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폭풍세가

제11장 뜨거운 함정(陷穽)

오늘의 쉼터 2014. 9. 30. 15:21

제11뜨거운 함정(陷穽)

 

 

군검풍이 깊은 단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이미 사위가 어두워진 후였다.
한차례 목욕까지 마친 그는 백리월영이 월영루의 일 층에 마련해준 산월의 침실에서 잠이 들었었다.
군검풍이 잠에서 깨어나자 기다렸다는 듯 산월이 쟁반에 마실 것을 바쳐들고 침실로 들어섰다.

다시 삼베 옷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그녀의 모습에서

저녁무렵의 열풍의 흔적은 이미 찾아볼 수 없었다.
산월은 침상 옆에 이르러 무릎을 꿇고 쟁반을 바쳐올렸다.
"고맙소!"
군검풍은 미소를 지으며 단숨에 시원한 냉차를 들이켰다.
"원주께서.... 이층에서 기다리고 계시옵니다!"
그릇을 다시 받으며 산월이 공손히 말했다.
언 듯 그녀의 얼굴로 스치는 불안한 기운을 군검풍은 놓치지 않았다. 

그는 산월의 불안의 근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나이도 그렇고 미모도 그렇고 그녀는 백리월영  뿐만이 아니라

야훼원의 어떤 기녀들과도 경쟁을 할 수가 없다.

하물며 사내란 족속은 항상  신선하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존재가 아닌가?
어느날 문득 군검풍에게 버려지고 잊혀지지 않을까하는

본능적인 두려움이 늘 산월의 마음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
군검풍은 말없이 그녀의 어깨를 다독여주며 일어났다.
한마디 말도 없었지만 그의 그 따뜻한 손길은 

산월의 가슴에 서렸던 불안감을 일거에 해소시켜주었다.

백마디의  말보다도 군검풍의 그  따스한 손길 한 번에서

그녀는 군검풍이 결코 자신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고마워요!'
두손을 꼬옥 쥐고 꿇어앉은 산월을 뒤로 하고  침실을 나선 군검풍은

저녁무렵의 뜨거운 일막이 벌어졌던 거실을 지나  월영루의 이층으로 통하는 계단으로 올라갔다.

월영루의 이 층으로 올라서던 군검풍은 흠칫 멈춰섰다.
쏴아... 쏴아!
계단이 끝나는 이 층은 바로 거실이었는데

거실  한쪽의 문 안에서 상쾌한 물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시원한 물소리와 아울러 기분좋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여인의 아름다운 목소리도 함께 흘러나오고 있었다.

누군가 목욕을 하는 모양이었다.
'시간을 잘못 택한 것같군!'
군검풍은 쓴웃음을 지르며 다시 계단을 내려가려했다.
바로 그때 그의 기척을 느꼈는지 욕실 안에서  여인의 맑고 매력적인 음성이 들려왔다.
"호호! 잠깐만 기다리세요 군공자님. 곧 끝내겠어요."
한 여름의 소나기처럼 맑고  싱그러운 그 음성의 주인은  물론 야훼서시 백리월영이었다.

군검풍은 그녀의 음성이 가벼운 흥분에 휩싸인 듯  약간 들떠 있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방해가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군."
군검풍은 어쩔 수 없이 거실로 들어서며 말했다.

그러자 다시 문  안에서 백리월영의 교소가 청아하게 울려나왔다.
"호호! 서운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한 달 간이나 신첩을 찾아주시지 않으시더니 겨우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신첩?'
백리월영의 말에 군검풍은 고소를 머금었다.
"기다리시는 동안 서가에서 책이라도 보고 계세요!"
백리월영의 말에 군검풍은 주위를 돌아보았다.

과연 넓직한 거실의 사방벽은 창문을 빼고는 모두 서가로 이루어져 있었다.

화류계 여자의 방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방대한 분량의 책이 소장되어 있는 것이다.
'확실히 특별하긴 특별한 여자로군!'
군검풍은 쓴웃음을 지으며 거실의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탁자로 다가가앉았다.
그 탁자 위에는 하나의 옥함(玉函)이 반쯤 열린  채 놓여져 있었다.

군검풍은 별다른 생각없이 무심코 옥함의 뚜껑을 열었다.
옥함 안에는 여러 장의 지편(紙片)이 수북이 들어 있었다.
"...!"
군검풍은 집히는대로 한 장의 지편을  꺼내 읽어 보았다.

