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마녀(魔女)와의 정사(情事)
"지독....하군!"
군검풍은 신형을 바로 잡으며 신음을 흘렸다.
바로 그 직후였다.
"네놈은 비황천도종이 보냈느냐?"
한 줄기 괴악한 음성이 군검풍의 귓전을 뒤흔들었다.
그것은 도저히 남녀의 구분이 불가능한 음성으로 괴이하기 이를데 없었다.
또한, 그 음성은 웅혼하고 막강한 힘이 담겨 심기가 약한 자라면
그 음성을 듣는 것 만으로도 심맥이 박살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군검풍은 순간적으로 신형을 움찔했으나 이내 태연한 신색으로 돌아왔다.
"잘못 보셨소. 본인은 비황천도종과 아무런 인연이 없소."
"예삿놈이 아니군. 네놈은 누구냐?"
예의 괴악한 음성이 다시 군검풍의 귓전을 울렸다.
이어,
츠츠츠츠!
마라천망이 급격히 축소되더니 철실의 중앙으로 한 명의 괴인이 둥실 떠올랐다.
츠츠츠...!
괴인의 형상은 실로 놀라웠다.
그는 수천 수만 가닥의 마라천망으로 전신을 휘감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흡사 누에고치를 연상케 했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무섭게 빛나는 한 쌍의 눈빛 뿐이었다.
천 개의 태양이 한꺼번에 폭발하는 듯 엄청난 광휘로 번쩍이는 괴인의 눈빛은
보는것 만으로도 절로 상대를 위축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군검풍은 달랐다.
그 역시 폭풍의 눈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는 한순간 움찔했으나 이내 태연하게 괴인의 눈빛을 받아넘겼다.
"...!"
"....!"
두 사람의 시선이 불꽃을 튀기듯 서로 뒤엉켰다.
그런데, 놀랍게도 먼저 시선을 흐트린 것은 괴인, 즉 십절천마(十絶天魔)였다.
"음, 예삿 애송이가 아닌 줄은 알았지만 비황천도종보다 열 배 뛰어난 놈이라니...!"
괴인은 뜻밖이라는 듯 기이한 눈빛으로 군검풍을 노려보았다.
군검풍 역시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괴인, 십절천마를 마주보았다.
"믿어지지 않는군. 귀하가 십절천마가 맞소?"
"그렇다! 본존이 십지마련(十地魔聯) 막하 십대마맥중에서도 최강인
십절마맥(十絶魔脈)의 제십팔대(第十八代) 종사(宗師) 십절천마(十絶天魔)다!"
십절천마는 고개를 끄덕여 시인했다.
"크녠... 이백 년을 죽지 않고 기다린 보람이 있구나.
너 같은 멍청이가 나타나 금마호정대금제를 깨주다니 말이다.
마라잠형대법(魔羅潛形大法)을 연마하며 가사상태로 살아온 것이 헛되지 않았다."
"마라잠형대법...!"
군검풍은 흠칫하며 나직이 부르짖었다.
-- 마라잠형대법(魔羅潛形大法)!
이는 이미 오래 전에 절전된 마도의 전설적인 마법으로써 초극신마체(超極神魔體)에 이르기 위해
장구한 세월을 가사(假死)상태에 드는 일종의 귀식(龜息)대법이다.
보통 백 년 정도 참수를 하면 초극신마체에 이를 수 있다.
그런데, 십절천마는 장장 이백 년 동안 마라잠형대법을 참수해온 것이었다.
따라서, 그는 이미 불사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군검풍은 눈썹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본인이 실수한 듯 하군. 귀하가 아직 살아 있는 줄 알았다면
금마호정대금제를 깨지 않았을 것이오!"
십절천마는 그 말에 득의의 괴소를 터뜨렸다.
"캇! 이제 늦었다. 먼저 네놈을 분시하고 대정팔극세를 박살내겠다."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그의 전신에서 살벌한 마기가 뻗어나왔다.
그러자, 놀랍게도 폭음과 함께 그대로 철실 전체가 박살나며 부서져 나갔다.
콰콰쾅...!
군검풍의 짙은 검미가 꿈틀했다.
"나를 죽이겠다고? 귀하는 본인의 손에 항마오대지보가 있음을 보지도 못했소?"
"흥! 항마오대지보 따위로는 나의 초극마력을 막지 못한다!"
츠츠츳...!
십절천마는 코웃음을 날리며 다시 무서운 마기를 몰아 군검풍에게로 쇄도해 들어왔다.
"믿지 않으니 보여드릴 수밖에 없군. 반야단천(般若斷天)!"
피...잉!
군검풍은 항마오대지보 중 반야천검을 벼락같이 내던졌다.
"녠! 어림없다!"
츠으...!
십절천마는 어림없다는 듯 냉소를 날렸다.
하지만 그는 항마오대지보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을 느끼는지 감히 맞서지는 못하고 몸을 흔들었다.
카...캉!
그 바람에, 십절천마를 스쳐간 반야천검은 그의 후면 철실 바닥에 날카로운 음향을 내며 꽂혔다.
군검풍은 계속 나머지 항마오대지보를 연속적으로 발출해냈다.
"천강참마(天 斬魔), 신극파사(神戟破邪)! 벽정개벽(霹霆開闢)!"
쩌...정!
파파팟!
하지만 천강패도와 항마신극, 구령벽정천환이 모두 십절천마를 비껴가 사상(四像)의 방위에 꽂혔다.
