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3> 22장 내분이 일어나다 [6]
(461) 22장 내분이 일어나다 <11>
다음날 오전 11시 반,
서동수는 투숙하고 있던 고려호텔에서 언론사 인터뷰를 한다.
이번 신의주의 반역사건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터라 서동수가 인터뷰 결정을 내린 것이다.
바로 전날 오후에 인터뷰가 통보되었지만 고려호텔 기자실에서는 내외신 기자 200여 명이 모였다.
방송사들도 현장 생중계를 예고해 놓아서 전 국민의 관심이 기자 회견장에 집중되어 있다.
서동수는 신의주에서 부장관 문영규와 최봉주, 경찰총감 이경주까지 서울로 불러들였으므로
기자들은 더 긴장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신의주의 제1투자국이다.
투자 물량의 52%를 차지했고 중국이 서동수의 동성그룹을 포함해서 27%,
일본, 미국, 러시아 등이 10%, 그리고 나머지 국가가 6%인 비율인 것이다.
서동수는 인터뷰 주체를 신의주의 현황 브리핑과 미래 계획으로 정했고
질문자와 질문내용까지 짜 놓기는 했다.
신의주의 현황은 거의 매시간 한국은 물론 세계 각지로 보도가 되는 터라
매스컴의 주된 관심사항은 이번의 반역사건과 신의주 정부의 처리 방법일 것이었다.
비서실장 유병선의 사회로 서동수는 브리핑을 무난하게 마쳤고 질문시간이 되었다.
생방송이어서 질문자도 긴장하고 있다.
먼저 대한신문의 기자.
“이번 반역사범은 신의주법을 적용해서 사형입니까?”
대뜸 묻는다.
신의주법은 한국 법을 그대로 적용했고 특별한 경우에는 원적지법과 절충하기로 합의를 했다.
경찰과 분리된 법무부에서 재판을 맡는데 이곳이 사법부다.
장관 서동수는 행정부 수장이며 신의주 통치자다.
사법부 판결을 최종 승인하는 역할인 것이다.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신의주에서 부정과 부패 행위는 공모자도 사형입니다.”
“법에 명시되어 있더라도 너무 과격한 처벌 아닙니까?”
“이번 사건은 신의주 기반을 흔드는 사건입니다.
따라서 선례를 남기기 위한다는 점도 고려가 되었습니다.”
서동수가 말했을 때 한반도신문사 기자가 나섰다.
“노동자 인권 보장이 안 되고 있습니다. 노조를 허용해야 될 것 아닙니까?”
“현재는 고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기반이 굳혀졌을 때 검토할 예정입니다.”
기자가 다시 물었다.
“신의주의 체제는 북한식입니다.
개인의 자유가 말살되고 극형이 집행되는 공포정치 상황입니다.
이것이 한민족의 새로운 국가 모델인 신의주가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서동수가 선선히 대답하자 회견장에서 웅성거리는 소음이 일어났다.
질문한 한반도신문사 기자의 얼굴에 득의의 웃음이 떠올랐다.
그때 서동수가 웃음 띤 얼굴로 기자를 보았다.
“신의주에서는 술 취한 자가 경찰청에 들어가 행패를 부리면 바로 현장에서 사살됩니다.
어린이 성추행범, 살해범도 바로 현장에서 사살됩니다.
신의주는 아주 엄격한 도시니까 오시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머리를 든 서동수가 기자들을 둘러보았다.
“법 집행이 엄격한 도시, 그러나 법만 지킨다면 다 보장해 줍니다.
신의주에서는 특권층에 대한 예외가 없습니다.
여러분은 새로운 한국을 보시게 될 것입니다.”
서동수는 심호흡을 했다.
동북아의 한쪽에 작은 혹처럼 붙여진 한반도라는 땅에서 우리는 5000년을 이어 살았다.
같은 언어를 쓰는 한민족, 이것만 해도 얼마나 대단한 일이냐?
거기에다 이렇게 성장해왔으니, 위대한 민족 아닌가? 이제 다시 신의주다.
