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폭풍세가

제21장 북망귀왕부(北邙鬼王府)의 열풍(熱風)

오늘의 쉼터 2014. 9. 30. 16:24

 

제21북망귀왕부(北邙鬼王府)의 열풍(熱風)


 

 

북망산-!
달리, 망산(邙山)이라 불리는 이 산은 전체가 온통 수많은 무덤으로 뒤덮여 있었다.

망자들의 영혼이 잠든 곳, 북망산은 인간이 최종적으로 돌아가야할 땅이었다.
스스... 슷!
야심한 밤, 귀화가 번뜩이는 북망산에 홀연히 오 인이 나타났다.
그곳은 북망산 중에 자리한 하나의 거대한 고묘(古墓)앞이었다.
먼저, 꺼져가는 흐릿한 편월(片月)의 달빛 아래

방금 군검풍을 납치해온 사황귀비라는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전신에 온통 사악한 사기(邪氣)를 흘리고 있는 네 명의 여인들이
사황귀비(邪皇貴妃) 자옥경(紫玉瓊)이란 여인을 둘러싸고 있었다.
사황귀비는 축 늘어진 군검풍을 소중하게 안아들고 있었다.

그녀는 문득 요사한 교소를 터뜨렸다.
"호호호 태양을 속에 지닌 자라니... 나 사황귀비가 오늘 복이 터졌구나!"
그녀는 몹시 만족스러운 듯 연신 교소를 터뜨리며 군검풍의 준미한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녀의 눈에는 탐욕의 빛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이 사내의 태양화기(太陽火氣)만 흡수하면

양극사령천앙강기(兩極邪靈天殃剛氣)를 완성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몽면 사이로 드러난 두 눈에 야릇한 욕정과 흥분의 빛을 띄우며 들뜬 음성으로 말했다.
이어 사황귀비는 네 여인에게 명을 내렸다.
"열어라!"
"옛!"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 네 여인 중 한 명이 재빨리 대답하고는 묘문(墓門)으로 다가갔다.
묘문 옆에는 무인석(武人石)이 하나 세워져 있었다.
여인은 그 무인석의 석검(石劍)을 비틀었다.
그그긍...!
그러자, 굉음과 함께 묘문을 가로막고 있던 묘석(墓石)이 밀려났다.

그리고는 그 안쪽으로 음침하고 어두운 밀로(密路)가 나타났다.
스스스...!
사황귀비의 신형이 빠르게 밀로 안으로 스며들었다.

네 여인도 황급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러자 다시 묘석이 굉음과 함께 움직이며 밀로를 막아버렸다.

밖에서 입구가 완전히 차단된 것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때였다.
스슷...!
두 인영이 유령처럼 묘문 앞에 나타났다.

그들은 철담온후 철라영과 천애유혼 부운선이었다.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따라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요?"
철담온후가 막힌 묘문을 바라보며 난감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그 말에 천애유흔은 곱게 눈을 흘기며 그녀를 만류했다.
"철매는 눈치도 없군!

따라 들어가서 지존께서 사황귀비인가 하는 계집과 단꿈을 꾸시는 것을 방해라도 할 생각이야?"
"하지만..."
"호호...우린 이곳에서 기다리자.

저 안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해도 감히 지존을 어쩌지 못할 테니까!"
그녀는 확신이 어린 음성으로 말하며 불안해하는 철담온후를 안심시켰다.
그녀는 어떤 경우에도 군검풍이 무사하리라는 것을 확실히 믿고 있었던것이다.
철담온후는 못내 마음이 놓이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천애유흔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스스...!
이윽고 두 여인의 모습은 이내 봉분 사이로 사라져버렸다.

그러자,
"정말 한심한 여자들이군."
혀차는 소리와 함께 고묘 앞에 또 한 명의 여인이 나타났다.

못마땅한 어조로 투덜거리는 여인,

그녀는 바로 방금전에 모습을 타나냈던 십전마혜 을유향이었다.
"그 바람둥이를 믿는 것도 좋지만

그를 험지에 내놓고도 태평스럽기만하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군.

역시 번거롭지만 내가 붙어다니며 보살펴야 해, 쯔쯧!"
을유향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혀를 찼다.
스으...!
이어 그녀의 모습은 마치 안개처럼 흐릿하게 변하더니 이내 봉분 사이로 스며들었다.


군검풍은 여전히 정신을 잃은 척하며 사황귀비의 품에 안겨 있었다.

하지만 그는 주위의 상황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묘지 아래 이런 곳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군!'
그는 내심 감탄을 금치못하며 중얼거렸다.

그는 가늘게 눈을 뜨고 지나가는 사물(事物)들을 눈여겨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사황귀비에게 안겨 지나가고 있는 곳은 음습한 지하밀로였다.
이미 그들은 십여 리를 지나온 듯 했다.

하지만 밀로는 아직 계속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때였다.
츠으...!
돌연, 강렬한 광휘가 군검풍의 눈을 찔렀다.

