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468. 새 인연(12)

오늘의 쉼터 2014. 9. 8. 23:40

468. 새 인연(12)

 

 

(1528) 새 인연-23 

 

“아, 그럴까?”

머리를 끄덕인 조철봉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강하영에게 웃어 보였다.

“그래도 좀 씻어야겠네.”

“그래요, 그럼 침대에서 기다릴게.”

따라 웃은 하영이 옆을 지나는 조철봉의 어깨를 쥐었다가 놓았다.

 

만지고 싶다는 욕망을 나타낸 것이었고,

 

다른때 같았다면 조철봉은 열이 불끈 솟아올랐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더 역겨워질 뿐이었다.

욕실로 들어선 조철봉은 샤워기의 물을 틀어놓고는 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단축 다이얼을 누르자 곧 신호음이 울리더니 박경택이 전화를 받았다.

“네, 사장님.”

“그놈들 어떻게 했어?”

“호텔 복도로 올라가는 걸 지금 막 잡았습니다.”

경택이 조금 가쁜 숨을 뱉으면서 말했다.

“세 놈인데 비디오카메라에다 녹음기,

 

문 여는 연장에다 묶는 끈, 흉기까지 다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놈들을 데리고 와.”

“네?”

조철봉의 말에 경택이 의외인 듯 되물었다.

“데리고 오라니요?”

“방으로 끌고 오란 말이야. 여자하고 대질시켜야겠다.”

“알겠습니다.”

말뜻을 알아들은 경택의 목소리에 다시 생기가 돌았다.

 

대충 손발만 씻은 조철봉이 욕실 안에 걸린 가운으로 갈아입고 나왔을 때

 

하영은 침대에 누워 기다리고 있었다.

 

스탠드 불빛을 받은 하영의 얼굴은 요염했다.

 

시트를 들치고 조철봉이 들어서자

 

하영이 몸을 비틀어 허리를 감아 안았다.

“굶었어.”

하영이 가쁜 숨을 뱉으며 말했다.

“하고 싶어 죽겠어.”

그러고는 손을 뻗어 조철봉의 아랫도리를 더듬었다.

“어머.”

하영의 입에서 탄성 같은 외침이 터졌다.

몸은 마음과 항상 같이 움직이지는 않는다.

 

특히 아래쪽 부분은 더 그렇다.

 

조철봉은 스스로도 인내심, 절제력, 또는 결단력까지 보통 이상은 된다고 자부했지만

 

아래쪽 문제는 다르다.

 

뜻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도 그렇다. 하영이 놀랄 정도로 성이 나 있는 것이다.

“안아줘.”

이제 하영은 거칠 것이 없다는 듯이 대들었다.

 

그러나 조철봉은 하영이 파고들면서 탁자에 부착된 디지털 시계를 힐끗 보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이 여자는 시간을 재고있는 것이었다.

 

문쪽을 기웃거릴 필요도 없었다.

 

여자는 이미 문 손잡이를 비틀기만 해도 열리도록 해놓았을 테니까.

“그냥 해줘요.”

하고 하영이 가운을 제치면서 조철봉의 어깨를 잡아 끌었다.

 

그리고 두 다리를 벌리고 자세를 갖췄다.

“어서.”

조철봉도 하영을 내려다보고는 숨을 멈췄다.

 

조철봉의 어깨를 움켜쥔 하영이 끌어당기는 시늉을 했다.

 

어서 시작하라는 뜻이었다.

 

가운을 제친 하영의 알몸이 꿈틀거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도 욕정이 일어난단 말인가?

그순간 조철봉은 빠져 버리고 싶은 강한 충동이 밀려왔으므로 어금니를 물었다.

 

다 잊고 하고 싶다.

“어서 응?”

하고 하영이 다급하게 외치더니 한손을 아래쪽으로 내려

 

조철봉의 철봉을 움켜쥐려는 시늉을 했다.