그 광경에 십절천마는 차가운 비웃음을 흘렸다.
"크녠! 고작 이 정도냐? 이제 죽을 각오를 해라!"
십절천마는 공포스러운 마안을 번뜩이며 군검풍의 앞으로 다가섰다.
그러나 군검풍은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태연한 표정이었다.
"그럼 이건 어떻소? 범밀개세(梵密蓋世)! 오행파천황(五行破天荒)!"
땅!
그는 범밀보패단을 벼락같이 중궁(中宮)의 방위로 던져냈다.
츄...하악!
고오오...!
그 순간, 상상을 불허하는 거창한 대정강벽이 진세로 일어나 십절천마를 휘감았다.
그러자, 다음순간 실로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카가각!
쩌적!
신병이기로도 어쩌지 못한다는 마라혈망이 눈 녹듯이 녹으며 쩍쩍 갈라지는 것이 아닌가?
"크아아악! 파멸살황대진(破滅殺荒大陣)!"
콰드득!
쿠...쿵!
십절천마는 찢어질 듯한 비명을 내지르며 허공에 붕 떠올랐다가 바닥으로 거칠게 나뒹굴었다.
그가 받은 타격은 가히 치명적인 것이었다.
"크읏...! 금마제일병진에 걸리다니...!"
십절천마는 무력하게 바닥을 긁으며 절망의 신음성을 발했다.
-- 파멸살황대진.
이것이야말로 가장 잔혹한 살인진이었다.
진세의 웅장함은 금마호정대금제보다 못하지만 그 살인적인 위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다섯 종류의 신병예기가 오행상생의 원리로 뒤엉켜 작용함으로
그 위력을 일만배로 강화시키는 것이었다.
그것에 견딜 호신지력은 가히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크으으...!"
십절천마도 예외는 아니었다.
파황살황대진에 걸려 초극마력이 흩어지자 그의 전신은 지극히 무력하게 변하고 말았다.
무공을 모르는 범인이나 다름이 없게된 것이다.
그런 상태로 파멸살황대진을 견딘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했다.
군검풍은 입가에 맺힌 피를 쓱 닦으며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죽일 생각까지는 아니었는데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다니...!"
그는 십절천마가 일으킨 초극마력에 내부가 뒤흔들린 상태였다.
고오...츠으...츠으....!
우르르...!
파멸살황대진의 위력은 갈수록 극강해지고 있었다.
그와 함께, 십절천마를 덮은 마라천망이 차츰 녹아내리며 그의 본모습이 드러났다.
그런데,
"헛! 이럴 수가!"
군검풍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눈을 크게 떴다.
경이와 놀라움으로 가득찬 그의 눈은 진세속의 십절천마를 뚫어져라 주시하고 있었다.
마라천망이 녹아내리며 드러난 십절천마의 정체.
그것이 실로 너무도 뜻밖이었기 때문이다.
"여인이었다니...!"
군검풍은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며 망연자실해 지고 말았다.
놀랍게도 십절천마의 진정한 정체는 바로 여인이 었던 것이다.
마라천망이 녹자 여인, 그것도 전신에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나녀의 모습이 눈앞에 확연히 드러났다.
그녀의 나이는 불과 이십 전후 정도로 보였다.
용모 또한 지극히 아름다웠다.
그녀의 용모는 아주 도발적이고도 강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특히 은은한 요기가 흐르는 눈과 육감적인 붉은 입술은 사내의 간장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벌거벗은 그녀의 나신은 놀랍도록 풍염하고 뇌살적이었다.
터질 듯 팽팽하게 부푼 젖가슴과 잘룩한 세류요,
늘씬한 다리와 유난히 크고 탱탱한 둔부, 그리고 무성한 숲을 이룬 신비지대.....
그것은 가히 뇌살적인 유혹을 뿜어내고 있었다.
본래, 십절천마는 이백년 전 돌연히 무림에 등장했다.
그리고, 그는 일 년 만에 무려 십만명의 무림인들을 죽이는
대혈겁을 일으켜 그 즉시 천하공적으로 몰렸었다.
하지만 결국 그는 비황천도종과 비황천도맹의 초강자들인
천도십황의 합공하에 금마천벽에 갇혀버렸다.
그 공포의 살인마 십절천마가 믿어지지 않게도 실상은 여인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꽃다운 이십 세의 절세미인이라니...
실로 경이로운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아아악! 살려다오! 나는...죽고싶지 않다!"
십절천마는 나신을 비틀며 처절한 고통의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군검풍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검미를 찡그렸다.
"별로 구해줄 마음이 생기지 않는군.
당신을 놓아 주었다가는 천하가 혈세될 것이 분명한데 어찌 그럴 수 있겠소?"
십절천마는 군검풍의 말에 절망의 눈빛을 지었다.
그러다가 그녀는 무엇을 생각했는지 입술을 잘근 깨물더니 말했다.
"사...살려다오. 그러면...네게 세 가지를 주겠다!"
그녀는 간절함이 깃든 눈빛으로 군검풍을 바라보았다.
"그대 말을 어찌 믿는단 말이오?"
군검풍은 불신의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자 십절천마의 커다란 두 눈에 글썽하게 눈물이 고였다.
그와 함께 갑자기 그녀는 풀이 죽은 표정으로 처연하게 말했다.
"이백 년 동안 햇빛도 보지 못하고 가사 상태로 살아왔다.
