감겨 있었다.
"그래요! 신첩이 상공의 마나님이 되실 을모라는 계집이예요!"
"마... 마나님!"
군검풍은 어이가 없어 입을 크게 벌렸다.
"호호, 당신은 달아나지 못해요! 신첩의 손에서...
결국 신첩의 남편이 되셔야 하고 천뇌마맥(天腦魔脈)의 총사가 되셔야 해요. 그것이 운명이에요!"
말과 함께, 그녀는 다짜고짜 군검풍의 팔짱을 끼었다.
"끙...!"
군검풍은 골치가 아픈 듯한 표정을 지었다.
"호호! 심통스런 표정짓지 마시고 이리와 보세요!"
을유향은 교소를 날리며 군검풍을 한쪽 석벽으로 잡아끌었다.
"이 안에서 아주 지독한 사기(邪氣)가 흘러나왔어요!"
"사기가...!"
"지옥사황의 폐관장소인지도 몰라요!"
을유향은 석벽의 갈라진 틈을 가리켰다.
그 말에 군검풍의 안색이 침중해졌다.
츠으... 츠으!
을유향의 말처럼 숨막힐 듯한 사기가 갈라진 석벽 틈에서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너무나 가공하여 어지간한 군검풍의 부동지심(不動之心)조차 파동이 일어날 정도였다.
"무엇인가 있기는 있군, 물러서시오!"
군검풍은 을유향을 자신의 등 뒤로 돌려세웠다.
그의 좌수가 올라간 동시에 가공할 강기가 쏟아졌다.
콰...쾅!
거창한 굉음이 들썩 사위를 뒤흔들었다.
콰드득...!
그 폭음속에 석벽 전체가 순식간에 함몰되었다.
사석이 어지럽게 흩날리는 가운데 가공할 사기가 폭풍같이 폭출해나왔다.
"우웃!"
군검풍의 신형이 크게 휘청거렸다.
동시에, 그는 맹렬한 불사강기를 일으켜 폭풍같은 사기에 맞서나갔다.
그것을 지켜보던 을유향의 눈이 반짝 빛났다.
'든든해. 할아버지가 왜 굳이 이 사람으로 하여금 천뇌마종의 대통을 잇게 하려는지... 이제야 알겠어!'
이어 그녀는 살짝 뺨을 붉히며 가만히 군검풍의 넓은 등에 얼굴을 기댔다.
이것이 사내의 넓은 등인가?
너무나 푸근하고 믿음직스럽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사내의 등이 이렇게 넓은 줄 그녀는 새삼 실감한 것이다.
무너진 석벽 안은 천연동굴로 이루어진 거대한 지하광장이었다.
그런데 그 지하광장에는 상상을 불허하는 기경(奇景)이 펼쳐져 있었다.
츠으... 츠으으!
섬뜩한 핏빛 운무가 자욱히 깔려 있는 가운데
전라의 여인(女人)들이 천정을 향해 반듯하게 누워있는 것이 아닌가?
그녀들의 수는 일천 명 가량 되어 보였으며,
모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완전한 알몸뚱이였다.
하나같이 뇌쇄적인 미모와 폭발적인 몸매를 지닌 여인들이었다.
나이는 이제 십육칠 세 가량 되어 보였다.
갓 피어나는 여인의 알몸은 뇌살적인 아름다움을 풍기고 있었다.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는 젖가슴, 은은히 자홍색을 띠고 솟은 유두(乳頭)...!
그야말로 숨막힐 듯한 광경이었다.
군검풍의 눈이 무섭게 번뜩거렸다.
"역시... 소녀들이 실종된 것은 북망귀왕부의 짓이었군!"
그의 두 눈이 무섭게 번뜩였다.
그런데 바로 이 때였다.
기상천외의 광경이 군검풍의 눈앞에서 일어났다.
슈슈슈...!