군검풍은 흠칫하며 주위의 경물을 살펴보았다.
그의 앞에 드넓은 하나의 지하대전(地下大殿)이 우뚝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의 눈을 찌른 것은 야광주의 빛이었는데,

용안(龍眼)만한 수십 개의 야광주(夜光珠)가 그 지하대전의 전면에 박힌 채

대낮처럼 훤히 빛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광경은 가히 놀랍고도 엄청났다.
그런데, 전면에는 하나의 거대한 수라상(修羅像)이 세워져 있었다.

높이는 십 장에 달했으며 그 하단에는 하나의 철문이 있었다.


-- 귀왕부(鬼王府)!


철문 위에는 대전체의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귀왕부! 제대로 오긴 왔군. 과연 여기가 북망귀왕부가 맞았다.'
군검풍은 내심 염두를 굴리며 눈을 번쩍 떴다.
그 때였다.
뚜벅뚜벅...!

전면에서 육중한 발걸음소리가 들려왔다.
"...!"
군검풍은 급히 숨을 죽였다.
그긍...!
이때, 철문이 굉음을 내며 열렸다.

그리고, 철문 안에서 두 사람이 나타났다.
좌측에 선 자는 전신이 비쩍마른 강시 같은 괴인이었다.

그는 수중에 곡상봉(哭喪棒)을 들고 있었으며 다 썩은 수의를 걸치고 있었다.

그 모습은 흡사 시체로 착각할 정도로 섬뜩하고 기분 나쁜 인상이었다.
우측의 인물은 그래도 강시괴인보다는 좀 더 사람다운 자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자 역시 괴이한 용모를 지닌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전신에 온통 흰 털이 한 자 가량 나 있었고 눈빛마저 흰색을 띤 괴인이었다.
"녠! 소종사(少宗師)! 대어를 낚으셨구료!"
"큭큭, 그 놈 허여멀겋게 잘도 생겼군!"
두 괴인은 토할 것 같은 괴악한 음성으로 킬킬거리며 다가왔다.
"아이, 싫어요! 놀리시면...!"
사황귀비는 그들의 말에 부끄러운 듯 몸을 비트는 시늉을 하며 교태를지었다.
군검풍은 내심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저자들은 고루시황(顧樓屍皇)과 잔백사종(殘魄邪宗)이 아닌가?'


고루시황( 樓屍皇).
잔백사종(殘魄邪宗).


그들은 이미 이갑자 이전에 죽었다고 알려진 사도(邪道)의 전설적인 마두들이었다.
그들은 사도의 총본류(總本流)인 천사일맥(天邪一脈)의 진전 중

고루마궁(顧樓魔宮)과 잔백마문(殘白魔門)의 진전을 얻어

이미 이백 년 전에 이갑자나 천하를 혈세해 온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지나친 발호는 십패천의 분노를 사게 했다.

결국, 그들은 십패천의 전대종사들의 연수합격에 패퇴당하고 말았다.
당시 그들은 시골분산이 되어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버젓이 북망산의 지하 북망귀왕부에 살아있는 것이었다.
더욱이 믿을 수 없게도 그들은 사황귀비라는 요녀의 수하를 자처하고 있지 않은가!
군검풍은 심중으로 염두를 굴렸다.
'이 계집이 예사 계집이 아님은 짐작했지만 과연 막중한 내력이 있는 듯하군.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좀 더 참아보자!'
그는 혈도를 막으며 계속 혼절한 척하고 있었다.
이때 사황귀비가 철문 안으로 들어서며 궁금한 듯 물었다.
"할아버지의 천일(千日) 폐관(閉關)에는 이상이 없나요?"
"크녠! 물론이외다. 사황(邪皇)께서는 열흘 후면 절대사종(絶對邪宗)이 되셔서 출관하실 것이오.

그때 쓸 천년사후(千年邪后)의 연성도 막바지에 이르렀을 것이오!"
고루사황이 득의의 음성으로 사황귀비의 물음에 대답했다.
"호호! 모든 것을 두 분 할아버지께 일임하겠어요!"
사황귀비는 하나의 석문 앞에서 멈추며 서며 교태를 지어보였다.
그러자, 두 괴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음충맞게 웃었다.
"크녠! 좋은 꿈 꾸시길 바라오!"
"큭큭! 그 희멀건 애송이는 소종사의 낭군으로 쓸만하니...

크크! 원없이 즐겁게 해주고난 후 쓱싹 해버리시구료!"
고루시황과 잔백사종은 음험한 표정으로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렸다.

이어, 그들은 한편으로 모습을 감췄다.
그들이 모습을 감추고 나자, 사황귀비의 전신에 갑자기 찬바람이 휭 돌았다.
"흥, 지겨운 늙은이들...!"
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차가운 코웃음을 날렸다.
"흥, 아직 너희 늙은이들의 힘이 필요해서 살려두지만

내가 양극사령천앙 강기만 연성하면 그 때는... 흥!"
그녀는 냉혹한 음성으로 중얼거리며 두 괴인이 사라진 곳을 쏘아보았다.
그러다가 그녀는 차가운 음성으로 명령했다.
"열어라!"
"옛!"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 그녀의 네 시녀인 사황사염(邪皇四艶)이 대답과 함께 석문을 열었다.
그긍...!
석문이 열리자 사황귀비의 신형이 흐르듯 석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곳에는 전혀 뜻밖의 광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곳은 아늑한 여인의 규방이었다.

