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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22장 내분이 일어나다 [8]

오늘의 쉼터 2014. 9. 19. 18:39

<235> 22장 내분이 일어나다 [8]

 

 

(465) 22장 내분이 일어나다 <15>

 

 

 

 

 

 

 

술자리가 끝났을 때는 밤 11시가 되어 갈 무렵이다.

 

술값과 팁값까지 이미 박기출이 계산을 했기 때문에 서동수는 잘 마셨다는 인사만 하면 되었다.

 

현관 앞에서 박기출의 배웅을 받고 차에 올랐던 서동수는 놀라 숨을 들이켰다.

 

뒷좌석 안쪽에 여자가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박기출의 파트너다.

 

서동수가 타자마자 차는 출발했으므로 서동수의 시선이 운전석 옆자리에 앉은

 

수행비서 최성갑에게로 옮아갔다.

 

그때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것처럼 최성갑이 말했다.

“원장께서 같이 이야기라도 나누시는 게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벌려졌던 입을 다문 서동수에게 이번에는 옆자리 여자가 말했다.

“장관님께 투자 조언도 받고 투자자 동향도 말씀드리라고 하셨어요.”

턱을 조금 든 채로 여자가 말을 이었다.

“이차 값은 결산 때 문제가 되기 때문에 내지 못한다고도 하셨습니다.”

“핫하하.”

서동수의 입에서 웃음이 터졌다.

 

박기출은 정치인 시절에 농담 잘하기로 유명했다.

 

잘못하면 무더기로 욕을 뒤집어쓰는 살벌한 정치판이었으니

 

박기출의 농담도 계산과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안가로 모시겠습니다.”

서동수는 안가가 없으니 박기출이 마련해준 안가일 것이다.

“제 이름 기억하시죠?”

여자가 물었으므로 서동수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떠올랐다.

“양서진이 아니냐?”

“기억하시네요.”

“여자가 둘뿐이었는데 기억 못한다면 실례지.”

머리를 든 서동수는 어느새 앞좌석과의 사이에 칸막이가 막혀 있는 것을 보았다.

양서진은 27살이라고 했다.

 

지방대학을 졸업하고 2년쯤 직장생활을 하다가 요정에 나온 지 3년째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옷가게를 하려고 돈을 모았다가 언니가 하는 꽃가게를 동업하기로 마음을 바꿨다는 것이다.

 

투자금은 4억 원. 언니하고 2억 원씩 낸다고 했다.

 

술좌석에서 들은 이야기다.

 

서동수가 양서진을 보았다.

 

동그란 얼굴에 웃음기가 띠어 있어서 귀엽다.

 

날씬한 체격, 가슴 볼륨이 컸고 짧은 바지를 입은 맨다리가 눈이 부시도록 미끈하다.


“신의주로 갈 적에 가장 어려웠던 결정이 뭐였다는 생각이 드니?”

불쑥 물었는데도 양서진이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당연히 시장이죠. 전 소문 같은 거 신경 안 썼어요.”

“왜? 아까 걔는 신경 많이 쓰던데.”

“그런 애는 사업 못해요.”

서동수의 시선을 받은 양서진이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걘 신의주가 안정이 되어도 온갖 핑계를 대고 안 갈 거예요. 비판적인 애들은 끝까지 그래요.”

“넌?”

“아버지가 사우디 건설현장에서 일하셨죠.

 

30년도 더 전인데 저를 낳기도 전에 한 일을 지금도 술만 드시면 이야기를 해요.

 

그게 자랑스러우신가 봐요.”

“…….”

“그 DNA가 저하고 언니한테 흐르는가 봐요.

 

신의주에 가서 한번 해볼래요.

 

그러고 나서 아버지처럼 제 자식들한테 이야기해줄 거예요. 멋있지 않아요?”

“그렇구나.”

천천히 머리를 끄덕이던 서동수가 양서진을 보았다.

“네가 나보다 낫다.”

