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1.인연(1)
(1690) 인연-1
어, 왔냐?“
응접실로 들어선 조철봉이 얼굴을 펴고 웃었다.
“안녕하십니까? 형님,”
소파에서 일어나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 청년은 장신에 용모도 사내다웠다.
응접실로 들어선 조철봉이 얼굴을 펴고 웃었다.
“안녕하십니까? 형님,”
소파에서 일어나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 청년은 장신에 용모도 사내다웠다.
굵은 눈썹에 눈도 서글서글했고 콧날도 굵다.
조철봉은 좀처럼 남자 용모에 대해 칭찬을 안하는 성품인데도 이 청년,
김태영한테는 점수를 후하게 준다.
오늘은 일요일이어서 조철봉은 모처럼 집에서 쉰다.
소파에는 어머니가 앉아 있었고 이은지는 뒷마당에서 바비큐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영일은 조금전까지 집안을 돌아다니더니 보이지 않는다.
제 방에서 컴퓨터를 하는 것 같다.
“태영이가 올해는 장가 간단다.”
하고 어머니가 말했으므로 소파에 앉던 조철봉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어, 그래? 잘됐다.”
“아니, 꼭 간다는 게 아닙니다.
“태영이가 올해는 장가 간단다.”
하고 어머니가 말했으므로 소파에 앉던 조철봉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어, 그래? 잘됐다.”
“아니, 꼭 간다는 게 아닙니다.
이모님이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느냐고 물으셔서 있다고만 한 건데.”
당황한 태영이 손까지 저었다.
당황한 태영이 손까지 저었다.
태영은 대학 건축과를 졸업하고 전공대로 건설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조철봉과는 이종사촌간이다.
그러나 작년까지 부산에서 근무하다가 이번에 서울 현장으로 발령을 받은 터라
조철봉과는 일년에 한번 만나기도 힘들었다.
조철봉이 지그시 김태영을 보았다.
“인마,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해야지, 자신이 없는 거냐?”
“그것보다도.”
하더니 태영이 힐끗 어머니 눈치를 보았다.
“인마,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해야지, 자신이 없는 거냐?”
“그것보다도.”
하더니 태영이 힐끗 어머니 눈치를 보았다.
그때 어머니는 TV 연속극 재방송에다 한눈을 팔고 있었다.
“아직 데이트도 못한 상황이거든요.”
“어, 그래? 그럼 짝사랑이냐?”
“글쎄요. 그건….”
태영이 뒷머리를 긁었다.
“아직 데이트도 못한 상황이거든요.”
“어, 그래? 그럼 짝사랑이냐?”
“글쎄요. 그건….”
태영이 뒷머리를 긁었다.
스물아홉인 태영과 열살 가깝게 나이차가 났으므로 터놓고 지낼 만한 분위기는 아니다.
모처럼 인사차 찾아온 태영이어서 조철봉은 집구경을 시켜주었다.
뒷마당의 나무 그늘에 서서 바비큐 준비를 하는 이은지와 주방 아줌마를 보던 태영이 불쑥 말했다.
“형님은 제 우상이거든요?”
“우상?”
되물은 조철봉이 히히히 웃었다.
“인마, 우상 삼을 게 따로 있지. 네 이모가 들으면 까무러치시겠다.”
“아녜요.”
정색한 태영이 머리를 저었다.
“진심입니다. 전 형님한테 배워야 해요.
“형님은 제 우상이거든요?”
“우상?”
되물은 조철봉이 히히히 웃었다.
“인마, 우상 삼을 게 따로 있지. 네 이모가 들으면 까무러치시겠다.”
“아녜요.”
정색한 태영이 머리를 저었다.
“진심입니다. 전 형님한테 배워야 해요.
그래서 형님도 뵐 겸 해서 오늘 찾아온 건데요, 뭐.”
“뭘 배우려고?”
“여자 꾀어내는 법, 아니….”
침을 삼킨 태영이 말을 이었다.
“여자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을요.”
“마음을?”
입맛을 다신 조철봉이 태영을 빤히 보았다.
“내가 그 방면의 선수라고 누가 그러디? 네 이모가? 아니면 네 어머니가?”
“소문을 들은 겁니다, 형님.”
“어떻게?”
“저어.”
힐끗 이은지에게 시선을 준 태영이 말을 이었다.
“영일이 새어머니 말씀도 많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또 영일이 어머니 이야기도.”
“그게 어때서?”
“형님은 여자가 뭘 원하는가를 훤하게 꿰고 계신다는 겁니다. 그래서….”
“인마.”
입맛을 다신 조철봉이 쓴웃음을 지었다.
“사람마다 특성이 있어. 네가 나한테 맞추면 다 비틀어진다. 네 걸 개발해.”
“뭘 배우려고?”
“여자 꾀어내는 법, 아니….”
침을 삼킨 태영이 말을 이었다.
“여자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을요.”
“마음을?”
입맛을 다신 조철봉이 태영을 빤히 보았다.
“내가 그 방면의 선수라고 누가 그러디? 네 이모가? 아니면 네 어머니가?”
“소문을 들은 겁니다, 형님.”
“어떻게?”
“저어.”
힐끗 이은지에게 시선을 준 태영이 말을 이었다.
“영일이 새어머니 말씀도 많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또 영일이 어머니 이야기도.”
“그게 어때서?”
“형님은 여자가 뭘 원하는가를 훤하게 꿰고 계신다는 겁니다. 그래서….”
“인마.”
입맛을 다신 조철봉이 쓴웃음을 지었다.
“사람마다 특성이 있어. 네가 나한테 맞추면 다 비틀어진다. 네 걸 개발해.”