일천 명의 나녀들의 팔만사천모공에서 분홍빛 안개가 환상처럼 일어나더니
지하광장의 중앙부를 향해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하광장의 중심부에는 사방 일장 정도의 옥침(玉枕)이 하나 놓여 있었고,
그 위에 한 명의 소녀가 그림처럼 누워있었다.
츠으... 츠으!
일천 명의 나녀들의 몸에서 흘러나온 분홍빛 안개는 모두 그 소녀의 몸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실로 기괴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소녀취령표향대법(少女取靈飄香大法)!"
그것을 바라보던 을유향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졌다.
-- 소녀취령표향대법!
그것은 사황천존경 서열십위의 역천대법(逆天大法)이었다.
비록 서열십위이나 천사신공 중 가장 난해하고 무서운 대법인 것이다.
믿을 수 없게도, 일천 명 소녀의 극음지기(極陰之氣)와 본원정기(本元精氣)로
표향신무(飄香神霧)를 일으켜, 이를 한 명의 여인에게 흡수시킨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 여인은 불사무적의 절대사후(絶對邪后)가 되는 것이었다.
-- 천년사후(千年邪后)!
그녀는 절대사종경에 버금가는 경지에 이른 불세출(不世出)의 여인이었다.
그렇다.
천년 내 누구도 이루지 못한 경지에 도달한 이 여인이 바로 천년사후였다.
천년사후가 되려면 천음혜극신체(天陰慧極神體)가 아니면 불가능했다.
그 천음혜극신체는 천 년 내에는 결코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그 천음혜극신체의 주인이 지금 눈앞에 있었다.
을유향은 치를 떨었다.
"바득... 지옥사황이란 자! 기필코 내 손으로 죽일 것이다!
자신의 야욕을위해 일천 명의 죄없는 소녀들을 희생시키다니...!"
그녀의 두 눈에는 분노와 살기가 무섭게 피어올랐다.
츠으으...
이때, 일천명의 소녀의 몸에서 피어나던 표향사무가 점점 엷어지고 있었다.
그와 함께 실로 놀랍고도 끔찍한 광경이 벌어졌다.
그토록 아름답고 매력적이던 소녀들의 피부가 급격히 쭈글쭈글해지며
추악하게 변해가는 것이 아닌가!
윤기 흐르던 그녀들의 모발은 삽시에 보기 싫은 회색으로 변했고,
탄력있던 몸뚱이는 주름이 잡히며 믿을 수 없게도 나무껍질같은 노인의 피부로 변하고 있었다.
표향신무는 소녀들의 생기가 녹아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것이 빠져나가자 소녀들은 급격히 노화하면서 죽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을유향은 분노에 떨리는 눈빛으로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지옥사황은 폐관을 마친 후 저 천년사후를 음양교합으로 취해
그녀가 이룬 소수표향사후천강을 절취할 생각이었어요!"
그녀는 군검풍의 팔장을 끼며 치를 떨었다.
이 때였다.
슈우우...! 츠으...!
표향신무가 모두 빠져나간 소녀들의 나체가 마치 바람빠진 가죽공처럼 쭈글쭈글 삭아들었다.
그리고 일천 명의 소녀들은 차례로 해골이 되어 죽어가고 있었다.
그렇다. 군검풍이 기관장치 따위를 깨뜨리는 바람에
소수표향사후천강이 급격히 진척되어버린 것이었다.
군검풍은 안색을 굳히며 침중한 신음을 발했다.
"으음... 지독하군!"
이어, 그는 소녀들의 시신 사이를 지나 옥침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옥좌 앞에 선 군검풍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울렁거림을 느꼈다.
옥침위에 누운 소녀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그녀는 마치 환상속의 여인인 듯 그 실체마저 아련해 보였다.
바라보기만 해도 그대로 그녀의 아름다움에 흠뻑 도취되고 말 것 같은 그런 느낌.
그것은 차라리 마력(魔力)이라 표현해야 함이 옳을 것이다.
스으으...
아직 분홍빛 운무에 덮인 소녀의 모습은 이 순간,
강렬한 인상으로 군검풍의 뇌리에 각인되고 있었다.