단 한번이라도...햇빛을 볼 수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
그녀는 한 순간에 모든 희망을 잃은 사람처럼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중에도 그녀의 눈빛은 간절함을 담고 있었다.
군검풍을 바라보는 물기 젖은 그 눈빛은 애절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
군검풍은 그래도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십절천마의 눈물에 그만 마음이 약해지고 말았다.
그는 결국 십절천마의 애절한 눈빛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좋소! 대가를 바라지는 않겠소. 그 대신 그대 십절천마(十絶天魔)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시오.
차후 절대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고!"
십절천마, 아니 십절천마후(十絶天魔后)라고 해야 옳을
그녀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서슴없이 대답했다.
"맹...맹세한다. 십절마부 지존의 명예를 걸고!"
군검풍은 그녀의 약속에 기꺼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슥!
그는 대답과 동시에 파멸살황대진에서 범밀보패단을 뽑아들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진세가 흩어졌다.
"음...!"
십절천마후는 부르르 교구를 떨며 낮은 신음성을 발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츠으...!
그 순간 그녀의 전신은 다시 수만가닥의 마라천망으로 뒤덮여 버리는 것이 아닌가?
"호호호홋...!"
십절천마후의 입에서 섬뜩한 마력이 깃든 날카로운 교소가 터져나온 것은 그 직후였다.
"웃!"
군검풍은 신형을 휘청하며 안색이 핼쓱하게 변했다.
이어 그는 한 모금의 선혈을 울컥 토해냈다.
십절천마후의 웃음은 그만큼 무서운 내공이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
'으음...무서운 공력이다. 이런 무서운 마녀를 살려준 것이 과연 잘한 것일까?'
군검풍은 힘겹게 벽에 기대서며 침중한 신음성을 발했다.
십절천마후는 득의의 교소를 터뜨리며 입을 열었다.
"호홋! 애송이! 겁먹을 것 없다! 십절마맥의 종주의 명예를 걸고 한 약속은 지킬테니....!"
그녀의 어투는 또 다시 원래대로 오만하고 냉랭하게 변해 있었다.
처연한 모습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군검풍에게 애원하던 모습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참으로 실감나는 연극을 해낸 것이었다.
군검풍은 십절천마후의 절묘한 연기에 속은 기분이 들어 씁쓸한 기분이었다.
그는 득의만면한 기세로 서 있는 십절천마후를 바라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대가는 필요 없소! 약속이나 지켜주기 바랄 분이오!"
십절천마후는 오연한 표정으로 교소를 터뜨렸다.
"호홋, 명령하지 마라! 본후가 하고자 하는 일은 누구도 막지 못한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그녀는 슬쩍 교수를 쳐들었다.
"웃!"
그러자, 군검풍은 항거할 수 없는 힘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십절천마후에게로 끌려갔다.
"첫 번째 선물은... 너를 불사지체(不死之體)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팟!
십절천마후는 군검풍의 손에서 범밀보패단을 빼앗아 들었다.
"호호...범밀보패단 안에 불사용수(不死龍髓)가 숨겨져 있음을 아는 자는 천하에 본후 한 사람 뿐이다."
그녀는 득의의 교소를 터뜨리며 범밀보패단을 손으로 움켜쥐어 깨뜨렸다.
그러자, 삽시에 강한 단향이 실내를 가득 메웠다. 그윽하고 향기로운 냄새였다.
실로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깨진 범밀보패단 안에는
뜻밖에도 신비한 자색 액체가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자, 먼저 이것을 복용해라."
군검풍은 고개를 저으며 그것을 마시기를 거부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십절천마후는 군검풍으로 하여금 억지로 그 자색 액체를 모두 들이마시게 했다.
불사용수(不死龍髓)-!
그것은 불문의 전설적 영금(靈禽)인 불사천룡(不死天龍)이 승천하며 남겼다는 정수였다.
한 방울만 복용해도 몇 십 년에 해당하는 공력을 얻을 수 있을뿐 아니라,
만독, 만사, 만마불침의 불사지체가 된다.
그런데, 십절천마후는 무려 한 홉이나 되는 불사용수를 모두 군검풍에게 먹인 것이었다.
군검풍은 뜻하지 않게 실로 엄청난 광세기연을 만난 것이었다.
불사용수를 모두 용해하면 그는 적어도 오갑자의 공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며
또한, 불사지체에 이를 수 있다.
물론, 그 불사용수의 공효는 일조일석에 군검풍의 본신 내력이 될 수는 없었다.
앞으로 오랜 기간을 두고 서서히 자신의 내력으로 만들어 나가야만 하는 것이다.
"으...너무 하는군. 나의 몸은 무쇠가 아니거늘...!"
쿵!
한 홉이나 되는 불사용수를 단숨에 들이마신 군검풍은 즉시 참을 수 없는 고통에 휩싸였다.
그는 안면을 일그러뜨리며 신음과 함께 뒤로 벌렁 나뒹굴었다.
삽시에 그의 전신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불사용수는 공효가 막중한 대신 그 약효도 지극히 강렬하다.
그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양의 불사용수를 복용한 군검풍은 한 순간에
전신혈도가 그 약력으로 녹아버린 것이었다.
그로 인한 통증은 가히 인간으로서 참을 수 없는 지독한 것이었다.
온 몸이 뜨거운 불구덩이에 던져진 듯한 참혹한 고통이 정신마저 아득하게 만들었다.
