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4. 내일도 해가 뜬다(11)
(1735) 내일도 해가 뜬다-21
머리를 돌린 조철봉이 옆에 앉은 고동수를 보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조철봉은 얼굴을 펴고 웃었다.
요즘 그런 말들이 많았고 이경애가 한국 신문이나 방송에서 들은 이야기를 했을지도 모른다.
숙소인 바닷가 호텔에 도착했을 때 고동수가 물었다.
“오늘 저녁에 모시러 올까요?”
“아니, 난 여기서 쉬겠어.”
그러자 고동수가 이경애에게 말했다.
“그럼 잘 모시고.”
“네, 사장님.”
이경애가 정색하고 대답했으므로 조철봉은 가만 있었다.
조철봉의 이번 중국 방문 목적은 제 눈으로 직접 시장 조사를 하려는 것이었다.
이른바 민생 탐방이다.
지금까지 보고만 듣고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겨왔지만 사주로서
중국의 민심과 경기, 경제 상황을 직접 겪어보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혼자서 출장을 왔고 고동수에게 통역 겸 시장조사에 수행할 비서 하나를 골라
놓으라고 했던 것이다.
고동수는 호텔방까지 따라 들어왔다가 곧 나갔으므로 방에는 둘이 남았다.
그러나 이경애는 전혀 어색해 하지 않고 조철봉의 가방을 풀어 옷장에다 옷가지를 정리했다.
오후 4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조철봉이 이경애에게 앞쪽의 소파를 눈으로 가리켰다.
“여기 앉아, 이경애씨.”
이경애가 잠자코 자리에 앉았을 때 조철봉이 말했다.
“내가 수행비서를 골라 놓으라고 했지만 여자일 줄은 예상 밖이야.
그것도 이경애씨 같은 미인이라니.”
긴장을 풀어주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이경애는 여전히 정색한 채 시선만 주었고 조철봉은 말을 이었다.
“난 열흘쯤 예정으로 중국을 여행할 계획이야.
열흘이면 짧아서 주마산간 하는 식이 되겠지만 할 수 없어.”
주마간산을 주마산간으로 잘못 말했지만 이경애는 못 들었는지 눈썹 하나 흔들리지 않았다.
조철봉은 요즘 문자를 쓰는 버릇이 들었다.
그래서 최갑중한테 삼고초려네,
사고무친 등의 문자로 역습을 당했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조철봉이 아니다.
조철봉이 지그시 이경애를 보았다.
“고 사장한테서 어떻게 이야기를 들었지?”
그러자 이경애가 똑바로 조철봉을 보았다.
“적극적으로 수행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적극적으로?”
눈을 가늘게 뜬 조철봉이 다시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저는 모든 것을 다 내놓는 방식의 수행으로 해석했습니다.”
조철봉이 입안에 고여 있던 침을 삼켰다.
고동수가 누구인가?
중국 진출의 원조공신으로 조철봉과 룸살롱을 함께 개발한 심복인 것이다.
그동안 수없이 여자를 공급해온 터라 이번에도 확실하게 해놓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조철봉은 다시 물었다.
“구체적으로 말해주지 않겠어?”
“예, 밤에 사장님하고 한 침대에서 자는 것도 포함이 되는 수행입니다.”
꼭 이렇게 다 들을 필요는 없었지만 조철봉은
이경애가 제 입으로 말할 수 있는지가 궁금했던 것이다.
제법이다.
조철봉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날 보지도 않고 승낙했다는 말이지?”
“네, 사장님.”
여전히 이경애는 시선을 내리지 않았다.
눈빛도 맑고 목소리는 또렷했다.
이경애가 말을 이었다.
“한달간 수행하는 조건으로 저는 거금을 받게 되거든요.”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였다.
당연한 일이다.
(1736) 내일도 해가 뜬다-22
돈의 힘은 조철봉도 안다.
무전유죄이며 유전무죄는 조철봉이 가장 먼저 암기해 놓은 문자인 것이다.
조철봉은 지그시 이경애를 보았다.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이제는 어지간한 자본주의 사회 이상으로
금전만능 풍조가 만연되고 있다.
중국의 경제 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물질 추구의 기류도 강해지는 것 같다.
바로 앞에 앉은 이경애가 그 표본 중 하나인 것이다.
“얼마 받기로 했지?”
조철봉이 불쑥 물었지만 이경애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대답했다.
“한달에 2만위안입니다.”
거금이다.
현재 청도의 근로자 평균 임금이 월 1200위안 정도지만 3년 전만해도 800위안이었다.
3년만에 임금 평균이 50% 가까이 올랐다고 청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울상을 짓고 있는 상황이다.
1200위안이면 현재 환율로 월 16만5000원 정도가 된다.
그러면 이경애는 근로자의 20개월 임금을 한달에 받는 셈이 되는 것이다.
머리를 끄덕인 조철봉이 이경애를 보았다.
오성기업 소속의 룸살롱 아가씨도 잘하면 한달에 그 정도는 버는 것이다.
하루 외박을 나가면 1000위안을 받으니 열심히 뛰면 월수 2만위안은 된다.
아직도 이차 손님의 대부분이 한국인이어서 낮에도 중국인 근로자 임금을 주고
밤에 또 중국인에게 외화가 낭비되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룸살롱이 벌어들이는 수입이 한국으로 옮겨간다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긴장하지마.”
마침내 조철봉이 얼굴을 펴고 웃으면서 말했다.
“난 여자 수행비서를 원한 게 아니었어.
여자 데리고 한 침대에서 자면서 한가하게 여행을 할 생각이 아니었다구.”
이경애는 시선만 주었고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같은 방에서 자더라도 별일 없을테니까 신경 안써도 돼, 나는.”
말을 그친 조철봉이 다시 빙긋 웃었다.
“성욕에 대한 절제가 강한 사람이야. 얼마든지 참을 수가 있는 사람이라구.”
그것이 곧 성행위 시에도 얼마든지 사정을 조절할 수 있다는 뜻도 되었지만
그것까지 설명해줄 필요는 없다.
“그건 그렇고.”
손목시계를 내려다본 조철봉이 이경애에게 물었다.
“피크닉센터라는 데 아나?”
이경애가 머리를 기울이더니 곧 좌우로 저었다.
“모르겠는데요, 사장님.”
“마사지하는 곳이라는데, 알아봐.”
“네, 사장님.”
“대양호텔 옆이라고 들었어.”
“알겠습니다.”
이경애가 전화기로 다가갔으므로 조철봉은 소파에 등을 붙였다.
피크닉센터는 최갑중이 알려준 마사지 하우스인 것이다.
최갑중은 우연히 그곳에 들렀다가 감동을 받았다는 것이다.
조철봉을 따라 온갖 잡짓을 다해본 최갑중이 감동을 먹었다면 보통 수준이 아니었다.
술김에 들었지만 조철봉은 머릿속에 단단히 입력을 시켜놓았다.
그때 이경애가 머리를 돌리고 조철봉을 보았다.
“사장님, 피크닉센터 위치를 알아 놓았는데요.”
“음, 그럼 거길 가자구.”
자리에서 일어선 조철봉이 말했다.
“두시간쯤 마사지를 받고 저녁을 먹으면 되겠다.”
“네, 사장님.”
이경애가 앞장서서 문으로 다가갔다.
“모시고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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