지편에는  깨알같은 글씨가 가득 쓰여져 있었다.

-- 둘째 공주(公主) 보거라.
폭풍세가의 소가주를 포섭하는 일은 어찌 되었느냐?
사부의 무공이 완성되어  천패마종 남궁무외를 쓰러뜨리게  될 때까지는 본맹(本盟)을 지킬

호화전사(護花戰士)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해라.
금릉(金陵)의 첫째공주에게 전권을 이양할 작정이니

다음 연락은 금릉 군방대원(郡芳大院)으로 하기 바란다.
                         사부 화밀여제(花密女帝)로터!--


지편의 내용을 읽고 난 군검풍은 의아로움을 금치 못했다.
'공주(公主)라니 무슨 말이지?  그리고 화밀여제(花密女帝)는  또 누구란말인가?'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의 두 눈에 이채가 스쳤다.
'월향에게 또 다른 신분이 있었단 말인가?'
그는 호기심을 느끼며 또 다른 한 장의 지편을 집어들었다.

-- 지급(至急)! 사사독마갱(邪死毒魔坑) 막하 최강의 세력인 독황군단(毒皇軍團)의 종적발견.

현재까지 확인된 인원 총 구십구인(九十九人)!  그자들 북경으로 급속 접근  중!

호화지존(護花至尊)되실 그 분을  노리는 듯함.

지휘자는 독황군단의 총수 벽안신녀(碧眼神女)... 지시 바람!

지편의 내용은 군검풍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 외에도 급하게 전해진 듯 보이는 몇 장의 지편이 더 발견되었다.

군검풍은 호기심을 느끼며 그 지편들을 훑어보았다.

-- 신강 군마림(君魔林)에서 잠마익룡(潛魔翼龍) 출현!  행선지... 북경(北京).


-- 천하제일 살수인 천풍사랑(天風死狼) 제독부에 재접근! 

저지하겠지만 막을 수 있는 확률 희박한 것으로 추정...

대략 이러한 내용의 지편들이었다.
지편을 살펴본 군검풍은 의혹 어린 표정으로 검미를 모았다.
'독황군단, 벽안신녀, 잠마익룡... 대체 북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것일까?'
그는 지편에 적힌 내용들을 되뇌어보며 의아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다 문득 그의 눈에 지편 사이에 끼어있는 낡은 양피지 한 장이 들어왔다.

그것은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낡고 퇴색할대로 퇴색하여  금방이라도 찢어져 버릴 듯했다.
군검풍은 호기심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그 양피지를 집어들었다.

양피지에는 전자체로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 마련제마육결(魔聯第六魔訣) 천환역형결(天幻逆形訣)!
-- 화밀마맥(花密魔脈) 제일절기인 천환역형술(天幻逆形術)로

마련십대무결(魔聯十大武訣)의 제육결을 삼는다.

그같은 제목 아래에는 지극히 괴이(怪異)하고  난해한 구결들이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그것들은 실로 놀랍고 대단한 구결이었다.
그 구결의 내용을 살펴본 군검풍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경이의 표정으로 혀를 내둘렀다.
'천환역형술...! 이런 무예가 있었다니 정말 놀랍구나.'
그는 그 구결의 무서움과 절묘함에 감탄의 탄성을 발했다.

천환역형결-!
과연 그것은 절대(絶代)라 이름할 수  있는 뛰어난 기환절기(奇幻絶技)였다.

보통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하고 

절륜한 이치가 그속에 담겨 있었던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이는 일종의 역용술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흔히 떠올릴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역용술과는 천양지차를 지녔다.
한 모금의 진기로 사람의 모습과 음성, 골격 뿐 아니라

눈빛까지도  자유자재로 변형시킬 수 있다면 믿겠는가?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었다. 

무림사 이래 이를  능가할 기환술(奇幻術)과 둔환술은 일찍이 찾아볼 수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주위환경에 그대로 녹아들어 모습을  감추는 잠안술,

삼라만상(森羅萬象)의 그 어떤 형상으로도 위장할 수 있는 둔환술등...
이 모든 것이 불과 일천여 자로 이루어진  천환역형결 속에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가히 역용술과 기환술의 집대성이라 표현함이 옳을 것이다.
군검풍은 새로운 것을 접할 때 강한 호기심을  갖는 성격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이번에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그는 천환역형결을 대한 순간 그 놀랍고 신기한 위력에 완전히 매료당하고 말았다.
어느 새 그는 자신도 모르게  무아지경으로 빠져들었다.