소녀의 나이는 십 칠 세 가량 되어 보였다.
그녀는 흡사 백옥으로 빚은듯 티 한점 없고 매끄러운 살결을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빚은 듯 곧은 콧날과 긴 속눈썹, 살짝 벌어진 붉은 입술은 더할 수 없이 고혹적이었다.
살며시 비치는 옥 같은 치아는 눈이 부실 듯 희었다.
지금 그녀의 두 손은 소담스런 젖가슴을 살짝 가린 채 가지런히 가슴에 올려져 있었다.
그 하나의 동작에서도 가히 숨이 막힐 듯한 아름다움이 표출되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대리석으로 빚은 듯 늘씬한 두 다리 사이에는 이제 막 돋기 시작한 방초(芳草)가 보송보송하다.
분홍빛 안개가 덮인 신비의 비궁... 매끄러운 배...
"...!"
군검풍은 숨이 탁 막혔다.
그는 일순 시선을 둘곳을 찾지 못했다.
갑자기, 눈 아래에 있는 소녀의 두 다리가 살짝 벌어지면서 그만 은밀하고 아찔한
그곳의 광경이 적나라하게 그의 눈에 드러나 버렸기 때문이었다.
군검풍의 시선은 마치 꼼짝없이 묶여버린 듯했다.
그는 도저히 소녀의 하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
그런 군검풍의 모습에 을유향은 질투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군검풍을 쏘아보았다.
그녀는 표독스럽게 군검풍을 흘겨보며 코웃음을 쳤다.
그래도 군검풍이 시선을 돌리지 않자
마침내 그녀는 참지못하고 군검풍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꼬집어 버렸다.
"어이쿠!"
군검풍은 비명을 터뜨리며 펄쩍 뛰었다.
"쳇! 질투가 나서 못 견디겠네. 웬 계집애가 이토록 예쁘게 생긴거지?"
을유향은 정말 질투심을 못견디겠다는 듯 붉은 입술을 샐쭉거렸다.
천하의 을유향이 강한 질투를 느낄 정도로 소녀는 아름다왔던 것이다.
하지만 을유향은 모르고 있었다.
질투심에 입술을 삐죽거리며 군검풍을 흘겨보는 그녀의 모습 또한
어떤 미녀에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것을.
군검풍은 을유향의 투정이 웬지 싫지 않았다.
그녀의 모습에서 솔직하고 귀여운 일면을 발견한 것 같아 오히려 웃음이 치밀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상황이 심각했다.
그의 눈앞에 있는 전라소녀는 군검풍도 잘 알고 있는 신분의 소녀였기 때문이다.
"낙봉군주(落鳳君主) 주금예...!
군검풍은 앓는 듯 나직한 신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낙봉군주 주금예...!
이것이 그 전라소녀의 이름이다.
그녀는 낙일황야 주뢰운의 천금 같은 딸이 아닌가!
그녀가 천년사후로 돌변했다니...
믿을 수 없는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군검풍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소녀의 이름을 중얼거리자
을유향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이 여인을 알아요?"
그녀는 아미를 곱게 모으며 군검풍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군검풍은 침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분은 낙일황야란 분의 딸로 일 년 전에 실종됐었었소.
난 낙일황야께 이 분을 찾아드린다고 약속했었소."
"흥, 아는 사이였다니 차라리 잘됐군요!"
"잘됐다니?"
"잘 알면서 뭘 물어요?"
을유향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빈정거리는 어투로 말했다.
"천하의 바람둥이인 당신이 지금 이 소녀의 상태를 모를 리 없잖아요?"
"글쎄..."
군검풍은 그녀의 말에 멋적은 듯 머리를 긁적거렸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낭패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금 주금예의 상태는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천년사후의 막바지 단계에 이르러 있었다.
그녀의 일신에는 무려 천명의 소녀에게서 갈취한 극음지기가 모두 흡수되어 있는 상태였다.
이대로 둔다면 설사 깨어난다 해도 그 후에 극음지기를 주체하지 못하게될것은 뻔한 이치였다.