(1691) 인연-2
김태영이 숙소인 사당동 오피스텔로 돌아왔을 때는 오후 8시쯤이었다.
조철봉의 집에서 저녁까지 먹고온 것이다.
씻고 소파에 길에 늘어져 앉았을 때 조철봉의 말이 떠올랐다.
“네 식으로 해라.”
그랬다가 나중에는 이렇게도 말해주었다.
“다 털어놓지 마, 네 맘을 딱 40퍼센트만 보여줘. 그게 서로를 위해서 좋다.”
뭣 때문에 좋다는 설명은 해주지 않았다.
헤어질 때는 귀에다 대고 이런 소리도 했다.
“얀마,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네 식으로 해라.”
그랬다가 나중에는 이렇게도 말해주었다.
“다 털어놓지 마, 네 맘을 딱 40퍼센트만 보여줘. 그게 서로를 위해서 좋다.”
뭣 때문에 좋다는 설명은 해주지 않았다.
헤어질 때는 귀에다 대고 이런 소리도 했다.
“얀마,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적극적으로 대들어. 강한 자가 사랑을 쟁취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도 쟁취한 자가 강한 자란 말이여.”
그렇다. 공감이 갔으므로 머리를 끄덕인 태영이 전화기를 들었다.
그렇다. 공감이 갔으므로 머리를 끄덕인 태영이 전화기를 들었다.
그러고는 버튼을 누르고 나서 전화기를 귀에 붙였다.
“여보세요.”
신호음이 세 번 울리고 나서 응답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신호음이 세 번 울리고 나서 응답소리가 들렸다.
서연주, 대학교수가 꿈인 가난한 대학원생, 25세, 그리고 고향이 대구라는 것까지만
알고 나머지는 모른다.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 것은 서연주가 지금 김태영이 다니는 동해건설에서 영어 통역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 서연주씨, 나 김태영입니다.”
처음 거는 사적 전화였으므로 태영은 눈을 치켜뜨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머, 김 대리님.”
놀란 듯 목소리가 떴지만 불쾌한 것 같지는 않았다.
“놀랐습니까? 갑자기 전화를 해서요?”
“아뇨? 네.”
그렇게 대답했던 서연주가 물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혹시 통역일이.”
“아, 그게.”
김태영은 심호흡을 했다.
“아, 서연주씨, 나 김태영입니다.”
처음 거는 사적 전화였으므로 태영은 눈을 치켜뜨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머, 김 대리님.”
놀란 듯 목소리가 떴지만 불쾌한 것 같지는 않았다.
“놀랐습니까? 갑자기 전화를 해서요?”
“아뇨? 네.”
그렇게 대답했던 서연주가 물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혹시 통역일이.”
“아, 그게.”
김태영은 심호흡을 했다.
건설회사가 휴일, 공휴일 따져 일할 수는 없다.
동해건설이 공사 중인 미국계 합자회사의 건물 준공일이 다가오자
시도 때도 없이 미국인 관계자가 찾아왔기 때문에 서연주가 필요했다.
“저기, 그것이.”
했다가 김태영은 조철봉의 말이 떠올랐다.
“저기, 그것이.”
했다가 김태영은 조철봉의 말이 떠올랐다.
적극적으로 대들어라, 쟁취한 자가 강한 자일지니.
“개인적으로 전화한 겁니다. 서연주씨.”
“어머, 그러세요?”
여전히 서연주의 목소리가 밝았으므로 김태영은 기운이 났다.
“저기, 내일 시간 있으십니까? 퇴근 후에 저녁이나 같이 했으면 좋겠는데.”
말이 그렇게 나왔지만 김태영의 가슴은 미어졌다.
“개인적으로 전화한 겁니다. 서연주씨.”
“어머, 그러세요?”
여전히 서연주의 목소리가 밝았으므로 김태영은 기운이 났다.
“저기, 내일 시간 있으십니까? 퇴근 후에 저녁이나 같이 했으면 좋겠는데.”
말이 그렇게 나왔지만 김태영의 가슴은 미어졌다.
그동안 얼마나 데이트 신청의 첫 말을 연구해 왔던가?
다 헛것이 되었다. 그때 서연주가 말했다.
“어쩌죠? 내일은 약속이 있는데.”
“그럼 할 수 없지요.”
냉큼 그렇게 받았지만 김태영은 어금니를 물었다.
“어쩌죠? 내일은 약속이 있는데.”
“그럼 할 수 없지요.”
냉큼 그렇게 받았지만 김태영은 어금니를 물었다.
거부당한 것이다.
하긴 서연주를 노리는 놈이 어디 하나 둘인가?
자재부의 강 과장부터 이혼남인 유부장, 대리급은 김태영을 포함하여
네댓 명이고 사원급은 셀 수도 없을 정도였다.
현장소장인 박 상무도 서연주를 집적거린다는 소문이 나 있을 정도이니
콧대가 남산만큼 높아져 있을 법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쉬세요.”
하고 김태영이 마악 전화기를 귀에서 떼려는 순간 서연주가 물었다.
“화나셨어요?”
“화는요.”
했다가 김태영의 머릿속에 조철봉의 조언이 떠올랐다.
“알겠습니다. 그럼 쉬세요.”
하고 김태영이 마악 전화기를 귀에서 떼려는 순간 서연주가 물었다.
“화나셨어요?”
“화는요.”
했다가 김태영의 머릿속에 조철봉의 조언이 떠올랐다.
조철봉을 우상으로 생각했다는 건 좀 과장했지만 부러워는 했다.
그의 여성 편력이 워낙 요란했기 때문이다.
김태영이 차분하게 말했다.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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