그와 더불어, 군검풍의 몸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츠으...스스스...!
그의 팔만사천모공에서는 시커먼 연기가 꾸역꾸역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불사용수의 막강한 불사지력이 군검풍의 내부에 쌓인 모든 노폐물을 태워버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위험한 현상이었다.
이대로 둔다면 불사용수의 약기운은 노폐물뿐만 아니라
그의 심맥마저 모조리 태워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때였다.
촤아아아!
갑자기 십절천마후의 몸을 덮고 있던 마라천망이 갑자기 물살이 갈라지듯 옆으로 쫙 갈라졌다.
갈라진 마라천망 안에서 휘디 흰 십절천마후의 알몸이 고스란히 들어나 보였다.
"호홋! 자! 이리 오너라!"
그녀는 도발적인 교소를 터뜨리며 군검풍을 이끌었다.
그러자, 반쯤 혼절한 군검풍의 몸이 그녀의 마라천망 안으로 스르르 빨려 들어갔다.
군검풍은 전신이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에 떨면서도 십절천마후를 노려보았다.
"십절천마! 나를 죽일 작정인가?"
그는 부르르 몸을 떨며 간신히 입술을 움직였다.
그러나 십절천마후는 야릇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호호... 천만에! 본후는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킨다!"
이어 그녀는 군검풍을 끌어안더니 거침없이 그의 의복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군검풍은 의식이 혼미한 가운데도 질겁했다.
"무...무슨 짓이냐?"
그는 대경실색하여 버럭 노갈을 터뜨렸다.
그러나 십절천마후는 눈썹 하나 까닥 하지 않았다.
그녀는 고혹적인 웃음을 지으며 계속 손을 움직였다.
"호호... 거부하지 마라! 불사용수의 불사지력은
오직 처녀의 순음지기(純陰之氣)로만 진정시킬 수 있다.
네가 이후 순음지체를 지닌 백 명의 계집을 취하여
그 순음지기를 얻는다면 불사지체를 완성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군검풍은 그녀의 말에 안색이 일변했다.
"으.... 백명의 처녀를 품으라고...! 어찌 그런 일을...!"
그는 눈을 부릅뜨며 안색을 참담하게 일그러뜨렸다.
십절천마후의 말대로라면 그는 이제 백명의 여인,
그것도 사내를 모르는 처녀를 취해야만 불사정수의 약기운을 모두 소진시킬 수가 있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그는 이제 천하에 다시 없는 색마가 되어야 할 판이었다.
하지만 십절천마후는 군검풍의 몸서리치는 반응에도 아랑곳 조차 하지않았다.
그녀는 뇌살적인 나신을 움직이며 군검풍의 의복을 벗겨내렸다.
군검풍은 삽시에 십절천마후의 손길에 의해 의복이 모두 벗겨지고 말았다.
그의 벗은 몸은 균형이 잡혀 탄탄하고 건장해 보였다.
십절천마후는 벌거벗은 사내의 몸을 코앞에 대하자 절로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야릇한 눈으로 군검풍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후훗! 본후 스스로가 그 백 명의 처녀 중 첫 번째가 될 작정이다!"
"그....그런....!"
군검풍은 혼미 한중에서도 아연실색했다. 그는 그제서야 십절천마후의 뜻을 알아차렸던 것이다.
십절천마후는 스스로의 순음지기로 군검풍이 복용한 불사용수의 불사지력을 중화시키려 하는 것이었다.
십절천마후는 알몸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군검풍의 옆으로 바짝 다가섰다.
잠시 그녀는 머뭇거리는 듯 했으나 이내 군검풍의 건장한 몸 위로 자신의 나신을 포개었다.
더 할 수 없이 보드랍고 따스한 여체가 몸을 덮어누르자 군검풍은 절로 몸서리를 쳤다.
"이...이러지 마시오! 나...나는 당신과 이런 짓을 할 수 없소!"
군검풍은 온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오른 상태에서 애원했다.
하지만 십절천마후의 행위는 거침이 없었다.
"거부하지 마라. 이건 네게나 본후에게나 모두 유익한 일이다.
이 한 번의 결합으로 너는 불사지체에 입문할 수 있고,
본후 역시 초극신마경에완벽히 들 수 있으니 둘다 손해 볼 것이 없다는 말이다."
츠으으...!
그녀가 말을 하는 동안 마라천망은 다시 두 사람의 몸을 완전히 뒤덮었다.
십절천마후는 이백 년간 마라잠형대법을 연마하여 초극신마체가 된 상태였다.
그러나 그것은 아직 불완전했다. 본시 그녀는 동정지체로 금마천벽에 갇히게 되었다.
게다가, 이백 년 동안 마라잠형대법을 참수해온 탓으로
지나치게 강한 순음지력이 몸 속에 쌓이게 되었다.
그것은 그녀가 초극신마체를 이루려는 것을 오히려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우르르...!
차츰, 두 사람의 몸 주위로 가공할 극양강기가 구름같이 일어 났다.
그것은 삽시간에 석실을 가득 메웠다.
십절천마후의 음성이 그 속에서 신비롭게 흘러나왔다.
"네게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모든 환락과 부귀를 주겠다.
그 첫 번째가 본후의 몸이다."
그녀의 입술이 문득 군검풍의 목덜미에 닿아왔다.
뜨겁고 달콤한 숨결이 그의 귓전에 부어졌다.
