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서유기

<234> 22장 내분이 일어나다 [7]

오늘의 쉼터 2014. 9. 19. 18:07

<234> 22장 내분이 일어나다 [7]

 

 

(463) 22장 내분이 일어나다 <13>

 

 

 

 

 

 

그날 밤에 서동수는 이태원의 한정식집 방 안에서 국정원장 박기출과 제1차장 안종관을

마주보고 앉아 있다.

오후 9시, 앞에 놓인 상에는 가득 한정식 요리가 쌓여져 있었지만 셋은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주전자에 담긴 소주를 두어 잔씩 마셨을 뿐이다. 이곳은 요정이다.

한복 차림의 아가씨가 시중을 드는 곳이지만 아직 부르지 않았다.

주위가 조용한 것이 국정원 요원들이 통제를 한 것 같다. 당연한 일이다.

일국(一國)의 정보부서 수장과 신의주 장관과의 비밀회동인 것이다.

안종관은 신의주 내부의 각국 정보원 활동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나서 결론을 말했다.

“남북한의 통치자가 신의주는 곧 통일 한국의 초석이 될 것이라는 의지를 품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로써는 그 조건이 갖춰진 상태니 장관께서 기반을 서둘러 굳히셔야 될 것입니다.”

서동수는 소리죽여 숨을 뱉었다.

그렇다. 현재는 남북한 통치자가 뜻을 함께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한 쪽이 흔들린다면 신의주의 기반은 순식간에 무너진다.

머리를 든 서동수가 둘을 번갈아 보았다.

“난 신의주 기반이 굳혀졌을 때 떠납니다.

난 내가 어느 시대에 필요한 인간인가를 압니다. 그것이 내 장점 중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둘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의 얼굴에 쓴웃음이 일어났다.

“나는 싸우고 개척하고 성취하는 데 맞습니다.

또 물욕이 없어서 거침없이 내놓을 수 있는 성품이죠.

하지만 성취한 후에 끌고 나가는 데는 부족합니다.

금방 나태해지고 타락하게 될 겁니다.”

서동수의 말을 들은 둘은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숨도 쉬는 것 같지 않아서 서동수가 유심히 보았는데 박기출은 눈을 깜박였고

안종관의 입꼬리가 조금 떨렸다.

이윽고 박기출이 어깨를 늘어뜨리더니 입을 열었다.

“인간사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고 저도 실제로 그렇게 겪어왔습니다.”

박기출이 똑바로 서동수를 보았다.

박기출은 62세, 피부가 검은 데다 입술이 고집스럽게 처져서 거친 인상이었지만

정치인으로 20년을 지내고 나서 국정원장을 맡은 후에 1년여 동안 무난하게 직을 수행하고 있다.

박기출이 말을 이었다.

“저 자신을 안다는 말씀, 감명 깊게 들었습니다.”

그때 안종관이 말했다.

“제가 신의주에서 장관님을 돕고 싶습니다. 채용해 주십시오.”

놀란 서동수의 시선이 박기출에게로 옮겨졌다.

박기출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현 상황에서 신의주에 가장 필요한 인재입니다. 장관님.”

이것은 박기출과 미리 상의를 했다는 표시였다.

대통령의 승인까지 받았을 것이다.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제가 고맙지요.”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 또한 인재가 필요하다.

기업주나 대통령이 혼자서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서동수가 동성을 빠른 시일 내에 대그룹으로 성장시킨 원인도 그것이다.

적재적소에 경영자를 임명하여 책임과 권한을 함께 주었기 때문이다.

셋의 얼굴이 밝아졌고 술잔을 든 서동수가 말했다.
“자, 이 아까운 안주와 분위기를 그냥 버리면 안 되죠. 아가씨를 부릅시다.”

“알겠습니다. 제가 불러오겠습니다.”

대답한 안종관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둘을 향해 머리를 숙였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서동수의 의아한 표정을 본 박기출이 웃음띤 얼굴로 말했다.

