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608. 인간의 진심 (8)

오늘의 쉼터 2014. 9. 27. 00:02

608. 인간의 진심 (8)

 

(1802) 인간의 진심-15

 

 

그시간에 김성산과 장선옥은 베이징 반점에서 5백미터쯤 떨어진

 

평양식당의 방 안에서 냉면을 먹는 중이었다.

“역시 평양 냉면이 제일이야.”

냉면 그릇을 들어 국물까지 다 마신 김성산이 입맛을 다시면서 말했다.

“내가 남한에 가서 평양 냉면 흉내를 낸 집을 여러 곳 다녔지만 이 맛은 못내.”

“함흥 냉면집도 꽤 있다던데요?”

장선옥이 묻자 김성산은 쓴웃음을 지었다.

“다 가짜지, 짝퉁이야.”

“아마 곧 조철봉이 안진식을 몰아붙여서 하수인으로 만들 것입니다.”

불쑥 장선옥이 말하자 김성산은 빙그레 웃었다.

“그쯤이야 조철봉한테는 일도 아니지.”

“조철봉도 따로 안진식의 비리를 조사했을 것입니다.”

“안진식이는 꼼짝할 수 없을 거야.”

“서울에서도 부정한 짓을 하던 작자니까 조철봉의 제의에 속으로는 기뻤을 것입니다.

 

시킨 일만 하면 돈이 굴러 들어오니까요.”

“썩었어, 한국 공무원 놈들.”

그러더니 김성산이 정색하고 장선옥을 보았다.

“그럼 우리한테 오는 리베이트 지분은 얼마인가?”

“1백억 기준으로 계산하면 안진식이 5억,

 

나머지 95억에서 공식적으로 50억을 넘기기로 했으니까

 

그걸 절반 쪼개면 우리 측의 몫이 25억 아닙니까?”

“복잡하군.”

“조철봉은 제 몫의 절반을 저한테 주겠답니다.”

“허, 통도 크네.”

“남은 45억에서도 절반이 제 몫이구요.”

“그럼 도대체 우리 몫이 얼마야?”

“1백억에서 공식적인 북한 측 몫이 25억, 제 몫이 35억, 그래서 60억이 됩니다.”

“머리 나쁜 놈은 이짓 못하겠군.”

“조철봉이는 35억을 먹지요.”

“대단해.”

그러고는 김성산이 방긋 웃었으므로 장선옥이 시선을 주었다.

 

김성산이 말을 이었다.

“조철봉이 말야, 장 부대표까지 손아귀에 넣으려고 했지 않아?”

“제가 그런 종류의 사기꾼을 러시아에서 많이 겪었습니다.”

정색한 장선옥이 말을 이었다.

“끝없이 사기를 치고 배신을 하지요.

 

제 이익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다 버릴 놈들입니다.”

“조철봉이가 그렇다고 생각하시나?”

김성산의 시선을 받은 장선옥이 확실하게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대표님.”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지?”

“몇번 겪어보면 알 수가 있죠.”

그러고는 장선옥이 눈웃음을 쳤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조철봉이 여자를 밝히는 이유를 알고 계십니까?”

“모르겠는데?”

“그것은 조철봉의 욕구 불만 때문입니다.”

“욕구 불만이라.”

“조철봉은 한국에서 숱한 여자와 관계를 맺었지만 오래간 여자가 드뭅니다.”

“허어, 그것까지 조사를 했나?”

“네, 그 이유도 분석해 보았습니다.”

김성산은 눈만 껌벅였고 장선옥의 말이 이어졌다.

“그자는 제 쾌락만 밝히는 바람에 여자를 즐겁게 해주지 못합니다.

 

이기적이죠.

 

사기꾼의 가장 기본적 특성입니다.

 

그래서 여자를 숱하게 바꾸면서 돈으로 입막음을 합니다.

 

그것도 사기꾼의 특성이죠.

 

입만 살아서 성에 대해서는 도통한 것처럼 지껄입니다.”

장선옥이 말에 열기가 띠어지고 있었다. 

 

 

 

 

(1803) 인간의 진심-16

 

 

남북한의 합작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중국 땅에 5개의 호텔과 8개의 대형 매장,

 

그리고 22개의 체인점식 식당을 세운다는 것이 1차 사업계획이었는데

 

1차 연도에 투입된 자금은 약 6000억원이었다.

