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589. 협력(1)

오늘의 쉼터 2014. 9. 25. 10:39

589. 협력(1)

 

 

(1764)  협력-1 

 

 

 

 

그랬다. 처음 칭다오에서 K-TV를 설립할 때 조철봉은 자본과 아이디어를 냈고

 

북한측 천리마무역은 인력과 경호를 맡는 한편 관공서 로비까지 해결해 주었다.

 

손발이 잘 맞았으며 서로를 존중했다.

 

한번도 양자간에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지금도 그렇다.

 

중국 시장이란 객지에서 남북한 양자가 모두 이방인 신분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양자에게 중국 정부나 시장은 공동의 목표인 것은 맞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둘이 룸살롱 ‘평양’에 들어섰을 때는 밤 9시가 되어갈 무렵이었다.

 

‘평양’은 베이징 최고의 룸살롱이 되어 있었는데 중국의 거부는 물론이고 고위관리,

 

외교관들도 이곳을 자주 이용했다.

 

지난달에는 프랑스 대통령까지 이곳에서 놀다 갈 정도로 명소가 되어 있었다.

 

조철봉이 안내된 방은 ‘평양’에서도 최고급 특실인 ‘대동강’룸이었다.

 

소파에 앉아 벽을 장식한 벽화를 둘러보는 조철봉에게 김갑수가 설명했다.

“모두 영웅화가들이 직접 그린 그림입니다.

 

이곳에 들른 프랑스 대통령도 감탄을 하더군요.”

‘평양’은 룸이 50개에 아가씨들만 500명을 갖춘 룸살롱이다.

 

6층 건물의 지하층은 대형 목욕탕과 안마시설이 갖춰져 있고 1층은 휴게실과 식당,

 

그리고 2층부터 6층까지가 룸이었는데 대형 연회장도 3곳이나 된다.

 

그때 방문이 열리더니 마담이 아가씨 셋을 데리고 들어섰다.

 

시선을 든 조철봉은 숨을 멈췄다.

 

미녀를 볼 때마다 조철봉은 조물주의 한도 끝도 없는 능력을 깨닫게 된다.

 

어떻게 이렇게 다른 모습으로 미인이 만들어진단 말인가?

 

지금까지 순위 경쟁으로 살아온 조철봉이다.

 

3등 위에 2등, 2등 위에 1등이 있다고 믿었던 고정관념이 미녀를 만날 때마다 깨진다.

 

다 1등이다.

 

다 특별하고 다 목이 멜 것 같은 미녀들이다.

 

지금 들어선 셋도 그렇다.

 

제각기 다른 모습이면서 누구 하나 빠뜨리고 싶지 않은 미인이다.

 

그때 마담이 말했다. 마담도 절색이다.

 

절대로 셋에 뒤지지 않았지만 나이가 좀 들었다.

“너희 둘은 저쪽에.”

그것으로 배분이 끝나버렸다.

 

마담이 둘을 조철봉의 파트너로 지명한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자연스럽게 김갑수 옆에 앉았다.

 

마담이 방을 나갔을 때 조철봉의 오른쪽에 앉은 미녀가 일어서더니 자신을 소개했다.

“김수연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전 양윤지라고 합니다.”

하고 왼쪽이 뒤를 따랐으며 김갑수의 옆에 앉은 미녀도 제 소개를 했다.

“이번에 채용한 직원들이죠.”

김갑수는 아가씨들을 직원이라고 불렀다.

“모두 대졸에 중국어에다 외국어를 하나씩 합니다.”

“으음.”

감탄한 조철봉이 먼저 김수연을 보았다.

“몇살이냐?”

“스물넷입니다.”

조철봉이 머리를 왼쪽으로 돌리자 양윤지가 대답했다.

“전 스물셋입니다.”

“훌륭하다.”

심호흡을 한 조철봉이 이제는 김갑수에게 물었다.

“특급이군.”

“그렇습니다. 특급이 50명쯤 있지요.”

“으으음.”

“1급 수준이 100명 정도.”

그러고는 김갑수가 얼굴을 펴고 웃었다.