그녀의 입술이 점점 뜨거워지며 단내를 풍기고 있었다.
군검풍은 숨이 막혔다.
어느 순간 꽃잎같이 부드럽고 달콤한 여인의 입술이 그의 두툼한 입술 위로 덮어왔던 것이다.
입맞 춤이었다.
미처 예기치 못한 그 순간은 고통에 헐떡이고 있는 군검풍의 영혼을 태울 듯 강렬한 느낌으로 찾아왔다.
십절천마후는 군검풍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미끈덩한 설육(舌肉)으로 그의 입술을 헤집고 들어왔다.
군검풍은 아무런 저항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자신의 입안을 헤집고 다니는 십절천마후의 설육에 절로 혀가 움직일 뿐이었다.
너무도 격렬한 입 춤, 그것은 흡사 도취상태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저 그는 여인의 단내나는 입술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며 그녀의 유혹에 몰입되고 있었다.
잠시 군검풍의 입술을 농락하던 십절천마후의 혀와 입술은 곧 아래쪽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너무도 오랜동안 사람의 체취가 그리웠던 때문일까?
십절천마후는 군검풍의 온몸을 구석구석 핥고 빨아대었다.
그 집요하고도 끈질긴 입술과 혀의 애무에 군검풍은 아찔한 충격에 휩싸였다.
여인의 입술과 혀가 그토록 강렬한 무기일 줄은 군검풍은 미처 상상도 못했다.
십절천마후의 입술과 혀가 움직일 때마다 군검풍은
자신의 몸에 그토록 예민한 감각이 숨어있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십절천마후의 머리가 아래로 움직여감에 따라
군검풍의 악다문 입술 사이로 절로 우는 듯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온몸이 후들후들 떨리고 아랫배 깊은 곳에서 뜨거운 열기가 불끈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군검풍이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엄청난 강도의 열기였다.
그는 뱃속이 온통 들끓는 용암으로 가득찬 기분이 되었다.
그리고 그 용암의 분출구에 이윽고 십절천마후의 입술과 혀가 이르렀다.
"헉!"
군검풍의 벌거벗은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올랐다.
너무도 강렬한 자극에 그는 눈앞이 새하얘지는 기분이었다.
십절천마후의 삼단같은 머릿결이 물결치듯 출렁이고
그에 따라 군검풍의 온몸도 사시나무 떨리듯이 떨렸다.
전신을 휘감는 엄청난 열기와 쾌감에 군검풍은 이미 제 정신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중심부로부터 엄청난 희열의 폭발을 느꼈다.
그 폭발이 반복 될수록 강도는 점점 강해지고 그에 따라 군검풍의 정신은 혼미해져갔다.
그리고 군검풍의 하체에 얼굴을 묻은 십절천마후의 얼굴도 도화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비록 한때 천하를 공포로 떨게 했던 희대의 마녀였으나 그녀는 엄연한 처녀의 몸이었다.
또한 그녀에게 지난 이백년의 세월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녀의 사고(思考)는 금마천벽에 갇히던 이십칠 세 되던 때에 정지되어있는 것이다.
난생 처음 보는 사내의 기괴한 순양지물,
불덩이처럼 드거운 그것의 외양은 사실 그녀에게도 징그럽고도 끔찍한 꼬락서니였다.
푸른 혈맥이 툭툭 불거진 채 꿈틀거리는 반자남짓의 그 돌기는
여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뱀을 닮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 흉칙한 군검풍의 일부에 알 수 없는 유혹을 느꼈다.
그것은 그녀 역시 여인이었기 때문이고,
본능적으로 그것이 바로 모든 쾌락의 근원임을 깨달은 결과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약간의 망설임 끝에 그것을 보듬어 쥐고 애무를 계속할 용기가 생겼다.
그리고 그녀의 행위는 상상을 넘는 반응을 이끌어내었다.
그녀는 그 이물질이 자신의 입안에서 걷잡을 수 없이 용틀임하는 것을느꼈다.
그녀의 입술과 혀가 교묘히 움직일 때마다 그 용틀임은 더욱 강렬해져갔고 뜨거워져갔다.
그녀는 군검풍의 혈액이 비등점을 향해 돌진하는 것을 느꼈다.
어떤 위기감이 그녀의 몸에 전율처럼 달렸다.
하지만 그녀는 두려움과 흥분에 떨면서 애무를 멈추지 않았다.
어느 순간 군검풍의 악다문 입에서 상처입은 짐승이 울부짖는 듯한 신음이 터져나왔다.
그의 온몸이 돌처럼 뻣뻣해졌고, 십절천마후의 입안 귿히 들어찬 육괴가 풍선처럼 부풀어올랐다.
직후 엄청난 분출감이 십절천마후의 구강을 강타했다.
십절천마후은 숨이턱 막혔다.
하지만 그녀는 끝내 군검풍에게서 얼굴을 떼지 않았다.
이윽고 십절천마후는 몸을 일으켜 군검풍의 몸위로 올라갔다.
그녀의 깊은 게곡 일대도 이미 뜨거운 홍수를 이루고 이루고 잇었다.
십절천마후는 스스로 자신의 비궁을 개방시켜
사내를 받아들일 준비를하며 낮고 뜨거운 음성으로 속삭였다.
"명심해라. 네가 모든 것을 얻었을 때... 본후는 다시 너를 찾을 것이다.
그때 본후가 네게 준 모든 것을 다시 네게서 거두어 갈것이다."
