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4. 새인생(1)
(1813)새인생-1
“다음날 오전, 사무실에 출근한 장선옥은 곧장 김성산의 방으로 들어섰다.
“여기.”
하고 장선옥이 들고 온 가방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는 정색하고 말했다.
“한화 9억7200만원을 유로와 달러, 엔화로 바꿨는데 계산이 맞습니다.”
어제 조철봉이 장선옥의 몫이라면서 준 돈이다.
소파에 앉은 김성산이 웃음띤 얼굴로 가방을 보았다.
“조철봉이 계산은 정확하지. 내가 겪어 봐서 알아.”
장선옥이 눈만 깜박였고 김성산은 말을 이었다.
“어쨌든 수고했어. 조철봉은 장동무가 이러는 거 눈치채지 못했겠지?”
“글쎄요.”
머리를 든 장선옥이 김성산을 보았다.
“잘 모르겠는데요.”
김성산이 힐끗 시선을 주었다가 내렸다.
전에는 장선옥이 이런식의 대답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눈을 가늘게 뜬 김성산이 다시 물었다.
“어제 조철봉하고 만났을 때 무슨 눈치라도 있었나?”
“없었습니다.”
장선옥은 외면한 채 대답했다.
아마 김성산은 조철봉과 함께 호텔에서 자고 나온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동안 시선을 주던 김성산이 머리를 끄덕였으므로 장선옥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방을 나와 복도를 걷는데 샘 안쪽이 따끔거리는 느낌이 오면서 남은 쾌감이 짜릿하게 전해져 왔다.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힌 장선옥은 손바닥을 뺨에 붙여 열기를 식혔다.
방에 들어가 소파에 앉은 장선옥은 길게 숨을 뱉었다.
어젯밤 두 시간밖에 자지 않았지만 온몸이 가쁜했다.
섹스가 이렇게 몸을 상쾌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지 그야말로 금시초문이었다.
조철봉에 대한 연구가 전혀 틀렸다는 것,
오히려 정반대라는 사실은 진즉 잊었다.
머리에서 지워버린 것이다.
누가 학점 매기는 것도 아니고 내기를 한 것도 아닌 것이다.
그냥 조철봉의 능력이 놀랍기만 하다.
두다리를 쭈욱 뻗자 다시 자극을 받은 샘에서 쾌감이 전해져 왔으므로 장선옥은 신음을 뱉었다.
그러자 제 신음을 제 귀로 듣고나니 몸이 더 뜨거워졌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그렇다. 어젯밤 조철봉은 자신에게 섹스에 대한 진가를 알려준 것이다.
섹스가 이렇게 황홀하고 이렇게까지 치솟아 오를 수가 있으며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즐길 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가끔 섹스에 빠져 가정을 버린 남녀 이야기를 듣고 남의 일,
웃기는 일처럼 생각했는데 어젯밤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실제로 체험한 것이다.
다시 온몸이 뜨거워진 장선옥은 두 손으로 볼을 감싸 안고는 눈을 감았다.
오늘 아침에도 그렇다.
두 시간쯤 자고 일어나 나갈 채비를 다 했을 때 조철봉이 다가와 스커트를 걷어 올리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잠자코 장선옥을 소파를 짚고 엎드리게 하더니 팬티만 내리고는 뒤에서 섹스를 했다.
장선옥도 정장 차림으로 스커트만 젖혀진 채 엎드려서 또다시 새로운 절정을 맛보았다.
덕분에 출근이 한 시간이나 늦었지만 장선옥은 조금 더 함께 있고 싶은 심정이었다.
장선옥은 눈을 감았다.
그러자 조철봉이 자신을 쾌락의 덩어리로 만든 느낌이 들었다.
호텔 방문 앞에서 헤어질 때 조철봉의 손끝이 잠깐 어깨에 닿기만 했는데도
샘 안쪽이 찌르르 울리더니 얼굴이 상기되었던 것이다.
