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469. 새 인연(13)

오늘의 쉼터 2014. 9. 8. 23:41

469. 새 인연(13)

 

 

(1530) 새 인연-25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안에서 ‘아! 놔! 놔!’라는

 

고함이 들릴 때 들어가 찍기로 되어 있었다는군요.”

박경택의 말을 들은 조철봉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하영은 경택 일행이 쏟아져 들어왔을 때 그 소리를 질렀던 것이다.

 

이쪽에서 신호를 하기 전에 일당이 먼저 들어왔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조철봉이 머리를 들어 하영을 보았다.

 

이제 하영은 입은 꾹 다물었지만 시선을 받고도 당당했다.

 

눈싸움이라도 하는 것처럼 눈빛이 더 강해졌다.

 

일당 셋이 머리를 푹 숙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어떻게 할 작정이었지?”

조철봉이 하영과 옆쪽에 서있는 경택의 사이에다 시선을 주고 물었다.

“찍고 나서 말야.”

그러자 경택이 대답했다.

“시간이 없어서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만 금방 알아낼 수 있습니다.”

경택이 웃음띤 얼굴로 힐끗 일당들을 보았다.

 

“돈 받고 고용된 놈들이라 의리고 개뿔이고가 없거든요.

 

병신이 되거나 불거나 둘중 하나를 고르라면 당연히 붑니다.”

그러더니 옆에 서있는 부하들에게 말했다.

“다시 입에다 테이프 붙이고 시범적으로 손가락 하나씩 분질러.”

경택이 아주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나중에 병신이 되도록 뼈를 박살내.”

경택의 부하들이 주머니에서 테이프를 꺼내 쥐었을 때였다.

 

일당 셋중 나이가 들어보이는 사내가 서두르듯 말했다.

“말하지요. 까짓것, 말합니다.”

사내가 손이 뒤로 묶인 몸을 조철봉을 향해 돌렸다.

 

이마에 땀이 배어났고 한쪽 콧구멍에는 피가 뭉쳐져 있었다.

“사장님을 현장에서, 예, 이곳에서 잡아놓고 경찰을 부를 작정이었습니다.”

사내가 말하자 조철봉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경찰을 불러? 그러고는 강간 현장을 잡았다고 할 참이었다고?”

“예.”

“이게 무슨 강간이야? 너희들이 사전에 계획한 것이 다 들통 날 텐데.

 

호텔방 키도 이 여자가 받았다고.”

그러자 사내가 입맛을 다셨다.

“저기, 저희들이 부를 경찰은 저희들 일당입니다.”

“그럼 그렇지.”

조철봉이 머리를 끄덕이자 경택이 사납게 물었다.

“그 새끼들은 어디 있어? 몇 놈인데?”

“둘인데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근처에 있겠지만 어디 있는지는 잘….”

“그래서?”

의자에 등을 붙인 조철봉이 정색하고 묻고는 경택에게 말했다.

“더듬대면 당장 손가락 두 개만 먼저 부숴줘라. 자, 계속해.”

그러자 사내의 말이 술술 이어졌다.

“경찰 행세를 한 놈들하고 여기서 합의를 볼 계획이었습니다.

 

여기서 안 되면 사장님을 데리고, 아니, 모시고 인천쪽으로 가려고 했지요.

 

거기에 안가가 있어서.”

“합의는 어떻게?”

“저기, 저분이.”

사내가 턱으로 하영을 가리켰다.

 

하영을 바라보는 눈매가 곱지 않았다.

 

원망하고 있는 것이다.

“사장님한테서 현금 1백억은 뜯어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 조사를 했다는 겁니다.

 

잡아놓고 공갈을 치면 나오는 것이 확실하다는 것입니다.”

“너희들은 얼마 받기로 했는데?”

“예, 받아낸 액수의 절반을.”

“그 조건이냐? 선금은 안 받고?”

“우선 착수금으로 1천만원 받았습니다.”