그와 함께  그의 천재적인 두뇌는 삽시에 천환역형결의 구결을

송두리째 빨아들이듯 뇌리에 각인시키고 있었다.
헌데 그가 천환역형결의 마지막 한 구의 구결까지 완전히 외웠을 때였다.
촤르륵....!
욕실을 가린 주렴이 소리를 내며  갈라지면서 한 명의 미인이  나타났다.
그녀는 물론 야훼서시 백리월영이었다.
"호호! 오래 기다리셨지요?"
엷은 욕의로 살짝 몸을 가린 채 백리월영은 고혹한 미소를 머금었다.
군검풍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로 시선이 이끌리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막 목욕을 끝낸 그녀의 모습은 실로 아름답기 그지없던 것이었다.

그 고혹적인 자태는 천상의 선녀를 무색케 할 정도였다.
경성사대미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야훼서시다.

그녀의 전신에서는  이루형언할 수 없는 미(美)의 색채가 현란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의 온 몸 구석구석에서 놀랍도록 신비로운  광채를 발산하며 피어나는 아름다움.

그것은 꽃보다 화려하고 눈부셨다.
촉촉하게 물기 젖은 긴 머리카락은 어깨 위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려 있었고,

뽀얗게 김이 서린 듯한 어깨가  더할 수 없이 투명하고 청결해  보였다.
그녀는 하얀 욕건(浴巾)으로 가슴과 하체만을 살짝  가리고 있었는데,

밖으로 드러난 매끈한 동체는 우유빛으로 숨을 쉬고 있었다.
여인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금방 목욕을 마친 뒤라고 한다.

과연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금방 욕실에서 나온 백리월영의  모습은 너무도 아름답고  유혹적이었다.
감정의 동요를 잘 나타내지 않는 군검풍 조차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였으니까.
"...!"
군검풍은 수중의 양피지를 탁자에  놓고 멍하니 백리월영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취한 듯 백리월영의 고혹적인 모습을 보고 있었다.
"호호! 지루하게 해드렸다면 죄송해요."
백리월영은 교소를 터뜨리며 사뿐사뿐 앞으로 다가섰다.
"아...아니, 나는 괜찮아!"
군검풍은 당황하여 얼굴을 붉히며 더듬거렸다.
"호호, 그렇다면 잠시만 더 기다려 주세요."
백리월영은 그런 그에게 살짝 눈읏음을 치고는

거실  한 칸에 놓여 있는 옷장 앞으로 다가섰다.
옷장 문을 열자 그 안의 내용물이  한 눈에 들어왔다.

헤아릴 수도  없는 현란한 빛깔의 의복들이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듯 가득 들어 있었다.
무심코 그것을 바라보던 군검풍은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
'헉...!'
그는 별안간 숨이 콱 막히는 것을 느꼈다.

그에게 등을 돌리고 선 백리월영,

그녀가 스스럼없이 몸에 두르고 있던 욕건을 풀어버린 것이었다.
욕건이 발 아래로 흘러내리며  백리월영의 뒷모습이 황홀하게  드러났다.
비록 뒷모습이었지만 그것은 실로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나신이었다.
희고 매끄러운 등줄기, 한줌도 되지않을 것 같은 잘록한 세류요...

그 아래로 급격히 풍성한 곡선을 이룬 둔부...
그것은 가히 폭발적인 유혹을 안고 있었다.
철석간담을 지닌 사내라 할지라도 이렇듯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체의 아름다움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
군검풍은 백리월영의  알몸에서 산월이나  십절천마후에게서는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충격을 받았다.
솔직히 산월은 이미 중년의 나이라 육감적이긴  하지만 아름답다고는 하기 힘들다.

또한 십절천마후와의 일은 혼몽한 중에 치루었던 터라 그녀의 자태를 정확히 기억할 수 없었다.
그에 비해 백리월영의 젊은  나신은 너무도 생생히 그의  눈앞에 들어나있는 것이다.

그녀의 아름다운 나신은 군검풍으로 하여금

여인의 몸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그와 함께 군검풍의 하체 깊은 곳에서 뜨거운 욕화가 걷잡을 수 없이 솟구쳐 올랐다.

