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1. 유혹(3)
(1670) 유혹-5
이번 경우는 이은지가 먼저 연락을 해온 상황이 되었지만 어쨌든
중국 식당의 밀실에서 여러가지 중국 요리에다 독한 백주를 시켰는데
“아침에 은지 전화 받으셨죠?”
지선이 불쑥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머리만 끄덕였다.
“제 이야기 하셨죠?”
“무슨 이야기?”
조철봉이 자연스럽게 반말로 물었다.
“틀림없이 제 이야기 물으셨을테죠, 그렇죠?
백주는 네댓 잔 함께 마시는 건 보았지만 지선이 취한 것 같지는 않았다.
“아마 은지는 다 말해주었을 것이고, 그죠? 제 남자 관계 말이죠.”
“예상하고 있었던 것 같군.”
“그래요.”
정색한 지선이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서 제가 먼저 은지한테 전화를 했죠,
“허어.”
“그럼 사장님이 지선이 걘 성격이 어떤 여자냐? 하면서 슬쩍 물어보실 것이고,
“…….”
“은지는 아마 다 말씀드렸겠죠.
“그런 말 안했는데.”
“좀 부담이 적어지셨죠?”
불쑥 지선이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놀랐지만 모른 척하고 눈썹을 좁혔다.
“무슨 말이야?”
“전화 받고 나서 말씀이에요. 저에 대한 부담이 적어지셨죠?”
그래도 조철봉이 눈만 껌벅이자 지선이 말을 이었다.
“저는 그러시라고 작전을 짠 건데요.”
(1671) 유혹-6
밤 10시에 전화벨이 울렸을 때 조철봉은 그것이 유지선의 전화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지선은 로비에 있을 것이었다.
전화기를 든 조철봉이 응답하자 예상했던 대로 유지선이 말했다.
“저예요. 저 지금 로비에 있어요.”
동보성과 식사를 마치고 헤어진 지 한 시간밖에 되지 않았다.
유지선과는 식당 앞에서 헤어진 것이다.
“저, 올라갈까요?”
유지선이 물었을 때 조철봉은 마음을 굳혔다.
일단 만나기로 한 것이다.
“올라 와.”
그러고 나서 조철봉은 숨을 가득 들이켜고는 길고 천천히 뱉어내었다.
식당에서 나눈 지선과의 대화는 자신의 절제력을 약화시킨 효과를 내었다.
또한 이은지에 대한 죄책감도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드는 중이다.
잠시 후에 방으로 들어선 지선은 웃음 띤 얼굴이었다.
“이런 경우 드문 편이시죠?”
소파로 다가가 앉은 지선이 물었다.
아직도 술기운이 가시지 않은 지선의 상기된 얼굴을 본 순간 조철봉의 목구멍이 찌르르 울렸다.
“저도 처음이에요.”
지선이 웃음 띤 얼굴로 말을 이었다.
“아마 술이 깨고 나면 창피해서 사장님 얼굴을 못 볼 것 같아요.”
그 순간 조철봉의 마음이 또 변했다.
창피하다는 단어 때문인지 사장님 소리를 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도대체.”
조철봉이 부드러운 시선으로 지선을 보았다.
만일 지선이 은지의 친구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도 떠올랐다.
“나한테 인사는 그만하면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유지선씨.”
조철봉은 지선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보았다.
늘어졌던 몸도 바로 세워졌다.
“금방 나한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유지선씨가 은지 친구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노골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었을까 하고.”
“…….”
“아마 그땐 내가 둘 중 하나의 방법을 택했겠지.
부담없이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두말 않고 내쫓거나 말야.”
“…….”
“이쯤해서 그만두는 게 어때?”
이제는 정색한 조철봉이 지선을 똑바로 보았다.
가슴 한 쪽이 개운해지면서 허전한 느낌이 왔지만 이왕 뱉은 말이었다.
“어젯밤부터 오늘까지 일어난 일은 없는 것으로 할 테니까 말야.”
“저는요.”
혀끝으로 입술을 핥고 난 지선이 조철봉의 시선을 받으며 말했다.
“그냥 드리고 싶었어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조철봉이 입을 다물었고 지선의 말이 이어졌다.
“사장님 편안하게 해 드리려고 아침에 좀 작전을 짰기는 했습니다.
그게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요.”
“…….”
“사장님이 어젯밤 받아들이셨다면 아마 오늘부터는 정상적인 부장과 사장 사이로 돌아갔겠죠.
전 관계를 길게 끌 생각은 전혀 없었으니까요.”
그때 조철봉의 마음이 또 변했다.
내가 지금 무슨 미친 짓을 한 것인가?
하는 후회가 밀려왔고 눈앞의 지선이 다시 요염하게 보였다.
그때 지선이 말했다.
“제가 정성을 다해서 드릴 것이라고는 그것뿐이었으니까요.
진심으로 몸을 드리고 싶었거든요.”
그러고는 지선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사장님이 알아 주셨으니까 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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