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4. 유혹(6)
(1676) 유혹-11
입국장으로 나왔을 때 조철봉의 마음은 이미 굳어져 있었다.
박은희와 일박을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렇지만 박은희하고는 공항에서 헤어지고 나서 저녁때 다시 만나기로 했다.
공항에 차를 가지고 운전사가 마중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박은희와 약속한 국제호텔 앞에서 차를 내렸을 때는 저녁 7시반,
조철봉은 로비에서 심복 최갑중에게만 전화를 했다.
“나다.”
“아, 사장님. 도착하셨군요.”
갑중이 말하자 조철봉은 목소리를 낮췄다.
“응, 근데 나 오늘 집에 들어가지 못할 것 같아. 그러니까….”
“무슨 일 있습니까?”
“비행기에서 여자를 만났어.”
그러자 갑중은 3초쯤 가만 있었다.
“나다.”
“아, 사장님. 도착하셨군요.”
갑중이 말하자 조철봉은 목소리를 낮췄다.
“응, 근데 나 오늘 집에 들어가지 못할 것 같아. 그러니까….”
“무슨 일 있습니까?”
“비행기에서 여자를 만났어.”
그러자 갑중은 3초쯤 가만 있었다.
틀림없이 얼굴을 찌푸리고 있을 것이었다.
송화구를 손바닥으로 막고 욕을 하는지도 모른다.
조철봉은 영상 전화기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아침에는….”
“출근이 좀 늦을 거야.”
“아, 예.”
“내가 집에는 내일 들어간다고 이야기해놓을 테니까 알아서 처리해.”
“예, 사장님.”
갑중은 먼저 공항에 나간 운전사의 입막음을 시킬 것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아침에는….”
“출근이 좀 늦을 거야.”
“아, 예.”
“내가 집에는 내일 들어간다고 이야기해놓을 테니까 알아서 처리해.”
“예, 사장님.”
갑중은 먼저 공항에 나간 운전사의 입막음을 시킬 것이었다.
그때 갑중이 물었다.
“사장님, 어떤 여잡니까?”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여잔데.”
“우연히 옆자리요?”
갑중이 되풀이한 순간 조철봉은 숨을 길게 들이켰다가 뱉고 나서 말했다.
“적어.”
“예, 사장님.”
“이름은 박은희, 나라상사 대표이사로 되어 있고 전화번호는….”
박은희의 명함을 꺼낸 조철봉이 구석쪽으로 다가가 청도 공장 전화번호까지 불러주었다.
“사장님, 어떤 여잡니까?”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여잔데.”
“우연히 옆자리요?”
갑중이 되풀이한 순간 조철봉은 숨을 길게 들이켰다가 뱉고 나서 말했다.
“적어.”
“예, 사장님.”
“이름은 박은희, 나라상사 대표이사로 되어 있고 전화번호는….”
박은희의 명함을 꺼낸 조철봉이 구석쪽으로 다가가 청도 공장 전화번호까지 불러주었다.
다 적고 난 갑중이 다시 물었다.
“오늘 어디에서 숙박하실 겁니까?”
“난 지금 국제호텔에 왔는데. 여기서 만나기로 해서.”
“그럼 블루호텔로 가시지요. 예약해놓겠습니다.”
“알았다.”
통화를 마친 조철봉이 로비를 지나 커피숍에 들어서자
“오늘 어디에서 숙박하실 겁니까?”
“난 지금 국제호텔에 왔는데. 여기서 만나기로 해서.”
“그럼 블루호텔로 가시지요. 예약해놓겠습니다.”
“알았다.”
통화를 마친 조철봉이 로비를 지나 커피숍에 들어서자
안쪽 자리에 앉아있던 박은희가 손을 들었다.
“빨리 왔네.”
앞자리에 앉은 조철봉이 말하자 박은희가 활짝 웃었다.
“택시가 빠르죠. 그동안 알리바이는 다 만들어 놓으셨겠죠?”
“알리바이라니?”
“오늘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
“그거야.”
박은희의 분위기에 끌려든 조철봉이 따라 웃었다.
“난 지금 중국에 있는 거야.”