규방은 넓고 화려했으며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붉은 휘장이 드리워진 방 한 쪽에는 커다란 욕조가 있었다.

그리고, 그 욕조 앞에는 화려하기 짝이 없는 상아침상까지 갖추어져 있었다.
방문을 닫고 들어선 사황귀비는 군검풍을 곧장 상아침상에 눕혔다.
"호호... 이렇게 사랑스러운 분을 왜 죽여?"
그녀는 요염한 눈길로 죽은 듯 누워있는 군검풍의 얼굴을 내려다 보았다.
"지금까지의 사내들은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양기를 흡수하고 죽였으나... 이 분은 틀려!"
그녀는 황홀한 표정으로 군검풍의 준미한 얼굴을 넋놓은 채 바라보았다.
"이분에게라면... 몸을 맡길만하다.

호홋... 장래 천사종(天邪宗)의 종주가될 나 자옥경의 낭군으로 손색이 없는 분이야..."
사황귀비는 가만히 군검풍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그녀는 군검풍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그의 수려한 용모와 탈속한 기품에 완전히 매료당한 상태였다.

그녀가 비록 숱한 사내들을 상대해온 요녀이긴 하지만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내에게 바칠 순정만은 남아있었던 것이다.
이윽고, 그녀는 기대와 흥분에 들뜬 표정으로 자신의 옷자락을 열어제쳤다.
"흐응... 시작해 볼까?"
자극적인 콧소리와 함께 그녀의 맨살이 드러났다.

부드럽고 눈부신 살결이었다.
그녀의 의복이 손에 밀려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자, 이내 동그스름한 어깨와 커다랗고 풍만한 젖가슴이 드러났다.

풍선같이 부푼 젖무덤 위에는 자색을 띤 두 알의 유두(乳頭)는 꼿꼿하게 고개를 들고 있었다.
어디 그뿐이랴?

사황귀비의 하의마저 벗겨져 나가며 그녀의 잘룩한 허리와 탱탱한 둔부,

그리고 깎아낸 듯 미끈한 하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녀의 은밀한 알몸은 하나씩 차례로 밝은 불빛 아래 자극적인 유혹의 향기를 내뿜으며 드러냈다.
사황귀비는 이미 온 몸이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호호... 사랑스러운 분!"
그녀의 음성은 뜨거웠고 말을 할 때마다 단내나는 입김을 훅훅 쏟아내고있었다.
이윽고, 그녀는 완전히 알몸이 되었다.

그녀는 탐욕과 흥분에 타오르는 눈빛으로 군검풍을 태워버릴 듯 노려보았다.

그러다가 그녀는 가만히 젖어있는 자자신의 뜨거운 입술로 군검풍의 입술을 덮어갔다.
'윽...!'
군검풍은 일순 터져나오려는 신음을 간신히 삼켰다.

일순 파충류의 그것과도 같은 끈적끈적하고 뜨거운 혀가 그의 입 속으로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군검풍은 질색했으나 이미 그녀의 혀는 자신의 입 속으로 들어와 있었다.
그 순간, 비릿하고 조금 단단한 반고체(半古體)가 그의 입 안으로 밀려들어 왔다.

그것은 혀 끝에 느껴지는 순간 순식간에 녹아 목으로 넘어가 버렸다.
군검풍은 흠칫 놀랐다.
'아차! 최음제(催淫劑)가 아닐까?'
그는 비로소 그것을 깨닫고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즉시 어떤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 계집이 대체 무슨 짓을 더 하나 두고 보자.'
군검풍은 끈기있게 참고 있었다.

이때, 사황귀비의 손길이 꼼지락꼼지락거리며 이번에는 군검풍의 옷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하아... 하...!"
그녀는 입으로 연신 뜨거운 입김을 군검풍의 얼굴에 쏟아내고 있었다.
흥분이 극도로 고조된 듯 했다.
순식간에 군검풍의 옷이 벗겨지고 그는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나신이 되고 말았다.
"으음... 하아...!"
사황귀비의 숨결이 점점 거칠어졌다.

그녀는 건장하고 균형잡힌 군검풍의 나신에 완전히 압도당해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었다.

지금껏 그녀가 본 어떤 사내보다 군검풍은 매력적인 몸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
문득, 군검풍의 몸이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자신의 하체마저 여인의 손길에 의해 완전히 벗겨져 나갔기 때문이었다.
"하아! 용서하세요, 나의 낭군님. 당신께... 신첩의 몸을 바칠 작정이지만

그 이전에 당신의 극양지기를 신첩에게 나눠줘야겠어요... 하아!"
사황귀비는 가쁜 숨을 토하며 머리를 군검풍의 하체로 옮겼다.
"이런 봉사를 하는 것은 당신에게 처음이라는 것을 알아주세요!"
군검풍의 실체를 명주고름같은 손으로 보듬어쥐고 사황귀비는 목덜미까지 불게 물들였다.

푸른 혈맥이 툭툭 불거진 군검풍의 실체는 사황귀비를 전율케 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윽고 결심을 한 듯 붉은 입술을 한껏 벌리고 군검풍의 중심부에 얼굴을 묻었다.
'허억!'
다음순간 군검풍의 몸이 벼락에라도 맞은 듯이 퍼득 경련을 일으켰다.