 

1차 연도의 자금 전액이 한국 정부에서 결제된 날 밤에 조철봉과 최갑중은

 

베이징 시내의 한식당에서 마주 앉아 있었다.

 

공사는 이미 시작되었고 공사 주체는 중국 국적의 조선족 동포들이다.

 

그중에 이경애도 당연히 끼어 있었는데 황산 근처에 세워질 호텔 주인이었다.

 

이제는 중국술에 익숙해진 터라 조철봉과 최갑중은 50도짜리 백주를 마셨는데

 

가짜를 마셔 눈이 멀었다는 보도가 가끔 나왔기 때문에 찜찜하긴 했다.

“형님, 6000억에서 몇 프로를 먹으실 예정입니까?”

한 모금에 술을 삼킨 갑중이 불쑥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머리를 들었다.

 

본래 계획은 10%였으니 6백억이다.

 

그러나 그것은 조철봉의 재량이었다.

 

조철봉이 입을 열었다.

“오후에 장선옥이도 넌지시 그걸 묻더구먼. 그래서 곧 알려주겠다고는 했지.”

“안진식이도 잡아 놓았으니까 몇 퍼센트 부풀려서 빼내는 건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갑중의 시선을 받은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였다.

 

이제 조철봉이 얼마라고 지시만 내리면 남북한 양측은 손발을 맞춰

 

횡령 작전에 진입할 것이었다.

 

남북한 양측 자금 책임자인 안진식과 장선옥이 공모한 실정이었으니

 

그야말로 곳간 열쇠를 쥔 도둑이다.

 

그때 조철봉이 입을 열었다.

“나, 한국에 좀 다녀와야겠다.”

“아니, 왜요?”

하고 갑중이 묻자 조철봉은 혀를 찼다.

“인마, 집에 안 간 지 열흘이 넘었어.

 

내일 갔다가 며칠 있다 올 거다.”

“하긴 그러네요.”

회사 일은 화상 회의까지 되는 시대여서 어디서든 일을 보지만 집이야 어디 그런가?

 

머리를 끄덕인 갑중이 말했다.

“형수님 뵙고 오세요. 영일이도.”

“너도 집에 자주 다녀.”

“저야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갑중은 시선을 부딪치려고 하지 않았다.

 

베이징 시내에 아파트를 구해놓은 갑중은 조선족 아가씨하고 동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음날 오후,

 

서울에 도착한 조철봉은 시청 앞 시티호텔의 특실에서 두 사내와 마주 앉아 있었다.

 

두 사내는 국정원 정보실장 이강준과 제1차장 서한호였다.

 

서울에 도착한 조철봉이 면담 요청을 하자 둘은 두말 않고 이곳으로 장소를 정하고는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둘은 조철봉이 이야기를 시작해서 끝낼 때까지 한마디도 토를 달지 않았다.

 

말을 멈추고 있어도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었다.

 

이윽고 조철봉의 이야기가 끝났을 때 먼저 서한호가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길게 숨을 뱉었다.

 

얼굴에는 부드러운 웃음기가 떠올라 있다.

“대단하십니다, 조 사장님.”

서한호의 첫말이 그랬다.

 

눈만 껌벅이는 조철봉을 향해 서한호가 말을 이었다.

“먹고 먹히는 게임 같기도 하고 윈윈게임 같기도 하네요.”

그러더니 가라앉은 표정으로 조철봉을 보았다.

 

조철봉은 지금까지의 과정, 장선옥과의 합의 내용은 물론이고

 

안진식을 참여시킨 것까지 다 말해준 것이다.

“조 사장님은 앞으로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어떤 계획이라도 있으십니까?”

그러더니 다시 부드러운 웃음을 띠었다.

“조 사장님 같으신 분이 앞으로의 계획 없이 그냥 그 일을 다 털어 놓으시지는

 

않으셨을 것 같아서요.” 

 

 

 

'소설방 > 강안남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610. 인간의 진심 (10)  (0) 2014.09.27
609. 인간의 진심 (9)  (0) 2014.09.27
607. 인간의 진심 (7)  (0) 2014.09.27
606. 인간의 진심 (6)  (0) 2014.09.27
605. 인간의 진심 (5)  (0) 2014.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