그녀의 음성은 어떤 항거할 수 없는 마력이 담겨 있었다.
군검풍은 귓전을 파고드는 뜨거운 여인의 할딱임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온 몸이 활활 타오르는 듯한 고통속에도 그는 꼼짝 할 수가 없었다.
그의 일부는 전보다 더 뜨겁고 단단해져 있었고,
그것 위로 무언가 열탕같이 뜨겁고 미끈덩한 늪지가 내려앉기 시작했다.
군검풍은 자신의 끊어질 듯 아픈 일부가 그 보드랍고 미끄러운 늪으로 빨려들어감을 느끼며
아득하게 정신이 흐려져갔다.
그러나, 마지막 한 가닥 남은 이성이 최후로 거부반응을 일으켰다.
"으...이...이러지 마시오. 제발...아니되오, 이러면...!"
하지만 소용없었다.
그의 저항은 너무나 미약했다.
"이미 늦었다. 하악...!"
갑자기 십절천마후의 교구가 벼락을 맞은 듯 부르르 떨렸다.
"헉!"
군검풍도 숨이 멎는 듯한 충격을 느끼며 눈을 부릅떴다.
자신의 가장 중요한 일부를 지극히 보드랍고
따스한 살점들이 사방에서 휘감아오는 것을 느낀 것이었다.
따스하고 부드럽게 옥죄어드는 그 짜릿한 쾌감은 급격히 확대되며
그의 일부는 삽시에 어떤 뜨겁고 깊은 늪 속으로 침몰해갔다.
십절천마후가 느낀 충격 또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그녀는 자신의 하반신 가장 은밀한 곳에서 일찍이 상상할 수 없었던
지극한 통증이 퍼져오름을 느끼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것은 흡사 전신이 벼락에 관통당하는 듯한 충격이라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파과의 고통, 그것은 그녀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날카로운 통증을 수반했다.
그녀가 상상했던 첫경험은 어쩌면 달콤한 환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울컥 눈물까지 치밀어 오를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터져나오려는 신음을 눌러 삼켰다.
처음부터 이것은 그녀가 자초한 일이었기에 고통 또한 그녀가 기꺼이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그녀는 칼날에 찢기는 듯한 파과의 고통을 참아내며 천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누구로부터 배운 것이 아닌, 지극히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동작이었다.
"으음...!"
십절천마후의 밑에 누운 군검풍은 아득하게 정신이 혼미해짐을 느끼며 신음을 발했다.
그는 전신이 타는 듯한 지극한 고통과,
숨길 수 없는 본능의 희열을 한꺼번에 체험하며 새롭고 경이로운 세계로 빠져들고 있었다.
두 사람의 몸은 한 치의 틈도없이 결합되었다.
우르르...!
갈수록 극음강기의 벽은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그 가운데 결합한 두 남녀는 서서히 고조되는 희열과 쾌감을 느끼며 새로운 경험을 터득해가고 있었다.
십절천마후는 군검풍의 귓가에 입술을 대며 뜨거운 숨결로 속삭였다.
"잊지마라. 본후와의 만남을...!"
그녀의 음성은 열기에 들떠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폭풍같은 정사의 열기는 갈수록 뜨겁게 고조되어갔다.
시공을 초월한 그들의 만남.
이백 년이란 세월의 강이 그들 사이에 가로놓여 있었건만 그런 것은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았다.
벽라공주는 금마벽 앞에 우뚝 서 있었다.
그녀는 지헤로운 봉목을 반짝이며 전면을 주시했다.
"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녀는 의혹과 경이의 빛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시야에 들어오는 금마벽을 바라보며 잘근 입술을 깨물었다.
"그 멍청한 작자가 금마진세를 깨고 저 안으로 들어간 것이 확실해."
그녀는 갈등어린 표정으로 잠시 망설임의 빛을 보였다.
"사부 비황천도종(秘皇天道宗)께서는 저곳에 드는 것을 경계하셨으니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하지만 그녀는 곧 결심한 듯 금마벽을 향해 다가섰다.
"비황야(秘皇爺)가 될 자격이 있는 인물을 오늘 비로소 발견했다.
그런데 멍청한 그 작자가 저 안으로 들어갔으니...내가 들어가 보지 않을 수 없다."
이어, 그녀는 금마벽의 한곳을 가볍게 눌렀다.
그...긍!
둔중한 굉음을 내며 금마벽이 쩍 갈라졌다.
그런데, 금마벽이 갈라지는 순간 안을 주시하던 벽라공주의 봉목이 크게 치떠졌다.
"...!"
츠으...츠으...
석실 안은 온통 거미줄 같은 마라천망이 종횡으로 쳐져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상상을 불허하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석실 안에는 두 남녀가 있었다.
물론 그들은 군검풍과 십절천마후였다.
군검풍은 전라의 몸으로 죽은 듯 축 늘어진 채 바닥에 누워 있었다.
한바탕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후, 그는 거의 기진해 있었다.
십절천마후는 여전히 그의 몸 위에 걸터 앉아 있었다.
흥건한 두 사람의 중심부는 아직도 하나로 결합되어있었다.
십절천마후는 아주 복잡한 표정으로 군검풍의 준미한 얼굴을 내려다 보았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에는 갈등과 번민, 그리고 여러 가지 감정들이 뒤섞여 떠올랐다.
