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609. 인간의 진심 (9)

오늘의 쉼터 2014. 9. 27. 00:03

609. 인간의 진심 (9)

 

(1804) 인간의 진심-17

 

 

 

서한호와 이강준의 시선을 받은 조철봉이 입을 열었다.

“북한의 장선옥이도 이 내용을 상부에 보고했을 것 같습니다.”

서한호가 눈만 껌벅였고 조철봉의 말이 이어졌다.

“겉으로는 서로의 약점을 쥐고 있는 것처럼 행세하겠지만 결정적인 시기에

 

제 약점을 이용해서 뭔가를 할 겁니다.”

“제 목줄을 죄고 있다고 생각하겠죠.”

“그렇죠.”

겨우 머리를 끄덕인 서한호가 말을 이었다.

“조 사장님은 제 물음에 대답하지 않으셨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더불어.”

쓴웃음을 지은 서한호가 조철봉을 보았다.

“괜찮으시다면 이렇게 털어놓은 동기까지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장선옥이는 나를 철저하게 부패한 인간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철봉이 똑바로 서한호를 향한 채 말을 이었다.

“남한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것 같았습니다.

 

돈이면 다 통하는 사회고 부정부패가 만연해서 애국심 따위는

 

엿 바꿔 먹은 세상으로 말입니다.”

“…….”

“그런 분위기를 느끼자 구토가 나오려고 하더군요.

 

그것이 동기가 될 것 같습니다.”

다시 서한호가 머리만 끄덕였고 조철봉의 말이 이어졌다.

“어디, 그럼 진실게임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다, 네가 얼마나 돈의 유혹에 강한가 보자는 경쟁심도 일어났습니다.

 

누가 더 제 조국을 위하는지 보자는 시기심도 솟구치더군요.”

“아아.”

서한호가 어깨를 내려뜨리면서 탄성과 함께 긴 숨을 뱉었다.

“그러셨군요.”

“그 여자가 정말 그랬다면 크게 실수한 거죠.

 

내가 좀 썩고 냄새가 나는 놈입니다만 내 나라에 대한 자부심은

 

어느 놈한테도 지고 싶지 않거든요?”

“이해합니다.”

“제 앞으로의 계획은 협력사업의 성공과 함께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사람들을 장악하는 겁니다.”

긴장한 서한호와 이강준이 시선만 주었고 조철봉의 말이 이어졌다.

“장선옥부터 내 사람으로 만들 겁니다.

 

나는 대한민국 체제에 대한 자신이 있고 북한 사람들한테

 

무시받을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건조한 목소리로 서한호가 물었고 조철봉은 금방 대답했다.

“장선옥이를 한국측의 협력자로 만들고

 

중국의 남북 협력사업 주도권은 우리가 쥐게 되는 겁니다.”

“그렇지요.”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인 서한호가 조철봉을 보았다.

“저희들이 도와드릴 일은 무엇입니까?”

“일단은 장선옥과 계획한 대로 안진식을 끌어들이지요.

 

그리고 자주 보고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

쓴웃음을 지은 서한호가 옆에 앉은 이강준을 보았다.

“부끄럽습니다. 우린 안진식의 사생활까지 조사 못했습니다.”

“당연하지요.”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안진식한테 리베이트를 당분간 주도록 하지요.

 

나중에 게워내더라도 말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조철봉이 쓴웃음을 지었다.

“제 몫의 리베이트는 경비 빼고 국가에 다 반납하겠습니다.” 

 

 

 

 

(1805) 인간의 진심-18

 

 

 

첫 리베이트가 발생한 것은 공사가 시작된 지 열흘이 되었을 때였다.

 

공사비로 275억이 지급되었는데 그중 10% 가량인 27억이 리베이트였다.

 

공사 현장에서는 정확하게 청구서가 올라왔지만 자금 지급을 맡은

 

안진식이 10%를 부풀려 서류를 만들었던 것이다.

