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460. 새 인연(4)

오늘의 쉼터 2014. 9. 8. 23:34

460. 새 인연(4)

 

 

(1512) 새 인연-7

 

 

걸려들었다.

 

조철봉이 강하영의 두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았다.

 

30억원이라니, 욕심도 많지. 하긴 지금까지 이런 유혹을 거절하는 인간은 못 보았다.

 

조철봉이 입을 열었다.

“너무 많습니다. 돈만 찾는 역할에 30억이라니 말도 안돼요.”

“무대는 한국이죠, 잡히면 제가 잡히는 것 같은데요, 사장님은 안전한 이곳에 계시고.”

조철봉의 시선을 똑바로 받은 강하영이 말을 이었다.

“제가 결정적이고 위험한 역할을 하게 되는 거죠, 그렇지 않아요?”

“그럼 15억으로 합시다.”

“너무 하시는군요.”

쓴웃음을 짓던 강하영이 다시 정색했다.

“20억 주세요.”

“좋습니다. 18억으로 합시다.”

조철봉도 엄숙한 표정으로 강하영을 보았다.

 

보통내기가 아니다. 겪을수록 매력이 드러난다.

 

그러자 강하영이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지금부터요.”

조철봉이 바로 본론을 꺼내었다.

“저 영계들을 이차 준비시키고 강 사장은 내일 아침까지 여기로 오세요.”

하고 조철봉이 주머니에서 접혀진 쪽지를 꺼내 강하영에게 건넸다.

“우리가 납치되어 있는 곳이오.”

“그, 교외의 집이라는 곳이군요.”

쪽지를 펴본 강하영이 머리를 끄덕였다.

“알 것 같아요, 좋은 곳인데.”

“내일 오전 10시까지, 그때는 아마 저놈이 다 털어 놓았을 겁니다.”

“알았어요.”

“저놈하고 나하고 따로 감금된 모양으로 있겠지만 절대로 저놈이 눈치 채도록 하지 말 것.

 

무슨 말인지 아시겠지?”

“제가 어린애인 줄 아세요?”

눈을 치켜떴던 강하영이 곧 쓴웃음을 짓고 물었다.

“제가 저 작자 앞에 얼굴을 보일 필요도 없잖아요?”

“그렇죠.”

“그럼 됐네, 뭐.”

하더니 강하영이 조철봉을 보았다.

“근데, 일 끝내고 여기 계실 건가요?”

“여기서 당신 기다려야지.”

그래 놓고는 조철봉이 싱긋 웃었다.

“당신이 돈을 찾아야 나하고 저놈이 풀려날 테니까 말이오.”

“저에 대해서 좀 알아보신 것 같군요.”

불쑥 강하영이 말하자 조철봉은 시선만 주었다.

 

계획에 허점은 많다.

 

가장 큰 허점은 강하영을 동업자로 선택한 것일 것이다.

 

돈을 찾기만 하는 역할이면 아무나 시켜도 되는 것이다.

 

그래서 대답을 준비해놓았다. 영계를 데려갔다가 돌려보낼 테니

 

만일의 경우에 주인인 강하영의 단속이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한국 입·출국이 용이한 한국인이라는 점,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담보다.

 

강하영에게 가족이 있어 인질이 있으면 제일 좋겠지만 그것은 없고 대신 룸살롱과 상담소 등의

 

사업체와 아파트가 호찌민시에 있는 것이다.

 

담보물이다.

 

강하영이 돈 들고 튀지 못하도록 담보를 잡으면 된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강하영이 빙긋 웃었다.

“뭘 담보로 잡혀야 되죠?”

만만한 여자가 아니다.

 

어깨를 늘어뜨린 조철봉이 강하영을 차분한 시선으로 보았다.

 

이제는 끌어들였다는 감개를 넘어 가슴이 저리고 있는 것이다.

 

멀고도 먼 외국땅에서 한국말을 쓰는 동족을 만난 느낌 같기도 했다.

 

교도소에서 같은 죄를 짓고 들어온 놈과 마주친 기분이 이럴지도 모른다.

 

 

 

(1513) 새인연-8

 

 

 최갑중은 영계 밝히는 부동산 졸부 행세를 어울리게 했다.

 

시치미를 딱 뗀 얼굴로 겉으로는 안 그런 척하면서 영계 둘은 꼭 데리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충 술을 마신 후에 밖으로 나왔을 때는 밤 10시40분, 차는 대기시켜 놓았으므로

 

영계들과 함께 갑중이 먼저 출발했다.

“지금 거기로 가시는 건가요?”

뒤따라 떠나려는 조철봉에게 강하영이 소근대듯 물었다.

 

뒤쪽 현관 입구에 마담과 종업원들이 서 있었지만 사장이 은근하게

 

손님을 배웅하는 것쯤으로 보일 것이었다.

“그래요. 내일 10시.”

다짐하듯 조철봉이 말하자 강하영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때까지 다 끝낼 수 있겠어요?”

“물론.”

조철봉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죽으면 다 끝나는데 제 돈만 지킬 놈이 어디 있겠어요?”

그러고는 차에 오르자 강하영이 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

 

차가 출발했을 때 조철봉은 문득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5억이면 된다고 목표를 세웠다가 그것을 채우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목표가 50억,

 

그랬다가 1백억으로 늘어났다.

 

바로 조철봉 자신의 이야기였다.

 

7년전 자동차 영업사원이었을 적의 목표가 5억이었다.

 

그 정도면 늙어 죽을 때까지 그럭저럭 살 것 같았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모든 사고는 욕심 때문에 일어난다.

 

별장에 도착했을 때 갑중은 이미 응접실의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여자들은 앞쪽에 앉혔다.

 

멀찍이 떼어놓은 것이다.

“쟤들 방으로 보내지, 왜?”

하고 자리에 앉으면서 조철봉이 묻자 갑중이 눈을 가늘게 뜨고 이쪽을 보았다.

“형님, 하나 데려가시지 않으렵니까?”

“안해.”

조철봉이 일언지하에 거절했지만 갑중은 정색했다.

“오면서 물어보았더니 경험이 좀 있어요.

 

있는 정도가 아니라 많은 것 같단 말입니다.”

“…….”

“한국 손님들을 단골로 받은 것 같습니다.

 

영계 먹으러 여기까지 날아온 놈들이 많답니다.”

“어쨌든 싫다.”

“아까운데요. 이차값까지 주고 그냥 놀리기가 말입니다.”

조철봉이 안 하는데 갑중이 저 혼자 바지를 벗을 수가 있겠는가?

 

갑중이 입맛을 다셨다.

 

계획은 여자들을 따로 하룻밤 재우고 다음날 내보내는 것이었으므로

 

그냥 두기가 아까운 모양이었다.

 

그때 조철봉이 벨을 누르자 사내 하나가 들어왔다.

“얘들 데려가.”

조철봉의 말을 들은 사내가 여자들에게 베트남어로 말하더니 데리고 나갔다.

 

응접실에 둘이 남았을 때 조철봉이 입을 열었다.

“내일 오전 10시에 그 여자가 여기로 올 거다.”

갑중은 쓴웃음만 지었고 조철봉의 말이 이어졌다.

“네가 파주 별장 금고에 쌓아둔 현금 1백억을 찾으러 오는 거지.

 

제 몫으로 처음에는 30억을 내라고 하더구나.”

“도둑년.”

“결국 18억으로 합의 보았다.”

“있지도 않은 돈 30억이면 어떻습니까?”

“여간내기가 아니야.”

“결국 형님의 예상이 맞았군요.”

그러자 조철봉이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길게 숨을 뱉었다.

“마치 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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