"네게 모든 것을 주었다. 약속한대로...!"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죽은 듯 누워있는 군검풍의 얼굴은 비로소 고통에서 놓임받아 평안한 빛을 되찾아 있었다.
그 얼굴을 바라보는 십절천마후의 눈빛이 흔들렸다.
하지만 그녀는 오연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너에게 모든 것을 주는 것은 언젠가 그 모든 것을 열 배로 돌려받기 위해서다.
나의 몸을 가진 대가로 너는 영원히 나의 노예가 되어야 한다.
내가 너를 불사지체로 만들어 주었으니 이제 너는 천하를 나의 치마 아래에 바쳐야 할 것이다."
이윽고, 십절천마후는 군검풍의 하체에서 몸을 떼며 그의 조각 같은 얼굴을 쓰다듬었다.
"이제 그만 헤어질 때가 되었다."
그런데, 바로 이 때였다.
"음탕한 계집! 감히 나의 비황야를 능욕하디니...!"
콰릉...!
보다못한 벽라공주가 교갈을 터뜨리며 십절천마후를 덮쳐왔다.
그녀는 터질 듯한 분노를 참지 못하고 비황강력(秘皇 力)을 일으켜
무서운 기세로 십절천마후를 짓쳐들었다.
그녀는 한눈에 군검풍에게 호감을 느꼈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비황야의 자격을 부여하고자 했던 군검풍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다른 여인과 운우지락을 나누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으니 그 심정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를 빼앗겼다는 새파란 질투심과 분노가
일시적으로 벽라공주의 냉철한 사고마저 완전히 마비시켜 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물불가리지 않고 나선 결과는 참담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었다.
콰...쾅!
요란한 폭음이 석실을 박살낼 듯 뒤흔들었다.
놀랍게도 벽라공주의 비황강력은 마라천망의 일부를 박살내며
그대로 십절천마후의 등판으로 쇄도해 들었다.
그것은 십절천마후의 뽀얀 등에 맹렬히 작열했다.
"아악!"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뜻밖에도 비명을 터뜨린 쪽은 십절천마후가 아니라 벽라공주였다.
"이... 이럴 수가...!"
그녀는 울컥 피를 토하며 물러섰다.
그런 그녀의 눈은 온통 경악과 회의로 가득차 있었다.
"호홋... 감히 나 십절천마후의 신방을 훔쳐 보다니...!"
십절천마후는 날카로운 교소를 터뜨리며 빙글 돌아섰다.
그녀는 아주 멀쩡했다.
"흐윽...!"
그녀의 눈빛을 접한 벽라공주는 그대로 몸이 굳어지고 말았다.
벽라공주를 노려보는 십절마후의 눈빛,
그것은 무서운 흡인력을 지닌 듯 상대를 빨아들이려 했다.
'아... 피해야 한다. 저 눈은... 천마안(天魔眼)이다!'
벽라공주는 위기를 직감했다. 그녀는 경악의 표정으로 금방 옥용이 핼쓱하게 변했다.
하지만 그녀는 도저히 피할 수가 없었다.
이미 십절천마후의 눈빛을 마주한 순간 그녀에게 심령이 제압됨을 느낀것이었다.
그것은 불가항력적인 일이었다.
번쩍!
십절천마후의 눈빛이 번뜩 빛을 발했다.
그녀는 뜻밖이라는 듯 희열의 표정을 지었다.
"놀랍구나. 구절태음지체(九絶太陰之體)를 지닌 아이라니...
나 십절천마후에게 복이 터졌군."
그녀는 몹시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벽라공주를 바라보았다.
벽라공주는 그 말에 전신을 경련했다.
그녀는 안색이 홱 변하며 숨넘어가는 경악성을 발했다.
"십절천마후! 당신이 십절천마(十絶天魔)?"
그녀는 믿을 수 없는 듯 망연자실해지고 말았다.
십절천마후는 문득 득의의 교소를 터뜨렸다.
"호홋... 그렇다. 너를 천년마후(天年魔后)로 키워 주마."
츠츠츠...!
돌연, 십절천마후의 마라천망이 영사같이 벽라공주의 전신을 휘감았다.
"악! 안 돼....!"
벽라공주는 교구를 버둥거리며 다급한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너무도 무기력하게 마라천망에 휘감겨들었다.
우르르...콰쾅!
그 순간, 가공할 천마지기가 폭음을 일으키켜 단번에 금마벽을 박살냈다.
"호호호...두려워 할 필요없다.
단지 네 몸을 빌어 천하를 십절마종의 것으로 하려는 것 뿐이다!"
천번지복의 굉음 속에서 십절천마후의 득의에 찬 교소가 날카롭게 터져나왔다.
콰콰쾅...!
폭음은 잇달아 터져올랐다.
한 번 무너진 금마천벽이 연쇄적으로 붕괴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 천단(天壇).
연경의 동북쪽에 위치한 자운애(紫雲崖)는 황실금역으로 지정된 곳이었다.
그곳을 일컬어 달리 천단이라 한다.
천단은 원단 때 황제가 하늘(天)에 제사를 지냈던 중지(重地)였다.
그 때문에, 일반인은 감히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곳이었다.
초추(初秋)의 하늘이 열리고 있었다.
제법 서늘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하는 초가을 아침은 풀잎같은 싱그러움을 지니고 있었다.
아침 햇살이 투명한 실처럼 풀리고 있는 자운애 위에 한 명의 청년이 우뚝 서 있다.