사내가 고분고분 대답했다. 
 

 

 

 

 

 

 

(1531) 새인연-26

 

 

 조철봉이 힐끗 강하영을 보았다.

 

이제 하영은 시선을 앞쪽 벽으로 옮기고 조각상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숨도 쉬는 것 같지 않았다.

 

그때 사내가 말을 이었다.

“저 여자는 사장님이 경찰에 신고도 못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장님이 사기꾼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 순간 조철봉이 시선을 들고 하영을 보았지만 여전했다.

 

하영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사기꾼이라.”

혼잣소리처럼 말한 조철봉이 머리를 들고 경택을 보았다.

“저놈들 신분 확인을 하고 나서 보내. 나중에 얼마든지 찾을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경택이 일당을 흘겨보며 말했다.

“세계 어느 곳에 있어도 24시간 안에 찾아냅니다.

 

국내에 있다면 6시간이면 됩니다.”

“그리고 저 여자는….”

조철봉이 턱으로 하영을 가리켰다.

“할 이야기가 있어, 거기로 데려가.”

“예, 사장님.”

그때 하영이 시선을 돌려 조철봉을 노려보았다.

“날 어디로 데려간다구?”

그 순간이었다.

 

경택의 옆에 서있던 부하가 손바닥으로 하영의 입을 막았다.

 

하영이 발버둥쳤으므로 가운이 젖혀졌고 밝은 불빛 아래 알몸이 다 드러났다.

경택은 물론이고 잡힌 일당까지 하영에게서 시선을 돌렸지만 조철봉은 그러지 않았다.

 

아주 열중한 표정으로 드러난 하영의 알몸을 보았다.

 

하영의 알몸은 아름다웠다.

 

피부는 윤기가 흘렀으며 몸의 굴곡은 선명했다.

 

이윽고 하영은 몸부림을 멈췄고 사내들에 의해서 가운도 여며졌다.

 

입과 손발에 테이프가 붙여졌기 때문이다.

 

자리에서 일어선 조철봉이 옷을 차려입는 동안에 방안은 깔끔하게 정돈되었다.

 

모두 다 나가고 조철봉과 경택만이 남은 것이다.

 

경택의 시선을 받은 조철봉이 입을 열었다.

“오늘밤 저 여자하고 같이 있고 싶어.”

“여주 별장에서 말씀입니까?”

같이 방을 나서면서 경택이 낮게 물었다.

 

하영은 지금 여주 별장으로 먼저 떠난 것이다.

 

조철봉이 쓴웃음을 띤 얼굴로 경택을 보았다.

“그래, 자네 생각을 솔직하게 말해봐. 내가 좀 이상한가?”

“아닙니다.”

방문을 닫고 복도를 나왔을 때 경택이 낮게 말했다.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매력이 있는 여자니까요. 다만.”

“다만 뭐야?”

“저런 여자는 진심이 없습니다.

 

아주 간단히 배신합니다.

 

의리나 신의를 기대할 수 없는 성격입니다.”

“동감이야, 내 생각도 그래.”

“저도 좀 연구해 봤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여자입니다, 다만….”

“섹스는 제외하고 말이지.”

“예, 사장님.”

“그런데 왜 이렇게….”

말을 멈춘 조철봉이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경택을 보았다.

 

얼굴이 조금 일그러져 있었다.

 

왜 이렇게 집착하는 걸까 하고 물으려다가 말았던 것이다.

 

끌린다.

 

본바탕을 알면서도 끌리는 것이다.

 

자꾸 모험을 하고 싶다.

 

아니, 하영이 그러면 그럴수록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치솟는다.

 

 매달려 우는 꼴을 보고 싶다.

 

나한테 모두 맡기고 의지하는 꼴을 보고 싶다.

이를 악물었다가 푼 조철봉이 굳은 얼굴로 경택을 보았다.

“내가 이런 부탁은 처음 하는데 자네가 날 감시해줘, 내가 위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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