눈을 떴다.
회사 전화였다.
전화기를 귀에 붙인 장선옥이 응답했을 때 수화기에서 조철봉의 목소리가 들렸다.
“잘 들어갔어?”
그때 다시 몸에서 열이 났다.
(1814)새인생-2
전화기를 내려놓은 조철봉은 소파에 등을 붙였다.
장선옥이 어젯밤 성(性)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는 것은 분명했다.
이른바 섹스의 쾌락이 어떤 경지인지를 처음으로 겪게 되었다는 말이다.
조철봉의 경험상 절정의 한계는 없다.
한도 끝도 없는 것이다.
매일 변하고 언제나 새로운 절정이 찾아온다.
기준치가 없기 때문이다.
누구는 20의 강도에서도 끝까지 닿은 것처럼 느끼지만 누구는 100도 모자란다.
따라서 각 개체마다 기준이 다르다고 해야 옳다.
거기에다 각 개체의 절정한계는 수시로 변한다.
오늘 50으로 만족했다가 내일은 100도 모자라는 경우도 있다.
그것은 상대와 분위기에 의해서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의 분위기에 맞춰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절정에 오르는 관건이다.
말은 쉽지만 흥분된 상태에서 더욱이 곧장 찌르고 발사하려는 욕망으로만 가득 찬 남성의
생리 구조상 살을 찢고 뼈를 깎는 것 같은 인내가 있어야만이 상대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어젯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장선옥은 그야말로 색욕의 포로가 되었다.
조철봉의 손끝만 닿아도 감전이 된 것처럼 달아올랐고 철봉이 들어가기도 전에
번번이 절정으로 치솟아 올랐다.
담배를 꺼내 입에 문 조철봉은 앞쪽의 벽을 보았다.
그러나 지난밤 장선옥을 10번 가깝게 절정에 닿게 했지만 자신의 대포는 발사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단단해져 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방문이 열렸다.
최갑중이 들어서고 있었다.
“형님 오늘 출장 가신다고요?”
앞쪽에 앉은 갑중이 물었다.
갑중은 어젯밤 조철봉이 장선옥과 함께 지냈다는 것을 안다.
머리를 끄덕인 조철봉이 목소리를 낮췄다.
“발리로 갈까 하는데.”
“발리요?”
놀란 갑중이 목소리를 높였다가 목을 움츠렸다.
눈이 둥그레져 있었다.
“거긴 왜요?”
“왜는 왜야, 인마.”
조철봉이 눈을 부릅뜨자 갑중이 숨을 들이켜고나서 물었다.
“누구하고 가십니까?”
“장선옥.”
“으음.”
신음소리를 뱉은 갑중이 목소리를 잔뜩 낮췄다.
“같이 가기로 하셨습니까?”
“으으응.”
다시 신음한 갑중이 눈을 가늘게 뜨고 조철봉을 보았다.
“형님, 어떻게 하시려고.”
“뭘 어떻게 해?”
“그러니까 제 말은.”
“어젯밤 이미 끝냈다.”
“그, 그야.”
입안에 고인 침을 삼킨 갑중이 정색했다.
“당연히 그러셨겠죠. 하지만.”
“목적은 없어.”
소파에 다시 등을 붙인 조철봉이 불을 붙이지 않고 쥐고만 있던
담배를 입에 물고는 라이터를 켜 불을 붙였다.
그러나 갑중이 눈도 깜박이지 않고 시선을 주고 있었으므로 연기를 뱉고난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나하고 장선옥이는 각각 남북한의 대표선수 역할이다. 그렇지?”
“그, 그거야.”
더듬거리는 갑중을 향해 조철봉이 히죽 웃었다.
“장선옥이는 날 무시하고 있어.
아마 부패한 자본주의 체제의 사기꾼 사업가라고 생각하겠지. 그래서.”
정색한 조철봉이 갑중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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