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4.인연(4)
(1696) 인연-7
![](http://postfiles10.naver.net/20130311_169/il0202_1362965182004Ls9au_JPEG/20130227MW182447789137_b.jpg?type=w2)
“그렇군.”
다음날 오전 조철봉이 심각한 표정으로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음날 오전 조철봉이 심각한 표정으로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무실 안에는 두 사내가 조철봉을 마주보며 앉아 있었는데 박경택과 오준수였다.
오준수는 박경택의 부하 직원인 것이다.
조철봉이 탁자 위에 놓인 녹음기를 보았다.
바로 어제 저녁에 김태영 앞에 놓였던 녹음기다.
오준수는 방금 조철봉에게도 서연주의 녹음 테이프를 들려준 것이다.
“개성이 있는 여자 같은데, 어때?”
하고 조철봉이 묻자 오준수는 먼저 박경택부터 보았다.
“개성이 있는 여자 같은데, 어때?”
하고 조철봉이 묻자 오준수는 먼저 박경택부터 보았다.
그러자 박경택이 대답했다.
“예, 들으셨다시피 당돌합니다. 하지만….”
“하지만이라.”
쓴웃음을 지은 조철봉이 박경택의 뒷말을 반복했다.
“자네도 좀 걸리는 것 같구먼, 그렇지?”
“예, 사장님.”
박경택이 정색하고 조철봉을 보았다.
“사흘간 조사해서 이만큼 자료가 나온 건 대단한 겁니다. 47개월에 12명이라니요?”
“으음.”
신음소리를 낸 조철봉이 오준수를 보았다.
“이걸 보고 김태영이는 뭐라고 그래?”
“별로.”
침을 삼킨 오준수가 말을 이었다.
“별로 자극을 받은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놈, 참.”
머리를 기울인 조철봉이 또 물었다.
“여기 부장인가 그놈의 제의를 거부하는 녹음을 듣고선 기뻐 날뛰었겠구먼, 그렇지?”
“그렇게는 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헬렐레 했지?”
“그렇다고 볼 수도….”
“이거.”
입맛을 다신 조철봉이 다시 박경택을 보았다.
“예, 들으셨다시피 당돌합니다. 하지만….”
“하지만이라.”
쓴웃음을 지은 조철봉이 박경택의 뒷말을 반복했다.
“자네도 좀 걸리는 것 같구먼, 그렇지?”
“예, 사장님.”
박경택이 정색하고 조철봉을 보았다.
“사흘간 조사해서 이만큼 자료가 나온 건 대단한 겁니다. 47개월에 12명이라니요?”
“으음.”
신음소리를 낸 조철봉이 오준수를 보았다.
“이걸 보고 김태영이는 뭐라고 그래?”
“별로.”
침을 삼킨 오준수가 말을 이었다.
“별로 자극을 받은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놈, 참.”
머리를 기울인 조철봉이 또 물었다.
“여기 부장인가 그놈의 제의를 거부하는 녹음을 듣고선 기뻐 날뛰었겠구먼, 그렇지?”
“그렇게는 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헬렐레 했지?”
“그렇다고 볼 수도….”
“이거.”
입맛을 다신 조철봉이 다시 박경택을 보았다.
김태영에게 오준수를 소개해 주고 나서 결과 보고를 받는 것은 당연했다.
본래 그럴 작정으로 박경택 팀을 붙여준 것이다.
다 김태영이 잘 되라고 한 작업인데 뭔가 어긋났다.
바로 김태영의 반응이다.
이놈은 시쳇말로 눈에 콩껍질이 씌어진 상태인 것 같다.
다 좋게만 보이는 것이다.
이럴 때는 누가 말려도 안 듣는다는 것을 조철봉도 겪어봐서 안다.
아니, 오히려 말리면 말릴수록 더 붙는다.
“우리 집안 남자 중엔 이런 푼수가 없었는데 말이야.”
했다가 조철봉은 앞에 앉은 둘이 여전히 정색하고 있었으므로 입맛을 다셨다.
“어떡하면 좋지?”
마침내 조철봉이 그렇게 묻자 박경택이 대답했다.
“김태영씨는 이미 마음을 굳힌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말리려면 서두르는 것이….”
조철봉의 시선이 오준수에게 옮아갔다.
“자네 생각은 어때?”
“예? 저는….”
어깨를 들었다 내린 오준수가 입을 열었다.
“우리 집안 남자 중엔 이런 푼수가 없었는데 말이야.”
했다가 조철봉은 앞에 앉은 둘이 여전히 정색하고 있었으므로 입맛을 다셨다.
“어떡하면 좋지?”
마침내 조철봉이 그렇게 묻자 박경택이 대답했다.
“김태영씨는 이미 마음을 굳힌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말리려면 서두르는 것이….”
조철봉의 시선이 오준수에게 옮아갔다.
“자네 생각은 어때?”
“예? 저는….”
어깨를 들었다 내린 오준수가 입을 열었다.
오준수는 이른바 실무자다.
당사자인 김태영과 서연주를 직접 겪었기 때문에 현실에 근거한 조언을 할 수가 있을 것이었다.
“서연주는 가난하지만 욕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서연주는 가난하지만 욕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47개월 동안 남자 12명을 바꾼 것도 그런 맥락일 것 같습니다.”
오준수가 말했을 때 조철봉이 혀를 찼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개도 그 보다는 덜하겠다.”
그러고는 덧붙였다.
“이런 여자는 만나고 헤어지는 데 도사가 되었지만….”
했다가 조철봉이 혼잣소리를 했다.
“난 그놈한테 함정을 파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했는데 이거 야단났군.
오준수가 말했을 때 조철봉이 혀를 찼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개도 그 보다는 덜하겠다.”
그러고는 덧붙였다.