하루에 열 명 정도의 사내를 복상사(腹上死)시켜야만 음기를 누를 수 있는
희대의 색녀로 돌변하고 마는 것이었다.
을유향은 주금예를 힐끔 내려다보며 샐쭉한 음성으로 말했다.
"이 계집이 천하의 천하에 다시 없을 색녀(色女)가 되기를 원치는 않겠죠?"
"그건... 그렇지만...!"
군검풍은 을유향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이내 알아차렸다.
주금예를 구하라는 것이었다.
주금예가 색녀가 되는 것을 막는 길은 오직 이 순간 뿐이었다.
지금 주금예의 몸에 고인 극음지기를 몸 밖으로 유출시켜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그것은 극양의 화기를 지닌 사내와의 음양교합으로만이 가능했다.
영민한 을유향은 군검풍에게 주금예와 교합할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흥, 내심 이 계집아이에게 침을 흘리고 있다는 것 다 알아요!
내숭 떨지말고 어서 준비하세요. 자리를 피해드리겠어요."
을유향의 옥용은 질투와 부끄러움으로 새빨갛게 물들었다.
이어 그녀는 휙 돌아섰다.
하지만 어쩐지 심사가 편치는 않았다.
아무리 목적을 위해서라지만 정인이 다른 여자를 안는 것이 마음 편할 까닭이 없는 것이다.
을유향의 노골적인 권유에 오히려 머쓱해진 것은 군검풍이었다.
그는 어색함을 숨기려는 듯 짐짓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이것 참... 난 지금 몹시 피곤한데... 방금 잔백마종과 악전을 치루었더니 말이오."
"흥! 피곤하기도 하겠죠. 사황귀비 자옥경인가 뭔가 하는 음탕한 계집과도 발가벗은 채
죽느니 사느니 하면서 씨름했으니 오죽하겠어요?"
을유향은 빈정거리는 어투로 쏘아부치며 표독스럽게 군검풍을 흘겨보았다.
"알아서 해요! 낙일황야에게 천하색녀가 된 딸을 데려다 줄 것인지,
아니면 당신이 그 사람 사위가 되던지... 나는 상관치 않겠어요!"
스스...!
을유향은 그 한마디를 던지고는 휑하니 광장 저편으로 날아가 버렸다.
돌아서는 그녀의 뺨으로 한 줄기 눈물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미운 사람...!'
그녀는 붉은 입술을 꼭 깨물며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군검풍이 다른 여인을 안는 것이 이토록 가슴이 터지도록 괴로울 줄이야 미처 짐작치 못했었다.
을유향은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군검풍을 사랑하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그의 조부의 권유가 아니더라도 그녀 자신이 진심으로
그를 평생의 배우자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이 순간, 확인한 셈이었다.
하지만 하필이면 군검풍이 다른 여인을 품에 안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척해야 하는 이 상황에서
그런 감정을 확인했다는 사실이 을유향을 슬프게 만들었다.
돌아서는 그녀의 가슴은 쓰리고 아팠다.
하지만 그녀는 군검풍을 진심으로 사랑하기에 그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랑에 눈 뜬 여인은 비로소 성숙해지는 것일까?
을유향은 갑자기 소녀에서 성숙한 여인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을유향이 떠나고 혼자 남게된 군검풍.
그는 난색을 지으며 쓴웃음을 피워 물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군."
그는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더 이상 골치아픈 생각은 하지 않기로했다.
곧 그는 침상 위로 올라섰다.
스으... 스스!
어느덧 주금예의 전신을 감싸고 있던 표향신무는 완전히 사라지고
그녀의 눈부신 나신이 드러나 있었다.
그 모습은 실로 현란하도록 아찔한 유혹을 발산했다.
군검풍은 전신이 후끈 달아오르는 욕정을 느꼈다.
아름다운 여인을 품고 싶은 것은 남자의 본능에 해당하는 법이다.
군검풍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의 호흡이 거칠어짐을 느꼈다.
