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573. 내일도 해가 뜬다(10)

오늘의 쉼터 2014. 9. 23. 00:37

573. 내일도 해가 뜬다(10)

 

 

(1733) 내일도 해가 뜬다-19

 

 

 

 

 칭다오(靑島), 산둥반도의 아래쪽에 위치한 칭다오는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한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중국에서 한국 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한 곳 중의 하나였고

 

지금도 20만 가까운 한국인이 상주하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중국 도시에 한국 기업인들이 집중적으로 투자를 한 것이다.

 

한때 칭다오 경제의 60% 이상을 한국 기업이 맡고 있다는 말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을 기반으로 삼은 경제가 가속을 받은 상황이어서 비율은 많이 낮아졌을 것이다.

 

어쨌든간에 한국 기업이 공헌을 해준 것은 사실이다.

조철봉은 자주 칭다오에 들렀는데 그때마다 변화를 느낀다.

 

경제 발전과 활력이다.

 

아직도 만원 버스가 다니고 부랑자가 많이 눈에 띄지만 넓고 깨끗한 거리에는

 

신형 승용차가 넘쳐난다.

 

서울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고급 승용차가 즐비하고 길 좌우에 솟은 고층 빌딩은

 

국력을 상징하는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민의 활기가 조철봉을 감동시킨다.

 

이런 느낌은 베트남에서도 받았다.

 

젊고, 밝으며 힘찬 느낌, 한달에 한번 정도 자주 방문하는 데도 변화가 눈에 보이는 것이다.

중국이나 베트남과 비교하면 한국은 선진국이다.

 

그러나 일본, 미국 등에 비교하면 한국은 아직도 후진국일 것이다.

 

아직 국민소득 2만달러도 달성하지 못하고 10여년째 1만달러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언젠가, 그것도 10년쯤 전에 한국에서는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자성의 분위기가 휩쓴 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도 금방 잊어졌다.

 

이제는 무섭게 추격해오는 중국에 경제적으로 흡수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칭다오 공항에는 고동수가 마중 나와 있었는데 옆에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미인인 여자를 대동했다.

 

인사를 마친 고동수가 옆에 선 여자를 소개했다.

“이경애라고 조선족입니다.

 

베이징(北京) 대학을 나와 증권회사에 근무하다가 이번에 비서로 채용됐습니다.”

그러고는 얼른 덧붙였다.

“사장님 수행 비서입니다.”

“이경애입니다.”

여자가 공손하게 머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머리만 끄덕여보인 조철봉은 공항 건물 밖에 대기시킨 차에 올랐다.

 

이경애는 운전석 옆자리에 올랐다.

고동수는 산둥(山東)성은 물론이고 헤이룽장(黑龍江)성, 랴오닝(遼寧)성, 베이징에까지

 

뻗어나간 27개 룸살롱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조철봉은 고동수에게 지분 10%를 떼어 주었으므로 대주주였다.

 

차가 발진했을 때 고동수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옆에 앉은 조철봉을 보았다.

“사장님, 현재 오성기업에서 종사하는 직원은 총 5650명인데 그중 남자는 520명입니다.”

고동수가 말을 이었다.

“남자 직원 중 485명이 조선족이고 나머지 35명이 한족이지요.

 

남자 직원 대부분은 조선족입니다.”

조철봉은 머리만 끄덕였다.

 

서울에서 출발하기 전에 오성기업의 인적 현황을 보고하라고 연락해 놓은 것이다.

 

오성기업은 27개 룸살롱을 관리하는 현지법인식 회사였다.

 

고동수는 총경리를 맡고 있는 것이다.

“여종업원 5000여명 중에서 조선족 출신은 155명입니다.

 

처음에는 2000명 가까이 되었다가 다 나가고 지금은 대부분 한족으로 대체되었지요.”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고동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처음 룸살롱이 생겼을 때는 한국말을 알아듣는 조선족 아가씨가 절대적으로 필요했지요.

