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9. 새 인연(3)
(1510) 새 인연-5
영계, 최갑중의 좌우에 앉은 베트남 아가씨는 둘다 나이가 열여섯이라고 했지만 더 어려보였다.
갑중은 웃음띤 얼굴로 둘의 어깨를 감싸 안고 있었어도 속은 느글거릴 것이었다.
갑중은 영계 스타일이 아니고 조철봉은 더욱 그렇다.
영계를 부른 이유는 강하영을 꼬여내기 위해서인 것이다.
조철봉의 파트너는 스물셋이라고 했는데 이쪽은 부른 것보다 다섯살쯤 더 먹은 것 같았다.
이쪽 여자에 익숙지 못한 터라 열살 더 먹었는지도 모른다.
조철봉의 파트너 마리는 한국어를 조금 했지만 두 영계는 먹통이었다.
통화불능 상태인 것이다.
술은 한국산 최고급 양주를 시켰으므로 안주는 무료라고 했다.
과일과 마른 안주가 테이블 위에 가득 놓여진 것을 보면 건성은 아니었다.
하긴 영계 둘을 데리고 나간다면 이차가격이 상당할 것이었다.
“자, 그럼.”
테이블 위의 벨을 누르면서 조철봉이 갑중을 향해 웃어보였다.
“한번 작업을 해볼까?”
잠시 후에 마담이 들어섰으므로 조철봉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담 앞으로 다가간 조철봉이 낮게 말했다.
“사장하고 계산을 해야겠는데, 할 이야기도 있고 말야.”
“그러세요.”
갑중에게 웃어보인 마담이 조철봉을 향해 눈짓을 하고 말했다.
“따라오세요.”
표정이 은근했다.
마담을 따라 복도로 나온 조철봉은 계단을 올라 3층의 끝쪽 방앞에 섰다.
아래층에서 희미한 음악소리만 울릴 뿐 이곳은 조용했다.
마담이 노크를 하더니 조철봉을 보았다.
“기다리고 계실테니까 들어가세요.”
머리를 끄덕인 조철봉이 문을 열고는 안으로 들어섰다.
안은 사무실이었다.
밝은 불빛아래 고급 소파가 놓여있고 창가의 테이블 뒤쪽에 앉아있던
강하영이 자리에서 일어서는 중이었다.
“어서오세요.”
강하영의 얼굴에 다시 희미한 웃음기가 덮여져 있었다.
“앉으세요.”
앞쪽 소파를 눈으로 가리켜보인 강하영이 자리에 앉더니 조철봉을 보았다.
“계산 알아 보시려구요?”
“그럽시다. 둘 다 데리고 나간다는데.”
조철봉이 쓴웃음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내가 사장님한테 할 이야기도 있어서 직접 만나자고 한겁니다.”
강하영이 머리만 끄덕였으므로 조철봉은 말을 이었다.
“저기 이 회장은 이번에 강화도 땅 보상비로 정부에서 6백억을 받았어요.”
소파에 등을 붙인 조철봉이 다시 입술 끝을 비틀고 웃었다.
“난 이 회장 고향 선배인데 재수 더럽게 보상 받을 땅도 없고 이렇게 안내원 처지가 되었지.
난 서울에서 사업하다가 들어먹고 이 회장이 차린 삼흥개발의 총무이사로 있습니다.”
강하영이 다시 머리를 끄덕였다.
아까 인사할 때 명함을 주었으니 이미 통성명은 했다.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삼흥개발은 무슨, 그냥 명함만 그렇게 만들고 다니는 것이지.
직원은 이 회장하고 나하고 둘이고, 그냥 이렇게 오입질하면서 돌아다니는 거요.”
그러고는 조철봉이 눈을 가늘게 뜨고 강하영을 보았다.
“그래서 말인데요, 강 사장님.”
“네 말씀하세요.”
“한번에 백억쯤 생긴다면 어떻게 하실랍니까?
그렇다고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것도 아니고,
백억 없어져도 끄떡않고 잘 사는 사람한테서 가져오는 것이니까.”
(1511) 새인연-6
그때 조철봉은 강하영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지워지면서 눈빛이 강해진 것을 보았다.
눈의 초점이 정확하게 이쪽 눈에 닿았다.
“어떻게요?”
강하영이 그렇게 물었다.
목소리도 맑고 또렷했다.
조철봉은 먼저 심호흡을 했다.
가슴이 뛰었고 원기가 솟구쳤다.
이런 자극은 얼마 만인가? 잊고 있었다.
“강 사장한테 어려운 일은 없습니다.”
조철봉이 강하영의 시선을 놓치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저 놈이 오늘밤에 영계 둘을 다 데리고 나가게 만드는 겁니다. 그러고는….”
목소리를 낮춘 조철봉이 상반신을 강하영 쪽으로 굽혔다.
“납치하는 거요. 내가 어제 교외에 집 한채를 빌려 놓았습니다.
그곳에다 저놈을 가둬두고 돈을 내라고 하는 거요.”
강하영이 이제는 눈만 크게 떴고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이 회장 저놈은 은행도 믿지 않아서 수표하고 현금을 숨겨두고 있어요.
그러니까 한국에서 돈을 받아야 합니다.”
“…….”
“파주에 사놓은 전원주택 금고에 1백억을 넣어 두었다는 말을 들었으니까
그 돈을 가져오면 됩니다.”
“…….”
“저놈을 인질로 잡아 놓고 한국에서 돈을 찾는 거죠. 안전합니다.”
“그럼 내가 할 일은요?”
강하영이 물었으므로 조철봉은 심호흡을 했다.
이제 걸려들었다.
“나하고 저놈은 영계들의 친척 오빠가 끼어 있는 베트남 폭력조직에 납치되는 겁니다.
그놈들은 이 회장 저놈한테 돈을 내라고 하지요.”
조철봉이 굳어진 얼굴로 차근차근 말했다.
“당신은 한국으로 가서 돈을 받기만 하면 됩니다.
우리가 이곳에 인질로 잡혀 있는 동안에 말이죠.”
“…….”
“당신이 돈을 받았다는 연락이 오면 폭력조직은 우리를 풀어줍니다.
물론 그놈들도 다 내가 고용한 놈들이지만.”
그러자 강하영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벌써 고용했어요?”
“준비를 꽤 했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강하영이 정색하고 조철봉을 보았다.
“저를 믿으세요?”
그러자 조철봉은 쓴웃음을 지었다.
“난 인간의 욕심을 믿지요. 인간 자체는 믿은 적 없습니다.”
“그렇군요.”
머리를 끄덕였던 강하영이 또 물었다.
“왜 저를 선택하셨죠? 다른 사람도 많을텐데.”
“저놈이 영계를 찾기에 그것을 이용해서 작업을 하려고 미리 계획을 세웠지요.
룸살롱은 많았고 룸살롱마다 영계라는 아가씨는 있었으니까.”
준비를 해놓았기 때문에 조철봉이 즉시 대답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돈을 찾는 역할을 찾기가 힘들었어요. 믿을 놈도 없고.”
“…….”
“그래서 당신한테 지금 동업을 제의한 겁니다.
당신은 한국에 가서 돈만 찾으면 돼요.
누가 신고를 하겠습니까?
그야말로 누워서 떡 먹기지.”
“제 몫은 얼만데요?”
하고 강하영이 물었으므로 조철봉도 어깨를 늘어뜨렸다.
“10억 드리지. 일에 비교해서 많은 몫이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30억 주세요.”
강하영이 다부진 표정으로 말했다.
“말씀은 그렇게 하시지만 위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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