비록 초저녁에 산월과 관계를 갖기는 했지만

한창의 나이인데다 불사정수를 복용하여 천하제일의 순양지력을 지닌 군검풍에게

본능의 욕구가 다시 이는 것은 그리 놀라울 일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도 그의 몸속에서 일고 있는 충동은 너무도 강렬했다.
'저 여자를 범하고 싶어진다. 왜 이런 충동이 일어나는 걸까?'
그는 이해할 수 없는 자신의 욕망에 당황했다.
나이차이도 있지만 백리월영은 사랑스러운  여인이라기보다는 고고한 인상의 여인이었다.

누구도 그녀를  가볍게 어찌해볼 망상은  하지 못한다.
그것은 군검풍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껏 그녀를 아름답다고는  생각했지만

그녀의 육체를 범한다는 망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그였다. 

하지만 군검풍은 길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의 이성적인 생각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
그의 얼굴은 급격히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는 강렬한 욕망이  이글거리는 눈길로 백리월영의 벌거벗은 뒷모습을 주시했다.

금방이라도 그의  눈은 사슴같이 늘씬하고 아름다운 여인의 나신을 삼켜버릴 듯 했다.
하지만 그는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그가 무섭도록 강한 욕망을 품고  있는 백리월영의 나신이

지금 한 가지 무서운 섭욕대법(攝欲大法)을 펼쳐고있다는 것을.

 

-- 환욕천락미심술(歡欲天樂迷心術).

그것을 일컬어 이렇게 부른다. 

십지마련 십대마맥중 화밀마맥(花密魔脈)에 전하는 섭욕대법.

그것이 펼쳐지면  어떤 사내라 할지라도 결코  피할 수 없게 된다.
군검풍은 이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역시 범인과는 달랐다.

백리월영의 뇌살적인 나신에  일시지간 정신을 빼앗겼던 그는 이내 흠칫하며 정신을 차렸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단 말인가?'
그는 자신의 실책을 깨닫고 낯이 뜨거워졌다.
'부끄럽구나. 한낱 여자의 몸에 이성을 잃다니...!'
 그는 내심 탄식하며 중얼거렸다.

이어, 그는 강인한 정력(定力)으로 자신의 들은 욕정을 제어했다.
"...!"
백리월영은 그런 군검풍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관찰하고 있었다. 

그녀는 옷장 속의 동경으로 군검풍의 모습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으음...!'
그녀는 감탄의 빛과 지으며 내심  소리없는 신음성을 발했다.

그와  함께 그녀의 눈빛에는 일말의 아쉬움마저 떠올랐다.
'역시...대단하다. 나 백리월영을 소유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사내야.'
그녀는 또 한편 만족스러움과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의 기대가 어긋나지 않은 것에 대한 안도감이었다.
이윽고, 그녀는 옷장 속에서 한 벌의 얇은 나삼을 꺼내 몸에 걸쳤다.
"호호 지루하셨죠?"
나삼을 걸친 그녀는 빙글 돌아서며 군검풍과 마주 섰다.
군검풍은 백리월영의 대담한 태도에 고소를 지었다.
"원주는 보기보다 짖궂은 데가 있군."
그는 말을 하며 백리월영의 시선을 피하려 했다.

그의 앞에 서 있는 백리월영의 모습이 너무도 자극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모습을 정면으로 바라보면 또 다시 유혹과 본능의 충동을 억제할 수 없을것만 같았다.
백리월영의 모습은 눈을 아찔하게 할만큼 아주 선정적이었다.

차라리  옷을 입지 않은 것만 못했다.
그녀는 매미날개같이 얇고 투명한 망사의를 걸쳤는데

그 속으로 몸의 굴곡이 완전히 드러나 보였다.

터질 듯 부풀어 오른 농밀한 젖가슴과  잘록한 세류요, 매끈한 복부.....
늘씬하게 뻗어내린 하체와, 그 중앙에  자리한

안개에 덮인 신비한  방초숲까지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왔다.

실로 엄청난 유혹이 아닐 수 없었다.
이때 백리월영은 그윽한 향기를 풍기며 군검풍에게로 다가섰다.
"무정하신 분! 무엇에 삐치셨기에 한 달 동안이나 들르지 않으셨나요?

