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602. 인간의 진심 (2)

오늘의 쉼터 2014. 9. 26. 23:57

602. 인간의 진심 (2)

 

(1790) 인간의 진심-3

 

 

 

 

 

“저는 부대표가 모스크바에서 공부했다는 것하고 나이가 33세라는 것만 압니다. 다른 건.”

김갑수가 정색하고 머리를 저었다.

“모릅니다. 사장님.”

김갑수는 군 출신으로 사명감, 국가관, 충성심이 뛰어난 인물이다.

 

그가 조철봉을 사적으로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국가 비밀을 털어놓을 리는 없고

 

조철봉 또한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국가 기밀이 아닌 범위에서 정보를 듣고 싶었던 것이다.

 

김갑수는 ‘그건 기밀이기 때문에 알고 있지만 말할 수 없습니다’하고 말하는 성품이기도 했다.

“어쨌든 서른셋에 이 큰 사업의 자금을 총괄하는 부대표로 파견되다니, 대단하구만.”

조철봉이 감탄했다.

“더구나 미인인 데다 몸매도 모델 같던데. 난 처음에 특급 아가씨가 들어오는 줄 알았다니까.”

그러자 김갑수는 웃음만 띠었을 뿐 무례하게 맞장구를 치지는 않았다.

 

김갑수한테는 장선옥이 33세이며 모스크바에서 공부했다는 정보만 얻은 셈이 되었다.

 

그날 저녁,

 

조철봉이 차이나호텔 중식당으로 들어섰을 때 장선옥은 이미 밀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장선옥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조철봉을 맞았다.

 

크림색 투피스 차림의 장선옥은 마치 막 피어난 연꽃 같았다.

 

또다시 목구멍이 좁아지는 느낌이 들면서 심장박동이 커졌으므로 조철봉은 심호흡을 했다.

 

원탁에 마주 보고 앉자 장선옥이 웃음 띤 얼굴로 조철봉을 보았다.

“도대체 저 여자가 저 나이에 어떻게 부대표가 되었지? 라고 얼굴에 씌어져 있어요.”

“아, 그렇습니까?”

쓴웃음을 지은 조철봉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더구나 미인이시고 말입니다. 궁금한 것이 하나 둘이 아닙니다.”

“물어보세요. 대답해 드릴 테니까.”

그때 종업원이 들어왔으므로 둘은 돼지고기와 버섯볶음 요리, 면이 들어간 탕 종류에다

 

50도짜리 백주를 시켰다.

 

종업원이 방을 나갔을 때 조철봉이 물었다.

“결혼하셨습니까?”

“했다가 2년 만에 이혼했지요.”

마치 우유 먹다가 끊은 것처럼 장선옥이 간단하게 말했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장선옥이 풀썩 웃었다.

 

흰 이가 드러났고 한쪽 볼에 보조개가 파여졌다.

“이혼한 지는 3년 되었습니다. 다행히 아이는 없고요.”

“여기 부대표 되시기 전에는 뭘 하셨습니까?”

“러시아에서 무역을 했죠.”

“아아.”

“실적이 꽤 좋았습니다. 그래서 인정을 받은 것 같습니다.”

“그러셨군요.”

“이번에는 제가 여쭤볼까요?”

여전히 웃음 띤 얼굴로 장선옥이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머리를 끄덕였다.

 

이제는 장선옥의 시선이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뜨겁고 부드럽다.

 

카바레에서 작업이 한창 잘될 때의 여자 시선 같다.

 

그때 장선옥이 물었다.

“자금 배분은 어떻게 할까요?”

“네?”

되물었다가 바로 다음 순간 조철봉은 장선옥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그러고는 온몸에 냉기가 휘익 덮여졌다.

 

장선옥은 빼돌린 투자금의 분배율을 묻고 있는 것이다.

 

허리를 편 조철봉은 똑바로 장선옥을 보았다.

 

장선옥과 시선이 마주쳤다.

 

이건 양보할 사안이 아니다.

 

 

 

 

 

 

(1791) 인간의 진심-4

 

 

 

조철봉이 입을 열었다.

