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481. 언제나 꿈을 꾼다(10)

오늘의 쉼터 2014. 9. 9. 13:53

481. 언제나 꿈을 꾼다(10)

 

 

(1553) 언제나 꿈을 꾼다-19 

 

 

 

 

 밤하늘의 별도 반짝였다.

 

조철봉은 애진이 몸 위로 오르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러자 애진이 허리를 움직이면서 성의 쾌락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조철봉은 애진이 금방 절정에 오르리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어긋나지 않았다.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자극이 더 강해진 애진은 금방 폭발했다.

 

마음껏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이를 악문 채 애진은 부들부들 떨었다.

 

조철봉은 애진을 안고 여운을 즐기도록 내버려 두었다.

 

피부에 닿는 바람이 차갑게 느껴졌을 때 조철봉은 애진의 몸을 위에서 떼어냈다.

“좋았어?”

부드럽게 묻자 애진은 잠자코 옷을 여미더니 벤치에 바로 앉았다.

 

시선을 내리고 있어서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조철봉도 몸을 세워 애진과 붙어 앉았다.

“좋았느냐니까?”

다시 물은 것은 어색해진 분위기 때문이었다.

 

자신 없는 넘이나 일 끝나고 나서 좋았느냐고 확인하는 법이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애진이 머리를 숙인 채 끄덕였다.

 

그러고는 손으로 머리칼을 쓸어 올렸다.

 

아름다웠다.

 

희미하게 불빛을 옆으로 받은 애진의 얼굴 윤곽이 더 뚜렷해졌다.

 

주위는 조용했다.

 

멀찍이 떨어진 옆쪽 벤치도 어느덧 빈 것 같았다.

“좋았어.”

애진이 입을 열었는데 목소리가 맑고 또렷했다.

 

누가 들으면 음악이나 논문 발표가 좋았다고 한 줄로 알았을 것이다.

“나, 정신없었어.”

하고 애진이 바로 말을 이었으므로 조철봉은 저도 모르게 얼굴을 펴고 웃었다.

 

조철봉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며칠 굶은 사람처럼 허겁지겁 달려들어서 욕심을 채운 것이다.

 

그러나 후련하게 폭발하긴 했다.

 

밑에서 조철봉은 냉정하게 판단한 것이다.

“자기야, 미안해. 나만 해서.”

하고 애진이 말했으므로 조철봉이 다시 웃었다.

“내가 안한 줄 알고 있었어?”

“그럼.”

그제서야 머리를 든 애진이 상반신을 기댔다.

 

애진은 머리를 가슴에 붙이고 팔을 뻗쳐 조철봉의 허리를 감았다.

“미안해. 내가 우습지?”

“뭐가?”

“정신없이 달려드는 게.”

“흐흐.”

마침내 조철봉이 대놓고 웃었다.

 

이제는 어색한 분위기가 다 사라졌다.

 

조철봉이 애진의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붙였다.

“다 그런 거야.”

“아냐, 난 오랜만이었어. 그리고….”

“그리고 뭐?”

“난 이렇게 달아오른 게 첨이야.”

“그 거짓말. 정말이야?”

“정말이라니까?”

잠깐 머리를 뗀 애진이 눈을 흘겼다.

“내가 뭐하려고 거짓말을 해?”

“하긴.”

“우리 집으로 가.”

하고 애진이 정색한 얼굴로 말했으므로 조철봉이 긴장했다.

“집으로?”

“응.”

애진의 얼굴을 내려다보면서 잠깐 생각하던 조철봉이 머리를 저었다.

“오늘은 안 돼. 다음에.”

“다음에?”

“그래.”

조철봉은 애진의 눈동자를 똑바로 보았다.

 

마음이야 굴뚝 같다.

 

그러나 지금 애진은 잡은 고기나 마찬가지.

 

감동을 주려면 제 욕심만 차리면 안 된다.

 

여유있게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1554) 언제나 꿈을 꾼다-20

 

 

한창 정력이 왕성했던 시절,

 

친구들끼리 철봉을 세워 놓고 물을 채운 주전자를 매달아 시간을 재던 때가 있었다.