그의 불덩이같이 충혈된 일부가 어딘가 따스하고 미끈덩한 곳으로 빨려들어간 때문이다.
사황귀비는 대담하게도 군검풍의 실체를 베어물고

맛있는 음식이라도 먹는 표정으로 머리를 움직였다.
군검풍은 사황귀비의 혀와 입술이 교묘하게 움직임에 따라

자신의 몸안의 혈액이 급격히 비등하는 것을 느끼고 도저히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다.
"파렴치한 계집!"
그의 입에서 분노의 일성이 터져왔다.
우둑!
"악!"
무쇠 같은 군검풍의 손의 사황귀비의 어깨를 거머쥐었다.

그 손의 힘이 얼마나 강했던지 금강지체인 사황귀비의 어깨가 단번에 시커먼 빛을 띠었다.
"당... 당신...!"
사황귀비는 예기치 못한 이 사태에 그만 아연실색하여 안색이 새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그녀는 공포의 눈빛으로 전신을 바들바들 떨었다.
"죽일 생각까지는 아니었으나 네 년이 죄없는 청년들에게 한 짓이 치가 떨려 죽여야겠다!"
군검풍은 무섭게 사황귀비를 노려보며 천천히 몸들 일으켰다.
사황귀비가 어떤 방법으로 청년들의 양기와 정기를 흡수했는지 알게된 그는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있었다.
그러나, 공포의 눈빛으로 몸을 떨던 사황귀비.

그녀가 갑자기 요악한 교소를 터뜨렸다.
"호호...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군!

상공이 예삿분이 아닌줄로 믿었으나 이 정도로 대단하신 분인 줄은 몰랐어요."
그녀는 요염한 눈을 반짝이며 태연한 음성으로 말했다.
군검풍은 그만 어이가 없었다.
'울어도 시원찮은데 웃어?'
하지만 사황귀비는 여전히 고혹적인 눈길로 군검풍을 바라보며 말했다.
"상공은 신첩을 죽이지 못해. 웬지 아세요?"
그녀는 무엇인가 믿는 구석이 있는 듯 자신있게 장담했다.
"좋아 들어보자!"
군검풍은 사황귀비의 고혹적인 눈길을 보자 잡았던 어깨를 놔주었다.

의외로 사황귀비의 봉목이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빛을 발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사황귀비는 군검풍에게서 도망칠 생각도 하지 않고

오히려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감싸며 쓰다듬었다.
"호호호, 아까 입맞춤했을 때 당신에게 먹인 것이 무엇인지 아세요?"
"무엇이지?"
"원앙환희고(鴛鴦歡喜蠱)라고 아실지 모르겠군요!"
"원앙환희고...!"
군검풍은 질겁하며 자신도 모르게 일성을 터뜨렸다.


-- 원앙환희고!


이는 묘강(描疆) 특산(特産)으로 본시 자웅동체(雌雄同體)로 된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인위적으로 이체로 분리해 두었기 때문에

다른 한 쪽이 죽으면 자연히 다른 한쪽도 죽어버리는 묘한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이것을 남녀가 나눠먹으면 두 남녀는 생사(生死)를 같이해야 한다.
'당했군!'
군검풍은 낭패감이 들었다.
그러자 사황귀비는 득의의 교소를 터뜨렸다.
"호호... 자 안아줘요! 나의 사랑하는 낭군..."
그녀는 얼굴 가득히 음탕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와 함께, 그녀는 알몸을 던져 우람한 젖무덤으로 군검풍의 얼굴을 짓눌렀다.
'흐윽!'
군검풍은 여체의 강렬한 육향을 맡으며 순간적인 욕정을 느꼈다.

그리고, 그 욕정은 곧 화산같이 폭발했다.

원앙환희고가 그의 체내에서 불을 지른 탓이었다.
"으음!"
군검풍은 묵직한 신음과 함께 사황귀비의 허리를 부서져라 끌어안았다.
"아악! 아파요...!"
사황귀비는 상체를 뒤로 젖히며 군검풍의 우악스런 손길에 흐느끼는 듯한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나, 군검풍은 들은 척도 않고 그녀를 무자비하게 유린해 갔다.
"헉... 으음!"
사황귀비의 젖무덤은 군검풍의 가슴에 짓눌려 터질 지경이었다.
"아아...!"
어느 새 그들은 자세가 역전되었다.

사황귀비는 군검풍의 육중한 나신에 눌려 전신이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너무... 해요. 제발... 살살... 흐윽!"
그녀는 군검풍의 품 속에서 빠져나가려 버둥거리며 몸부림쳤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미 욕정의 포로가 된 군검였은 자신의 품을 빠져가가려 사황귀비를 용납치 않았다.
사황귀비는 울상을 지었다.

그녀는 천명 만명의 사내들과도 태연히 맞서 싸울 만한 여장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저 그는 한 사내의 완력에 유린당하는 힘없는 여인에 불과했다.

