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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장 남역(南域)평정 12

오늘의 쉼터 2014. 9. 11. 21:24

제18장 남역(南域)평정 12 

 

 

 

“두두리 거사는 신이 이곳에 현령으로 오기 전부터 북산에 초암을 짓고 살면서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화랑들에게 학문과 무술을 가르쳤는데,

그는 여러 가지 신묘한 재주가 있으나 특히 한 번 물 속으로 들어가면 수맥을 따라

하룻밤에 천리도 쉽게 넘나든다고 합니다.

저도 직접 만난 일은 없어 소문의 진위는 명확히 알지 못하지만 떠도는 풍문을 들어보면

예사로운 인물이 아닌 것만은 사실인 듯합니다.”

현령은 잠깐 사이를 두었다가 이렇게 덧붙였다.

“그러나 믿지 못할 말도 없지는 않습니다.

그는 스스로 진지대왕의 서자라 칭할 뿐만 아니라 음부의 귀신을 자유자재로 부리고

또 한때는 금왕 전하 밑에서 집사 벼슬을 지낸 일까지 있다 하니

비록 재주는 신기막측한 데가 있을지 모르나 진실한 사람은 아니지 싶습니다.”

현령의 말을 듣자 무은은 크게 무릎을 쳤다.

“그렇다면 그는 비형 도령일세!”

칠순을 넘긴 노신 무은은 자신이 처음 금성에서 벼슬살이를 시작했을 때 소년 비형을 본 일이 있었다.

그는 의아해하는 현령에게 비형이 집사로 있으면서 하룻밤 사이에 황천을 가로지르는

귀교를 놓은 일이 있음을 일러주었다.

“비형 도령이 진지대왕의 서자요,

용춘공의 이복 아우라는 소리는 나도 들은 바가 있네. 틀림없는 비형 도령일세!”

무은은 현령에게 길을 물어 그날로 당장 비형이 산다는 북산을 찾아갔다.

그러나 정작 무은을 맞은 사람은 10여 세의 어린 동자아치였다.

“우리 선생님께서는 엊그제 낭도들을 데리고 수련을 떠나셨는데

아마 한겨울이 지나야 돌아오실 겁니다.”

얼굴이 도리암직한 동자치가 말했다.

무은은 낙담하여 암자 앞의 바위에 매시근히 걸터앉았다가,

“혹시 수일 전에 백제군이 쳐들어와 산 아랫동네서 난리가 났던 것을 아느냐?”

하고 물으니 그 동자치가,

“소녀가 어찌 그것을 모르겠습니까.”

하므로 다시 형제 장수의 무리를 물어보려고 말을 꺼냈다.

그런데 무은의 설명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그 동자치가,

“아마도 천존(天存)과 천품(天品), 두 도령을 말씀하시는가 봅니다.”

하고서,

“형인 천존 도령은 칼을 쓰고 아우인 천품 도령은 창을 쓰는데 두 형제가 스물이 넘는 낭도들을

이끌고 여기서 묵다가 엊그제 우리 선생님과 함께 수련을 떠났습니다.

며칠 전 한밤중에 그 두 도령이 낭도들과 함께 산을 내려갔다가 아침에 돌아온 적이 있었으니

지금 말씀하시는 분들이 아마 그들이지 싶습니다.”

하였다. 하지만 그 동자치도 형제 장수의 이름만 겨우 알 뿐,

그들이 어디에 사는 뉘 집의 자제며, 어디로 갔는지 따위는 통 알지 못했다.

결국 무은은 천존과 천품이란 이름만을 얻어들은 것으로 만족한 채 산을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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