서동수가 양서진의 손을 쥐었다. 부드럽다.

 

 

 

(466) 22장 내분이 일어나다 <16>

 

 

 

 

 

“열심히 하면 잘될 거다.”

서동수가 양서진의 손을 쥐면서 말했다.

“그럼 내가 도와줄 테니까.”

부드럽지만 탄력이 강한 손이다.

 

서동수의 손을 마주 쥔 양서진의 손가락에 힘이 실렸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서동수는 잠자코 꿈틀거리는 양서진의 손을 애무했다.

 

마주 쥔 양서진의 손가락이 오무렸다가 비틀렸고 비벼대더니 수줍은 듯 꼬물락거린다.

 

곧 손에 땀이 배어나오면서 끈끈해졌지만 두 손의 움직임은 더 거칠어졌다.

 

그때 서동수가 손을 떼더니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수표 한 장을 집어 내밀었다.

“자, 이거 이차비 받아라.”

엉겁결에 수표를 받은 양서진이 눈을 크게 떴다.

 

동그라미가 많았기 때문이다.

“1000만 원이야.”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신의주 장관하고 이차 뛰었으면 그쯤은 받아야지.”

“장관님.”

아직도 수표를 두 손으로 펴든 양서진이 울상이 되었다.

“왜 지금 주세요? 그냥 가시려는 거죠?”

“너한테 좋은 이야기도 들었어. 그 돈은 꼭 신의주에서 써야 된다.”

서동수가 옆쪽 벨을 누르자 곧 칸막이가 걷혔다.

“택시 정류장에 세우도록.”

최성갑에게 지시한 서동수가 양서진을 보았다.

“택시 타고 갈 수 있지?”

“여기서 가까워요, 장관님.”

밖을 내다본 양서진이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말했다.

감사합니다. 꼭 신의주에서 쓸게요.”

“네 자식들한테 자랑스러운 이야깃거리를 만들기 바란다.”

차가 멈춰서자 양서진이 내리더니 허리를 기역자로 꺾어서 절을 했다.

 

그래서 양서진이 허리를 다 펴기도 전에 차는 멀찌감치 떠나갔다.

 

서동수가 고려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11시 50분이었다.

“여보, 바빴어요?”

기다리고 있던 장치가 방에 들어서는 서동수의 허리를 감아 안으면서 물었다.

 

장치는 실크 가운을 입었는데 젖꼭지의 돌출 부분이 드러났다.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는 표시다.

 

장치의 이마에 입술을 붙였다 뗀 서동수가 어깨를 당겨 안았다.

 

젖가슴의 촉감이 느껴졌고 하반신이 바짝 붙여졌다.

“그래, 회의가 조금 전에 끝났어.”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놓았으니까 들어가요. 나도 들어갈게.”

“좋지.”

문득 양서진의 얼굴이 떠올랐다가 지워졌다.

 

서동수의 옷을 받아들면서 장치가 밝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경복궁이 너무 훌륭했어요. 동대문에서는 옷을 일곱 벌이나 샀고….”

오늘 장치는 서울 관광을 한 것이다.

“미안해. 다음에는 내가 안내를 할게.”

욕실로 들어서면서 서동수가 말하자 장치가 웃었다.


“당신이 그렇게 한가할 때가 있으려고.”

욕조 물은 적당히 뜨거웠으므로 서동수는 머리만 내놓고 누워 길게 숨을 뱉었다.

 

하루종일 긴장했던 터라 온몸에 쌓였던 피로가 몰려왔다.

 

몸이 욕조 바닥에 딱 붙는 느낌이 들었고 저절로 눈이 감겼다.

 

그때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곧 욕조의 물이 출렁거렸다.

 

장치가 들어온 것이다.

“여보.”

맑고 약간 높으며 꼬리가 치켜 올라간 목소리가 들리더니 장치가 옆에 바짝 붙었다.

 

서동수가 눈을 떴다.

 

나란히 누워있던 장치가 화사하게 웃었다.

 

요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