그녀는 군검풍의 완강한 행동에 무기력하게 몸을 내맡길 수밖에 없었다.
"허억... 헉...!"
군검풍은 거칠고 뜨거운 신음을 토하며 두 다리로 사황귀비의 다리를 비집어 벌렸다.
"흐윽!"
사황귀비는 무기력하게 다리를 벌리며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안 돼! 이 상태로는 채양보음(採陽補陰)을 시술할 수 없어!'
그녀는 절망의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녀는 사내의 정기를 갈취하는 사악한 요녀였지만

막상 자신은 아직 처녀지신(處女之身)을 지키고 있었다.
그녀는 생전 처음 경험하는 사내에 대한 공포로 전율했다.

그것은 파과에대한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과도 일맥상통하는 감정이었다.
사황귀비의 다리를 강제로 벌리고 그녀의 몸위에 올라탄 군검풍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손길을 그녀의 중심부로 밀어넣었다.
"아흐윽!"
군검풍의 거친 손길이 인정사정없이 자신의 여리고 예민한 살점을

한껏 개방하는 것을 느끼고 사황귀비는 충격과 두려움으로 눈을 치떴다.
"제...제발! 저는 처음이에요!"
사황귀비는 겁에 질려 군검풍에게 애원했다.
하지만 그녀의 애원따위는 욕정에 미친 군검풍에게 통하지 않았다.

그는 표적을 확보한 뒤 끊어질 듯 충혈된 자신의 둔기를 무자비하게 밀어갔다.
"제... 제발... 아악!"
한 순간, 사황귀비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풍만한 육체가 활처럼 휘어지고 두눈은 흰자위가 다 들어나도록 하얗게 치떠졌다.
그녀는 흡사 작살에 관통당한 인어처럼 교구를 퍼덕거렸다.

형언하기 어려운 어떤 막강한 힘이 그녀의 처녀지(處女地)를 무자비하게 헤집고 들어 온 것이었다.
배려라고는 전혀 없는 군검풍의 야만적인 행위에

사황귀비는 몸이 둘로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아... 아흑... 제발 살살... 아학!"
사황귀비는 흐느낌을 토하며 군검풍의 어깨를 잡고 간절히 애원했다.

그녀는 지금이라도 군검풍이 행위를 멈추어 주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것은 헛된 바램이었다.

군검풍은 그녀의 애원은 아랑곳 조차 하지 않았다.

이미 뜨거운 욕정에 휘말린 그는 오직 본능의 쾌락을 쫓아 여체를 학대할 뿐이었다.
그에 따라 사황귀비는 자신이 온갖 치욕감을 극복하며 쌓아왔던

양극사령천앙강기 중 극음지력이 급격히 군검풍에게 흡수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군검풍 내부에 잠재해 있는 불사용수의 신비한 작용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알면서도 사황귀비는 도저히 어찌해 볼 수가 없었다.

그녀의 몸은 지극히 무기력하게 변한 상태였다.

이미 그녀는 군검풍을 제어하기는 물론 자신을 통제하는 것 마저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 이것이 아니었는데...!"
사황귀비는 온몸이 축 늘어진 채 군검풍의 학대를 견디고 있었다.

군검풍은 마치 굶주린 짐승처럼 헐떡이며 세차게 그녀를 이겨대었다.
그것은 처녀의 몸인 사황귀비에게는 실로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곧 그녀는 엄청난 충격과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혼절하고 말았다.


폭풍일과(暴風一過).
몇번인가 휘몰아쳤던 격렬한 열풍이 휩쓸고 지나가자 잠시 고요가 깃들었다.
문득 군검풍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쯧! 어이가 없군. 얼떨결에 이런 짓을 하고 말다니....!"
그는 기가 막힌 듯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쿨...!"
사황귀비 자옥경은 마치 어린 아이 같은 표정을 지은 채 곤히 잠들어 있었다.

군검풍의 팔을 베고 잠든 사황귀비 자옥경의 모습은

몇 번이나 다시 봐도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와 같았다.
군검풍은 고소를 지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는데... 이렇게 어이없이 원앙환희고에 당하다니..."
그는 씁쓸한 심정이었다.
사황귀비와의 정사(情事)는 결과적으로 군검풍에게 막대한 이익을 주었다.

비록 원치 않은 일이었지만 그 한 번의 정사로 안해

사황귀비의 막강한 순음지기(純陰之氣)는 전부 군검풍의 내부로 유입된 상태였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다시 불사용수로 일부가 용해되어 그의 내공은 최하 이 갑자 이상 증강된 것이었다.
"어쨌든 이 녀석으로 인해 앞으로 골치깨나 썩어야겠군!"
군검풍은 씁쓸하게 중얼거리며 하체의 단전 부위에 스며든 원앙환희고를 쓰다듬었다.

이어 그는 몸을 일으켰다.
이때 사황귀비가 별안간 나직한 흐느낌을 토했다.
"흐흑... 옥경의 잘못이에요. 옥경을 버리지... 말아요!"
군검풍은 흠칫하며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잠꼬대였다.

