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593. 협력(5)

오늘의 쉼터 2014. 9. 25. 10:42

593. 협력(5)

 

 

 

(1772)  협력-9 

 

 

 이경애가 방으로 들어섰을 때 최갑중의 두 눈이 번들거렸다.

 

눈동자가 흔들렸고 침까지 삼켰다.

 

갑중에게 이경애를 소개한 조철봉이 쓴웃음을 지었다.

 

갑중은 조철봉과 이경애간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을 확신하는 눈치였기 때문이다.

 

저런 여자를 가만 두었을 리가 없지 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조철봉은 내버려 두었다.

“이경애씨가 천리마무역 대표부에 가서 협력사업 계획서를 받아오도록.”

조철봉이 앞쪽에 앉은 이경애에게 말했다.

“김성산 대표가 서명을 해 놓았다고 했어,

 

그리고 북한의 대외협력부장이 보낸 추천서도 있다니까 그것까지 가져오도록.”

“네, 사장님.”

이경애도 김성산과의 회담에 참석했으므로 내용을 안다.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이경애에게 조철봉이 말했다.

“이경애씨는 앞으로 남북조 협력사업 일을 해 줘야겠어.

 

베이징에 따로 사무실도 열 테니까 말야.”

“열심히 하겠습니다.”

금방 얼굴이 상기된 이경애가 머리를 숙여 보이더니 방을 나갔다.

 

조철봉이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가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딴전을 보고나서 와락 머리를 갑중에게로 돌렸다.

 

갑중이 계속해서 시선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자식아, 이번은 틀렸다.”

조철봉이 꾸짖듯 말했을 때 갑중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가 말씀입니까?”

“네 놈 추측이.”

“도무지 무슨 말씀인지 저는.”

“네 놈 얼굴에 다 써있어, 이 자식아.”

“제가 어때서요?”

하면서도 갑중이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었다.

 

쓴 웃음을 지은 조철봉이 말했다.

“이유는 없어, 그러니까 언젠가 그런 기회가 올지도 모르지.”

“열흘 동안 같이 지내셨는데도 말입니까?”

“같은 방을 썼어. 한 침대에서 자고.”

그러자 갑중의 시선이 번개처럼 빠르게 조철봉의 다리 사이를 스치고 지나갔다.

“괜찮으십니까?”

“이상 없다.

 

어제, 그제 밤은 김갑수가 소개시켜 준 아가씨 둘을 번갈아서 여기로 데려왔어.”

“대단하십니다.”

“그쯤이야, 며칠 간이라도 계속.”

“아니, 저는 이경애씨를 그냥 놔두신 것이 말씀입니다.”

“고동수는 아예 그럴 조건으로 월 2만위안에 고용했기 때문에 이경애도 각오하고 있었어.”

“하긴 차려 놓은 밥상 앞에서는 신문도 보고 TV도 볼 여유가 있지요.”

“그럼 도둑 밥을 먹는 놈들이나 그 짓을 한다는 거냐?”

입맛을 다신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난 계획서하고 추천서를 갖고 한국에 들어갔다 올 테니까

 

넌 여기서 내 대신 준비를 해야겠다.”

“이번 사업은 규모가 크겠는데요.”

이제는 갑중도 정색했다.

“잘만 하면 손도 안대고 코를 풀게 되겠습니다, 형님.”

“코를 풀다니?”

눈을 치켜뜬 조철봉이 쓴 웃음을 지었다.

“임마, 지금부터 마음을 바꿔 먹어.

 

남북조 협력사업으로 남북한과 중국의 조선족이 함께 번영한다고 말야.”

“그렇죠.”

정색한 갑중이 머리를 끄덕였다.

“사기를 치려면 먼저 저 자신부터 속여라,

 

이건 형님이 오래 전에 저한테 수십 번이나 가르쳐 주신 교훈이었죠.”

그러고는 복창했다.

“우리는 남북조 협력사업으로 번영한다.” 

 

(1773)  협력-10 

 

 

“으응.”

서류를 훑어보고 난 통일부 차관 박종성은 신음 같은 탄성을 뱉었다.

 

눈을 가늘게 뜬 박종성이 서류 밑의 서명을 살펴 보고 나서 머리를 들었다.

“틀림없지요?”

“네? 뭐가 말씀입니까?”

뭐가 틀림없느냐고 물었는지 뻔히 알면서도 조철봉이 되물었다.

 

그러자 박종성이 헛기침을 했다.

“아닙니다.”

대한민국에서 누가 통일부 차관한테 가짜 서명이 든 서류를 내밀겠는가?

 

미친 놈이나 목숨을 내놓은 놈이 아니면 그런 짓 못한다.

 

박종성의 시선이 옆에 앉은 협력국장 안태성을 스치고 지나갔다.

 

서류는 이미 안태성의 확인을 거치고 온 것이다.

 

남북한의 적극적인 협력사업, 장소가 중국 땅인 것이 조금 걸렸지만

 

북한측이 기획했다는 계획서를 보자 박종성의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북한에다 무조건 퍼준다고 별소리를 다 들었어도 박종성은 나름대로 소신이 있었다.

 

북한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측의 고자세와 상대적으로 한국 측의 저자세를

 

비난하지만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자존심과 아량이다.

 

어쨌든 간에 남북 관계는 한국이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자존심을 세워주면서 함께 나아가자,

 

이것이 박종성의 소신이다.

 

이윽고 박종성이 입을 열었다.

“취지는 좋습니다. 그런데 자금이 많이 필요하군요.”

“예, 그렇습니다.”

조철봉이 똑바로 박종성을 보았다.

 

자금 산출은 조철봉이 했다.

 

기조실의 특별팀을 동원해서 북한 측이 세운 계획안에 맞춰 필요 자금을 산출한 것이다.

 

1차 필요자금은 6000억원, 2차연도인 내년에는 약 1조가 필요했다.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잘 아시다시피 중국 정부는 한국이나 북한 정부 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합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민간 기업이 투자하는 형식으로 진출하는 것이….”

“그건 저도 압니다.”

머리를 끄덕인 박종성이 조철봉을 보았다.

 

호의적인 시선이었다.

 

둥근 얼굴에 웃음기까지 띠어져 있다.

“북한 대외협력부장 유현수씨를 잘 아십니까?”

“예, 좀 압니다.”

조철봉이 박종성을 똑바로 보았다.

 

유현수는 만난 적도 없다. 이름만 들었을 뿐이다.

 

그러나 앞으로 만날 기회는 있을 것이다.

 

박종성이 조철봉의 시선을 받더니 다시 머리를 끄덕였다.

 

조철봉이 거짓말을 할 때 상대방을 똑바로 보는 버릇이 있다는 것을 박종성이 알 리가 없다.

“유 부장까지 조 사장님을 신뢰하고 계시다니 놀랍습니다.”

박종성이 부드럽게 말하자 조철봉이 무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제가 북한 측과 중국에서 꽤 오랫동안 동업을 해왔는데 천리마무역 대표가

 

이번에 저하고의 협력사업 때문에 교체되었습니다.

 

이번 대표는 저하고 첫사업을 했지요.”

이것은 사실이다.

 

사실과 거짓말이 적당하게 섞여지면 시멘트가 배합되는 것처럼 더 단단하게 굳어진다.

“알겠습니다.”

마침내 머리를 든 박종성이 조철봉에게 말했다.

“장관님께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관계 기관이나 윗분들께서 여러가지 지침을 내려 주실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정색한 조철봉이 앉은 채로 허리를 숙여 절을 했다.

“남북한 경제발전과 협력이 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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