 

공동 자금 집행을 맡고 있는 장선옥이 확인을 해줌으로써 27억은 공중에 떴다.

 

완벽한 공조였다.

조철봉은 먼저 3%인 8100만원을 안진식에게 건네주었다.

 

그러고는 27억의 반인 13억5000에서 절반을 뚝 잘라 김성산에게 주었다.

 

6억7500이 북한측에 공식적으로 지급되는 이번 리베이트였다.

 

왜냐하면 장선옥은 북한측에 이번 리베이트가 13억5000이라고 보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머지 12억6900에서 다시 반을 떼어 이번에는 장선옥에게 주었다.

 

장선옥의 몫이다.

따라서 장선옥의 몫은 12억6900의 절반인 6억3450만원에다 13억5000의 반인 조철봉의 몫을

 

다시 반으로 나눠 갖게 됨으로써 3억3750만원, 합계가 9억7200, 북한의 공식몫은 6억7500,

 

조철봉의 몫도 장선옥과 같이 9억7200, 거기에다 안진식이 8100이니 딱 27억이 맞는다.

 

머리 나쁘면 사기 못친다.

 

계산을 잘 해야 되는 것이다.

리베이트는 일사불란하게 진행되었다.

 

분배를 맡은 조철봉은 북한의 공식 몫은 김성산에게 직접 주었으며 장선옥은 돈을 준비하고

 

저녁을 먹자면서 불러내었다.

“잘 되었죠?”

일식당의 방에 마주 앉았을 때 장선옥이 웃음띤 얼굴로 물었다.

 

장선옥의 표정은 활기에 차 있었다.

 

눈은 반짝였고 살색 루주를 바른 입술은 껍질을 벗긴 복숭아 같았다.

 

조철봉이 눈으로 방 구석에 놓인 가방을 가리켰다.

 

여행용 가방은 보기에도 묵직했다.

“달러하고 유로, 엔화로 바꿔 놓았습니다. 한화로 계산하면 9억7200만원이요.”

“거금이네요.”

가방에 시선을 주었던 장선옥이 다시 얼굴을 펴고 웃었다.

“저 돈으로 뭘 하죠?”

“이제 시작했을 뿐입니다.

 

아마 1년쯤 지나면 장선옥씨는 최소한 2000만달러는 챙기게 될 겁니다.

 

한화로 약 200억이죠.”

“어휴.”

“미국에 가도 억만장자 소리를 들을 겁니다.

 

그 돈만 가지면 평생 놀고 먹을 수가 있지요.

 

상류사회에서 말입니다.”

“상류사회란 뭐죠?”

장선옥이 웃음띤 얼굴로 물었지만 눈빛이 조금 가라앉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조철봉은 상관하지 않았다.

“쉽게 말하면 돈 많고 저명한 인사들이 사는 세상이죠.

 

물론 돈이 가장 중요한 요소고.”

“돈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당근이지.”

정색한 조철봉이 장선옥을 보았다.

“나는 돈을 우습게 아는 놈은 위선자처럼 느껴집디다.”

“이해가 가네요.”

그러면서 장선옥이 메뉴판을 집었으므로 조철봉은 벨을 눌렀다.

 

장선옥의 반응을 더 보고 싶었지만 말려들지 않는 것이다.

 

노련한 여자다.

 

제 남편을 공금 횡령으로 고발할 정도니 조철봉으로서는 처음 겪는 상대였다.

 

종업원이 들어와 주문을 받고 나갔을 때 장선옥이 말했다.

“조 사장님은 그 몫으로 뭘 하실 건데요?”

“미국에다 별장부터 하나 사 두려고 합니다.”

물어보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조철봉이 활기띤 표정으로 말했다.

“LA 근처 바닷가에 영화에서 보는 것 같은 별장이 많이 있다는군요. 거기서.”

조철봉의 목소리에 열기가 섞여졌다.

“호화판 생활을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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