사황귀비는 눈물을 흘리며 잠꼬대를 하는 중에도

군검풍의 팔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으려 들었다.
그런 그녀의 하복부는 온통 선혈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
군검풍은 그것을 보자 또 다시 씁쓸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설마 사황귀비 자옥경이란 이 요사한 여인이 진짜로 처녀일 줄은 상상도 못한것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그는 또 한 번 순결한 한 여인을 유린한 신세가 되고말았다.
"가엾은 여인. 자기가 판 함정에 자기가 빠지다니...!"
군검풍은 사황귀비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입술로 닦아주었다.
군검풍의 입술을 느꼈는지 사황귀비는 편안한 표정으로 다시 천진한 미소를 지었다.
"함께 있어주지 못하는 것을 용서하시오!"
이어 그는 몸을 일으키며 드러난 사황귀비의 알몸을 금침을 끌어당겨 덮어주었다.
그는 세상 모르고 잠든 사황귀비의 볼에 살짝 입을 맞추고는 옷을 찾아입었다.


군검풍은 석문 앞으로 다가섰다.
그긍...!
석문이 열리자 밖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공주님, 벌써 나오십... 아니 너는!"
"아니...!"
석문 밖에서 지키고 서 있던 네 시녀, 사황사염의 놀란 외침이 터졌다.
"공주님을 어찌했느냐?"
"누워라... 악!"
사황사염은 군검풍을 보자마자 대뜸 공세를 발동시켰다.

그녀들로서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악!"
흐윽!"
사황사염은 군검풍의 몸에서 절로 일어난 막강한 잠력에 반진당해 맥없이 나뒹굴고 말았다.
"소란 피우지 않는 것이 좋다!"
군검풍은 바닥에 나뒹군 사황사염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여인의 맥문을 거머쥐었다.
그러자, 그녀가 이를 갈며 소리쳤다.
"바득! 공주님을 어떻게 했느냐?"
"걱정마라, 옥경에게는 별일 없다."
군검풍은 슬쩍 몸을 비키며 사황귀비의 규방을 보여주었다.
반사적으로 사황귀비의 규방 안을 들여다보던 사황사염들은 모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자신들의 여주인이 알몸으로 곤히 잠들어있는 것을 발견한 대문이다.

"이...이게 어찌된 일이죠?"
그녀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군검풍을 대하는 그녀들의 말투는 어느새 경어(敬語)로 변해 있었다.
"나는 북망귀왕부의 기관중추로 가고 싶다! 안내해 주겠느냐?"
"부... 부마, 사종(邪宗)의 부마로서의 명이신가요?"
"사종부마(邪宗駙馬)...?"
사황사염의 되묻는 말에 군검풍은 고소를 지었다.
"편할대로 생각해라! 중요한 것은 본인이 그곳에 가고 싶다는 사실이다."
군검풍은 더 이상 길게 말하지 않았다.
그러자 사황사염중 막내인 여인은 잠시 주저하는 듯 하더니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신첩은 은행(銀杏)이라고 해요. 신첩이 모시겠어요!"
이어 그녀는 몸을 움직여 앞장섰다.
'사문에의 충성보다 옥경에 대한 충성이 앞서는 여인들이다. 다른 행동은하지 않겠군.'
군검풍은 내심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는 은행의 뒤를 따랐다.
군검풍과 사황사염은 곧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헌데
스스슷!
그들이 사라지는 것을 기다린 듯, 통로의 벽에서 한 명의 마의여인이 스며나왔다.

십전마혜 을유향이었다.
그녀는 모습을 나타낸 후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제법이신데... 사람 심리도 읽을 줄 알다니...!"
그녀는 대견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어쨌든 안심할 수 없어! 워낙 덜렁대는 바람둥이니까...!"
스스...!
그녀의 신형이 한 순간 뿌옇게 흐려지며 군검풍이 사라진 곳으로 향했다.


"저곳이에요!"
음침한 그늘 속에 멈추어선 사황사염.

그녀들 중 은행이라 불린 여인이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츠으... 츠으!
전면에는 하나의 석문이 있었고, 그 앞에 아홉 개의 향로가 섬뜩한 핏빛 향연을 발하고 있었다.

석문 앞은 온통 핏빛 향연으로 가득 차 있었다.
참으로 사악하기 그지 없는 광경이었다.
군검풍은 핏빛 향연이 어린 석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혈향잔멸금제(血香殘滅禁制)로군!"
그러자 은행이 그의 말에 대꾸했다.
"맞아요! 신첩은 여기까지만 안내해 드릴 수밖에 없어요!

저 혈향잔멸금제의 파해법(破解法)은 고루시황 잔백사종 두 분 태상호법밖에 모르기 때문이에요."
"수고했다! 저 혈향잔멸금제는 내가 어찌해 볼 수 있으니 돌아가서 옥경을 돌보도록 해라!"
"하오면...!"
사황사염은 이내 공손히 고개를 숙인 뒤 총총히 되돌아갔다.
군검풍은 잠시 석문을 바라보았다.
츠으으...!
섬뜩한 혈연은 쉬지 않고 피어올랐다.

군검풍은 그것을 바라보며 내심 염두를 굴렸다.
'혈향자멸금제는 천사일맥(天邪一脈)의 비전금제다.

