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462. 새 인연(6)

오늘의 쉼터 2014. 9. 8. 23:36

462. 새 인연(6)

 

 

(1516) 새 인연-11

 

 

물론 강하영은 코웃음을 치고는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강하영은 현관 앞까지 따라간 조철봉과 갑중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차에 올랐다.

 

강하영은 운전사가 딸린 벤츠를 타고 왔다.

“내가 오후에 사무실로 찾아 뵙지요.”

차가 움직였을 때 조철봉이 말했지만 강하영은 시선도 주지 않았다.

 

차가 떠났을 때 갑중이 물었다.

“사무실로 찾아 가시다니요?”

“결혼상담소.”

얼굴에 생기가 떠오른 조철봉이 금방 대답했다.

“사과하러 가야지.”

“될까요?”

다시 집안으로 들어선 조철봉의 옆을 걸으면서 갑중이 다시 물었다.

“형님 심정은 알겠습니다.

 

강하영한테 감동을 먹으신거죠.

 

그래서 본격적인 작업을 하시겠다는것 아닙니까?”

조철봉은 대답하지 않았고 갑중의 말이 이어졌다.

“그렇게 마구잡이로 대들 상황이 아닌 것 같은데요. 좀 뜸을 들이시는 것이.”

“강하영은 그동안 나에 대해서 다 알아보고 있을 것이다.”

앞쪽을 향한 채 조철봉이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내 사업체에 대해서도 다 들었을테니 아마 돌아가서 확인하겠지.”

응접실로 돌아온 그들은 다시 마주보고 앉았다.

 

갑중의 시선을 받은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그러고는 도대체 조철봉이란 작자가 왜 그런 장난을 쳤을까 하고 생각하게 될거다.

 

그렇게 생각 안한다면 머리가 닭인 여자지.”

“그래서요?”

갑중이 불퉁스럽게 물었지만 조철봉은 성의있게 대답했다.

“조철봉이 실제로 강도짓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는 건 아까 밝혀졌다.

 

그러면 왜? 왜 하필 나를 잡고 그랬을까?”

“…….”

“왜 나를 시험했을까?”

조철봉이 강하영이 된 것처럼 이맛살을 찌푸리고 머리를 비튼 채 말을 이었다.

“그러고는 결론을 낸다.

 

아, 조철봉이 나한테 마음이 쏠렸었구나.

 

그래서 시험을 해본 것이구나.”

“아, 글쎄.”

갑중이 지친듯 어깨를 늘어뜨리고 말했다.

 

“아까 그러지 않았습니까?

 

형님이 무조건 싫다고. 구역질이 난다고 말입니다.”

“그건 내가 사기를 칠 때지.”

“그럼 지금은 달라진단 말입니까?”

“당연하지.”

심호흡을 한 조철봉이 갑중을 보았다.

“많이 달라졌을거다.”

그러나 오후 3시경에 상담소로 찾아간 조철봉은 강하영을 만나지도 못했다.

 

강하영은 분명히 사장실 안에 있었으면서도 직원을 통해 없다면서

 

조철봉을 사무실 밖으로 밀어낸 것이다.

 

그래서 조철봉은 건물 복도에서 한시간 가깝게 서성대다가 돌아왔다.

 

가져간 한아름이나 되는 꽃다발도 밀어 넣었다가 바로 문 밖 쓰레기통에 넣어지는 꼴을 봐야만 했다.

 

갑중은 따라오지 못하게 해서 안갔지만 조철봉과 동행한 직원들한테서 다 들었다.

 

그로서는 요즘의 조철봉 행태가 극히 불안정했다.

 

예전에 그저 섹스에 몰두하던 조철봉이 그에게는 정상적이었다.

 

조철봉은 조철봉다워야 하는 것이다.

 

어울리지 않게 연애질이나 하는 건 영 불안하다.

 

그래서 직원들이 있는데도 혼잣소리처럼 한마디 했다.

“정말 그양반 이름값도 못하네.”

 

 

 

(1517) 새인연-12

 

 

 베트남에서 돌아오는 비행기가 이륙했을 때 이번에는 조철봉이 먼저 말했다.

 

최갑중이 오늘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던 것이다.

“일이 안 풀렸지만 앞으로 기회는 또 있으니까 신경 안 써줘도 된다.”

“서울에서 말이다. 홈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이지.”

“그게 무슨 말입니까?”

찌뿌드드한 얼굴로 갑중이 묻자 조철봉은 의자에 등을 붙였다. 편안한 표정이다.

“강하영이 내일 서울로 온다.”

“왜요?”

“글쎄, 내가 아니? 내일 오전 비행기를 예약해 놓았더구먼.”

“…….”

“내가 다른 사람 시켜서 조사를 좀 더 했다.”

갑중이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머리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럼 강하영의 뒷조사를 더 할까요?”

“당연하지.”

그러고는 조철봉이 눈을 감았으므로 갑중은 소리죽여 숨을 뱉었다.

 

조철봉답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 정도에서 나가 떨어질 조철봉이 아니긴 했다.

 

그러나 뭘 할 작정인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갑중도 눈을 감았다.

 

그러는 사이에 비행기는 수평 상태가 돼 있었고 조급한 마음이 슬그머니 가라앉았다.

 

그로부터 사흘 후가 되는 날 오전, 조철봉이 방으로 들어선 갑중을 웃음띤 얼굴로 맞았다.

“내 예상이 맞았어.”

잠자코 앞쪽 자리에 앉은 갑중을 향해 조철봉은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강하영은 초등학교 6학년인 딸이 하나 있어. 지금 외할머니하고 같이 산다.”

그게 무슨 큰일이라도 되느냐는 시선을 갑중이 던졌지만 조철봉은 말을 이었다.

“강하영의 이혼 사유가 뭔지 아니?”

잠시 뜸을 들였던 조철봉이 큰 비밀이나 되는 것처럼 목소리까지 낮췄다.

“남편의 상습 폭행이다.

 

그놈은 폭력전과가 있는 놈이었는데 강하영을 패서 세 번이나 입원시켰다.”

조철봉이 손바닥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여기 진단서하고 입원 서류가 다 있어.”

그러고 보니 탁자위에 서류가 놓여져 있었다.

 

의뢰를 맡은 박경택이 성실하게 조사해 놓았을 것이다.

 

박경택에게 맡기면 집안에 숟가락이 몇 개 있다는 것까지 다 알아낸다.

 

그때 조철봉이 정색하고 갑중을 보았다.

“내가 오박사한테도 자문했어.”

“오박사라니요?”

얼떨결에 물었던 갑중이 다음 순간 아, 하는 표정을 지었다.

 

조철봉의 고교 선배로 정신과 의사인 오태용이다.

 

그 역시 한량으로 조철봉과는 학창 시절에 철봉에다 물 주전자를 걸고

 

오래 버티기 시합을 한 사이라고 했는데 요즘도 가끔 만난다.

 

그 오태용에게 강하영의 상태를 자문했다는 말이었다.

 

갑중의 표정을 본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남자 혐오증이 있기 마련이란다.”

갑중이 머리만 끄덕였으나 조철봉은 진지했다.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정상이지만 부드러운 남자를 만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이라는구나.”

“그럼, 형님이.”

부드러운 남자라고 물을 뻔했던 갑중이 말을 멈췄을 때 조철봉은 눈을 치켜뜨고 말했다.

“난 그런 여자가 필요했어. 그냥 쏟아주고 싶은 여자 말이다.”

갑중에게 그 쏟는 것이 정액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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