“이런 여자는 만나고 헤어지는 데 도사가 되었지만….”
했다가 조철봉이 혼잣소리를 했다.
“난 그놈한테 함정을 파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했는데 이거 야단났군.
내가 먼저 손을 써야겠는데.”
(1697) 인연-8
오늘은 한시간짜리 통역 일이 있었기 때문에 서연주는 점심시간도 안 되어서 현장을 나왔다.
“서연주씨.”
정문을 나오는데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났다.
“서연주씨.”
정문을 나오는데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났다.
머리를 돌리지 않아도 김태영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멈춰 선 서연주 앞으로 김태영이 서둘러 다가와 섰다.
“내일 시간 있습니까?”
김태영이 지난 일을 잊은 것처럼 태연하게 물었으므로 서연주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내일 시간 있습니까?”
김태영이 지난 일을 잊은 것처럼 태연하게 물었으므로 서연주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김태영은 지금까지 만난 남자들과 비교하면 평균점 이상은 되었다.
그러나 결코 이상형이 아니다.
서연주가 대답하지 않았지만 김태영은 말을 이었다.
“난 내일 하루 휴가 냈는데, 나하고 동해안에 가지 않으렵니까?”
“동해안요?”
눈을 크게 떴던 서연주가 머리를 저었다.
“내일 약속이 있는데요. 어쩌죠?”
“그럼 할 수 없죠.”
김태영이 웃음 띤 얼굴로 서연주를 보았다.
“대타를 쓸 수밖에요.”
“대타라고 하셨어요?”
따라 웃은 서연주가 눈을 가늘게 떴다.
“김 대리님답지 않아요. 그런 말씀.”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머리를 끄덕여 보인 김태영이 몸을 돌렸으므로 서연주도 발을 떼었다.
“난 내일 하루 휴가 냈는데, 나하고 동해안에 가지 않으렵니까?”
“동해안요?”
눈을 크게 떴던 서연주가 머리를 저었다.
“내일 약속이 있는데요. 어쩌죠?”
“그럼 할 수 없죠.”
김태영이 웃음 띤 얼굴로 서연주를 보았다.
“대타를 쓸 수밖에요.”
“대타라고 하셨어요?”
따라 웃은 서연주가 눈을 가늘게 떴다.
“김 대리님답지 않아요. 그런 말씀.”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머리를 끄덕여 보인 김태영이 몸을 돌렸으므로 서연주도 발을 떼었다.
그러나 뒷맛이 개운하지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 안에서도 김태영의 의도를 분석해 보았으나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기분만 더 찝찝해졌을 뿐이다.
마음에도 없는 상대였는데도 찝찝해진 자신에게 화까지 났으므로
아예 잊기로 한 것이 결론이었다.
원룸 하우스 건물의 현관으로 들어섰을 때 창문이 열리더니
주인 아줌마가 얼굴만 밖으로 내밀었다.
“저기 303호 아가씨.”
멈춰 선 서연주를 향해 아줌마가 표정 없는 얼굴로 말했다.
“모레가 석 달째지?”
“네. 그런데요?”
“그럼 내일까지 방 비워줘야겠어. 302호하고 303호를 터서 방 하나로 만들려고 하니까.”
놀란 서연주가 입만 딱 벌렸을 때 아줌마가 말을 이었다.
“미안하지만 본래 계약 조건에 그러기로 했고 그래서 10만원이나 싸게 방을 내준 것이니까
“저기 303호 아가씨.”
멈춰 선 서연주를 향해 아줌마가 표정 없는 얼굴로 말했다.
“모레가 석 달째지?”
“네. 그런데요?”
“그럼 내일까지 방 비워줘야겠어. 302호하고 303호를 터서 방 하나로 만들려고 하니까.”
놀란 서연주가 입만 딱 벌렸을 때 아줌마가 말을 이었다.
“미안하지만 본래 계약 조건에 그러기로 했고 그래서 10만원이나 싸게 방을 내준 것이니까
이해해 줘.”
“그래도 아주머니.”
“갑자기 전세 임자가 나타나서 그래. 모레부터 수리해서 열흘 만에 마쳐야 돼.”
그러더니 아줌마가 아예 방문을 열고 비대한 몸을 밖으로 내보였다.
“302호 아가씨도 아까 이야기해서 내일 방 비우기로 했어. 미안해.”
“너무하세요. 아주머니.”
서연주가 이를 악물었지만 이미 끝난 일이었다.
“그래도 아주머니.”
“갑자기 전세 임자가 나타나서 그래. 모레부터 수리해서 열흘 만에 마쳐야 돼.”
그러더니 아줌마가 아예 방문을 열고 비대한 몸을 밖으로 내보였다.
“302호 아가씨도 아까 이야기해서 내일 방 비우기로 했어. 미안해.”
“너무하세요. 아주머니.”
서연주가 이를 악물었지만 이미 끝난 일이었다.
계약 조건에도 매달 입주 여부를 결정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할 말도 없다.
방으로 들어온 서연주는 오후에는 빈 방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보증금 500만원을 받게 되겠지만 요즘은 월세가 드물어서 변두리로 나가야 될 것이었다.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으므로 서연주는 시선만 그쪽으로 돌렸다.
발신자 번호가 떠 있었다.
발신자 번호가 떠 있었다.
그것을 본 서연주는 그 와중에도 쓴웃음을 지었다.
김태영의 휴대전화 번호가 떠 있는 것이다.
내일 약속은 없다.
잠자코 시선만 주고 있는 사이에 휴대전화는 계속 울렸다.
그러더니 끊어졌다가 다시 울렸다.
서연주는 벽에 등을 붙이고는 두 다리를 길게 뻗었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이 어떻게 된다면 김태영이 제일 먼저 발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서연주는 휴대전화를 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