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3.인연(3)
(1694) 인연-5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날 오후 6시 정각에 김태영은 현장 근처의 커피숍에서
한 사내와 마주 앉아 있었다.
사내 이름은 오준수. 조철봉이 소개시켜 준 정보회사의 직원이었다.
오준수는 단정한 양복차림의 30대 사내였는데 마주 앉더니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한부를 김태영에게 건네주었다.
그러고는 브리핑을 하듯이 제가 쥔 서류를 읽었다.
“서연주씨는 신촌에서 5백 보증금을 내고 월 35만원짜리 월세 원룸에서 살고 있는데
“서연주씨는 신촌에서 5백 보증금을 내고 월 35만원짜리 월세 원룸에서 살고 있는데
생활이 어렵습니다. 대학 때부터 계속 알바를 해왔습니다.”
김태영이 끄덕이며 서류를 보았다.
김태영이 끄덕이며 서류를 보았다.
정보시대인 것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서류에는 대학 2학년 때부터 대학원생인 지금까지 5년 동안의 알바 업소
수십개가 적혀 있었던 것이다.
편의점, 식당, 여행사 가이드에 행사 도우미도 했다.
갑자기 목이 메었으므로 김태영은 헛기침을 했다.
그때 오준수가 말을 이었다.
“사흘 동안이어서 시간이 부족했지만 남자관계 윤곽도 거의 드러났습니다.
“사흘 동안이어서 시간이 부족했지만 남자관계 윤곽도 거의 드러났습니다.
알바 업체 순으로 조사를 했더니 비교적 자세하게 알 수 있더군요.”
그러면서 오준수가 서류를 넘겼고 김태영도 따라 넘겼다.
그러면서 오준수가 서류를 넘겼고 김태영도 따라 넘겼다.
그순간 김태영은 숨을 삼켰다.
서연주의 남자들이 줄줄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남자 이름 옆에는 왕의 재위기간처럼 괄호 안에 몇년 몇월에서 몇년 몇월까지라고
연도 표시가 되어 있었고 그 옆에는 사귄 개월수까지 표기되어 있었다.
“모두 12명입니다.”
오준수가 입사자를 보고하는 총무과장처럼 말했고
“모두 12명입니다.”
오준수가 입사자를 보고하는 총무과장처럼 말했고
그 사이에 김태영은 맨 오른쪽의 개월수를 계산했다.
모두 47개월이다.
4년5개월, 즉 53개월중에 남자가 없었던 달수는 6개월이란 뜻이었다.
오준수의 말이 이어졌다.
“그중 이덕준과 박민원과는 각각 10개월, 13개월씩 길게 사귀었으니까
“그중 이덕준과 박민원과는 각각 10개월, 13개월씩 길게 사귀었으니까
이 둘과는 상당히 진척된 관계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작년에 박민원과도 끝났다.
그러나 작년에 박민원과도 끝났다.
그리고 또 둘이 더 이어졌는데 각각 2개월과 3개월이었다.
“예, 보시다시피 두달 전부터 현재까지는 남자가 없습니다.”
하고 오준수가 남자관계 브리핑을 마치더니 머리를 들었다.
“어젯밤에 서연주씨는 유중환 부장하고 저녁 식사를 하고 나서 호텔 바에 갔습니다.”
오준수가 잠깐 말을 그쳤을 때 김태영은 어금니를 물었다.
“예, 보시다시피 두달 전부터 현재까지는 남자가 없습니다.”
하고 오준수가 남자관계 브리핑을 마치더니 머리를 들었다.
“어젯밤에 서연주씨는 유중환 부장하고 저녁 식사를 하고 나서 호텔 바에 갔습니다.”
오준수가 잠깐 말을 그쳤을 때 김태영은 어금니를 물었다.
이미 답답해진 가슴이 더 무거워진 느낌이 든 것이다. 절망감이다.
유중환하고 호텔 바까지 같이 갔다면 다음 수순은 뻔한 것이다.
유중환이 가만 두었을리가 없다.
그때 오준수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탁자 위에 소형 녹음기를 올려놓았다.
커피숍에는 창가에 앉은 젊은 남녀 손님 한쌍 뿐이다.
“제가 뒤쪽 테이블에 앉아 대화 녹음을 했습니다.”
녹음 버튼을 누르면서 오준수가 말을 이었다.
“중요한 대화만 추렸습니다.”
그때 유중환의 목소리가 녹음기에서 울려 나왔다.
“까놓고 말하지. 내가 이혼남인 건 말했고 애까지 딸린 나한테 오라고는 못하겠어. 그러니까.”
유중환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이놈은 항상 그런다.
“내 애인 하자구. 한달에 두번만 만나고 용돈 백씩 줄게.
“제가 뒤쪽 테이블에 앉아 대화 녹음을 했습니다.”
녹음 버튼을 누르면서 오준수가 말을 이었다.
“중요한 대화만 추렸습니다.”
그때 유중환의 목소리가 녹음기에서 울려 나왔다.
“까놓고 말하지. 내가 이혼남인 건 말했고 애까지 딸린 나한테 오라고는 못하겠어. 그러니까.”
유중환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이놈은 항상 그런다.
“내 애인 하자구. 한달에 두번만 만나고 용돈 백씩 줄게.
그리고 덤으로 소형차 한대 뽑아주고 기름값은 별도 지급하지. 어때?”
김태영은 초조하게 다음 말을 기다렸다.
김태영은 초조하게 다음 말을 기다렸다.
(1695) 인연-6
![](http://postfiles5.naver.net/20130311_148/il0202_1362959483078L0imT_JPEG/20130227MW182447789137_b.jpg?type=w2)
다음 순간 서연주의 목소리가 울렸다.
“정말요?”