(462) 22장 내분이 일어나다 <12>
“미꾸라지가 용 되었어.”
TV를 바라보면서 백기현이 말했다.
여의도의 일식당 ‘이화’의 방 안에는 재선 의원 양성기와 한국당 의원 이대용까지
셋이 TV를 향해 둘러앉아 있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TV부터 보고 점심을 시키려는 것이다.
인터뷰를 마쳤을 때 백기현이 전원을 끄고 나서 이대용에게 물었다.
“이 의원, 서동수하고는 연락 안 되지요?”
“글쎄요, 그것이.”
시선을 내린 이대용이 얼버무렸다.
“서로 바쁘다 보니까요.”
오늘 셋이 모인 것은 백기현이 이대용에게 밥을 같이 먹자고 초대했기 때문이다.
이대용은 여당인 한국당 의원으로 서동수 고향인 대전의 지역구 초선이다.
야당 원내총무까지 지낸 4선짜리 백기현의 초대를 받자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받아들였다.
국회의원이 되었지만 이렇다할 활동 성적을 내지 못해서 ‘듣보잡’ 의원이 되어 가던 이대용이다.
어떻게든 지역구에 이름을 알려야 할 부담감으로 초조해진 터라 매스컴의 화려한 집중 조명을 받는
서동수를 보자 오장이 부글거리고 있다.
“서동수는 지금부터 앞길이 첩첩산중일 거요. 뭐? 새로운 한국? 꿈은 곧 깨지게 될 겁니다.”
백기현은 서동수를 모함했다가 음성 녹음이 공개되어 거짓말쟁이로 개망신을 당한 전력이 있다.
그러나 한국 정치인은 ‘거짓말’ 따위로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불체포 특권이 있는 데다 수많은 특권이 있다. 대다수의 한국인들로부터 불신을 받아도
지역구 유권자 5만 명 정도만 잡아 놓으면 국회의원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백기현이 그렇다.
백기현은 지역구 단속을 철저히 하는 터라 내후년의 총선에 5선이 될 가능성이 많다.
이대용이 백기현에게 물었다.
“위원장님, 절 보자고 하신 건 무슨 일 때문이십니까?”
백기현은 동북아연구회 위원장이어서 위원장으로 불리는 것을 좋아한다.
이대용의 시선을 받은 백기현이 심호흡을 했다.
“성호상사에서 연락을 받으셨지요?”
“예?”
되물었다 이대용이 입안에 고인 침을 삼키고는 대답했다.
“예, 받기는 했습니다만….”
“서동수의 쇼에 억울한 목숨이 넷이나 희생되는 겁니다. 이건 심각한 문제예요.”
정색한 백기현이 말을 이었다.
“더구나 성호상사는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 공적이 큰 기업체 아닙니까?”
이대용이 어금니를 물었다가 풀었다.
성호상사는 이대용의 지역구는 아니지만 천안에 본사를 둔 중견기업인 것이다.
이번에 사형당할 처지에 있는 성호상사의 대표 임상효는 이대용의 후원회 회원이기도 했다.
신의주에서 반역사건이 발표되자마자 성호상사 측은 백방으로 구명활동을 벌였는데
이대용한테는 적극적으로 매달렸다.
이대용이 서동수와 각별한 인연이 있다고 떠벌렸기 때문이다.
“이대로 두면 신의주에서 한국인 넷이 사형을 당합니다.
서동수의 인기관리, 영향력 확대를 위해 희생되는 겁니다.”
백기현의 목소리에 열기가 더해졌다.
“우리는 서동수의 만행을 좌시하면 안 됩니다.”
그때 옆에 앉아 있던 양성기가 거들었다.
“그래서 말씀인데, 이 의원, 이번 일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범국민적,
초당적인 자세로 대처해야 됩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잘 아시다시피 여론도 있으니 비밀리에 행동을 해야겠지요.”
양성기는 미리 백기현과 말을 맞춘 모양으로 거침없이 말을 잇는다.
“이미 여야 의원 30여 명이 합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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