“그리고 봉사료는 절반씩 나눕니다.

 

절반은 직원들 몫으로 배분되지요.

 

그랬더니 매상이 두배나 뛰었습니다.

 

직원들이 분발했기 때문이지요.”

로마에서는 로마 환경에 따라야 되는 것이다. 

 

(1765)  협력-2 

 

 

 

 

“그래서 말인데.”

조철봉이 입을 열었다.

 

좌우에 앉은 김수연과 양윤지는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종업원들이 가져다 놓은 안주를

 

작은 접시에 나눠 담고 얼음 냉수를 만들었는데 숨소리도 내지 않았다.

 

동작이 부드럽고도 요령이 있어서 헛손질이 없다.

 

조철봉이 정색하고 김갑수를 보았다.

“내가 요즘 며칠간 중국땅에 시장조사를 다니다가 마음먹은 일이 있어.”

김갑수가 상반신을 세우고는 긴장했다.

“겨우 기반을 굳혀 놓았다가 중국인 경쟁자나 배신자한테 당해서 거지가 된

 

한국인 사업가를 많이 보았어. 조선족 출신으로 거부가 된 사업가도 있었고

 

물론 중국인 동업자를 잘 만나서 사업이 크게 일어난 사람들도 있었는데.”

한모금 위스키를 삼킨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김 사장이나 나한테 중국은 타국이야. 타국에서 기반 굳히기는 힘들어.

 

한국도 마찬가지야. 한국에서 중국인이 사업을 일으켜서 돈을 왕창 번다고 생각해 보라고.

 

기분이 좋겠는가?

 

만일 중국 사업가가 조그만 불법 행위라도 한다면 들고 일어나겠지. 안 그래?”

“그렇긴 합니다.”

“우리도 조심해야 돼.”

잔에 남은 위스키를 마신 조철봉이 정색하고 김갑수를 보았다.

“언제 어떤 식으로 꼬투리를 잡힐지 모른단 말이야.”

“그래서 조심하고 있습니다.”

“그것 가지고는 안 돼.”

머리를 저은 조철봉이 목소리를 낮췄다.

“3자가 협력해야 돼. 그러면 안전해.”

“3자라니요?”

눈을 크게 뜬 김갑수를 향해 조철봉이 또박또박 말했다.

“조선족, 한국, 북한 말이야.”

“아하.”

금방 깨달은 김갑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조선족까지 3자군요.”

“그렇지. 조선족은 중국인이야. 중국 국적이 있으니까 그들을 표면에 내세우는 거야.”

“거기에다 한국의 자본과 기획, 북한의 인력과 로비가 더해진다는 말이군요.”

김갑수가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였다.

“방심하고 있었습니다. 상부에 건의해서 조처를 하겠습니다.”

“조선족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거야. 서로 협력하자는데 거부할 이유가 없지.”

다시 술잔을 든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나는 조선족 사내가 한국에다 현지처를 두고 100억원대 빌딩을 갖고 있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거든. 그래서 중국땅에 시장 조사를 나오게 되었는데.”

머리를 든 조철봉이 쓴웃음을 지었다.

“결국 그 조선족도 중국인이었단 말이야.

 

그런 관점에서 보니까 중국에서 그들의 이용가치가 있더란 말이지.”

“어떤 사업을 계획하십니까?”

“관광지에다 호텔을 몇개 세우고 싶어.”

“현지 조사는 우리가 맡을까요?”

“같이 하자고.”

“알겠습니다.”

얼굴을 활짝 펴고 웃은 김갑수가 조철봉을 보았다.

“상부에서는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입니다.”

“한국에서 몰려온 관광객들의 돈만 걷어들여도 손해는 나지 않을 거야.”

“이젠 중국인들 돈도 걷어야 합니다.”

흥이 난 김갑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뭐 하는 거냐? 너희들.”

김갑수가 직원들을 둘러보며 소리쳤다.

“자, 장기 자랑이나 해봐라. 어서.”

그러자 김수연이 일어섰다.

“제가 노래 한 곡 부르겠습니다.”

손발이 맞는다.

 

조철봉도 흥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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