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591. 협력(3)

오늘의 쉼터 2014. 9. 25. 10:40

591. 협력(3)

 

 

 

(1768)  협력-5 

 

 

눈을 뜬 김수연이 조철봉과 시선이 마주치자 수줍게 웃었다.

 

화장기가 없는 뽀얀 얼굴에 떠오른 웃음이 꼭 금방 열린 꽃 같았다.

 

오전 10시 반, 조철봉은 어젯밤을 수연과 함께 지낸 것이다.

“어머, 벌써 10시 반이네.”

시계를 본 김수연이 놀라 일어나더니 젖가슴을 손으로 가리고 옷을 챙겼다.

 

그러고는 서둘러 욕실로 들어갔으므로 조철봉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제밤에는 파트너 중 하나인 양윤지하고 밤을 보냈으므로 파트너 둘을

 

호텔 방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대충 옷을 걸친 조철봉이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마시고 있을 때 김수연이 욕실을 나왔다.

 

재킷은 팔에 걸치고 셔츠에 스커트를 단정하게 입었다.

“왜? 빨리 가야 돼?”

조철봉이 묻자 김수연은 머리를 저었다.

“아뇨, 선생님이 바쁘실 것 같아서.”

“난 안 바빠.”

눈으로 앞쪽 자리를 가리켜 보인 조철봉이 김수연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시늉을 했다.

“옷을 입은 모습도 섹시하군.”

“아이, 그러지 마세요.”

몸을 비튼 김수연이 앞쪽 의자에 앉았다.

 

여전히 무릎을 딱 붙인 단정한 자세였다.

 

조철봉의 얼굴에 슬쩍 웃음기가 지나갔다.

“어젯밤, 좋았어?”

“몰라요.”

김수연의 볼이 금방 붉어졌다.

 

그러나 어젯밤의 김수연은 불덩어리 같았다.

 

그리고 적극적이었다.

 

몇 번이나 절정에 올랐는지 모른다.

 

의자에 등을 붙인 조철봉은 김수연을 훑어보며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양윤지는 아침에 호텔에서 나갈 때 조철봉이 준 달러를 기어코 받지 않았다.

 

나중에는 울상을 짓고 도로 내미는 바람에 조철봉은 포기해야만 했던 것이다.

 

아마 김갑수한테서 단단히 주의를 받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조철봉한테는 빈손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난처하다 못해 혼란스러웠다.

 

조철봉이 좋아서 양윤지가 호텔 방에 따라온 것이 아닌 것이다.

 

양윤지는 누가 시켰건 간에 봉사를 했다.

 

봉사를 했으면 당연히 당사자한테서 대가를 받아야하는 것이다.

 

그 대가를 김갑수가 준다고 해도 꺼림칙했다.

 

김갑수가 조철봉식 사고를 이해한다면 조철봉이 직접 대가를 지불하도록 해야 정당하다.

“난 곧 남북한 협력사업을 할 거야.”

조철봉이 불쑥 입을 열었다.

 

김수연과 양윤지는 그날 밤 이야기를 다 들었으니 알고 있을 것이었다.

 

김수연이 차분한 표정으로 시선을 주었고 조철봉은 말을 이었다.

“난 말이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었는데 앞으로는 돈을 쓰는 재미로 살 거야.”

김수연은 눈만 깜박였다.

“요즘 돈을 좀 써봤더니 몸의 때가 벗겨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몸 안의 때가 말야.”

“…….”

“비행기 일등석 타봤어? 거기 말야, 서비스가 끝내주고 의자도 침대만 해.

 

내가 돈 벌었을 때 제일 먼저 돈 쓰는 재미를 붙인 게 비행기 일등석이었지.”

“…….”

“그런데.”

입맛을 다신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그땐 내가 사기를 좀 치고 다닐 땐데 그 돈으로 일등석을 타려니까 좀 켕기더구먼.”

“…….”

“그런데 요즘은 안 그래. 다른 놈들이 어떻게 보건 난 떳떳하니까,

 

떳떳하게 번 돈으로 일등석 타고 다니는 나한테 지랄하는 놈이 있다면

 

그놈이 미친놈이고 반역자야.” 

 

(1769)  협력-6 

 

 

조철봉이 정색하고 김수연을 보았다.

“내 말은 사람은 일한 대가를 떳떳하게 받아야 된다는 거야.

 

그 돈을 떳떳하게 쓰고 말이지.”

그때 김수연이 입을 열었다.

“무슨 말씀 하시려는지 잘 압니다.”

그러고는 조철봉을 향해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하지만 저는 진심으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나한테 말인가?”

“조국을 위해서요.”

그 순간 조철봉은 숨을 멈췄다.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철봉은 김수연을 똑바로 보았다.

 

김수연도 시선을 내리지 않았으므로 둘은 정색하고 마주보았다.

“알았어.”

이윽고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였다.

“진심인 것 같군.”

“그럼요.”

다시 밝게 웃은 김수연이 말을 이었다.

“선생님은 우리 동지이십니다.

 

동지를 위한 일은 곧 조국을 위한 일이기도 하거든요.”

이것도 맞는 말이다.

 

물론 김수연의 관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조철봉은 김수연의 사고를 흔들 생각은 없었다.

 

김수연은 말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렇게 교육을 받아온 것이다.

 

일등석 개념 따위는 김수연에게 전혀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으므로 조철봉은 전화기를 들었다.

 

방 전화였다.

“예. 조철봉입니다.”

“전 김갑수입니다.”

언제나 차분한 김갑수의 목소리가 울렸다.

“조 사장님, 오늘 저녁에 저희 김성산 대표께서 식사를 같이 하시자는데요.”

“아, 좋아.”

그랬다가 조철봉이 바로 물었다.

“김성산 대표라고 했어? 아니, 김 대표는 지금 평양에 계시지 않아?”

“오늘 아침에 다시 대표로 부임해 오셨습니다.”

“잘됐군.”

조철봉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잘 아는 분이 오셔서 아주 잘됐어.”

“7시에 북경호텔 지하 한식당이 어떻습니까?”

“좋아. 그쪽 참석 인원은 누군가?”

“저하고 대표님이십니다.”

“난 비서하고 같이 가겠네.”

전화기를 내려놓은 조철봉이 이제는 옆모습을 보이며 앉아있는 김수연에게 말했다.

“중국에서 돈을 벌 거야.”

김수연의 시선을 받은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물론 북한하고 같이, 조선족을 전면에 내세우고 말야.”

“…….”

“난 며칠 전에 옌지에서 만난 조선족 여자 아이를 칭다오로 데려왔어.  

 

걔는 며칠 후부터 내 회사에 다니면서 밤에 공부를 하게 될 거야.”

“…….”

“돈을 벌겠다는군. 걔도.”

“…….”

“목적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의 능률은 없는 사람보다 몇배나 높지.”

“…….”

“그것도 구체적인 목표를 세운 사람은 더.”

그러고는 조철봉이 김수연을 향해 빙그레 웃었다.

“앞으로 김수연씨가 돈 모아서 차를 산다든가,

 

하다못해 시집갈 자금을 모은다는 목적을 세우게 되면 내가 자주 만나고 싶어지겠는데,

 

그렇게 될까?”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김수연이 따라 웃었다.

 

그러나 속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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