 

그래서 좀 수준이 떨어져도 채용했는데 요즘은 그게 안 통합니다.

 

그리고 중국 손님도 많아졌거든요.” 

 

 

 

 

(1734) 내일도 해가 뜬다-20

 

 

 

 조철봉도 내막을 안다.

 

27개 룸살롱의 마담 대부분은 아직도 조선족이다.

 

처음 룸살롱에 갔을 때 조선족 마담의 지시에 움직이는 한족 아가씨들을 보고

 

조철봉은 감동을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중국어에 먹통인 조철봉은 그때 조선족 아가씨를 파트너로 지명했는데

 

그 아가씨도 자긍심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다시 고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룸살롱 손님 대부분이 한국인이었기 때문에 반반한 조선족 아가씨들은

 

오래 못 갔습니다.

 

한국인들이 현지처 식으로 데려갔기 때문이죠.

 

서울에서 룸살롱 한번 갈 돈이면 한 달 계약금이 되었으니까요.

 

거기에다 중국어까지 배우게 되니까 일석삼조가 됩니다.

 

그런데 이제는 중국 손님들이 많아지면서 한국말 아는 조선족 아가씨 필요성이

 

떨어진 데다 한국인들도 어지간한 중국어는 익숙해져 있으니까요.

 

그래서 조선족 아가씨들이 아주 드물게 되었습니다.”

“그럼 그 조선족 아가씨들은 가게를 나와서 뭘 하나?”

“갈 곳은 많습니다. 경제가 호황이어서요.

 

가게 나와서 큰돈을 번 조선족 아가씨도 많습니다.”

“그렇군.”

조철봉이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조선족 남자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임미정, 아니 유정은을 현지처로 둔 조선족 백만장자 이재환도 그중 하나였다.

 

오늘 청도에 온 것도 그것에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 아닌가?

 

머리를 든 조철봉이 앞에 앉은 이경애를 보았다.

 

이경애는 이쪽에 뒷모습만 보이고 앉아 있었지만 주고받은 이야기를 다 들었을 것이다.

“이경애씨, 증권회사에 다녔다구?”

조철봉이 묻자 이경애가 몸을 돌렸다.

미인이다.

 

맑은 눈과 검은 눈동자가 또렷했다.

 

요즘은 TV는 물론이고 시내에서도 서클렌즈를 붙여서

 

이상해진 눈을 자주 보게 되지만 이경애는 아니었다.

 

제 눈의 분수도 모르고 눈동자만 크게 하는 바람에 귀신 눈이 된 여자들이 많다.

“네, 사장님.”

이경애의 딱 맞는 눈동자가 조철봉을 보았다.

 

야무진 입술을 보자 조철봉은 갑자기 목이 메었다.

 

그러나 정색하고 다시 물었다.

“이경애씨가 보는 한국 경제, 아니, 한국 기업, 한국인에 대한 소감을 말해봐.”

그러고는 덧붙였다.

“느낀 대로 말해줘. 그게 도움이 되니까.”

“뛰어납니다.”

불쑥 그렇게 말한 이경애가 다시 자리를 고쳐 앉았다.

 

완전히 돌아앉아 조철봉을 정면으로 본다.

 

이경애가 말을 이었다.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경제 성장은 후진국들의 모범사례가 되었고 중국도 그것을 배운다고 들었습니다.”

“그런가?”

“하지만 너무 뽑냅니다.”

조철봉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은 채 이경애가 말을 이었다.

“잘난 체를 많이 하고 없는 사람을 무시하는 경향이 많다고 합니다.”

“나도 들었어.”

“전에는 한국을 동경했는데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요즘 중국인들은 한국을 곧 추월한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흠, 자신감이라.”

“네, 그런데.”

잠깐 말을 멈췄던 이경애가 시선을 내렸다가 들었다. 표정은 차분했다.

“제가 한국인들은 많이 만나지 않았지만 자신감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모두 사업이 잘 안되어서 그런지 지친 분위기였고 활기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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