그렇다면 옥경의 할아버지란 인물은 천사종(天邪宗)의 후예였단 말인가?'
이윽고 군검풍은 혈향잔멸금제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츠으... 츠으!
혈향잔멸금제는 은연 중 사람을 살상하는 무서운 혈살마력(血殺麻力)을 내포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코 군검풍을 해칠 수는 없었다.
군검풍은 태연히 금제를 헤치고 걸음을 옮겼다.
"방비가 허술하군, 북망귀왕부의 은밀함을 과신한 탓이겠지!"
군검풍은 석문 앞에서 멈춘 뒤 눈을 빛내며 석문의 한곳을 눌렀다.
그그긍!
석문이 육중한 굉음을 내며 열렸다.
석문의 안쪽은 십 장 방원의 석실이었다.
그런데, 석실 안의 광경은 실로 기괴했다.

그곳의 사방 벽에는 수백 개의 쇠사슬과 수많은 철봉(鐵棒)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중앙에는 네 개의 동경(銅鏡)이 붙은 옥탁(玉卓)이 놓여 있었다.
"누구냐?"
석문이 열리는 순간 석실 안에 있던 한 명의 인물이 흠칫 놀라며 일갈을 내질렀다.
그는 전신에 새하얀 털이 뒤덮인 끔찍한 형상의 괴인이었다.

바로 잔백사종이었다.
"네... 네놈이...!"
잔백사종은 군검풍을 보자 만면에 경악의 빛을 가득 드러냈다.
"잔백사종! 또 만났구료!"
군검풍은 태연히 석실로 들어섰다.

그러자,
쿠쿵!
굉음을 내며 다시 석문이 닫혔다.
잔백사종은 군검풍을 바라보며 잔혹한 괴소를 지었다.
"크녠! 예삿놈이 아닌 듯 보이는 구나! 네놈은 누구냐?"
츠으... 우르르...
그의 전신에서 일순 백모(白毛)가 꼿꼿이 일어섰다.

그와 더불어 섬뜩한 사기가 파동을 치면서 단번에 석실을 가득 메웠다.
하지만 군검풍은 태연자약했다.
"제왕맹주라면 아시겠소?"
말과 함께 그의 좌수(左手)가 올라갔다.
"제왕지존! 네놈이?"
잔백사종의 눈빛이 대변했다.

그의 얼굴에는 경악의 빛이 역력히 떠올랐다.
군검풍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소! 본인이 제왕맹 당대맹주요!"
츠으... 쩌저정!
일순 그의 좌수에서 새파란 강기가 뇌전처럼 흘렀다.

그것은 바로 서역 사라천궁의 최강절기인 사라청명강살(沙羅靑冥剛煞)이었다.
군검풍은 잔백사종을 주시하며 내심 염두를 굴렸다.
'이 자는 남궁형님만큼 강한 자이다. 일격에 쓰러뜨리지 못한다면 귀찮아진다!'
그는 속전속결하리라 작정했다.
"캇! 사라청명강살! 전설 속의 사라옥정을 얻었느냐?"
잔백사종이 경악성을 터뜨리며 말했다
츠으... 츠으...
그와 함께, 그의 전신에서 섬뜩한 사기가 일어나 이마 위로 뭉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이내 반투명한 용(龍)의 형상으로 변했다.
"용형사령천강(龍形邪靈天剛)이로군"
군검풍의 입에서 가느다란 신음이 새어나왔다.


-- 용형사령천강.


그것은 천사십대사공(天邪十大邪功) 중 하나로 서열 칠위에 드는 초극사공(超極邪功)이었다.

이는 전신내공을 용의 형상으로 내치는 가공할 수법이었다.
또한 본원잠력까지 포함되는 탓으로 공력이 대등한 상대라도 쓰러뜨릴 수 있었다.

다만 용형사령천강이 깨지면 그 시술자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캇! 안목이 대단하다만 안 것이 늦었다! 죽어랏!"
잔백사종의 입에서 잔혹한 폭갈이 터졌다.
카아앙...!
그와 함께, 섬뜩한 용음(龍音)이 석실을 뒤흔들었다.
츠으... 파스스...
일순 용형이 백팔 개로 갈라지며 일제히 군검풍을 뒤덮었다.
"사라폭(沙羅暴)!"
쩌...엉
군검풍의 입에서도 일갈이 터지며 그는 전력을 다해 일격을 가했다.

그의 좌수가 앞으로 향하는 순간 푸른 낙뢰가 번쩍 작렬했다.

다음 순간, 가공할 강기가 충돌했다.
쿠쿵...!
굉음과 강풍이 뒤엉키며 그 막강한 여파가 장내를 뒤흔들었다.
"읏!"
군검풍의 신형이 크게 휘청거렸다.

그는 안색이 창백하게 변한 채 신음을 발했다.
잔백사종의 내공은 군검풍과 대등했다.
'이겼다!'
잔백사종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 미소는 나타나는 것보다 배나 빠르게 사라지고 말았다.
"크엑...!"
카...앙!
크게 휘청거린 군검풍의 좌수에서 돌연 반투명한 오척장검이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방심하던 잔백사종의 심장은 정확히 그 투명기검에 박살나고 말았다.

그것은 바로 투명심인검(透明心刃劍)이었다.
만독(萬毒)으로 제련된 독종지검(毒宗之劍).

그런 탓으로, 투명심인검에는 그저 스치기만 해도 절명한다.
하물며 정확히 심장을 관통했으니 어찌 살기를 바랄 수있겠는가?
"네... 네 놈이... 어떻게 독종지검 투명심인검을...!"
잔백사종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아, 미안하오!