"용소하시오, 군주!
주금예가 알아들을 리는 없지만 정중하게 죄를 빈 군검풍은 자신의 옷을 벗어던졌다.
그 역시 태초의 모습으로 나신이 된 것이다.
주금예 발치에 무릎을 꿇고 앉은 군검풍은 조심스럽게 그녀의 두 다리를 좌우로 벌렸다.
백옥같이 희고 늘씬한 다리가 좌우로 벌어지며
그 중심부에 숨어있던 깊디깊은 계곡이 모습을 들어내었다.
주금예의 육체에는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못한 소녀의 분위기가 남아있었다.
허벅지 사이의 도독한 둔덕은 보송보송한 춘초에 살풋 가려져 있을뿐이었다.
그나마 그 춘초는 정상 부근에만 겨우 자잘하게 깔려있어서
그 아래쪽은 이름 그대로 불모지였다.
매끄럽고 너무나 뽀얀 불모지!
그 불모지의 중심부에는 깊은 흠이 파여 있었다.
군검풍은 주금예의 매끄러운 수직의 균열부분을 직시하자 절로 몸안의 피가 끓어올랐다.
제법 많은 여인을 겪어봤지만 주금예는 전혀 생소한 육체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군검풍은 벌어진 주금예의 두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깊은 계곡은 아주 메말라 있어 그 상태로 무리를 하면 상처를 입힐 것같았기 때문이다.
군검풍은 흥분을 억누르며 손으로 꼭 붙은 협곡을 개방한 뒤 그 안쪽을 적셔갔다.
그의 입술과 혀가 움직이자 축늘어져있던 주금예의 교구가 움찔움찔 경련을 일으켰다.
그리고 곧 바싹 메말랐던 계곡의 깊은 곳에서 넉넉한 온천수가 샘솟기 시작했다.
확실히 준비가 된 것을 확인한 군검풍은 주금예의 중심부에서 얼굴을 떼었다.
그의 일부에서는 이미 끊어질 듯 아픈 통증이 느껴지고 있었다.
군검풍은 조심스럽게 주금예의 육체위로 올라갔다.
한손으로는 자신의 몸을 버티고 다른 한손으로는 미끈덩해진
주금예의 중심부를 더듬어 진입 준비를 끝냈다.
그리고는 부드러우나 아주 강인한 힘으로 자신의 몸을 주금예의 몸에 밀어넣었다.
주금예의 두 다리가 자연스럽게 벌어졌다.
그리고 벌어진 그녀의 다리 사이로 군검풍은 자신의 하체를 밀착시켜갔다.
약간의 저항이 느껴진 후 군검풍은 주금예와 한몸이 되었다.
일단 입성에 성공한 군검풍은 한차례 심호흡을 한 뒤
자신의 하체를 완전히 주금예의 중심부에 밀어붙였다.
태초의 벌거숭이 모습 그대로 두 남녀는 한 치의 틈도 없이 완전히 한몸이 된 것이다.
그 순간 주금예의 교구에 한가닥 전율이 일었다.
비록 의식이 없었지만 여인으로서 지닌 소중한 것이 깨어지는 충격을 느낀 듯 했다.
"으음...!"
주금예와 완전히 한몸이 된 군검풍은
온 몸으로 느껴지는 격렬한 쾌감과 짜릿한 긴축감에 몸을 떨었다.
그와 함께 형언할 수 없는 희열이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군검풍은 주금예의 나신을 깊숙이 끌어안으며 뜨거운 욕망의 불길에 휩싸였다.
하지만 일면, 그는 마음이 편치 못했다.
욕정에 앞서 죄책감을 떨칠 수 없었던 것이다.
"황야에게 죄를 짖는군. 군주의 순결을 깨뜨리고 말았으니...!"
그는 전신이 뜨거워지는 흥분과 함께 착잡한 심정이 엇갈렸다.
"용서하시오, 군주!"
군검풍은 의식이 없는 주금예의 알몸을 격렬하게 끌어안으며 나직이 속삭였다.