"...!"
아침바람에 옷깃을 펄럭이며 서 있는 흑의청년.
그는 벌써 오래 전부터 그 자리에 선 채 여명을 뚫고
동편으로 막 솟구쳐 오르는 찬란한 일륜을 주시하고 있었다.
조각같이 영준하고 수려한 용모를 지닌 미청년이었다.
짙은 검미와 한일자로 꾹 다물린 입술이 강렬한 인상을 물씬 풍겼다.
그런데, 청년의 전신에서는 짙은 고독과 허무의 분위기가 배어 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음울한 안개처럼 그의 몸을 적시고 있었다.
가슴에 풍(風)자가 쓰인 폭풍삼을 걸친 청년.
바로 군검풍이었다.
문득, 굳게 닫혔던 군검풍의 입이 열리며 낮고 침중한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으음... 벌써 한 달이 지났군. 역시 십절천마후를 구해 주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후회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찌하랴? 그것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한 달 전, 부마간택은 뜻밖에도 어이없이 무산되고 말았다.
십절천마후가 벽라공주를 납치하여 유유히 북경을 떠나버렸기 때문이었다.
그 일로 인해 북경은 발칵 뒤집혔다.
자연히, 부마간택이고 무엇이고 할것없이 모든 것은 백지화되고 말았다.
이 사실에 황제는 대노했다.
그는 백만금군을 풀어 범인을 추격했다.
그러나 허사였다.
벽라공주를 납치한 자는 공포의 대마녀(大魔女)로 알려진 십절천마후였으니
그녀를 추격할 자가 아무도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 약속은 지키겠다! 본후는 이제 살상은 하지 않겠다.
그 대신, 삼 년후 천년마후(天年魔后)가 탄생할 것이다!
그 아이가 본후를 대신하여 십절천하(十絶天下)를 실현할 것이다!
십절천마후가 떠나며 남긴 교소가 군검풍의 귓전에 쟁쟁하게 들려오는듯 했다.
십절천마후는 살상을 하지 않겠다는 군검풍과의 약속을 지키마고 했다.
하지만 그 대신 벽라공주를 절세마녀로 키워 천하를 혈세하겠다고 밝혔다.
그러기 위해 금마동부로 따라 들어온 벽라공주를 납치해간 것이었다.
"십절천마후, 그러나 좋아할 것은 없다.
나로 인해 결과가 이렇게 되었으니... 반드시 나의 손으로 종말을 지으리라."
군검풍은 나직하나 결연한 음성으로 중얼거리며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
그의 손에는 두 가지 물건이 들려 있었다.
그것은 하나의 옥부(玉符)와 한 권의 비급이었다.
-- 제왕부(帝王符).
-- 십절마종보(十絶魔宗譜).
그것은 십절천마후가 군검풍에게 준 또 다른 두 개의 선물이었다.
제왕부는 흑도(黑道)와 사파(邪派) 무림의 비밀결사인 제왕맹(帝王盟)의 맹주임을 상징하는 신물이었다.
본래 십절천마후는 마교(魔敎)와 쌍벽을 이루는 마도의 전설적인 세력 십지마련(十地魔聯) 출신이었다.
고금사대무벌중의 하나로 꼽히는 십지마련은 마교,
즉 구천마교(九天魔敎)에 대항하기 위해서 마도의 가장 강대한 열 개 문파가 힘을 합쳐 세운 연맹체였다.
그 열 개의 마도문파를 십대마맥이라고 하거니와,
십절천마후는 그중 십절마맥(十絶魔脈)이란 일파의 수장이었던 것이다.
십지마련의 궁극적인 목표는 구천마교를 눌러 마도지존이 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 마교가 세상에 모습을 들어낼 때까지는
결코 세상에 나가지 않고 은둔하며 힘을 기르는 것을 제일율법으로 삼고 있었다.
하지만 특별히 야심이 크고 세상에 적수가 없다고 자부하던 십절천마후에게
이같은 십지마련의 율법은 실로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결국 이백 년 전, 십절천마후는 십지마련의 율법을 어기고
홀홀단신으로 무림에 뛰쳐나와 무림을 공포로 물들였었다.
그녀는 세앙에 자신의 막강함을 시위하는 한편,
장차 천하제패를 위해 흑도(黑道)와 녹림(綠林) 구백구십구 파를 정복, 하나의 맹(盟)을 결성했다.
그것이 바로 십패천중의 하나인 제왕맹(帝王盟)이었다.
제왕맹은 그 실체가 완전히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가히 천하 최대라고 할 수 있는 거파였다.
그 세력은 실로 엄청나 백만의 수하와 일만의 미인(美人),
그리고 십억냥의 재화를 보유하고 있었다.
십절천마후가 제왕부를 넘겨줌으로써 그 모든 것은 이제 군검풍의 것이되었다.
그녀는 약속대로 군검풍에게 천하의 모든 환락을 준 것이었다.
두 번째 선물로 그녀가 준 십절마종보는
십지마련 막하 십대마맥중에서도 가장 강하다는 십절마맥의 비전비급이었다.
그 중에는 마도최강의 절예 십종(十種)이 실려 있었다.
그 열가지 절기는 하나하나가 가히 절대의 위력을 지녔다.
십절천마후 조차 그 중 겨우 육종(六種)의 절기를 익혔을 뿐이었다.
어쨋든, 십절천마후는 군검풍과의 약속을 충분히 지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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