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525. 협력(13)

오늘의 쉼터 2014. 9. 18. 16:48

525. 협력(13)

 

(1640협력-25

 

 

 

“몰로토프의 부인이란 말이지.”

북한 부대사 이용태가 정색한 얼굴로 옆에 서있는 김정산을 보았다. 

 

둘은 대사관 창가에 나란히 서서 아침 햇살이 환하게 덮인 잔디밭을 내려다보는 중이었다.

“가차없군. 그 뇌물 먹이는 상대를 고르는 것이 말이야.”

이용태의 얼굴에 희미한 웃음기가 떠올랐다. 

 

그것이 김정산에게는 조소처럼 느껴졌다. 

 

조철봉에 대한 조소, 비웃음이다. 

“조철봉이 뭐라고 했다고? 뇌물이 윤활유 역할을 한다고?”

“예, 뇌물의 회전이 빠를수록 경제 활성화가 잘 된다고도 했답니다.”

“미친 놈.”

마침내 이용태가 풀석 웃었다. 

 

김정산은 지금 안길수한테서 들은 내용을 이용태한테 보고한 참이었다. 

 

물론 안길수도 오늘 아침 일찍 김정산에게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보고했다. 

 

다시 시선을 정원으로 돌린 이용태가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저런 놈이 설치도록 놔두는 것을 민주주의로 착각하고 있다면 남한은 곧 망할 거야.”

“…….”

“뇌물이면 다 통한다고 믿는 놈을 이런 큰 과업에 주역으로 투입시키다니, 남한 정권도 큰 문제야.”

그러더니 이용태가 머리를 돌려 김정산을 보았다.

“어쨌든 오늘밤 마들렌을 만나게 되었으니 그 결과를 지켜보자고.”

“예, 부대사 동지.”

“러시아만 적극적으로 나서주면 해볼 만한 싸움이 되겠지.”

이용태가 한숨을 뱉었을 때 김정산이 말했다.

“부대사 동지. 조철봉이 안길수한테 활동비로 쓰라고 5천불을 주었습니다.”

“또?”

눈을 치켜뜬 이용태가 어금니를 물었다가 풀었다.

“그, 병균 같은 놈이 옆으로 다가간 사람한테 다 병균을 옮길 작정이군.”

“그래서 여기 가져왔는데요.”

쓴웃음을 지은 김정산이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창틀 위에 올려놓았다.

“안길수도 구역질이 난다고 했습니다.”

“당연하지.”

이용태가 뱉듯이 말하더니 봉투를 오물처럼 보았다.

“도대체 그놈은 어디까지 매수할 작정이지? 

 

닥치는 대로 뇌물을 뿌려대니 말이야.”

“조철봉이는….”

침을 삼키고 난 김정산이 말을 이었다.

“뇌물과 인사에 구분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버릇이 된 것 같습니다.”

“제 어미한테도 밥 달라고 봉투 내놓을 놈 같은데.”

제 말이 우스운지 피식 웃고 난 이용태가 정색하고 김정산을 보았다.

“김 동무, 그놈 감시를 철저히 하도록. 무슨 말인지 알겠소?”

“예, 알고 있습니다. 부대사 동지.”

“남한에서 가장 무섭고도 더러운 놈들이 그런 부류야.”

“예, 부대사 동지.”

“사상이 굳건하지 못하면 그런 놈의 공작에 넘어갈 수가 있어.”

이용태의 두눈이 번들거렸고 목소리에도 열기가 있었다.

“우리는 조철봉이를 보면서 공부를 할 수가 있어. 반면교사란 말 알고 있지?”

“압니다.”

“지금은 당장 쓸모가 있지만 일 끝나면 끝장을 내는 거야.”

혼잣소리처럼 이용태가 말했으므로 김정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끝장이라는 것이 뭔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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