 

철봉을 잡아서 넣으려는 것이었다.

 

그때였다.

 

문이 요란하게 열리면서 사내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1529) 새인연-24

 

 

 “아악! 놔! 놔!”

그 순간 하영이 버럭 소리를 쳤으므로 조철봉은 찔끔했다.

“비켜! 비켜!”

하고 하영이 다시 소리쳤다.

“이 나쁜 놈아!”

하영이 주먹으로 조철봉의 등도 쳤다.

“이 강간범아! 나 어떡해!”

그러는 동안에도 하영은 한팔로 조철봉의 허리를 감아 안았다.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손이 카메라에 잡히지 않도록 배려했다.

“사람 살려!”

다시 하영이 소리치고는 머리를 들어 침대 주위에 둘러선 사내들을 보았다.

 

그리고 서너번 눈을 깜빡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조철봉은 하영의 배 위에 엎드려 가만있었다.

 

때리면 맞고 소리치면 듣고 발버둥을 쳐도 내버려 두었다.

 

조철봉과 하영의 자세는 정상위로 꼭 지금도 하고 있는 자세였다.

 

그때 하영의 입에서 놀란 외침이 터졌다.

“어머!”

그리고 다음 순간 위에 덮인 조철봉의 몸을 와락 밀치고는 몸을 굴려 침대 옆으로 빠져 나오더니

 

상반신을 일으켜 앉았다.

 

가운을 여민 것까지 눈 깜빡하는 순간이었다.

 

하영은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하영과 낯이 익은 일당 셋은 침대가에 서 있었지만 모두 뒷짐을 지었다.

 

손이 뒤로 돌려져서 묶여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셋 뒤에 세 사내가 또 있었고 침대 밑 쪽에서 두명이나 더 있는 것이다.

 

합이 여덟이다.

 

일당 셋에 객이 다섯이다.

“이, 이게 무슨.”

하고 하영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더듬거렸을 때 가운을 여민 조철봉이 일어나 소파로 다가가며 말했다.

“그놈들을 저쪽에 앉혀.”

조철봉이 소파 앞쪽을 눈으로 가리키더니 하영을 보았다.

“저 여자도 옆에 앉히고.”

“예.”

경택이 대답했을 때 그때서야 제 정신이 든 하영이 와락 소리쳤다.

“당신들 누구세요?”

그러나 대답은 듣지 못하고 억센 사내에게 끌려 일당과 함께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당신들 내가 누군지 알고.”

아직 하영의 기는 죽지 않았다.

 

눈을 부릅뜨고 경택 일행에게 소리쳤던 하영이 이제는 조철봉을 보았다.

“당신, 계획적이군. 또 사기 쳤어.”

그 말에 조철봉이 풀썩 웃어버렸지만 하영의 악다구니는 계속되었다.

“이렇게 하고 무사할 줄 알아? 널 매장시켜 버릴거야!”

그러나 옆에 나란히 앉은 일당 셋은 눈동자만 굴리면서 가만있었다.

 

셋 다 얼굴에 약간씩의 상처가 나 있는 것이 반항하다 다친 모양이었다.

 

모두 기가 죽어서 입도 벙끗하지 못한다.

“나, 갈거야.”

하고 하영이 벌떡 일어섰으므로 뒤에 서있던 사내가 어깨를 눌러 주저앉혔다.

 

힘이 강했기 때문인지 하영이 어깨를 흔들면서 눈을 치켜떴지만 악을 쓰지는 않았다.

“이 사람들 이야기를 해주지.”

조철봉이 턱으로 사내들을 가리키며 말하자 경택은 기다렸다는 듯이 헛기침부터 했다.

“예. 이놈들은 사장님이 강간을 하시는 것처럼 찍을 계획이었습니다.

 

그래서 저 여자가 방문 열리는 소리를 듣자마자 그런 쇼를 한 것이죠.”

경택의 말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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