 

방안에 대여섯 놈이 요리조리 누워 제각기 정액을 뿜어 놓고는 주사기로

 

누가 가장 많이 빼내었느냐를 재기도 했다.

 

넘치던 시절이어서 실수도 많았다.

 

데이트 전에 한 번 빼놓고 가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었지만

 

그래도 막상 실전(?)을 겪게 되면 대포 발사 속도는 전과 동이어서

 

어떤 놈은 세 번을 내리 뽑고 나갔다가 실전을 치르지 못한 원통함을 겪기도 했다.

사춘기 때부터 청년이 될 때까지 성 문제는 밤낮으로 조철봉과 또래의 주변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사고, 시쳇말로 범죄 행위가 주변에서 일어난 적은 없다.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겪은 또래는 거의 범죄를 일으키지 않은 것이다.

 

자극을 강하게 받았어도 그렇다.

 

집안 환경이 좋지 않았어도 마찬가지. 문제를 일으키는 사고자는 극소수였다.

 

인간은 스스로 절제 기능을 기른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꼭 법의 규제를 받지 않더라도 도의 또는 규범,

 

또는 집안의 훈육, 또는 동네 어른의 가르침에 의해 자연스럽게 사회인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법부터 들이대는 수작은 인간을 무조건 짐승 취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조철봉이나 또래에게 철봉에다 주전자를 매달지 말라거나 데이트 전에

 

딸딸이를 두 번 이상 치고 나가면 벌금 5만원을 내야 된다거나

 

방바닥에다 함부로 정액을 쏟으면 1㏄당 7천원의 과태료를 물린다거나

 

하는 법을 적용했다면 아마 더 큰 일을 저질렀을 것이다.

 

그리고 물론 지금쯤 다 민주화 투사 대접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목대에서 내려왔을 때 조철봉이 옆에 붙어 선 애진을 보았다.

 

애진은 조철봉의 한쪽 팔을 거의 매달리듯이 두 팔로 감아 안고 있었는데 아직도 휘청거렸다.

 

힘을 빼고 나면 다리가 풀리는 것이다.

“어때? 또 생각 있어?”

조철봉이 묻자 애진이 밤중인데도 부끄러운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인도에는 통행하는 사람도 드문 데다 어둡다.

 

가로등 빛이 뒤에서 비쳐 애진의 얼굴은 그림자에 덮여졌다.

“자기는 안 했잖아.”

애진이 그렇게 대답하고는 민망한 듯 시선을 내렸다.

 

저한테 물었는데 조철봉 걱정으로 대답한 것이다.

 

이것은 곧 저는 되었다는 말이나 같다.

“난 오래 뺀다고 하지 않았어? 좀처럼 끝나지 않는다고 말야.”

길가의 담장에 붙어 선 조철봉이 길게 숨을 뱉고 나서 말을 이었다.

“정식으로 한다면 난 최소한 두 시간은 가는데. 그럼 자긴 늘어질 텐데.”

“두 시간이나.”

애진의 두 눈이 둥그레졌다.

 

다시 주위를 둘러본 애진이 조철봉을 보았다.

“그렇게 오래?”

“그게 보통이야.”

“그럼 난 죽어.”

“와이프도 그래, 만날 하면 죽는다고.”

“그럼 어떻게 해?”

“우리가 아까 벤치에서 했던 것처럼 한쪽만 하는 거지.”

“세상에.”

조철봉은 애진의 두 눈이 번들거리는 것을 보았다.

 

다시 욕망이 솟구치고 있는 것이다.

 

두 시간 동안 시달리다니,

 

애진의 몸은 끓어오를 것이었다.

 

이쪽은 죽거나 말거나 상관이 없다.

 

그때 조철봉이 말했다.

“오늘은 한 번 했으니까 다음에 정식으로 하지. 내가 가능한 한 빨리 끝내볼게.”

남자 중에 이런 대화를 좋아하지 않는 인간이 있다면 당장 짐을 싸서 지구를 떠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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