“설마 출입국자 명단을 체크할 정도로 불신임을 받는 건 아니죠?”
“내 와이프는 그런 인간 아냐.”
“다행이네.”
“뭘 먹으러 갈까?”
“삼겹살에 소주 마시고 싶어요.”
박은희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시끄러운 곳에서, 고기 타는 연기도 나고 좀 지저분해야 분위기가 나요.”
“취미가 별나네.”
“공덕동 쪽으로 가요.”
그러면서 박은희가 차를 시키지 않은 채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은 그냥 실컷 마시고 싶어요.”
커피숍을 나왔을 때 박은희가 조철봉의 팔짱을 꼈다가 금방 풀었다.
“빨리 왔네.”
앞자리에 앉은 조철봉이 말하자 박은희가 활짝 웃었다.
“택시가 빠르죠. 그동안 알리바이는 다 만들어 놓으셨겠죠?”
“알리바이라니?”
“오늘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
“그거야.”
박은희의 분위기에 끌려든 조철봉이 따라 웃었다.
“난 지금 중국에 있는 거야.”
“설마 출입국자 명단을 체크할 정도로 불신임을 받는 건 아니죠?”
“내 와이프는 그런 인간 아냐.”
“다행이네.”
“뭘 먹으러 갈까?”
“삼겹살에 소주 마시고 싶어요.”
박은희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시끄러운 곳에서, 고기 타는 연기도 나고 좀 지저분해야 분위기가 나요.”
“취미가 별나네.”
“공덕동 쪽으로 가요.”
그러면서 박은희가 차를 시키지 않은 채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은 그냥 실컷 마시고 싶어요.”
커피숍을 나왔을 때 박은희가 조철봉의 팔짱을 꼈다가 금방 풀었다.
그러고는 시선이 마주치자 싱긋 웃었다. 자연스럽다.
(1677) 유혹-12
공덕동 오거리 뒤쪽 길에는 맛있는 식당이 많다.
저마다 원조 간판을 붙이고 있어서 저러다가 가게끼리 서로 제가 원조라고
쌈이라도 일어날 것 같았지만 사이좋게 장사를 했다.
다 맛도 비슷한데다 손님들도 많은 것이 이유일 것이다.
배부르면 너그러워져서 시비도 줄어드는 법이다.
박은희는 그 원조집 중 하나로 조철봉을 안내했는데 손님들이 많아서
겨우 구석쪽 자리로 안내되었다.
곱창구이가 원조인 집이었다.
소주와 곱창을 시키자 1분도 안되어서 안주와 술이 좌악 펼쳐졌다.
숯불과 받침에 얹힌 곱창도 금방 앞에 놓였다.
잘 되는 집은 종업원들의 동작에도 활기가 보인다.
두번 일할 것을 한번에 끝내는 효율성도 드러난다.
박은희가 조철봉의 잔에 소주를 따르면서 웃었다.
“이런 데 처음 오시는 건 아니죠?”
“무슨 말을. 나도 전에는 자주 왔는데.”
“이 동네 말인가요?”
“아니 여긴 첨이지만.”
조철봉이 박은희의 잔에 술을 채웠다.
“박 사장, 아니, 은희씨라고 부를까?”
“그냥 은희라고 하세요.
“이런 데 처음 오시는 건 아니죠?”
“무슨 말을. 나도 전에는 자주 왔는데.”
“이 동네 말인가요?”
“아니 여긴 첨이지만.”
조철봉이 박은희의 잔에 술을 채웠다.
“박 사장, 아니, 은희씨라고 부를까?”
“그냥 은희라고 하세요.
말 올렸다 내렸다 하지 마시고 그냥 반말 하시구요.”
“그러지. 그럼 은희도 나한테 그냥 오빠라고 하면 되겠다.”
“존댓말 안해도 되구요?”
“듣기 거북해, 말 내려.”
“좋아, 오빠.”
술잔을 든 박은희가 한모금에 술을 삼켰다.
“그러지. 그럼 은희도 나한테 그냥 오빠라고 하면 되겠다.”
“존댓말 안해도 되구요?”
“듣기 거북해, 말 내려.”