공자님을 뵙지 못해서 안달하는 여자가 몇이나 되는지 아세요?"
그녀는 촉촉한 눈망울로 군검풍을 올려다 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어떤 애틋한 갈구로 빛나고 있었다.
군검풍은 어색함을 피하려는 듯 고개를 돌렸다.
"그....그렇게 생각했다면 미안하군. 예기치 못한 일들이 거푸 일어나서 말이지!"
군검풍은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자신이 왜  그녀에게 변명을 해야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사실  산월에게라면 몰라도 백리월영에게야  사과할 일이 없는 자신 아닌가?
"제 눈을 보세요!"
백리월영은 군검풍이 시선을 피하자  달콤한 음성으로 속삭이듯  말했다.
이어, 그녀는 무릎 걸음으로 다가서며 군검풍을 올려다 보았다.
군검풍은 고개를 돌리며 미소 지었다.
"원주의 눈이 아름답다는 것은 천하가 아는 사실이지."
백리월영의 두 눈은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촉촉하게 젖어 한없이 깊고 푸른 눈빛,

더할 수 없이 그윽하고 애틋한 빛이 그 눈 속에 찰랑찰랑  어리고 있었다.
그러나, 군검풍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신비롭고 아름다운 백리월영의 눈빛 속에 전율스런 유혹의 마력이 깃들어 있음을.....
"....!"
백리월영의 눈빛을 주시하던 군검풍의 눈빛이 점차 흔들리기 시작했다.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그는 백리월영의 눈빛속으로 한없이  빨려드는 자신을 느끼며  신음했다.
그와 더불어, 그는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고는 흠칫 놀랐다.
하지만 그가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고 말았다.

백리월영은 지금 군검풍의 눈을 마주보며 한 가지 무서운 사법을 시전하고 있었다.

-- 환염미심안(歡艶迷心眼).

바로 이것이다.

이는 인간의 의지로는 마음대로 제어가 불가능한  저주의 마안대법(魔眼大法)이었다.
백리월영은 그 마안대법을  펼침으로써 방심한 군검풍의  심령을 일시에 제압해 버리려는 것이었다.
"으음....!"
군검풍의 입에서 마침내 나직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는 급격히 이지가 흩어짐을 느끼며 당황함을 금치못했다.

하지만  돌이 키기에는 너무 늦고 말았다.
이때, 백리월영의 유혹적인 붉은 입술이 열리며 꿈결같이 황홀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검풍...! 당신은 호화지존(護花至尊)! 화정맹(花精盟) 백만  야화(野花) 수호자가 되어야 해요!"
백리월영의 음성은 황홀하고 그윽하게  군검풍의 심혼을 울렸다. 

그것은 압도적인 마력을 담은 채 군검풍의 뇌리에 와 박혔다.
"호화지존... 화정맹...!"
군검풍은 넋나간 듯 멍한 표정으로 백리월영의 말을 입 안으로 뇌까렸다.
백리월영은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재차 입을 열었다.
"맹세하세요. 화밀마맥(花密魔脈)의 수호자인 호화지존이 되겠다고...!"
"나... 나는..."
군검풍의 대답은 순조로울 듯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그의 짙은 검미가 일그러지며 이마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것은 완강한  그의 의지와 거부할 수 없는 마(魔)의 환상과의 치열한 싸움이었다.
"나... 나는...."
"당신은 호화지존... 화정맹의 단 한 명의 전사가 되신거예요. "
백리월영의 마력적인 음성은 군검풍의 혼란한 뇌리  깊숙이 침투해 들었다.
하지만 갑자기 군검풍은 거칠게 고개를 저으며  격정적인 음성으로 내뱉았다.
"아니다. 나는 군검풍일 뿐이다!"
"흑...!"
백리월영은 군검풍의 거부반응에 깜짝 놀랐다. 그녀는 충격을 받고  교구를 휘청거렸다.
'너무 강하다. 더 이상 무리하면 둘다 죽는다.'
그녀의 시선이 어지러운 갈등으로 흔들렸다.
이때, 군검풍이 힘겹지만 확고한 의지가 깃든 음성으로  말했다.
"나는... 나일 뿐이다! 누구도... 나를 묵어두지 못한다."
그의 안색은 불덩어리같이 시뻘겋게  달아 올랐다.