“이번 사업에서 발생하는 비자금은 반씩 나누기로 합시다.”

이제는 정색한 장선옥이 시선만 주었고 조철봉의 말이 이어졌다.

“물론 자료는 그쪽에서 만들어야죠. 돈은 내가 만들 테니까.”

“알겠습니다.”

장선옥이 머리를 끄덕이더니 문득 물었다.

“그쪽 부사장이 자금 집행을 하지요?”

“그렇게 되었어요.”

“만일 그 사람이 유고시에는 누가 대행하게 될까요?”

장선옥의 시선을 받은 조철봉이 심호흡을 했다.

 

지금 장선옥은 자금을 맡은 부사장 안진식이 없어졌을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그때는 관리담당 전무 박윤기가 맡게 되니까 어차피 마찬가지가 돼요.”

초절봉이 말을 이었다.

“내가 자금을 쥐려면 한국 정부에서 파견된 인사가 없어야 됩니다.

 

박윤기가 교통사고를 당한다면 곧 다른 사람으로 교체될 테니까요.”

“방법이 없을까요?”

눈썹을 좁힌 장선옥이 똑바로 조철봉을 보았다.

 

조철봉은 장선옥의 검은 눈동자에 자신의 얼굴이 박혀 있는 것을 보았다.

 

이윽고 조철봉이 입을 열었다.

“두가지 방법이 있지요.”

그때 문이 열리면서 종업원들이 요리를 들고 들어왔으므로 대화가 잠시 끊겼다.

 

종업원들이 돌아가자 젓가락을 든 조철봉이 장선옥에게 음식을 권하고는 말을 이었다.

“첫째는 중국 정부측과 은밀하게 공작을 해서 평화무역이 실은 한국측 정부가 투자한

 

기업이라는 것을 알리는 겁니다.

 

그럼 중국 당국은 불쾌할 겁니다.

 

북한의 천리마무역과는 입장이 다르니까요.”

“그건 처음부터 검토되었던 방법이었지 않습니까? 그런데.”

장선옥이 정색한 채 말을 계속했다.

“그렇게되면 사업 기반이 흔들릴 염려가 있고 평화무역과 제휴한

 

우리 천리마무역까지 영향을 받을 것 같아서 방법을 조정하는 중입니다만….”

“또 한가지 방법은.”

조철봉이 장선옥의 말을 잘랐다.

 

장선옥의 시선을 받은 조철봉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안진식과 박윤기를 매수하는 겁니다.”

“매수라뇨?”

놀란듯 장선옥이 눈을 둥그렇게 뜨고 묻자 조철봉은 입맛을 다셨다.

“뇌물을 먹여서 아예 동업자로 만드는 거죠.”

“가능할까요?”

“치밀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그래야겠죠.”

“작전 준비도 철저히 해야 되고.”

“당연히.”

입안에 고인 침을 삼킨 장선옥이 똑바로 조철봉을 보았다.

“저희들이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그때는 내가 말씀드리지요.”

“만일 그 방법이 성공한다면.”

어깨를 늘어뜨린 장선옥이 가늘게 숨을 뱉고 나서 말을 이었다.

“제일 무난한 방법 같습니다.”

“둘이 한국에서 뇌물을 먹어본 경험이 있다면 백발백중입니다.”

돼지고기를 씹어 삼키고 난 조철봉이 장선옥을 향해 빙그레 웃었다.

“한번 먹으면 계속 먹게 되어 있거든요.”

“제가 듣기로는.”

장선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국 공무원들이 뇌물 잘 먹는다던데요? 제가 한국 신문을 자주 보거든요.”

기분이 좀 언짢았으므로 조철봉은 가만 있었다. 

 

 

 

'소설방 > 강안남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604. 인간의 진심 (4)  (0) 2014.09.26
603. 인간의 진심 (3)  (0) 2014.09.26
601. 인간의 진심 (1)  (0) 2014.09.26
600. 협력(12)  (0) 2014.09.25
599. 협력(11)  (0) 2014.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