주금예의 몸은 차가웠다.
하지만 그녀의 은밀한 곳으로부터 전해지는 청량한 한기가 오히려 쾌감을 고조시켰다.
군검풍은 주금예의 상체를 끌어 안으며 맹렬히 파도를 타기 시작했다.
삭막한 지하광장은 때아닌 열풍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지하 깊은곳에 자리한 종유동굴(鐘乳洞窟).
전면으로 계속 나아가던 을유향은 갑자기 흠칫하며 몸을 세웠다.
"이 지독한 혈기(血氣)는 무엇일까?"
그녀는 아미를 곱게 찌푸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츠츠츠...
주위는 온통 섬뜩한 피빛 기운이 가득차 있었다.
더불어, 절로 몸을 오싹하게 만드는 사악한 사념이 감도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을유향은 그것을 느끼며 두 눈에 이채를 반짝 띄웠다.
"이것은 지옥혈궁(地獄血宮)의 역천호법사공(逆天護法邪功)인
파멸사염혈벽(破滅邪念血壁)이 아닌가?"
그녀는 놀라운 음성으로 나직이 부르짖었다.
파멸사염혈벽.
그것은 바로 의지(意志)만으로 일으키는 호법금제(護法禁制)였다.
벽의 강도가 결정되는 것이었다.
을유향은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
"집중력이라면 천뇌마맥의 후예를 따를 수 없지!"
스윽...
다음 순간, 그녀의 신형이 거침없이 앞으로 나갔다.
바로 파멸사염혈벽 안으로 들어선 것이다.
그런데, 그녀가 파멸사염혈벽 안으로 발을 들여놓은 순간
갑자기 주위의 경물이 급변하고 말았다.
고오... 크크크!
켈켈켈...!
갑자기, 기괴하고 섬뜩한 음풍이 사방에서 몰아쳐 왔다.
뿐만 아니라, 모골을 송연하게 만드는 끔찍한 괴성이 사반에서 터져나왔다.
그로 인해, 을유향은 자신이 마치 지옥의 유부로 들어선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흉칙한 몰골을 지닌 괴물과 성난 아수라가 입을 쩍 벌린 채 을유향에게 덮쳐왔다.
크크크...
우르릉...쾅!
그 뒤로 해일이 덮쳐오고, 다시 지진이 일어났다.
그리고, 욕정에 굶주린 벌거숭이 사내들이 시뻘건 탐욕의 눈을 이글거리며 을유향을 덮쳐왔다.
을유향은 내심 섬뜩한 전율을 금할길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눈앞에 갑자기 일어나는 이 모든 끔찍하고 무서운 광경이
실체가 아닌 환상으로 인한 것임을 알고 있는 까닭이었다.
만약 그녀가 이성을 잃고 그 상황에 휘말려 버리면
영영 환상속을 헤어나지 못하고 고통속에 죽어가야 할 것이다.
"...!"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을유향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자칫하여 그녀가 환상에 빠진다면
순식간에 그녀의 전신은 뼈도 추리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호훗! 사념 따위로는 나 십전마혜 을유향을 어쩌지 못할 것이다."
을유향의 봉목이 한 순간 백열되며 휘황찬란한 광채를 일으켰다.
"천신군림안(天神君臨眼)은 만사(萬邪)를 깨친다!"
츠으...
그녀의 입에서 한소리 교갈이 터짐과 함께 그 가공할 안광은 순식간에 환상을 없애버렸다.
크크... 크아아!
을유향은 다시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녀의 두 눈은 여전히 무서운 광륜을 쏟아냈다.
그렇게 얼마나 전진했을까?
파...아악!
갑자기, 을유향의 앞에서 가공할 사념(邪念)의 파동이 일었다.
'흐윽!'
을유향의 신형이 무너질 듯 뒤흔들렸다.
사념의 파동은 을유향의 천신군림안의 광휘를 무참하게 박살내버린 것이었다.
"지...지옥사황?"
을유향은 절로 신음을 흘리며 전면을 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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