백리월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 또한 이글이글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이미 욕정의  포로가 되어버렸다.
"그... 그래요. 당신은... 어멋!"
백리월영은 갑자기 당혹성을 발하며 옥용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군검풍이 느닷없이 와락 백리월영을 끌어 안았기 때문이었다.
군검풍은 백리월영을 거칠게 끌어당기며 다시 똑같은 말을 중얼거렸다.
"누구도... 나를 막지 못해! 나는... 바람이니까!"
"아아...!"
백리월영은 뜨거운 교성을 발하며 그대로 군검풍의 품 속으로 무너졌다.
찌...익!
백리월영을 끌어안고 거실 바닦에 나뒹군 군검풍은  성급히 그녀의 나삼을 찢어냈다.
백리월영은 눈을 감았다. 그녀는 거부하지 않고 순순히 군검풍의  행위에 몸을 맡겼다.
'차라리...잘 되었다. 스스로 원하던 것이 아니던가?'
그녀는 입술을 꼭 깨물며 중얼거렸다.

이미 마음을 정한 그녀는 거부감없이 군검풍의 몸을 받아들였다.

어쩌면 오래 전부터 그녀가 원하고 기다려왔던 순간이기에 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몸을 열었다.
"음....!"
백리월영은 백사 같은 사지로 군검풍의 몸을 휘감으며 들뜬 신음을 발했다.
군검풍은 난폭하게 그녀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그는 뜨거운 숨을 헐떡거리며 백리월영의 입술을 더듬었다.
백리월영의 보드랍고 촉촉한 입술은 군검풍의 거칠고  격렬한 애무에 비맞은 꽃잎처럼 휩쓸렸다.
입맞춤의 황홀한 열기가 두 사람의 전신을 달콤한 환상속으로 이끌고 있었다.

그들은 깊은 체온을 나누며  서로의 타액이 섞이는 짜릿한  희열을 맛보았다.
백리월영은 마치 꿈결같은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아아...!"
그녀의 입에서는 흐느낌과도 같은 뜨거운 교성이 흘러나왔다.
군검풍의 불꽃 같은 입술은 그녀의 입술을 애무하다가 점점 아래로 내려와 흰 목덜미로,

앞가슴의 봉긋한 육봉으로 쉴새 없이 퍼부어졌다.
파르르 떨고 있던 수줍은 처녀의 젖꼭지는 사내의 갑작스런 침범에 소스라쳐 꼿꼿하게 일어섰다.
군검풍은 사나운 군주처럼 여체의 구석구석을 누볐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의 입김이 뜨겁고 격정적인 열기를 뱉아냈다.
"흐윽...!"
백리월영의 입에서도 숨넘어갈 듯  격정적인 신음이 새어나왔다. 

그녀는 형언할 수 없는 지극한 쾌감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어느새 군검풍의 입술이 그녀의 가장 은밀한 부분을 치범해 들었기 때문이었다.
백리월영은 본능적으로 허벅지를 오무리며 부끄러움에 낯이  뜨거워졌다.
그것은 지금껏 그녀가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검풍은 이미 완전히 이성을 상실한 상태였다.

그는 입 안이  바짝 타들어가는 듯한 심한 갈증을 느꼈다.

지금 그가 찾고자 하는 것은 오직 갈급한 육체의 욕구를 해소하는 것뿐이었다.
그의 두 손이 꼭 오무려진 백리월영의 두 다리를 거칠게 좌우로 벌렸다.
"제....제발!"
백리월영은 자신의 두 다리가 활짝 벌려지며 그 가운데의 부끄러운 중심부가

적나라하게 군검풍의 시야에 들어났음을 느끼며 애원했다.

물론 그녀의 애원따위는 군검풍의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
군검풍은 두 손으로 만지면 묻어날 듯

새하얀 백리월영의 허벅지를 찍어누르며 얼굴을 그 중심부로 접근시켰다.
보드라운 방초 속에 숨어있는 기기묘묘한 여체의 균열,

연분홍빛의 그 깊고도 신비한 동굴은 이미 뜨거운 꿀물을 머금고 있었다.
"흐윽!"
군검풍의 타는 듯한 시선이 자신의 그 부분을  샅샅이 핥는 것을

너무도 뜨겁게 느끼며 백리월영은 두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지금 그녀가  부끄러움과 흥분을 감추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것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느순간,
"아학!"
백리월영의 입에서 숨넘어가는 듯한 신음이 터지고 

그녀의 인어같은 알몸이 작살에 궤뚫리기라도 하듯이 펄쩍 뛰었다.
가장 예민한 살점에 뜨거운 입김과 함께 미끈덩한 이물질이 헤집고 들어온 것이다.