“안 차장도 물러날 때를 알고 있는 겁니다.”

 

 

 

(464) 22장 내분이 일어나다 <14>

 

 

 

 

 

 

방으로 들어온 아가씨들은 사전 교육을 받은 것이 분명했다.

거기에다 서동수는 여러 번 매스컴에 등장한 유명인사다.

각각 옆에 자리 잡고 앉았지만 긴장하고 있었다.

술잔을 든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박기출을 보았다.

“어떤 조사결과를 보았는데 제가 여자관계를 공개하고 나서 지지도가 더 높아진 것으로 나왔더군요.”

미얀마의 동성 법인장 레이다. 박기출이 따라 웃었다.

“저도 보았습니다. 한마디로 부럽더군요.”

박기출이 서동수의 의도를 모를 리가 없다. 따라서 분위기를 맞춘다.

“굉장한 미인이었습니다.”

“똑똑한 여자지요.”

“상대를 잘 만난 때문이 아닙니까?”

그때 서동수가 옆에 앉은 아가씨에게 물었다.

 

아가씨 이름은 지애다.

“지애는 신의주에 올 생각은 없니?”

“아직요.”

갸름한 얼굴의 아가씨가 바로 말했다.

맑은 눈이 서동수의 시선을 받고는 깜박이지도 않는다.

“그럼 언제 올 거야?”

“유흥구가 자리를 잡으면 그곳에다 가게를 하나 내고 싶어요.”

“옳지.”

박기출이 머리를 끄덕였다.

“잘 생각했다. 신의주 유흥구는 아시아에서 가장 돈이 많이 도는 곳 중 하나가 될 거다.”

“하지만 걱정이 있어요.”

지애가 옆에 앉은 서동수를 보았다.

“거기에다 투자했다가 북한이 바로 문을 닫아버리면 끝난다고 하던데요. 그럼 어떻게 하죠?”

“그땐 나한테 와.”

웃으면서 서동수가 말했지만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앞에 앉은 박기출은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도 그런 소문이 돌고 있는 것이다.

 

지금 개방시킨 것은 함정이라고까지 했다.

 

다 쏟아붓게 해놓고 어느 시기가 됐을 때 딱 정권을 바꾸면 끝장이라는 소문이다.

 

그때 박기출이 말했다.

“그런 소문이 만들어지는 곳은 반한(反韓)세력의 비밀 단체입니다.”

박기출의 얼굴에 다시 쓴웃음이 번졌다.

“그 반한세력은 이제 말 그대로 반(反)대한민국,

 

반(反)북한 세력이 돼 있는데 신의주의 성공을 방해하고

 

결국은 남북한의 평화공존, 통일을 가로막는 세력입니다.”

술잔을 든 서동수가 지애를 보았다.

“그런 일 없을 거다. 요즘에는 그런 일 안 일어난다. 북한도 예전의 북한이 아냐.”

지애가 머리를 끄덕여 주었지만 금방 의문이 풀렸을 리는 없다.

 

현 정권의 반대세력이 신의주, 남북 공존까지 방해를 하는 것이다.

 

한 모금에 술을 삼킨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말만 그러는 게 아니다. 앞으로 행동으로 보여줄 테니까 두고 보아라.”

“전 가기로 했어요.”

불쑥 앞쪽에 앉은 박기출의 파트너가 말했으므로 모두의 시선이 모여졌다.

 

동그란 얼굴의 아가씨가 시선을 받더니 볼이 빨개졌다.

“전 제 친언니하고 신의주에서 사업을 하기로 했거든요.”

“어디로?”

서동수가 묻자 아가씨는 두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이승만로(路) 3번 로터리 근처에 있는 ‘화정’이라는 꽃집인데요.

 

언니하고 둘이 투자했는데 다음 달 말에 오픈해요.”

감동한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신의주 신시가지는 거대한 두 개의 십자형 대로(大路)로 나눠졌다.

 

가로의 대로명이 이승만로이고 세로는 김일성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