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1. 새 인연(15)
(1534) 새 인연-29
조철봉은 잠자코 강하영의 몸 위에 올랐다.
하영이 팔을 들어 조철봉의 목을 감아 안았다.
준비는 다 되었다.
조철봉은 하영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두 눈을 크게 뜬 하영이 똑바로 이쪽을 보는 중이었다.
눈에 초점이 딱 잡혀 있었고 입은 꾹 다물어져 있었다.
도무지 금방 일을 치르려는 여자의 얼굴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조철봉은 몸이 맹렬하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마치 돌벽도 뚫을 것처럼 기력이 솟았다.
조철봉은 어금니를 물었다.
아직도 하영은 조철봉을 올려다본 채 두 팔로 목을 감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윽고 조철봉은 하영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
애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합쳐진 것이다.
그때 하영이 아랫입술을 물더니 신음을 뱉었다.
“으으음.”
신음은 컸다.
그것이 조철봉의 기운을 더욱 솟구치게 만들었다.
“으음.”
조철봉의 입에서도 탄성 같은 신음이 터졌다.
하영의 샘은 넘쳐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표정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조철봉은 번쩍 머리를 들고 침대 위쪽을 보았다.
그렇다. 지금까지 나는 아무도 믿지 않고 살아왔다.
지금 집에 있는 이은지도 그렇다.
믿는다고는 했지만 머릿속 한쪽 구석에는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공간이 있다.
이것은 경험의 산물이다.
내가 돈을 갖고 있는 동안에는 주위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경험으로 안다.
내가 아무것도 없을 때는 다 떠나갔으니까.
그것이 세상사다.
조철봉은 하영의 눈에 초점이 풀리면서 섹스에 몰두하기 시작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숨이 거칠어졌고 탄성이 쉴 새 없이 터져나오는 것이었다.
조철봉은 다시 이를 악물었다.
나는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지금 내가 쾌락을 즐기는 것이 아니다.
내 하반신은 이미 느낌을 잃었다.
내 머릿속은 신경을 무디게 하려고 오만가지 생각과 계산 등으로 터질 지경이 되어 있는 것이다.
나는 다만 이렇게 상대가 쾌락에 싸여 절정에 오르는 것을 보람으로 여긴다.
이때야말로 내가 자부심과 성취감을 느끼게 되는 순간인 것이다.
조철봉이 노래 세 곡을 거꾸로 부르고 애국가까지 두 번이나 뒤집어서 부르고 났을 때
하영은 세 번 절정에 올랐다가 내려왔다.
쉴 새 없이 움직였기 때문에 하영은 녹초가 되었고 시간은 두 시간이 훌쩍 넘어갔다.
그러나 조철봉은 대포를 쏘지 않고 아꼈다.
“저기, 내 말 잘 들어.”
화장실에 다녀온 조철봉이 이제는 눈을 감은 채 늘어져 있는
하영의 알몸에 시트를 덮어주면서 말했다.
“내가 네 부채 다 갚아줄게.”
하영은 가만있었지만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상담소하고 룸살롱은 그대로 네가 운영해.
모자라는 자금은 내가 대줄 테니까.”
“…….”
“그리고 어머니가 살고 계시는 아파트 담보도 내가 풀어줄게.
어머니 모시고 베트남으로 가든지 맘대로 하고.”
“…….”
“그래, 내가 네 스폰서가 되는 거야. 물주지, 호구.”
그때 하영이 눈을 뜨고 조철봉을 보았다.
눈빛이 차분해져 있었다.
초점도 잘 잡혔다.
“도대체 왜 그래?”
하영의 목소리가 떨렸다.
“응? 너, 미쳤어?”
그러자 조철봉이 빙긋 웃었다.
“널 사랑해서 그런다. 왜?”
거짓말이다.
거짓말인 줄 하영도 안다.
둘 다 막상막하의 사기꾼이 아닌가?
< 다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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