그녀의 여린 살점을 가르며 동굴 안쪽으로 들어온 그  이물질은

뱀처럼 요동치며 여체가 머금은 꿀물을 핥아대었다.

그 때마다 백리월영의 알몸은 물에 오른 물고기처럼 요동을 쳐대었다.
난생 처음 겪어보는 너무도 강렬한  자극!

터져나오는 열락의 오열을 막으려 백리월영은 요를 입안에 틀어 넣었다.

몸안에서 연거푸 화산이 터지는 듯 열락의 불꽃이 터져 그녀를 아득한 나락으로 몰아 넣었다.
어느 순간 군검풍은 백리월영의 하체에서 얼굴을 떼며 벌덕 일어섰다.

그역시 인내의 한계에 이른 것이다.

활화산같이 뜨거운 숫컷의 욕망은 이미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고,

그의 하체 일부는 터질 듯이 팽창되어 있었다.
군검풍은 끊어질 듯 아프게 충혈된 채 꿈틀거리는

순양지물을 세우고 거칠게 백리월영의 몸 위로 올라갔다.
"흐윽!"
은밀한 곳에 가해진 너무도 격렬한 자극을 견디지 못하고 축 늘어져있던 백리월영의 육체는

사내의 체중을 하복부에 느끼고  움찔 경련을 일으켰다.
군검풍은 미끈덩한 그녀의 중심부를 더듬어 동굴 입구를 확인한 뒤

그곳으로 성날대로 성이 나 용트림하는 자신의 육괴를 접근시켰다. 

그리고는 본능이 시키는대로 거칠고도 강인하게

자신의 굴강한  실체를 그 미끈덩하고 따스한 동굴에 돌입시켰다.
"아악!"
순간, 백리월영의 교구가 화살을 맞은 듯  바르르 떨렸다.

그녀는 송곳같이 날카로운 비명을 터뜨리며 한껏  눈을 치떴다.

갑자기 하체의  은밀한 부분에서부터 형언할 수 없는 지극한 통증이 피어올랐기 때문이다.
그것은 일찍이 상상치도 못했던  극렬한 파과의 고통이었다. 

백리월영은 고운 옥용을 찡그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린 살이 찢어지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고통 속에서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힘껏 군검풍의 등을 껴안았다.
물론 욕정에 휩싸인 군검풍은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달군

쇳덩이 같은 일부를 여린 여체의 깊은 곳으로 일거에 밀어 넣었다.
"허억!"
그 비좁고도 미끈덩한 동굴이 자신의 실체를  완전히 휘감고 옥조여대자
군검풍은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가장 예민한 일부를 통해 백리월영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쾌락이 느껴지는 것이다.
잠시 뜨겁고 옥죄는 여체의 감각을 즐기던 그는 

이윽고 좀더 큰 희열을 갈구하며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과의 고통에 떨던 백리월영의 육체도 부드럽게  율동하며 군검풍의 행위에 동조했다.

 

두 남녀는 마침내 하나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두 남녀는 그 일치감이 주는 뿌듯한 희열과  쾌감에 휩싸이며 서로의 육체를 뜨겁게 탐하기 시작했다.
잔뜩 흥분이 고조된 군검풍은 폭풍같은 기세로 백리월영을 몰아쳤다. 

한줄기 자유로운 바람이 된  그는 향기롭고 그윽한 여체의  화원을 노닐며 마음껏 그 향기에 취했다.
꽃은 아름다운 유혹의 몸짓으로 그를 손짓하고 있었다.
백리월영은 자신의 몸을 스치는 바람을 잡으려 몸부림쳤다.

그녀의  향기는 더욱 숨가쁘게 짙어져 마침내는 바람마저 그 흐름을 멈추었다.

'흐윽!'
전신의 뼈가 일거에 부서지듯 그 자리에 주저앉는 여인이 한명 있었다.
풍만한 몸을 수수한 무명 적삼으로 감싼 온화한 인상의 여인,

바로  산월이었다.
그녀는 이층으로 통하는 계단 입구에 주저앉아 있었다.