그때 김태영은 번쩍 머리를 들었다.
“정말요?”
그때 김태영은 번쩍 머리를 들었다.
주먹으로 녹음기를 때려 부수고 싶은 충동을 그렇게 해소한 것이다.
김태영이 이를 악물었을 때 서연주의 말이 이어졌다.
“딱, 두번 만나는데 백만원이라구요? 거기에다 덤으로 소형차.”
서연주는 계약 조건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딱, 두번 만나는데 백만원이라구요? 거기에다 덤으로 소형차.”
서연주는 계약 조건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보나마나 앞에 앉은 유중환은 열심히 머리를 끄덕이고 있을 것이다.
“소형차 기름값이래두 월 50만원은 들텐데요. 그죠?”
서연주가 묻자 유중환이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마 그 정도 들겠지, 거기에다.”
“거기에다 또 뭐죠?”
그러자 에라, 하는 듯이 유중환이 말했다.
“보험료까지 내 주지.”
“어머나.”
“그럼 월 평균 170은 될거야, 그래, 170씩 주지.”
“차는 뭘로 사주실 건데요?”
“리틀이 어때? 요즘 인기 좋다던데.”
그리고 제일 싼 차다. 그래도 아마 1천만원은 될 것이다.
“히야.”
하고 서연주가 탄성을 뱉는 소리가 났으므로 김태영은 심호흡을 했다.
“소형차 기름값이래두 월 50만원은 들텐데요. 그죠?”
서연주가 묻자 유중환이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마 그 정도 들겠지, 거기에다.”
“거기에다 또 뭐죠?”
그러자 에라, 하는 듯이 유중환이 말했다.
“보험료까지 내 주지.”
“어머나.”
“그럼 월 평균 170은 될거야, 그래, 170씩 주지.”
“차는 뭘로 사주실 건데요?”
“리틀이 어때? 요즘 인기 좋다던데.”
그리고 제일 싼 차다. 그래도 아마 1천만원은 될 것이다.
“히야.”
하고 서연주가 탄성을 뱉는 소리가 났으므로 김태영은 심호흡을 했다.
앞에 오준수가 없었다면 시발년 소리는 나왔을 것이다.
그때 유중환이 말했다.
“내가 계약서 써줄 수도 있어. 각서도 좋고.”
“어머나.”
“그러니까 말야.”
유중환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어렸다.
“우리 방에 들어가서 각서 쓰고 나오자. 어때?”
“방에서요?”
“괜히 그러지마.”
“뭐가요?”
“뻔히 알면서 빼지 말란 말야.”
“그러니까.”
웃음띤 목소리로 서연주가 말을 이었다.
“방에 들어가서 애인되는 기념식을 하잔 말씀이군요?”
“그렇지.”
이제는 포기 상태가 된 김태영이 팔짱을 끼고 의자에 등을 붙였을 때 서연주가 말했다.
“아저씨.”
놀란 김태영이 눈을 크게 뜨고 팔짱을 풀었다.
“내가 계약서 써줄 수도 있어. 각서도 좋고.”
“어머나.”
“그러니까 말야.”
유중환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어렸다.
“우리 방에 들어가서 각서 쓰고 나오자. 어때?”
“방에서요?”
“괜히 그러지마.”
“뭐가요?”
“뻔히 알면서 빼지 말란 말야.”
“그러니까.”
웃음띤 목소리로 서연주가 말을 이었다.
“방에 들어가서 애인되는 기념식을 하잔 말씀이군요?”
“그렇지.”
이제는 포기 상태가 된 김태영이 팔짱을 끼고 의자에 등을 붙였을 때 서연주가 말했다.
“아저씨.”
놀란 김태영이 눈을 크게 뜨고 팔짱을 풀었다.
아마 유중환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서연주의 목소리가 팽팽해졌다.
마치 고무줄을 당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저씨, 정신 차리세요.”
“뭐?”
유중환은 아직 전투 모드가 되어 있지 않아서 허둥댔다.
“아저씨, 정신 차리세요.”
“뭐?”
유중환은 아직 전투 모드가 되어 있지 않아서 허둥댔다.
기습을 당한 것이다.
“내가 몇십만원짜리 알바 한다고 무시하는 거예요,
“내가 몇십만원짜리 알바 한다고 무시하는 거예요,
뭐예요? 뭐? 월 170에 차 한대?”
서연주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방법이 틀렸단 말야, 아저씨는. 그냥 달라고 했다면 줄 수도 있었어. 근데 뭐라고?”
“이, 이봐, 서연주씨.”
“넌 개자식이야, 알아?”
“글쎄, 조용, 조용히”
당황한 유중환의 목소리는 더 작아졌고 서연주는 더 기세를 올렸다.
“앞으로 나한테 아는 체도 말아. 알았어?”
“그, 글쎄, 알았으니까.”
“그렇지 않으면 당신 사장 만나서 다 일러바칠거야.”
그때 오준수가 녹음기의 버튼을 눌러 끄더니 말했다.
“이상입니다.”
오준수는 처음으로 웃는 얼굴을 보였다.
서연주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방법이 틀렸단 말야, 아저씨는. 그냥 달라고 했다면 줄 수도 있었어. 근데 뭐라고?”
“이, 이봐, 서연주씨.”
“넌 개자식이야, 알아?”
“글쎄, 조용, 조용히”
당황한 유중환의 목소리는 더 작아졌고 서연주는 더 기세를 올렸다.
“앞으로 나한테 아는 체도 말아. 알았어?”
“그, 글쎄, 알았으니까.”
“그렇지 않으면 당신 사장 만나서 다 일러바칠거야.”
그때 오준수가 녹음기의 버튼을 눌러 끄더니 말했다.
“이상입니다.”
오준수는 처음으로 웃는 얼굴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