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 22장 내분이 일어나다 [3]
(455) 22장 내분이 일어나다 <5>
오후 6시, 신의주 장관 관사의 응접실 소파에 나란히 앉은 서동수와 장치가 TV를 보고 있다.
TV 화면에 신의주 국영방송의 앵커가 나오더니 엄숙한 표정으로 뉴스특보를 보도했다.
“오늘 오후 5시 정각에 신의주 경찰청은 반역 혐의로 7명을 긴급 체포했습니다.”
한국어를 3할쯤 알아듣는 장치가 서동수를 보았다.
그러나 서동수는 화면을 응시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앵커는 이어서 건설부 관계자와 성호상사의 유착과 뇌물 수수를 설명했고
이것은 신의주의 미래를 파괴하는 반역행위라고 열변을 토했다.
이어서 왜 반역행위인가를 앵커가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보, 괜찮겠어요?”
긴장한 장치가 중국어로 물었다.
다 알아듣지는 못했어도 사태가 심각한 것은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아, 당연한 일을 했는데 왜?”
그렇게 대답했지만 장치의 질문은 모든 사람들의 생각과 비슷할 것이었다.
7명 중 북한계는 3명, 한국계는 4명이다.
그때 앵커가 마지막 멘트를 했다.
“신의주의 첫 반역범은 처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처형(處刑)이란 무엇인가? 사형에 처한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서동수가 리모컨으로 TV를 껐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이 시간에 이 상황에서 관사로 전화를 해오는 사람은 유병선일 것이었다.
전화기를 귀에 붙였더니 과연 유병선이다.
“장관님, 방금 경찰총감이 저한테 연락을 해왔습니다.”
서동수는 잠자코 들었다.
경찰총감 이경주는 비리 혐의자 체포 실무 책임자다.
감찰 비서관 조기택이 제출한 증거들을 보자
체포에 동의했지만 바로 북한 당국에 보고를 했을 것이다.
유병선이 말을 이었다.
“중요한 일이라면서 장관님 면담을 신청했는데요.
본국의 지시를 받았다고 합니다.”
본국이라면 북한이다. 서동수가 대답했다.
“그럼 7시에 여기서 보지.”
이것도 예상하고 있던 일이다.
그래서 오후 7시가 되었을 때 관사의 1층 회의실에는
서동수와 이경주가 마주보고 앉았는데 배석자는 유병선과 조기택이다.
건성으로 인사를 마친 이경주가 똑바로 서동수를 보았다.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상부의 지시인데 처형은 과하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북남의 오해와 갈등만 일으킬 소지가 있으니만치 사건을 크게 확대하지 말고
조용히 처리하는 것이 낫겠다고 건의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서동수가 시선만 주었고 이경주의 말이 이어졌다.
“북한계 3명은 모두 파면 처리하고 본국으로 소환시키는 것이 가장 적당한 조치라는 의견입니다.”
말을 그친 이경주가 서동수를 보았다.
회의실에 잠깐 정적이 덮여지면서 이경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서동수 좌우에 앉은 유병선과 조기택도 앞쪽에 시선만 주고 있었으므로 정적이 무겁게 느껴졌다.
이윽고 서동수가 머리를 돌려 유병선을 보았다.
“유 실장, 모두 녹음 되었겠지요?”
“예, 장관님.”
유병선이 바로 대답하자 서동수가 이제는 조기택을 보았다.
“이 내용을 근거로 경찰총감을 신의주법에 의거, 체포할 수 있겠소?”
“됩니다.”
조기택이 바로 대답하자 서동수가 머리를 끄덕였다.
“이 내용을 3국 정부에도 보냅시다.”
(456) 22장 내분이 일어나다 <6>
“아니, 장관 동지.”
정신을 차린 이경주가 어깨를 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경주쯤의 경륜이면 목숨을 걸고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서 권력의 줄이 끊어졌을 때 못 되면 교도소지만 북한은 그런가?
이경주의 원상 회복 속도는 빠른 편이다.
그때 서동수가 유병선에게로 머리를 돌렸다.
“북한 지도자동지께 면담 신청을 하도록, 내일이 좋겠어.”
“예, 장관님.”
그 순간 서동수는 이경주가 숨을 들이켰다가 어깨만 올린 채 품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온몸이 굳어져 있다.
이제는 서동수가 이경주를 보았다.
“당신을 총살시키지 않는다면 내가 장관 그만둔다고 하겠어. 자, 됐나?”
그때 유병선과 조기택은 이경주의 목구멍에서 침이 넘어가는 소리를 들었다.
“자, 그만 일어나시지요.”
유병선이 말했을 때 다시 정신을 차린 이경주가 몸을 일으켰다가 다리에 쥐가 났는지 비틀거렸다.
그러고는 서동수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방을 나갔다.
잠시 후에 셋은 1층 응접실에 둘러앉았는데 유병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총감을 체포하실 겁니까?”
“당분간 놔두도록, 하지만.”
정색한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내일 지도자를 면담하자고 연락을 해.”
“알겠습니다. 하지만 내일 어렵다면 어떻게 합니까? 저쪽에서 정해준 날짜로 맞춥니까?”
“내일 어렵다면 그만두기로 하지. 나도 스케줄이 차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한국 대통령도 전날 면담 신청을 하면 시간을 내주는데 북한이 예외가 될 수는 없어.”
혼잣소리처럼 말한 서동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 다 끝났어요?”
이층 응접실로 올라갔더니 TV를 보고있던 장치가 물었다.
장치는 붉은색 가운차림이었는데 허리띠를 맺지만 가슴과 허벅지가 드러났다.
가운 옆구리가 갈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저녁식사를 가져왔어요.”
장치가 옆쪽 원탁에 놓인 저녁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후 7시 40분, 그동안 1층 식당에서 저녁 준비를 해놓았던 것이다.
“내일 북한에 가게 되면 장치, 당신도 함께 가도록 하지.”
저녁을 먹으면서 서동수가 말하자 놀란 장치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북한에요? 가서 지도자를 만나나요?”
“지도자 면담 신청을 했어.”
“벌써부터 가슴이 뛰는군요.”
심장 부근에 손바닥을 붙였다 뗀 장치가 정색한 얼굴로 서동수를 보았다.
“오늘 일 때문이군요.”
“만날 때도 되었어.”
밥을 삼킨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당신과 같이 가면 분위기가 좋아질 거야. 미인계를 쓰는 셈이지.”
“나보다 더 예쁘고 날씬한 여자가 많아요, 여보.”
쓴웃음을 지은 장치가 서동수를 보았다.
“나는 처음으로 당신 파트너가 되어서 공식석상에 나타나는 것이군요.”
“그런 셈인가?”
“그래서 흥분돼요.”
“난 아까부터 흥분되어 있어.”
그러자 장치가 눈을 흘겼다. 고혹적인 모습이다.
옅게 화장을 한 데다 비스듬히 앉은 장치의 모습은 익어서 터지려는 복숭아 같다.
서동수는 그 모습에 끌려든 것처럼 수저를 놓고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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