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 22장 내분이 일어나다 [5]
(459) 22장 내분이 일어나다 <9>
머리를 끄덕인 김동일이 다시 물었다.
“서 장관 인기가 높습디다. 그 인기의 비결은 무엇이오?”
만찬장의 무대에서는 여가수 셋이 노래하고 있었는데 목소리가 똑같아서 한 사람이 부르는 것 같다.
모두 박수를 치며 장단을 맞추고 있어서 분위기가 뜨겁다.
서동수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제가 있는 그대로 내놓는 성격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가식을 싫어하거든요.”
“가식이라.”
혼잣소리로 말한 김동일이 몸을 더 바짝 붙였다.
“서 장관, 나에 대해서 조언해줄 것 있소? 내 행동이나 관리방법 같은….”
말을 그친 김동일의 두 눈이 번쩍였다.
머리를 든 서동수와 김동일의 시선이 마주쳤다.
서동수가 소리 죽여 숨을 뱉었다.
김동일은 이런 이야기를 북한에서는 아무한테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른 나라는 말할 것도 없다.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진 서동수가 심호흡을 하고 나서 말했다.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안정된 분위기를 보여주시면 좋겠습니다.”
“안정된 분위기라.”
다시 혼잣소리로 따라 말한 김동일이 서동수를 보았다.
“또 있습니까?”
“서두르지 마십시오. 제가 신의주를 성공시키면 모두 대장 동지의 공적이 됩니다.”
“서 장관은 한국 대통령이 되실 것 아니오? 여론조사를 보면….”
“아닙니다.”
정색한 서동수가 머리를 저었다.
“제가 분명히 말씀드립니다만 저는 신의주 장관에서 그만둡니다. 다시 동성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아니, 왜? 신의주를 다 만들어놓고….”
눈을 크게 뜬 김동일에게 서동수가 웃어 보였다.
“대통령 돼서 5년 봉사하는 것보다 기업인으로 수십 년 일하는 것이
결국 애국하고 국민을 위하는 길입니다.”
이제 김동일은 잠자코 시선만 주다가 자세를 바로잡았다.
주위에 둘러앉은 장군, 위원, 부장 등 고위층들은 무대를 주시하고 있었지만
이쪽으로 신경을 쓰고 있을 것이었다.
그때 김동일이 서동수에게 머리를 돌리더니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고맙소, 서 장관. 참고하겠소.”
그 순간 주위의 모든 시선이 서동수에게 모아졌다가 돌아갔다.
먼 쪽에 앉아 있던 인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날 밤, 초대소의 방 안에서 장치가 물었다.
“대장께서 당신한테 고맙다고 하셨는데 무슨 이야기를 한 거죠?”
“신의주 이야기.”
왕의 침실 같은 침대에 누운 서동수가 오늘은 은색 실크 가운을 입고 다가온 장치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신의주 발전에 대해서 말씀하신 거야.”
“그렇군요.”
시트를 들치고 들어온 장치가 서동수의 옆에 바짝 몸을 붙이고 누웠다.
“모두 당신을 보더군요.
당신과 대장 동지가 이야기하는 동안 모두 그쪽에 신경을 쓰느라고 건성으로 구경을 했어요.”
“그렇겠지.”
앞으로 오늘 밤의 광경은 부풀려져 퍼져나갈 것이다.
서동수가 기대했던 이상이다.
옛날, 서동수가 팀장이었을 때 부장 하나는 회장 비서실에 자주 들락거렸고
그것이 진급에 도움이 됐다는 전설도 전해졌다.
인사담당 중역에게 회장 측근인 줄로 착각하게 만든 것이다.
회사도 이럴진대 권부 주변의 풍경은 이보다 더할 것이었다.
(460) 22장 내분이 일어나다 <10>
평양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개성을 거쳐 자유로에 진입할 때까지 3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물론 서동수의 요청으로 고속도로를 통한 서울행이 이뤄진 것이다.
개성공단에서 차를 바꿔 탄 서동수 일행의 차량 대열이 자유로에 진입하자 언론사 차량들이 따라붙었다.
장치는 창밖 풍경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다.
“언론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장관님.”
앞자리에 앉은 유병선이 핸드폰을 귀에서 떼고 말했다.
차는 대형 밴이어서 유병선은 서동수와 마주보고 앉았다.
“이번 반역사건에 대해서도 언론이 계속해서 특집으로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서동수는 머리만 끄덕였다.
북한은 특집은커녕 보도도 하지 않았다.
그때 유병선이 옆에 앉은 비서한테서 핸드폰을 넘겨 받으면서 귓속말을 들었다.
그러고나서 서동수에게 말했다.
“비서실장이십니다.”
청와대 비서실장 양용식이다.
서동수가 핸드폰을 받아 귀에 붙였다.
“예, 서동수입니다.”
“서 장관님, 잘 오셨습니다.”
반갑게 인사한 양용식이 바로 말을 이었다.
“대통령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곧장 이곳으로 오시지요.”
약속시간이 오후 3시였는데 지금이 1시 반이다.
2시 반이면 청와대에 도착할 것이었다.
전화기를 내려놓은 서동수가 유병선에게 말했다.
“내가 있으면 남북정상회담은 할 필요가 없을 것 같군.”
서동수는 평양에서 출발하기 전에 김동일이 한대성 대통령에게 보내는 친서를 받았던 것이다.
그날 오후 2시 반에 서동수는 청와대 대통령집무실에서 한대성과 마주앉아 있다.
참석 인원은 여섯, 통일부 장관 윤병준과 국정원장 박기출,
그리고 양용식과 유병선이 각각 비서실장으로 배석했다.
장치는 영부인과 한담 중이다.
이윽고 한대성이 서동수가 전해 준 김동일의 친서를 읽고 나서 말했다.
“조만간 만나서 정상회담을 하자는군. 이제 한반도에 평화가 오는 모양입니다.”
서동수는 따라 웃기만 했다.
신의주가 남북 공동사업이 된 후부터 남북 간 분쟁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휴전선이나 NLL에서의 충돌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친서를 넘겨받아 윤병준과 박기출까지 읽고 났을 때 한대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오신다고 해서 마침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대성의 시선이 국정원장 박기출에게로 옮겨졌다.
“말씀하세요.”
박기출이 어깨를 펴더니 정색하고 서동수를 보았다.
“신의주의 건설, 발전은 눈이 부실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지만
이제 내부 단속을 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서류를 편 박기출이 말을 이었다.
“신의주에는 현재 남북한,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과 일본, 러시아의 정보원이 맹렬하게
기반을 굳히고 있는 상황이고 진출 기업 일부는 이미 포섭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박기출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정리된 자료를 드리겠습니다만, 현재 신의주의 상황은 조선 말기에 열강 세력이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다만 남북한의 위상이 달라져 있는 것이 다를 뿐이지요.”
서동수는 소리 죽여 숨을 뱉었다. 신의주의 꿈이 쉽게 이뤄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세상은 생각처럼 단순하게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올 것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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