미처 본인이 제왕지존인 동시에 독황야(毒皇爺)이기도 한것을 말해 주지 않았군!"
군검풍은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빌... 빌어먹을... 사독마맥의 전설... 독황야이기도 했단 말이지?"
잔백사종은 허탈하게 툴툴 웃었다.

그 사이, 그의 몸이 급격히 독수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네놈도... 북망귀왕부를 빠져... 나가지 못할 것이다."
잔백사종은 일그러진 얼굴로 저주하듯 말했다.
"지옥사황(地獄邪皇)께서... 이미... 절대사종경(絶對邪宗境)에.... 드셨으므로...!"
주르르...
그의 얼굴이 완전히 말을 맺지 못한 채 녹아내렸다.

실로 처참한 최후였다.
"걱정해줘서 고맙소, 잔백사종!"
군검풍은 잔백사종이 녹아 고인 독수에 투명심인검을 대었다가 들어보였다.
츠으...
순간, 투명심인검이 군검풍의 왼 팔 속으로 녹아 들어갔다.
"자! 볼까? 내가 찾아야 하는 곳이 어디 있는지...!"
군검풍은 옥탁(玉卓)으로 다가섰다.
잔백사종이 앉아있던 옥탁은 기이하게도 네 개의 동경(銅鏡)이 붙은 이상한 형태였다.
그런데 실로 기상천외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믿을 수 없게도 네 곳의 상황이 마치 환상(幻像)처럼 비쳐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군검풍은 네 개의 동경을 차례로 들여다 보았다.
"...!"
먼저 동방(東方)의 동경.

거기에는 달빛이 교교한 북망산역(北邙山域)이 비쳐지고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봉분 사이에 은신한

철담온후 철라영과 천애유흔 부운선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 보이고 있지 않은가!
동경 속을 들여다보던 군검풍은 고개가 가만히 끄덕거렸다.
"흠, 이것이 전설 속의 기관지학의 귀재(鬼才)

구유마자(九幽麻子)가 설계했다는 만리비경(萬里飛鏡)이로군."
그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만리비경--


그것은 도저히 인간의 머리로는 생각할 수 없는 불가사의(不可思議)라 할 수 있었다.

감히 상상조차 못할 신비(神秘).
그것은 수백 조각의 동경을 이용하여 발생하는 굴절현상을 기묘하게 이용하여 만들어져 있었다.

원거리(遠距離)의 상황을 관찰할 수 있게 만든 놀라운 기관장치인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것이 북망지하의 북망귀왕부에 설치되어 있을 줄 누가 상상할 수 있으랴!


군검풍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흠, 자칫 큰일날 뻔했군.

잔백사종이 미리 손을 썼다면 철담온후와 천애유흔이 영문도 모르게 생포되었을 것이다!"
그는 가슴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이어, 나머지 세 개의 동경을 주시했다.
그곳에는 북망귀왕부의 세 곳 상황이 비쳐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들은 모두 음침한 통로를 비추고 있었는데

그 통로에 수백명의 인간 같지 않은 괴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괴인들은 점점 바람같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지휘자는 고루시황(顧樓屍皇)이었다.
묵묵히 동경을 바라보던 군검풍은 그들이 어디로 오고있는지 알아차렸다.
"이곳으로 오고 있군."
그러나, 군검풍은 태연한 얼굴이었다.
"음, 예상보다 빨리 이곳의 변고가 발견됐군!"
이어 그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아깝지만 놓아두면 악용될 기관이니 없애는 것이 좋겠다."
카강...!
그는 침중히 중얼거리며 파천강기를 일으켰다.
우르르...콰쾅!
하늘을 깨뜨려 버릴 듯한 강기가 사방의 벽을 휘몰아쳤다.
그러자 벽에 걸린 수많은 철삭(鐵索)과 철봉(鐵棒)들이 무참하게 박살이났다.

뒤이어,
두두두두!
북망귀왕부 전체가 무너질 듯 뒤흔들렸다.
직후 세 개의 동경에 아수라지옥(阿修羅地獄)이 비쳤다.

북망귀왕부에 설치된 죽음의 기관들이 일제히 발동하면서

삼로(三路)에서 몰려오던 괴인들이 처참하게 쓰려져갔다.
그들은 흡사 추풍낙엽처럼 나뒹굴었다.

실로 처참하기 이를 데 없는 최후였다.
쏴아아...!
그들이 쓰러지는 바닥에는 무서운 독수(毒水)가 퍼부어졌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바닥에서는 용암(溶岩)이 솟아올랐다.

그렇다.

지옥이 다른 곳이 아니었다.
"끔찍하군."
군검풍은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으쓱했다.
이어 그는 더 이상 볼 것 없이 만리비경을 박살내 버렸다.
"이곳에서 또 다른 곳으로 가는 통로가 있겠지!"
군검풍은 우측 석벽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콰쾅...!
직후 그의 일수일장이 석벽을 단번에 박살냈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무너진 석벽 뒤쪽으로 음침한 공동이 드러나는 것이 보였다.
"음, 제대로 오기는 왔군!"
스슷...!
그의 신형이 박살이 난 석벽 안으로 그림자처럼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