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 인간의 진심 (10)
(1806) 인간의 진심-19
“가족하고요?”
장선옥이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쓴웃음을 지었다.
“가족은 한국에 둘 겁니다. 생활 기반은 한국에 둬야죠.”
“그럼 조사장님만.”
“애인하고.”
정색한 조철봉이 장선옥을 보았다.
“장선옥씨가 같이 간다면 더 좋고.”
“생각해볼게요.”
장선옥이 눈웃음을 쳤다.
“호화판 생활이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네요.”
“돈 쓰기로 말한다면야 한정이 없지만 그래도 비행기 일등석은 타고 다녀야지.”
“일등석, 난 아직 안 타봤는데.”
“나하고 며칠 방콕이나 발리도 좋고 놀다 옵시다.”
“바쁜 일 끝나면요.”
사근사근 대답한 장선옥이 생각났다는 표정을 짓고 물었다.
“그쪽에서 정보가 샐 일은 없겠죠?”
“물론입니다.”
조철봉이 차분해진 얼굴로 장선옥을 보았다.
이 여자는 또 화제를 바꾼다.
저는 자연스럽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속이 다 들여다보이는 수작이었다.
릴낚시를 하는 것처럼 미끼를 자꾸 흔든다.
그러다가 결정적인 때 채려는 모양인데 습관이 되었기 때문인지
제 행동에 대해서 남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는 둔한 것 같았다.
“어차피 동업자가 되었으니까 말인데.”
조철봉이 은근한 웃음을 띠고는 장선옥을 보았다.
“언제 한번 시간 냅시다. 밤에 말이요.”
“꼭 밤이어야 해요?”
물잔을 쥔 장선옥이 업무 상담을 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물었다.
“시간이나 장소쯤은 문제될 것 없어요. 원하시면 언제라도 말씀하세요.”
“허어.”
정색한 조철봉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얼떨떨한데.”
“제가 그날도 같이 있자고 했죠?”
“그거야 들었지만.”
“농담인 줄 알았어요?”
“아니.”
“그날 밤 이경애씨 만나서 좋았어요?”
“뭐, 그냥.”
“괜히 뜸만 들이고, 사람 흥분시키고 가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그럼 오늘 한번 할까?”
“내가 키 얻어 올까요?”
장선옥이 묻더니 조철봉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벨을 눌렀다.
종업원이 들어왔을 때 장선옥은 유창한 중국어로 말하고는 가방에서 지폐를 꺼내 내밀었다.
호텔 방값을 주는 것이다.
일식당 위층부터는 호텔이었다.
종업원이 방을 나갔을 때 장선옥이 손목시계를 보는 시늉을 했다.
“저녁 먹고 바로 올라가면 되겠네요.
방에서 룸서비스로 술 시켜도 되니까요.
아예 방에서 놀아요.”
“그럽시다.”
선선히 끄덕인 조철봉이 다시 눈으로 돈 가방을 가리켰다.
“저것도 방으로 들고 가야겠네?”
“내일 아침에 가져가면 되니까요.”
장선옥이 얼굴을 펴고 웃었다.
“내 돈인데 누가 상관하겠어요? 내일 외국계 은행 불러서 입금시키죠. 뭐.”
“참 그쪽도 별일 없겠죠?”
조철봉도 장선옥 흉내를 내듯이 물었다.
“정보가 샐 일말입니다.”
“물론이죠.”
쓴웃음을 지은 장선옥이 지그시 조철봉을 보았다.
“전 출장 간다면서 나왔어요.
절대 꼬리 잡히지 않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요.”
(1807) 인간의 진심-20
장선옥이 조사한 자료를 근거로 과학적, 체계적으로 분석한 결과로는
조철봉은 성도착증 환자 수준이었다.
남한은 이제 북한 정보원이 이웃집 드나드는 것처럼 오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북한의 간첩 총책이 공식적으로 대통령을 만나는 세상이 된 것이다.
간첩을 파견할 필요도 없다.
한국에 자리잡은 좌파 동지들에게 연락만 하면 다 넘겨준다.
그래서 동지한테서 얻고 정보회사에 용역까지 준 결과가 조철봉은 성도착증이며
욕구불만이 쌓여 여자를 즐겁게 해주지 못하는 놈으로 판명되었다.
그것을 돈으로 입막음을 하면서 성에 대해서는 도통한 것처럼 지껄인다는 것이다.
그것이 사기꾼의 기본적 특성이라고 명쾌하게 결론을 내렸다.
박사 논문감이었다.
건성으로 저녁을 마치고 방으로 올라왔을 때는 밤 10시경이었다.
그냥 자기에는 좀 이른 시간이었다.
장선옥은 조철봉이 머뭇거리는 분위기를 예민하게 파악하고 룸서비스를 시켜
양주와 안주를 주문했다.
방 구석에는 식당에서 들고온 돈가방이 놓여 있었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가슴이 든든해진 장선옥은 가장 비싼 양주를 시켰다.
“전 금방 오르는 스타일이에요.”
하고 소파에 두 다리를 길게 뻗고 앉은 장선옥이 부드럽게 말했다.
“2분이나 3분쯤이면 돼요. 그 이상은 왠지 싫어요.”
“그렇습니까?”
장선옥은 그렇게 묻는 조철봉의 눈빛이 강해진 느낌을 받았다.
안심했을 것이다.
모든 조루증 놈자들은 이런 대사를 들으면 자신감이 강해질 것이다.
반대로 “난 최소한 10분 이상은 해야 좋아져요. 그 이하는 기분만 나빠져”라고 해버린다면
조루증 놈자는 더 시들어버릴 것이고 10분을 겨우 턱걸이하는 놈자들도 김이 새는 것이다.
장선옥이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애무가 긴 것도 싫어요. 그냥 넣고 2, 3분이면 절정에 오르니까요.”
“아하.”
하면서 조철봉이 건성으로 머리만 끄덕였으므로 장선옥은 자신이 좀 오버한 느낌이 들었다.
분위기 띄우려다가 역효과가 났을지도 모른다.
“이런 얘기 싫으세요?”
했을 때 벨이 울렸으므로 장선옥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문을 열자 종업원이 술과 안주를 들고 와 탁자 위에 내려놓고 돌아갔다.
“과일이 풍성하네.”
안주를 탁자 위에 가지런히 놓은 장선옥이 만족한 표정으로 머리를 들었을 때였다.
놀란 장선옥은 숨을 멈췄다.
조철봉이 옷을 벗고 있었기 때문이다.
벌써 상의를 벗고 바지를 내리는 중이었다.
눈만 깜박이고 선 장선옥 옆에서 바지를 내린 조철봉이 마침내 팬티 차림이 되었다.
그순간 장선옥의 시선이 당연히 조철봉의 팬티로 옮아갔다.
다시 숨을 삼킨 장선옥이 눈을 치켜떴다.
보통이 아니다.
팬티를 찢을 듯이 안에서 치솟아오른 물건 때문이다.
크다. 굵기는 아직 모르겠고 너무 길다.
그때 조철봉이 장선옥에게 물었다.
“미안합니다. 얘가 주책없이 자주 서거든요. 그래서….”
“아, 아니.”
입안에 고인 침을 삼킨 장선옥이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온몸에 이가 기어다니는 느낌이 들었으므로 장선옥은
사지를 비틀고 나서 괜히 술병을 쥐었다.
저렇게 길게 솟은 물건은 첨 보았다.
그때 참 조철봉이 그랬지, 샘 끝까지 닿아본 경험이 없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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