산월은 다과를 마련해 올라오다가 군검풍과 백리월영이 한 덩이가 되어

열락의 파도를 일으키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만 것이다.
불과 얼마 전에 자신을 소유했던 어린 정인이 

지금 다른 여인의 몸위에서 미친 듯이 날뒤고 있는 것이다.

정인의 허리가 세차게 일렁일  때마다 그 아래 깔린 여인은 숨넘갈 듯 교성을 지르며

희멀건 두 다리를 푸들푸들 떨어대었다.
'잘 됐어! 원주님을 위해서도 잘된 일이야!'
산월은 자신을 친언니처럼 대해주던 백리월영이 마침내

군검풍과 한몸이된 것을 다행이라 여기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억지로 웃는 그녀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의 지척에서 뒤엉킨

두 남녀가 토해내는 신음과 교성은 점점 더 뜨거워져 갔다.


군검풍은 서늘한 새벽 바람에 문득 잠이 깼다.

넓직한 침대에서 잠이 깬 그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헉!'
그는 눈을 크게 뜨며 경악의 신음을 삼켰다.

뜻밖에도 자신의 품 속에 한명의 전라미인이 안겨 잠들어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었다.

물론  그녀는 백리월영이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멍해지고 말았다.
"내가 이 여인을 범했다니...!"
그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의 기억은 웬지 불투명한 안개속에 가려져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모든 것이 희미했다.

그는 자기가 왜 갑자기 미쳐서 백리월영의 몸을  범했는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어쨋든 그는 한 여인에게 치명적인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게다가 그녀의 은밀한 곳에는 너무도 선명한 파과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처....처녀였다니....!'
군검풍은 백리월영의 우윳빛  허벅지에 선명히 묻어있는  검붉은 혈흔을보는 순간

머리를 둔기로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비록 이미 두 명의  여자를 이미 경험한 군검풍이었지만 

처녀의 흔적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당연히 그는 무거운 죄책감을 느꼈다.
그는 말없이 백리월영의 잠든 모습을 바라보았다.

막연히 백리월영이  처녀일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그는 그것을 스스로 확인해버린 것이다.
백리월영은 군검풍의 품에 곤히 잠들어 있었다.

잠든 그녀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그 모습은 너무도 평온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군검풍의 마음이 한순간 흔들렸다.
"월영....! 내가 저지른 일은 반드시 책임을 지리다!"
그는 백리월영의 뺨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다시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우선 죄를 지을 수밖에 없다. 당신을 울리고 싶진 않지만..."
그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그가 일어난 침상 곳곳에도  백리월영이 피운 붉은 혈화(血花)가

첫경험의 상징으로 부끄럽게 남아 있었다. 

또한, 백리월영의 뽀얀 젖가슴에는 군검풍이 남긴 난폭한  행위의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군검풍은 십여 살 연하인  자신에 의해서 완전한 여인이 된

백리월영의 육감적인 알몸을 내려다 보며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어렴풋이  자신들이 처음에는 거실에서 행위를  하다가

그 다음에는 침실로  옮겨와 온갖 치태를 벌였던 것이 기억난 때문이다.
옷을 챙겨입은 군검풍은 평화롭게 잠든 백리월영의  모습을 잠시 내려다 보았다.
"월영! 나도 그대 곁에 머물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어.

이제 나는 떠나려고 해. 저 거친 세상으로."
그는 나직한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이어, 그는 조용히 거실을 나섰다.
"당신이 항상 잘 지내길 바라겠어."
그는 한 차례 뒤를 돌아본 뒤 월영루의 일층으로 걸어내려 나갔다.
"...!"
군검풍이 침실에서 사라지고 나자 감겨 있던 백리월영의 짙은 속눈썹 사이로

문득 한 방울의 이슬이 굴러 내렸다.
백리월영은 잠든 것이 아니었던 걸까?

그녀의  입에서는 눈물 젖은 나직한 독백이 흘러나왔다.
"안녕... 나의 정랑! 오늘은 그냥 보내드리겠어요. 

하지만... 다시 만날 때는 절대 당신을 놓아드리지 않겠어요."
그녀는 아직도 온 몸 구석구석에 남아 있는 

사랑하는 이의 체취를 느끼며 조용히 흐느낌을 삭이고 있었다.
이별은 또 다른 만남을 위해 있는 것.

그 만남의 날을 위해 그녀는  조금은 슬프고 외롭지만 울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