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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 22장 내분이 일어나다 [10]

오늘의 쉼터 2014. 9. 25. 08:29

<237> 22장 내분이 일어나다 [10]

 

 

(469) 22장 내분이 일어나다 <19>

 

 

 

 

 

“말씀 드릴 것이 있는데요.”

신의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이다.

 

서동수 동성1호기는 신의주장관 전용기로도 쓰이고 있었는데

 

복도에서 만난 부장관 최봉주가 말한 것이다.

 

표정이 굳어 있었으므로 서동수는 머리만 끄덕이고 앞장을 섰다.

 

잠시 후에 둘은 앞쪽 회의실에서 마주앉았다.

 

순항 고도에 오른 비행기는 허공에 멈춰 서 있는 것 같다.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린 최봉주가 입을 열었다.

“북조선에서 신의주 발전을 방해하는 세력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서동수는 시선만 주었고 최봉주가 말을 이었다.

“신의주 발전과 북남 간 평화 분위기 조성, 그리고 북남평화통일에 대한 반대 세력입니다.”

“그럴 때가 되었지요.”

머리를 끄덕이며 서동수가 말했다.

첫째로 북한 군부(軍部)다.

남북한 강경 분위기를 조성해야 군부의 가치와 위상이 높아졌고

 

그것을 분단 후 60년간 북한 지도층은 반복해서 사용해왔다.

 

그런데 이제 신의주로부터 시작된 남북한 경협, 발전, 평화 분위기가

 

군부의 존재 가치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최봉주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대장 동지의 측근으로부터 받은 정보입니다.

 

이 말씀을 장관 동지께 전하라고 했습니다.”

“뭡니까?”

“신의주에 파견된 노동자들이 비밀리에 조직화돼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조직을 중심으로 필요시에 사보타지를 일으켜 신의주 체제를 뒤엎을 계획이라는 것입니다.”

“…….”

“이것은 남조선의 일부 세력들도 동조하고 있으며 결정적인 시기에 남조선의 정치권도

 

동조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서동수는 숨을 들이켰다.

 

서울에서도 그 이야기를 듣고 온 것이다. 남북한 반대세력의 연합이다.

 

그들은 현재의 분단과 대결 국면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인 것이다.

 

그래야 살아남기 때문이다. 그때 최봉주가 말했다.

 

“지도자 동지께서는 이에 대비한 어떤 조치도 적극 후원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남북한 지도자의 의지가 있는데도 반대 세력이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것은 한국인의 고질적 습성인가? 임진왜란 2년 전 통신사로 일본에 다녀온

 

정사(正使)와 부사(副使)는 제각기 정반대의 보고를 했다.

 

그때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왜소하고 볼품없어서 조선을 침략할 인물이 아니라고 보고했던

 

부사 김성일은 왜란이 일어나자 선조로부터 소환을 당했다가 도중에 돌려보내 초유사에 임명되었다.

 

이것도 당파 싸움이 국가를 망친다는 증거일 것이다.

 

김성일은 당시 집권세력인 동인(東人)이었기 때문이다.

 

서동수가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제 목숨들이 걸린 일이니만치 결사적으로 방해를 하겠지요.

 

우리도 대비를 해야 되겠습니다.”

“맞습니다.”

최봉주가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리면서 말을 이었다.

“방심했다가는 큰일 납니다. 지금은 사방이 적이라고 봐도 될 것입니다.”

최봉주에게 한국 내부의 상황까지 말해줄 필요는 없었으므로 서동수는 쓴웃음만 지었다.

 

그러나 북한 지도자의 의지는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이렇게 기반을 다져가는 것이지요. 단숨에 다 이룰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말해놓고 서동수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는 안팎이 전장이다.

 

 

 

 

(470) 22장 내분이 일어나다 <20>

 

 

 

 

“전영주라고 합니다.”

두 손을 모으고 반듯이 선 채 여자는 허리를 45도 정도 굽혔다.

 

목덜미를 반쯤 덮은 검은 머리칼에 윤기가 흘렀고 몸을 세웠을 때

 

맑은 눈이 정면으로 서동수를 응시했다.

“이번에 수행비서로 채용된 전영주 씨입니다.”

옆에 선 유병선이 다시 소개했다.

 

유병선의 눈에 웃음기가 섞여져 있다.

 

호의다. 전영주는 북한 측이 추천해준 비서인 것이다.

 

북한 측은 모두 7명의 후보자를 추천했는데 유병선이 전영주를 골랐다.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앞에 놓인 서류를 보았다.

‘전영주, 30세, 평양외국어대 졸업, 모스크바대 정치학 박사, 영·러·중·일어 가능,

 

외교부 통역관, 남북경협 북한 측 보좌관 역임함.’

유병선이 보고하는 서류다. 맨 밑에 유병선이 이렇게 별첨으로 써놓았다.

“최 부장관의 추천입니다. 주관이 뚜렷하고 애국심이 강하다고 했습니다.”

‘애국심’이라는 단어에 시선을 준 서동수는 길게 숨을 뱉었다.

북한에 대한 애국심이란 말인가? 그 순간 서동수의 머리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충성심보다 애국심이 지금은 적절하다.

 

북한에 대한 애국심은 곧 신의주 발전으로 이어져야만 하는 것이다.

 

시선을 둔 서동수가 전영주를 보았다.

“꿈이 뭔가?”

“네, 전에는 인정받는 통역관이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장관님으로부터 인정받는 비서가 되고 싶습니다.”

서동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입사 면접 때 서동수는 사장이 되고 싶다고 했던 것이다.

 

면접관들은 그것을 동양의 사장으로 착각하고 호의적으로 받아들였다.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이자 유병선은 전영주를 데리고 나가더니 다시 혼자 돌아왔다.

 

벽시계가 오전 9시 반을 가리키고 있다. 서울에서 돌아온 다음 날이다.

 

장치는 아침에 베이징으로 돌아갔고 다시 서동수는 신의주에 혼자 남았다.

“전영주가 북한 측과의 비밀 연락을 맡게 될 것입니다.”

앞에 선 유병선이 말을 이었다.

“최 부장관은 전영주가 믿을 만하다고 했습니다.”

“안종관 씨는 언제 오나?”

“내일 오전에 도착할 것입니다.”

국정원 1차장이었던 안종관은 이제 신의주 장관특보가 되어 내분 진압의 책임을 맡게 될 것이다.

 

전영주의 채용도 북한 지도부와의 소통강화하려는 목적이다.

 

바짝 다가선 유병선이 말을 이었다.

“한국의 전철을 밝게 되면 신의주의 발전은 물거품이 됩니다. 장관님.”

서동수가 시선을 들었다가 내렸다.

 

유병선은 한국 내부의 갈등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윽고 서동수가 굳어진 얼굴로 말했다.

“이번 경우는 달라, 남북한 지도자가 70년 만에 합심해서 새로운 한국을 만들어 보자고 시도한 거야,

 

그 새 모델이 신의주란 말이지.”

서동수가 입을 다물었지만 유병선은 그다음 말을 이을 수가 있다.

 

그 신의주를 시작으로 남북한은 공론, 번영의 시대로 진입한다.

 

그것은 통일의 시작이다.

 

통일은 그 후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니 서둘 것도 없다.

 

이대로 간다면 5년마다 새 대통령이 나오는 한국보다 북한의 김동일 대장이

 

통일 한국의 지도자에 더 유리하다.

 

이것이야말로 윈윈 아닌가?

 

그때쯤이면 신의주의 영향을 받은 북한의 경제, 사회 체제도 한국과 비슷해져 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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