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599. 협력(11)

오늘의 쉼터 2014. 9. 25. 10:47

599. 협력(11)

 

 

 

(1784)  협력-21 

 

 

나이트클럽에 갔을 때 조철봉은 웨이터의 선택에 의존했다.

 

그것은 조철봉뿐만 아니라 모든 손님들한테 다 적용되는 방식이다.

 

담당 웨이터가 없는 손님이 입장하더라도 곧 웨이터가 붙는다.

 

그래야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나이트클럽에서 웨이터 없이 놀겠다면 손님이 직접 주방에 가서

 

술과 안주를 날라 와야 될 것이다.

 

그리고 여자하고 부킹은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남자는 물론이고 여자 손님 모두 담당 웨이터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웨이터는 웨이터끼리 서로 타협하고 논의하며 양보를 해서 손님들을 엮어준다.

 

그런데 난데없이, 웨이터도 없는 손님이 뛰어나와 제 손님을 가로챈다고?

 

안 될 것이다.

 

웨이터는 제 손님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특히 단골은 제 형제자매보다 더 끔찍하게 챙긴다.

 

난데없이 뛰어든 남자가 아무리 매너가 좋고 잘생겼더라도 웨이터가 제 여자 손님한테

 

 ‘저 작자 전과자입니다, 아마 살인이었을 걸요?’

 

한마디면 대경실색 내지는 기절초풍이다.

 

조철봉이 손수 고르겠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77번을 배경에 깔고 노는 것이다.

 

혼자 휘젓고 다녀도 뒤에서 77번이 다 수습해준다.

 

위스키를 한잔 마시고 난 조철봉은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금방 77번이 옆으로 다가왔다.

“저기 빈자리가 있습니다.”

조철봉의 의도를 알고 있는 77번이 기둥 옆의 빈자리를 눈으로 가리켰다.

“제가 맥주 몇 병 가져올 테니까 거기 앉아서 둘러보시지요.”

위치가 좋았다.

 

기둥에 막혀서 둘씩 의자가 따로 떨어진 때문에 손님들이 기피한 것이지

 

플로어와 홀을 다 둘러볼 수 있는 위치였다.

 

조철봉이 자리에 앉자 먼저 두 테이블 건너편의 여자 일행 넷이 힐끗거렸다.

 

홀은 손님들로 혼잡했는데 빈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홀 안을 둘러본 조철봉은 플로어 왼쪽 테이블에 모여 앉은 여자 다섯 명이

 

잘 팔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웨이터들이 주변에 진을 치고 있었지만 다섯 명 모두 꿈쩍 않는다.

 

웨이터들은 모두 제 손님들한테 엮어주려고 기를 쓰고 있는 것이다.

 

그때 77번이 맥주와 안주를 보조한테 들려오더니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선수들이죠. 웨이터들도 분위기 띄우려고 저러는 겁니다.”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였다.

 

나이트클럽에서 장식용으로 데려온 일명 선수다.

 

물론 선수들도 술 마시고 같이 춤추고 마음에 맞으면 2차도 간다.

 

따라서 전문가들도 구분하지 못하고 웨이터에게 데려오라고 성화를 부리는 것이다.

 

웨이터들은 다 알고 있지만 분위기상 단골들한테도 말해주지 않는다.

 

그런데 77번은 탁 털어놔버린 것이다.

“저쪽 어떻습니까?”

하고 77번이 오른쪽을 가리켰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은 벽 옆에 붙은 테이블로 여자가 셋 앉았다.

 

거리가 좀 멀어서 얼굴 윤곽은 흐렸지만 몸매는 괜찮은 것 같다.

“제일타운에서 옷가게를 하는 여자들인데 셋 다 괜찮습니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77번이 빙긋 웃었다.

“즉석도 가능합니다.”

“글쎄, 난 길어서.”

정색한 조철봉이 77번을 똑바로 보았다.

“최소 한 시간이란 말야.”

“압니다, 사장님 세시다는 것.”

77번도 정색하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먼저 한 명 데려올까요?

 

방은 그 방 쓰셔도 됩니다.

 

최사장님은 여기서 기다리시면 되겠네요.”

 

 

 

 

 

(1785)  협력-22

 

 

77번이 모시고 온 여자는 30대 중반쯤으로 보였지만 40대일 수도 있다.

 

여자를 많이 겪은 조철봉이었으나 나이 맞히기는 자신이 없다.

“이연숙이라고 해요.”

옆에 앉은 여자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쇼트커트한 머리에 웃을 때 보조개가 드러났다.

 

둥근 얼굴에 쌍꺼풀이 없는 눈, 평범한 용모였지만 태도에 자신감이 느껴졌다.

“조철봉입니다.”

정색한 조철봉이 여자의 시선을 똑바로 받았다.

“여기 분위기가 참 밝아졌습니다. 전에는 좀 어두웠는데.”

그러자 이연숙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요, 밝고 가벼워졌죠.”

“운동회 끝나고 회식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운동회요?”

되묻고 난 이연숙이 피식 웃었다.

“하긴 요즘 이런 데 와서 부끄럼 타는 여자는 없는 것 같아요.”

“난 이런 데 10년쯤 다니고 있습니다.”

“저도 7, 8년 돼요.”

그러더니 이연숙이 지그시 조철봉을 보았다.

“자리로 돌아갈게요.”

“아니, 왜?”

“그쪽에서 열기가 느껴지지 않네요.”

“그렇습니까?”

그러자 이연숙이 다시 이를 내보이며 소리 없이 웃었다.

“아마 나도 마찬가지겠죠?”

“아닙니다.”

정색한 조철봉이 머리까지 저었다.

“곧장 방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좀 내키지 않았을 뿐입니다.

 

오랜만에 와 보니까 적응이 안 되네요.”

“그럼.”

자리에서 일어선 이연숙이 조철봉을 내려다 보았다.

“제 친구를 보내 드릴게요.”

그러고는 이연숙이 제자리로 돌아가 버렸으므로 조철봉은 입맛을 다셨다.

 

그러나 이연숙이 선수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선수는 느낌을 정확하게 받는 것이다.

 

그리고 이연숙의 느낌은 정확했다.

 

조철봉의 욕망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 소리 없이 77번이 옆으로 다가와 섰다.

“다른 파트너를 불러 드릴까요?”

베테랑 77번은 이연숙이 떠난 이유를 묻지 않았고 조철봉을 위로해주지도 않았다.

 

이미 끝난 일인 것이다.

“아니, 친구 보낸다고 했어.”

조철봉이 말하자 77번이 정색했다.

 

조철봉 같은 선수가 그 말을 믿는 것에 놀란 모양이었다.

 

여자들이 떠날 때 자주 쓰는 베스트 5 안에 친구 보낸다는 말이 들어가 있을 것이다.

 

77번의 표정을 본 조철봉이 쓴웃음을 지었다.

“내버려 둬, 서둘지 말고.”

그때였다.

 

테이블로 여자 하나가 다가왔고 77번이 반색을 했다.

“아이고. 진짜 오셨네.”

이연숙이 친구를 보냈다는 말이었다.

“안녕하세요.”

웃음 띤 얼굴로 인사한 여자가 조금 전에 이연숙이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

“전 박은희라고 합니다.”

“조철봉입니다.”

머리를 숙였다 든 조철봉은 그 사이에 77번이 사라진 것을 알았다.

“왜요? 연숙이가 땡기지 않으세요?”

하고 박은희가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연숙씨가 급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자 박은희가 따라 웃었다.

“그래요, 맞아요.”

박은희는 화사한 분위기였다.

 

갸름한 얼굴형에 늘씬한 체격, 긴 머리는 파마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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