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강안남자

425. 황혼의 무도(3)

오늘의 쉼터 2014. 9. 3. 23:44

425. 황혼의 무도(3)

 

 

 

(1444) 황혼의 무도-5 

 

 

 

  

 “정미냐?”

음질이 좋지 않았으므로 김학술이 소리쳐 묻자 수화기에서 억양없는 목소리가 울렸다.

“네, 아버지.”

항상 그렇지만 김학술은 이 한마디에 맥이 빠진다.

 

한달 만에 받는 아비의 전화면 반가운 척이라도 해야 도리일 것이다.

 

그런데 이 싸가지 없는 년은 빈 그릇 받으러온 중국집 배달원의 문 열어달라는 말에 대답하는 것 같다.

 

하긴 시집간 지 4년 만에 두번이나 집을 나와 각각 서너달씩 별거를 한 입장이니 좋은 일도 없을 것이다.

 

지금도 직장을 잃은 제 남편하고 갈라선다 만다 싸우는 중일 것이 분명했다.

“너, 잠깐 나한테 오지 않을래? 할 이야기가 있는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김학술은 구역질이 나도록 제 자신이 혐오스러워졌다.

 

자식한테 이게 무슨 꼴인가 말이다.

‘야, 와라.’ 한마디면 될 것을 자신없는 말투로 그렇게 길게 빼다니.

그러자 정미가 물었다.

“왜요?”

“상의할 이야기가 있는데.”

“전화로 하시면 안돼요?”

“그래.”

했다가 김학술은 숨을 길게 뱉고 나서 마음을 바꿨다.

“됐다. 나중에 보자.”

그러고는 전화를 끊고 나서 눈을 부릅뜨고 앞쪽 벽을 보았다가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버튼을 누르자 신호가 두번 울린 후에 응답소리가 들렸다.

“네, 선생님.”

정미의 반응과는 정반대다. 반가운 기운이 한마디의 말에서 뚝뚝 넘쳐 흘렀다.

 

천윤희는 바로 다음날 전화를 해올 줄 예상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래서 더 반가운 것이다.

“천여사, 오늘 시간 있으세요?”

이번에는 김학술도 정미한테 대한 것과는 반대로 나갔다.

 

점잖지만 여유롭다.

 

그러자 천윤희가 금방 대답했다.

“그럼요, 선생님한테는 언제나 시간 비워놓고 있죠.”

“지금 혼자 계시는 모양이지요?”

“네, 그이는 지금 중국에 가 있어요. 친구들하고 여행 갔어요.“

“어허, 저런.“

김학술이 심호흡을 했다.

 

앞쪽 벽을 바라보는 눈에 생기가 떠올랐다.

 

천윤희는 지금 도둑에게 문이 열려 있다고 말하는 것이나 같다.

 

말하자면 천윤희는 공범의 입장이 되어 있는 것이다.

 

공자님이 아닌 이상 이 말씀을 듣고 딴전을 피울 놈자가 있겠는가?

 

당연히 김학술의 흑심이 발동되었다.

 

천윤희에게 전화를 한 목적도 홧김에 서방질한다는 심보 비스무리했기 때문에

 

불난 집에 기름을 쏟은 형국이나 같다.

“외로우시겠는데.”

김학술이 운을 떼자 천윤희가 금방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외로워요.”

“지금 방에 혼자 계시지요?”

“그렇다니까요.”

“그럼 두 다리를 쭉 펴고 누워보세요.”

“왜요?”

“말대로 하시라니까. 선생님 말씀 들으셔야지.”

그러자 천윤희가 웃음띤 목소리로 대답했다.

“쭉 펴고 누웠어요.”

“그럼 한손으로 젖가슴을 만지세요.”

“네?”

놀란 듯 천윤희가 물었다가 곧 큭큭 웃었다.

 

그 웃음소리를 들은 순간 김학술은 작업이 다 되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자, 그럼 다른 한 손은 팬티 속으로.” 

 

 

 

 

 

 

(1445) 황혼의 무도-6

  

 그러자 수화기에서 다시 큭큭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천윤희가 물었다.

“선생님, 왜 이러세요?”

“외로우니까.”

“선생님도요?”

“손 넣었어요?”

“네, 금방.”

그러더니 수화기에다 세게 숨을 뱉고 나서 속삭이듯 물었다.

“선생님, 폰 섹스?”

“그래요.”

“오랜만이네요.”

“언제 이거 해봤어요?”

“10년쯤 전에 장난으로.”

“지금 만지고 있어요?”

“응, 조금 뜨거워졌어요.”

“아직 손가락은 넣지 마.”

김학술이 수화기에다 숨소리를 불어넣으면서 말했다.

“끝만 건드려 끝만.”

“알았어요, 아아.”

천윤희의 신음을 듣자 김학술도 불끈 달아올랐다.

 

이쪽도 마누라가 도망간 집에 혼자 있는 것이다.

 

안방에 두 다리를 쭉 뻗고 누워서 연장을 꺼내 손에 쥐었다.

“천 여사, 나도 내거 꺼내놓고 있어요.”

“어머, 커졌어요?”

“그럼, 건들건들 하고 있어.”

“내가 빨아줄까?”

“아니, 내가 먼저.”

그래놓고는 김학술이 말했다.

“천 여사, 내 혀가 거기를 빤다고 생각하고 손가락으로 문질러요, 아주 살살.”

“이렇게? 아아아.”

“살살.”

“응, 살살.”

“물이 나오나?”

“젖었어요.”

“그럼 넣어줄까?”

“응, 빨리.”

“그럼 넣어, 천천히.”

“아아아”

“깊게.”

“아아아아.”

“흔들어 줄까?”

“아아.”

그때 김학술이 눈을 치켜뜨고 말했다.

“천 여사, 택시 타고 이리 와.”

“어, 어디로.”

“성남, 시청옆 비둘기아파트, 12동 703호.”

“지금 갈게요.”

“나, 그냥 이대로 세워놓고 있을 테니까.”

“한 시간은 걸릴 텐데.”

“그래도 안 죽어.”

그러자 천윤희가 다시 큭큭 웃었다.

“그럼 세워놓고 기다려요.”

“오자마자 넣어줄게.”

“끊어요. 지금 갈게.”

전화기를 귀에서 뗀 김학술은 깊게 숨을 뱉었다.

 

말과는 달리 연장은 이미 시들어서 번데기가 되어 있었다.

 

만나서 밥 먹고 술 마시고 그저 한쪽 귀로 듣고 다른 귀로 새나가는 이야기로

 

시간을 때우다가 노래방으로 진출해서 좀 만지고 겨우 여관에 들어가는

 

작업 코스를 폰 섹스 한방으로 생략해 버린 것이다.

 

지금 달아오른 천윤희는 분주하게 옷을 갈아입고 달려올 것이었다.

 

그때 핸드폰이 진동을 했으므로 김학술은 머리를 들었다.

 

핸드폰을 집어 본 김학술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또 발신자표시 금지가 되어 있는 통화인 것이다.

 

핸드폰을 탁자 위로 내던진 김학술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천윤희가 오늘 자고 갈 것이 틀림 없으므로 오는 동안 집안 청소라도 해 놓으려는 것이다.

 

꼭 손을 대려는 마음은 없었지만 냅두면 뭣된다.

 

어차피 어느 놈이건 건드릴 테니 미리 찍어 두는 것이 천윤희한테도 나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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