“좋아, 오빠.”
술잔을 든 박은희가 한모금에 술을 삼켰다.
식당 안의 열기 때문인지 박은희의 얼굴은 상기되었고 불빛에 반사된 눈동자가 반짝였다.
“비행기에서 내가 했던 말, 잊어, 오빠.”
하고 박은희가 불쑥 말했으므로 조철봉이 시선을 들었다.
“비행기에서 내가 했던 말, 잊어, 오빠.”
하고 박은희가 불쑥 말했으므로 조철봉이 시선을 들었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은희가 싱긋 웃었다.
“그냥 했던 말이야. 장래성도 없는 그까짓 사업, 가져가서 뭐 하려고.”
“그렇게 말하는 게 아냐.”
젓가락으로 곱창을 뒤적이면서 조철봉이 나무랐다.
제 사업이나 제가 다니는 직장을 욕하는 건 제 얼굴에다 침 뱉는 것이나 같다.
“아깐 결산하면 얼마쯤 남을 거라고 했지만.”
쓴웃음을 지은 은희가 머리를 저었다.
“숨겨 놓은 부채가 많아. 누가 내 업체를 인수하면 숨겨진 부채가 고구마 줄기 캐듯이
“그냥 했던 말이야. 장래성도 없는 그까짓 사업, 가져가서 뭐 하려고.”
“그렇게 말하는 게 아냐.”
젓가락으로 곱창을 뒤적이면서 조철봉이 나무랐다.
제 사업이나 제가 다니는 직장을 욕하는 건 제 얼굴에다 침 뱉는 것이나 같다.
“아깐 결산하면 얼마쯤 남을 거라고 했지만.”
쓴웃음을 지은 은희가 머리를 저었다.
“숨겨 놓은 부채가 많아. 누가 내 업체를 인수하면 숨겨진 부채가 고구마 줄기 캐듯이
줄줄이 드러날 거야.”
조철봉은 곱창만 씹었고 은희의 말이 이어졌다.
“아마 10억원쯤 될걸? 그럼 인수한 사람이 뒤집어쓰게 되는 거지.”
“그 이야기를 왜 하는데?”
다시 술잔을 든 조철봉이 묻자 은희는 외면하고 대답했다.
“나 자신이 지겨워져서.”
“갑자기 왜?”
한모금에 소주를 삼킨 조철봉이 지그시 은희를 보았다.
조철봉은 곱창만 씹었고 은희의 말이 이어졌다.
“아마 10억원쯤 될걸? 그럼 인수한 사람이 뒤집어쓰게 되는 거지.”
“그 이야기를 왜 하는데?”
다시 술잔을 든 조철봉이 묻자 은희는 외면하고 대답했다.
“나 자신이 지겨워져서.”
“갑자기 왜?”
한모금에 소주를 삼킨 조철봉이 지그시 은희를 보았다.
표정은 느긋했지만 조철봉은 속으로 긴장하고 있었다.
은희의 말이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그때 은희가 대답했다.
“난 빚쟁이 때문에 집에도 못 들어가는 거야. 지난달 직원 월급도 못줬어.”
“그런데도 비즈니스 타고 다녀?”
“어쩔 수 없어.”
은희가 정색하고 조철봉을 보았다.
“만날 비즈니스 타고 다니다가 이코노미로 내려가 앉아 있는 날 상상하면 가슴이 탁 막혀.”
“…….”
“솔직히 티켓 끊기 전에 몇번이나 망설였어.”
“잘했다. 이해한다.”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였다.
“난 빚쟁이 때문에 집에도 못 들어가는 거야. 지난달 직원 월급도 못줬어.”
“그런데도 비즈니스 타고 다녀?”
“어쩔 수 없어.”
은희가 정색하고 조철봉을 보았다.
“만날 비즈니스 타고 다니다가 이코노미로 내려가 앉아 있는 날 상상하면 가슴이 탁 막혀.”
“…….”
“솔직히 티켓 끊기 전에 몇번이나 망설였어.”
“잘했다. 이해한다.”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였다.
은희에 대한 신뢰가 조금씩 쌓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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